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일상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행복은 기다림 속에서 찾는 즐거운 것이 아닌가 싶다.
매월 둘째 주 일요일은 나의 생활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는 날이다.
작년 1월초 직장 동료들과 함께 덕유산 산행 후 1년 만에 다시 눈꽃 축제를 즐긴다는 마음으로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길을 나섰다.
아침 찬 공기가 얼굴을 세차게 때린다. 07:05 버스를 타고 가는 도중에 속에서 이상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제 마신 술의 영향이었다. 07:45 지하철 구포역 화장실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집결지에 도착하여 먼저 온 동기들과 새해 인사와 덕담을 나누는 동안
08:00 백양67 산악회라는 이름표를 단 버스가 도착 하였다. 반가운 얼굴들과 스킨십을 나누며 일일이 손을 맞잡고 서로를 반겼다.
08:12 총무님과 회장님의 신년 인사와 더불어 오늘의 산행코스(삼공리주차장/구천동 계곡/백련사/향적봉/설천봉/곤돌라타고 무주리조트 도착)와 일정에 대하여 산행대장의 설명을 듣고선 삼삼오오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의 흐름을 즐기기 시작했다. 참가인원은 27명이었다.(부부는 4팀에 봉석이 동기 아들 포함)
우리를 태우고 달리는 버스는 산과 들을 경쟁을 하듯 앞만 보고 달려 나갔다. 09:26 산청휴게소에 도착하여 개인 볼일을 보고 이곳이 성철스님의 고향이라는 병환동기의 이야기를 듣고 09:37 휴게소를 떠나 10:24 고속도로를 빠져나왔다. 장수와 무주의 갈림길을 지나 무주구천동의 초입에 들어서자 적상산성 및 안국사 안내판이 바람처럼 스쳐 지난다.
펜션과 음식점을 소개하는 화려한 입간판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사이에 “죽도록 충성하자“라는 엉뚱한 글귀가 크다란 바위에 새겨져 무엇을 하는 곳인지 은근히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11:07 덕유산 국립공원 삼공리 주차장에 도착하니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관광버스들이 이중 삼중으로 늘어서 있는 광경에 말문이 막혀 버렸고 수많은 인파에 나도 모르게 쓴 웃음이 나왔다. 시절이 하수상하다 보니 마음 둘 곳이 없어 산에다 정을 붙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11:20 가벼운 몸 풀기를 하고 산행이 시작되었다. 며칠 전에 내린 눈이 계속된 추위에 꽁꽁 얼어붙어 도로는 빙판길을 연출하고 있었다. 작년 11월 합천해인사 만물상 산행 때와 같이 사람에 떠밀려 가는 느낌이 들었다.
계곡을 따라 자연학습장이 조성되어 곳곳에 의미를 부여한 모습들로 단장되어 있었고 야영장이라는 팻말을 읽고 지나는 순간, 내 몸에서 짠한 선율이 정수리를 타고 내리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은 훼손되어 사라져 버렸고, 처음 내가 접했던 무주구천동의 계곡의 초입은 참으로 길고 아름다웠었다. 1981년 여름, 14박 15일 무전여행을 하며 별이 쏟아져 내릴 것만 같은 계곡에서 하루 밤을 보낸 추억이 너무도 생생하게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그 후 몇 번을 더 찾아왔지만 1982년 세계 젬브린 대회 개최로 인해 망가지고 사라진 계곡에 인공적으로 조성된 흉물스런 풍광 때문에 오히려 잊어 버리고 살아온 것 같다.
11:37 인월교를 지나 12:04 백련사 2.8킬로미터라 이정표를 뒤로 하고 묵묵히 발걸음 재촉하였다. 작년 1월 중순 직장 동료와 산행을 왔을 때 겪었던 추위와 엄청나게 불어 되던 칼바람은 온데간데없고 오늘은 여유를 만끽 하듯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하얀 눈으로 채워진 계곡의 풍경을 감상하느라 눈과 마음이 여간 바쁘게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다.
12:20 다소 거칠어진 숨을 고르고 아이젠을 채우며 땀을 식히기 위해 잠시 휴식을 하고선 12:40 백련사 백련교 앞에 도착하여 눈밭에 자리를 잡고 점심식사와 더불어 약(?)으로 언 몸을 녹이고 허기진 배를 채웠다.
포만감이 주는 여유인지 잃어버린 돼지새끼를 챙기듯 보이지 않는 얼굴의 이름을 불러 된다. 재기와 병환, 봉환이는 자기들끼리만 맛이는 것을 준비하였는지 절안에서 따로 자리를 잡고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는 연락이 왔다.
모임에는 언제는 특별한 것이 있듯이 오늘도 종복이가 준비해 온 연어가 단연 인기다. 모두의 얼굴 표정에 생기를 되찾았다. 13:23 자리를 정리하고선 백련사 일주문 앞에서 단체사진촬영을 하고선 야트막한 눈 덮힌 담장 너머로 매월당부도가 세월의 흔적을 기록하듯 오가는 사람들의 요란한 소리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소박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13:53 백련사 경내를 둘러보고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는 가파른 백련사 계단을 지나 깔닥고개와 같은 수없이 이어진 계단을 오르며 잠깐 잠깐 설경의 아름다움에 위안을 받으며 거친 숨을 고른다.
