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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출산(809m)은 수수께끼 같은 존재다. 판소리 서편제의 가락처럼 구성지게 늘어지는 남도의 구릉과 벌판에서 느닷없이 화강암 덩어리들이 치솟았다. 게다가 산 이름이 월악산도, 월영산도 아닌 월출산이다. 달을 낳은 산이라니? 그 동안 월출산을 여러 번 오르내렸으나 수수께끼를 풀지 못했다. 매번 기암괴석의 향연에 넋이 나가 궁금증을 새까맣게 까먹은 까닭이다.
영암이 가까워지자 길은 부드러운 남도의 들판을 타고 넘는다. 봄들, 봄산, 봄강, 봄나무, 봄길……. 보이는 것마다 봄자를 붙이니 싱그럽고 정겹다. 월출산 주변을 한 바퀴 돌면서 마을 이름을 살펴보고 깜짝 놀랐다. 산 북쪽 영암 땅으로 월곡·월산·월암·월악 마을이 있었고, 산 남쪽 강진으로는 월하·월남·상월·월송·송월·대월·월평·월산·달뫼 등 무려 아홉 개의 마을이 달과 관련된 이름이었다. 여기서 월(月)은 말 그대로 달이면서 월출산을 가리킨다. 산세는 북쪽 영암 쪽이 가파르고 호방하다면 남쪽 강진 쪽은 아기자기하고 섬세했다. 특히 월남리 마을은 살고 싶을 정도로 포근하고 평온했다.
그날 밤, 천황사 입구의 숙소를 나와 달을 찾았다. 달은 이미 중천으로 올랐는데, 달 주위로 거대한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었다. 예쁜 달무리가 마치 월출산의 후광처럼 보였다. 마침 보름이 가까워 달이 부풀어 오르니 산도, 바위도 덩달아 한껏 달아오르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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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좌)바람골에서 구름다리로 가는 가파른 철계단을 오르다 보면, 뒤로 우락부락한 장군봉이 펼쳐진다.(우)구름다리 건너 매봉으로 오르는 길은 월출산의 짜릿한 바위미를 만끽할 수 있다. 사자봉을 가리키는 필자와 담소를 나누는 박용학(오른쪽. 블랙야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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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다리를 건너 하늘로
월출산의 등산로는 단순해서 좋다. 산행 들머리가 월출산 동쪽의 천황사, 서쪽의 도갑사, 남쪽의 금릉경포대가 전부다. 대개 사람들은 천황사 입구에서 시작해 구름다리를 건너 천황봉, 구정봉을 거친 후에 미왕재에서 도갑사로 내려오는 종주 코스를 선호한다. 여기에 구정봉 북쪽에 숨어 있는 국보 144호 마애여래좌상을 찾아본다면 월출산의 아름다움을 거의 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천황사 입구 주차장에는 ‘월출산’이라 새겨진 큰 비석이 서 있다. 그 앞에서 월출산의 수려한 암봉들과 눈을 맞추는 것이 산행의 시작이다. 왼쪽의 사자봉과 오른쪽 장군봉, 그 가운데 까마득히 솟구친 천황봉을 올려다보면 가슴이 쿵쾅쿵쾅 뛴다. 그렇게 심장에 시동을 걸었으면 출발이다. 첫 목표는 사자봉의 가슴팍에 걸려 있는 빨간 구름다리다.
소나무가 우거진 야영장을 지나면 호젓한 숲길로 들어선다. 제법 가파른 비탈에 숨이 차 오를 무렵이면 작은 다리를 만나면서 길이 갈린다. 왼쪽은 천황사를 거쳐 구름다리로 오르는 능선길이고, 다리를 건너면 바람골을 거쳐 구름다리로 간다. 다리를 건너니 설악산 천불동 계곡에 들어선 기분이다. 사방으로 견고한 화강암들이 들어차 있고, 시원한 계류가 흘러온다.
물의 곡선을 따라 이리저리 휘어지는 계곡길을 20분쯤 오르니 다시 갈림길. 왼쪽으로 구름다리가 300m, 계곡을 따라 바람폭포가 200m다. 일단 바람폭포를 구경하고 돌아와 구름다리를 건너기로 했다. 간밤에 만난 전판성(53·영암군청)씨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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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좌)구름다리의 지상높이는 120m이지만, 체감높이는 바닥을 알 수 없는 까마득한 벼랑이다.(우)구정봉 아홉 웅덩이 중 가장 큰 웅덩이. 이곳 얼음이 완전히 녹으면 월출산에 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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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등산로가 장군봉 아래로 나 있었어. 그 길에서 사자봉 일대의 암봉들이 기막히게 보였지. 구름다리로 가면 그걸 볼 수가 없단 말이야. 그나마 바람폭포에서는 조금 볼 수 있지.”
