1.
다시 태어난다면 나는시인이 되고 싶다. 작곡가도 좋을 것 같고영화 감독도 되고 싶다.
화가든 소설가든 영화감독이든 "자신이 보고 느낀 아름다움"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욕망이 존재한다는 점인데
나는 그 예술성을 타고 날는지는 모르지만 아뭏튼 욕심이 그렇다는 거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걸 자신만이 보고 느낀다는 희열..
그것은 상상만으로도 욕심나는 느낌이 아닌가?!
며칠전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4개부문에서 수상을 하는 쾌거는 감동이었다.
오스카의 황금색 트로피는 내가 보았던 수많은 추억의 명화 포스터속에서만 볼 수 있었는데
봉준호의 손안에 쥐어진 트로피는 꿈 같은 현실이었다.
이번 한국 영화 100년사의 쾌거를 바라보며 나의 영화 60년사를 잠시 회상해 본다.
어릴적 시골 장터 가설극장에서 보았던 낡은 필름의 영화들.
대구 동성로 개봉극장(아카데미 만경관 한일극장 송죽..)에서 본 영화들 그리고
서울의 피카디리,명보,대한,단성사등에서 관람한 영화들
TV 주말극장과 명화극장에서 본 수많은 영화들은 내 감성세계의 한 부분을 자리잡고 있다.
영화가 나에게 가져다 준 것은 아주 많다.
전쟁의 참상,스페인 내전,사랑의 슬픔과 환희, 인간의 원초적 고민과 광대한 우주. 가상의 세계..
그리고 나는 영화속에서 수많은 사랑과 이별을 경험하였다.
많은 예술가와 음악인들을 만났다.특히
음향시설이 뛰어난 영화관에서 보는 음악인을 주제로 한 영화는 귀와 눈에게 주는 최상의 선물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알게 되었다.간접경험과 직접체험들이 내 머리속에서 뒤섞이게 된다는 것을.
세월이 흘러 기억들이 희미해지고 아직까지 남아 있는 것은 강렬하고 인상적인 것들 뿐이고
내 영화적 간접경험들과 직접체험들이 만나서 어우러 지는게 아닌가 싶다.
눈덮힌 광활한 러시아 평원(닥터지바고)을 다녀온 것 같기도 하고
센트럴파크 공원(러브스토리)에서 연인과 뒹굴던 감미롭던 기억의 주인은 바로 나 자신이고
'폭풍의 언덕'에서 휘몰아치는 격정적 사랑과 죽음도..
'벤허'의 원형경기장과 노예선에 앉은 불타는 주인공의 눈빛을 직접 내려다 보았던 착각도..
영화는 보는 것 만큼 회상하는 느낌도 좋다.
'영화 음악'은 더불어 오는 즐거움이고 역사나 환경 인권 전쟁 소수 약자등 인류가 직면한 문제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어 좋다.
영화얘기를 풀어 쓰다 보니 최근에 만난 특별한 인물이 생각났다
책으로 먼저 만나 보았지만 영화를 통해서 깊게 알게 되었다.
빈센트 반 고흐란 천재 화가이다
작년과 최근에 걸쳐서 본 영화 3편과 책 두권 그리고
팝송 한곡을 기억해 두고 싶다.
2.
영화 러빙빈센트(Loving Vincent,2017)
동성아트홀에서 본 영화 < 러빙빈센트>는 유화 에니메이션 기법으로 제작된 영화인데 정말 신기했다.
제작기간 10년.
직접손으로 그린 62,450장의 유화와 배우들의 직접 연기가 합쳐져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탄생한 영화이다.
전세계에서 오천명의 화가들이 지원했는데 시험에 통과한 107명에게 반고흐 스타일의 그림을 그리도록
오랫동안 하드 트레이닝을 시켰다고 한다.
영화 중간 중간 고흐의 그림들을 보물찾기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빈센트 반 고흐의 일생을 다룬 것은 아니고 그가 죽고 일년 후의 이야기인데 동생 태오 반 고흐와
주고 받은 800여장의 편지를 토대로 만들었다고 한다.
영화보기전에 책<반고흐, 영혼의 편지>통해서
고흐의 천재성과 불우한 일생에 대한 연민의 정도 있었지만
영화 러빙빈센트를 보고 난 후에 그 영혼이 내 가까이에 다가온 듯 하였다.
영화 <러빙 빈센트;임파서블 드림>
영화 <러빙빈센트>가 워낙 특별하고 감동적인 영화라서 그 얼마후
'러빙빈센트' 영화 10년간의 제작과정을 다큐멘터리로 만든 영화
<러빙 빈센트;임파서블 드림>을 동성아트홀 극장에서 다시 관람 하였다.
3.