15:25 향적봉에 도착하였다.
정상에 도착하였다는 기쁨보다도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등산객들로 인해 할 말을 잊게 만들었다. 기념비적인 일을 해낸 사람들처럼 동행을 찾아 소리치며 먼저 사진을 찍으려고 향적봉 표지석 주변에는 모두가 아우성들이다. 다시는 오지 않을 사람들 마냥 정신없이 즐기는 것이 아니라 사진촬영에 더 몰두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발 주자들을 기다리는 동안 눈으로 덮인 덕유산의 풍광에 잠시나마 마음을 빼앗겨 버리고는 내려가야 한다는 의미를 잊고 멍하니 서 있었다.
16:17 아쉬움을 뒤로 곤돌라를 타기 위해 하산을 하면서 내려가는 사람들의 행렬이 자연스럽게 줄이 되어 버렸고 한 시간 십삼 분을 기다리는 동안에 기온은 뚝 떨어져 버렸고 추위와 더불어 어둠이 이웃하고 있을 쯤에 곤돌라를 타고 17:50에 주차장에 도착을 하였다. 신년산행의 곤돌라 기다림의 긴 행렬과 추위는 오래토록 우리들의 기억속에 회자되리라 생각된다.
18:05 버스에 몸을 싣고 무사히 산행을 마무리 하였다는 인사를 나누며 19:10 저녁 해결을 위해 생초식당에 도착하여 어탕국수와 반주를 겨드린 뒤풀이(소주15명/ 맥주2병/빙어회7접시)를 하고선 20:03 부산으로 버스는 출발하였다. 뒤풀이 향연의 아쉬움이 버스까지 이어져 흥겨운 대화로 계속되었다. 20:14 함안 2터널을 통과하고 21:21 진영휴게소에 도착할 때까지 문환동기의 ‘해설이 있는 OO강의’가 계속되었다. 21:58 화명동에 일부 하차하는 것으로 오늘의 덕유산 산행기록을 마무리 한다.
새해에는 모든 가정에 행운과 건강이 함께 하기를 염원합니다.
복 많이 받으세요
- 산행 후기 -
화명동 팀은 그냥 갈수 없다는 원칙(?)설정으로 조개꾸이 집에 앉아 건전한 대화와 산악회 발전적인 이야기를 한 시간 가량하고 헤어졌습니다.
아래글은 네이버 자료에서 퍼 왔습니다.
최고봉은 향적봉(香積峰:1,614m)이다. 덕이 많고 너그러운 모산(母山)이라 하여 ‘덕유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경상남도 거창군과 전라북도 무주군 안성면(安城面)·설천면(雪川面)의 경계에 솟아 있으며, 북덕유산(향적봉)과 남덕유산(1,507m)으로 나뉜다.
남덕유산은 경상남도 거창군·함양군과 전라북도 장수군 경계에 솟아 있다. 두 산봉 사이의 약 20㎞ 구간에는 해발고도 1,300∼1,400m의 소백산맥 주맥이 북동∼남서 방향으로 뻗으면서 경상남도와 전라북도의 도 경계를 이룬다.
주봉우리인 향적봉을 중심으로 무풍면(茂豊面)의 삼봉산(三峰山:1,254m)에서 시작하여 대봉(1,300m)·덕유평전(1,480m)·중봉(1,594m)·무룡산(1,492m)·삿갓봉(1,410m) 등 해발고도 1,300m 안팎의 봉우리들이 줄 지어 솟아 있어 일명 덕유산맥으로 부르기도 한다.
동·서 비탈면에서는 황강과 남강 및 금강의 상류를 이루는 여러 하천이 시작되어 낙동강 수계와 금강 수계의 분수령 역할을 한다.
계곡은 총 8곳이 있는데, 특히 북동쪽 무주와 무풍 사이를 흐르면서 금강의 지류인 남대천(南大川)으로 흘러드는 길이 30㎞의 무주구천동(茂朱九千洞)은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명소다. 무이구곡(武夷九谷)을 비롯한 구천동 33경과 칠련폭포(七連瀑布)·용추폭포(龍湫瀑布) 등이 장관이고, 안성계곡·송계사계곡·산수리계곡 등도 명소로 꼽힌다.
6월 초순에는 20㎞의 능선과 등산로를 타고 펼쳐지는 철쭉 군락이 볼 만하고 여름이면 시원한 구천동계곡이 피서객들로 가득 찬다. 또 가을에는 붉게 물든 단풍이, 겨울에는 눈에 덮인 구상나무와 주목, 바람에 흩날리는 눈보라가 장관이다.
구천동을 지나 향적봉을 약 3㎞ 남겨 둔 곳에는 천년 고찰 백련사(白蓮寺)가 있다. 이곳에는 매월당부도(梅月堂浮屠:전북유형문화재 43), 백련사계단(전북지방기념물 42), 정관당부도(靜觀堂浮屠:전북유형문화재 102) 등의 문화재가 있다. 1975년 2월 일대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첫댓글 이선생 산행후기 너무 잘 읽었다. 아! 그렇게 힘든 와중에도 이다지도 꼼꼼하게 후기를 쓰다니 놀라워 당신같은 선생님만 있다면 대한민국 미래가 너무 밝을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