바람폭포는 20m 높이의 시원한 폭포보다 사자봉 일대의 암봉들이 장관이었다. 바위들은 만물상처럼 자신의 맵시와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바람폭포에서 내려와 코가 땅에 닿을 정도의 철계단을 오르자 머리 위로 구름다리가 걸려 있다.
“우와, 바위가 살아 있는 거 같아요.”
아빠 손을 단단히 잡은 아이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구름다리는 참으로 절묘한 자리다. 매봉과 사자봉, 멀리 바람골 건너편의 천황봉과 장군봉의 암봉들이 병풍처럼 둘러서 모두 구름다리를 쳐다보기 때문이다. 다리를 건너며 아래를 내려다보니 오금이 저렸다. 다리의 높이는 지상에서 120m라고 하지만 체감 높이는 바닥을 알 수 없는 까마득한 벼랑이었다.
이곳에 구름다리가 처음 놓인 것은 1978년. 당시에는 한 사람이 겨우 지날 수 있을 정도로 다리 폭이 좁았고, 바람만 조금 불어도 크게 흔들렸으며 다리 바닥으로 밑이 훤히 내려다보였다. 그래서 다리를 건너지 못하고 되돌아오는 사람이 부지기수였다고 한다. 게다가 구름다리를 건너면 등산로가 끊겨 산꾼들의 불만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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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악산 공룡능선이 부럽지 않은 사자봉 일대의 기암들. 월출산은 금강산, 설악산, 도봉산 등의 절경을 모아 놓은 작지만 강한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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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다리를 건너면 설악산 일부를 옮겨놓은 듯한 장군봉의 암봉 풍경이 장쾌하다. 그 오른쪽으로 영암의 들판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남도의 부드러운 들판에서 솟구친 암봉은 월출산이 아니면 보기 힘든 풍경이다. 반듯하게 정리된 들판은 푸른 헝겊들을 잇대어 기운 조각보 같다. 그 헝겊마다 청보리가 쑥쑥 자라고 있다. 물씬 봄 냄새가 전해지는 따뜻한 풍경이다.
이어지는 급경사 철계단을 오르면 매봉 정상이다. 이제 길은 매봉과 사자봉의 안부에서 내리막으로 이어지고 이리저리 뒤틀면서 사자봉을 우회한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흙길을 만났다. 봄볕에 땅은 질척거렸지만 발의 촉감은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했다. 그 동안 바위만 밟았던 탓이다. 참으로 지독한 바위산이다.
월출산 주능선이 보이기 시작하면 길이 순해지면서 금릉경포대 갈림길을 만난다. 이어진 된비알을 올라붙으면 바람골에서 올라오는 길과 합류해 통천문에 이른다. 하늘과 통하는 봉우리에는 약속이나 한 것처럼 통천문이 있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통천문을 통과해 멀리 영산강이 넘실거리는 것을 보면서 천황봉에 올라선다. 정상에는 점심을 먹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3시간이나 줄곧 된비알을 올랐으니 허기졌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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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제사 올리던 천황봉
천황봉은 예로부터 산신에게 제사를 올리던 곳으로 봉우리의 수려한 생김새와 호탕한 규모로 ‘천황’이란 이름이 아깝지 않다. 조망 또한 일품이다. 북쪽으로 영암 고을이 봄들판과 어울린 모습이 정겹고, 동쪽으로 우뚝우뚝 솟은 사자봉과 장군봉 일대의 기암절경들이 넋을 홀딱 빼놓는다. 그 바위들 사이로 사자저수지가 보이는데, 그쪽 길을 따르면 월출산의 동쪽 끝자락인 누릿재를 넘어 강진 땅으로 들어간다.