영화 <고흐,영원의 문에서>
그리고 지난달에 개봉한 영화 <고흐,영원의 문에서>를 보았다.
"내가 보는 것을 사람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어"
가난과 외로움 속에 살던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운명의 친구 폴 고갱을 만난다.
그러나 고갱마저 자신을 떠나버리자 깊은 슬픔에 빠지지만 신이 준 선물,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기 위해
몰두한다.
불멸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
그의 시선으로 만나는 그의 마지막 나날의 프랑스 풍경의 눈부심은
영화를 보고나서 오래 감동으로 남아 있을 것 같다.
4.
책 <반 고흐,영혼의 편지>
이책은 태양의 화가,영혼의 화가 빈센트 반고흐의 편지들을 묶은 책이다.
그는 지독한 가난 고독 예술에 대한 끝없는 집착 발작 요절 등으로 37년의 짧은 삶을 살며 강렬한 작품을 남긴
화가 고흐가 동생테오에게 보낸 편지를 실은 책이다.
책의 내용중에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은, 감상적이고 우울한 것이 아니라 뿌리 깊은 고뇌다.
내 그림을 본 사람들이, 이 화가는 정말 격렬하게 고뇌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의 경지에 이르고 싶다.
어쩌면 내 그림의 거친 특성 때문에 더 절실하게 감정을 전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의 모든 것을 바쳐서 그런 경지에 이르고 싶다. 그것이 나의 야망이다. _ 64쪽, 〈조용한 싸움〉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 그리고 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황야의 오솔길에 서 있는 아버지를 그리는 일이다.
히스로 뒤덮인 갈색의 황야를 좁고 하얀 모래길이 가로지르고,
그 위에 엄격하게 보이는 개성적인 인물이 서 있는 모습으로. 하늘은 조화롭고 열정이 담겨 있어야 한다.
또, 아버지와 어머니가 가을 풍경 속에 서로 팔을 끼고 있는 그림도 그리고 싶다. 줄지어 서 있는 작은 너도밤나무 숲과 낙엽을 배경으로 해도 좋겠지.
_ 96쪽,
우리는 노력이 통하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다. 그림을 팔지 못하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고갱을 봐도 알 수 있듯 완성한 그림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일도 불가능하니. 아주 중요한 그림으로 얼마 안 되는 금액을 빌리지도 못하다니.
이런 일이 우리 다음에도 계속될까 두렵다. 다음 시대의 화가들이 더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우리가 발판이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무언가 이루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_ 206쪽, 〈내 영혼을 주겠다〉
다시 희망을 갖게 되었다. 그 희망이 뭔지 아니? 가정이 너에게 의미하는 것이, 나에게 흙, 풀, 노란 밀, 농부 등 자연이 갖는 의미와 같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바꿔 말하면, 너에게 가정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할 이유가 될 뿐 아니라,
필요할 때는 너를 위로하고 회복시켜주는 것이기를 바란다는 말이다. 그래서 부탁하는데,
너무 일에 찌들지 말고 너 자신을 돌봐라. _ 271쪽, 〈고통은 광기보다 강하다〉
5.
책 <빈센트 그리고 태오>
테오가 없었다면 이 세상에 빈센트도 없었을 것이다.
죽을 때까지 아버지와 동생테오 기리고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고향 언덕을 그리워 했던
빈센트의 삶의 궤적을 그린 책이다.
6.
팝송 <빈센트Vincent>
미술작품을 음악으로 표현한 곡이다.
Don Mclean이 고흐의 삶과 예술을 추모하며 곡을 쓰고 노래를 불렀다.
노래 첫머리에 나오는 Starry Starry Night라는 가사 자체가 저명한 고호의 그림 The Starry Night 별이 빛나는 밤을 나타낸다.
역시 천재는 천재의 내면 세계를 잘 들여다 보는가 보다.
7.
맺으며
고흐가 동생테오에게 쓴 편지중에 있는 글이다.
"지도에서 도시나 마을을 가리키는 검은 점을 보면 꿈을 꾸게 되는 것처럼,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은 늘 나를 꿈꾸게 한다.
그럴때면 나는 묻곤 한다. 프랑스 지도위에 표시된 검은 점에게 가듯 왜 창공에서 반짝이는 벌들에게
갈 수는 없는 것일까?
타라스곰이나 르왕에 가려면 기차를 타야하는 것처럼 별까지 가기 위해서는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죽으면 기차를 탈수 없는 살아있는 동안에는 별에 갈 수 없다.
늙어서 평화롭게 죽는다는 것은 별까지 걸어서 간다는 것이다."
https://youtu.be/xbBb2dTsal0

첫댓글 2월 14일 창문넘어님의 음악실 음원입니다
갑자기 생각이 나서 감상을 하면서 다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