예전 강진 유배길에 오른 정약용은 나주 율정점에서 역시 유배를 떠나는 형 정약전과 눈물로 헤어지고 월출산 누리령(누릿재)에 이르렀다. 정약용은 고갯마루에서 쉬면서 월출산을 바라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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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황봉에서 바람재로 가는 길은 전망 좋은 암릉길이다. 멀리 오른쪽 봉우리가 구정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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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령의 산봉우리 바위가 우뚝우뚝/나그네 뿌린 눈물로 언제나 젖어 있네/월남리로 고개 돌려 월출산을 보지 말게/봉우리 봉우리마다 어쩌면 그리도 도봉산 같아”(탐진촌요1)
정약용에게 월출산 사자봉이 도봉산처럼 보였던 것이다. 그렇게 망향심을 달래며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겨 강진으로 넘어갔다. 남쪽으로 멀리 강진 도암만이 아스라한데 정약용은 그곳 백련산 자락에 다산초당을 지었다. 천황봉 서쪽으로는 구정봉 일대의 아기자기한 암봉들이 보이고 그 너머 영산호와 서해가 아스라하다. 천황봉에서 바람재까지는 휘파람이 절로 나는 내리막이다.
능선에서 느긋하게 바위들의 향연을 즐기는 홍경자(50·목포야크산악회)씨 일행과 자연스럽게 동행이 되었다. 그들은 목포의 주부들로 심심하면 월출산에서 바위 구경을 한단다. 바위 이야기를 들을 요량으로 꽁무니를 쫓아가다 보니 높이 10m쯤 되는 남근바위가 길을 막는다.
“이 바위 꼭대기에는 철쭉나무가 한 그루 있어요. 꽃이 피면 월출산의 새 생명 탄생을 알리는 거예요. 우리는 이 바위보다 저 앞에 있는 바위를 남근바위라고 해요. 보이면 가르쳐 드릴게요.”
바람재에 이르니 이제는 구정봉의 영역으로 들어선 느낌이다. 바람재를 기준으로 천황봉 쪽의 바위들이 가파르고 호방하다면, 구정봉 일대는 세밀하고 오밀조밀하다. 바람재에서 올라서니 조망이 좋다.
“저기 구정봉 아래 눈물 방울처럼 생긴 게 베틀굴이에요. 여성의 그것을 닮았다 해서 여근바위, 음굴이라고도 해요. 우리가 말하는 남근바위는 저기 반대편에서 서로 마주 보고 있지요.”
손가락을 따라가니 영락없이 남자의 그것을 닮은 바위가 보였다. ‘보름달이 뜨는 날이면 두 바위가 은밀히 만나 구정봉의 아홉 마리 용을 낳은 것은 아닐까? 아니면 세상을 비추는 달을 낳았을까?’하며 상상의 날개를 펼치다 보니, 어느덧 베틀굴 입구다. 홍경자씨는 창피하다며 굴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이 굴은 10m쯤 되는데 나오는 사람마다 고개를 끄덕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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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재에서 구정봉으로 가는 길. 맨 앞의 홍경자(목포 블랙야크산악회)씨와 맨 뒤 장문환씨가 세세하게 바위에 얽힌 내력을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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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마리 용과 움직이는 바위
구정봉은 천황봉에 버금가는 월출산의 대표 봉우리다. 아홉 마리 용이 살았다는 마르지 않는 아홉 개의 물웅덩이가 있어 구정봉이다. 가장 큰 웅덩이에는 아직 얼음이 붙어 있다. 얼음이 완전히 녹으면 월출산에 철쭉이 필 것이다. 정상 아래로 호박돌처럼 둥글둥글한 바위 덩어리들이 교묘하게 균형을 잡으며 층층이 늘어서 있다.
전설에 의하면 구정봉 일대에 신령스러운 바위 셋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바위들이 굴러떨어졌다. 이 바위들 덕택에 옛 영암이었던 월나군(月奈郡)에 인물이 많이 난다는 이야기를 들은 중국인들의 소행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슬피 우는데 그 중 한 바위가 밤을 틈타 전에 있던 자리로 스스로 올라가 앉았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이 지역을 영암(靈巖)이라 불렀다고 한다.
“그럼 구경 잘 하세요. 우린 그냥 내려갈게요.”
구정봉 아래 있다는 용암사터 마애여래좌상을 보려고 홍경자씨 일행과 헤어졌다. 월출산 구석구석에는 사람의 손길이 닿아 부처로 환생한 바위들이 많은데, 이 불상이 그 대표격이다. 길은 한참 능선을 따르다가 왼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내려간다. 이정표가 없어 길이 맞는지 두리번거리다가 마애불을 발견했다. 불상은 제법 높은 바위에 새겨져 있었다. 바위 면을 약간 파내 직사각형의 방을 만들고 그 안에 불상을 모셨다. 부처님은 전체 높이 8.6m, 불상 높이 7m로 아래에서 우러러봐야 하는 높이에서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앉아 계셨다. 조각 수법이 정교해 마치 바위 안에 살아계신 듯 느껴졌다. 두 손을 모아 절을 올리고 다시 구정봉으로 돌아왔다.
향로봉을 우회하는 거친 돌길을 타고 넘으니 미왕재의 억새밭이 더없이 포근해 보인다. 잠시 쉬며 그 동안 혹사한 무릎을 어루만졌다. 억새 사이로 구정봉이 머리를 내밀며 먼저 작별인사를 청한다. 도갑사로 가는 용계골로 내려서니 동백나무들이 등을 켠 듯 환한 꽃을 피웠다. 떨어진 빨간 꽃을 하나 주워 코에 붙이고 도갑사로 내려섰다.
그날 밤, 도갑사 입구의 숙소를 나와 밤거리를 어슬렁거렸다. 하늘에는 어젯밤처럼 커다란 달무리가 졌다. 하루 만에 달은 제법 차 올라 월출산 일대를 훤히 비춘다. 거대한 동그라미 안에 월출산이 들어앉았고, 나도 갇혔다. 왜 산 이름이 월출산인지 알 듯 모를 듯했다. 아무래도 보름달이 뜰 무렵, 구정봉에 올라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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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황봉 정상은 예로부터 영암과 강진 주민들이 산신에게 제사를 올리던 신성한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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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황사 입구~천황봉~구정봉~도갑사 길, 왜 명품 등산로인가?
구름다리 건너 승천하듯 천황봉으로…월출산 절경 빠짐없이 만날 수 있어
“뭐니 뭐니 해도 월출산은 구름다리지. 바위맛이 강렬하게 느껴지잖아. 천황봉은 조망도 좋고, 수석 전시장 같은 월출산 바위들을 구경하기 좋아. 많은 전설이 내려오는 구정봉은 안개 속처럼 신비로워.”
영암 토박이로 마치 월출산의 바위처럼 단단해 보이는 전판성씨는 월출산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하다. 어디 나가서 월출산 자랑할 일이 있으면 “국립공원 중에서 가장 작지만 제일 아름답다”고 열을 올린다. 영암군청에 근무하면서 도립공원 시절부터 월출산을 보살폈고, 1988년에는 구름다리 건너편에서 천황봉까지 이어진 길을 직접 뚫기도 했다.
월출산관리공단의 조지희(28)씨는 천황봉~구정봉 능선에서 사람과 동물을 닮은 바위들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한다. 아울러 무위사와 녹차밭 일대를 둘러볼 것을 권했다. “월출산 남쪽은 문화의 향기가 진한 곳이에요. 소박한 무위사와 녹차밭 일대에서 올려다보는 월출산이 아기자기하고 참 예뻐요.”
지난해 월출산의 탐방객은 약 30만 명이었다. 그 중 천황사 입구를 들머리로 산행한 사람은 약 20만 명, 도갑사와 금릉경포대 쪽은 각각 약 5만 명이었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이 천황사를 들머리로 종주 산행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종주 산행에서 도갑사 방향을 들머리로 하지 않는 것은 교통도 불편하지만 도갑사에서 문화재관람료 2,000원을 받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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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길잡이
금강산, 설악산, 도봉산 등의 절경을 모아 놓은 듯월출산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작은 국립공원이다. 전남 영암군과 강진군에 걸쳐 있고, 1988년 20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공원 면적 56.1㎢로 지리산의 약 8분의 1에 불과하다. 2006~2008년 탐방객은 매년 약 29만~30만 명이 다녀갔다. 비록 우리나라 20개의 국립공원 중 면적과 탐방객이 가장 적지만 금강산·북한산·설악산 등의 절경을 모아 놓은 듯한 풍광 덕분에 탐방 후의 만족도는 어느 산보다 높다. 또한 국보 13호 극락보전이 있는 무위사, 국보 50호인 해탈문이 있는 도갑사, 구정봉 밑의 국보 144호 마애여래좌상 등의 문화재도 월출산의 자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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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천문을 향하다 뒤돌아본 사자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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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황사 입구 주차장을 출발해 구름다리를 거쳐 천황봉, 구정봉을 거쳐 도갑사까지 약 11㎞, 6시간쯤 걸린다. 월출산은 경사가 가파르고 대부분 바위로 뒤덮여 있기에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한다. 해발 고도가 1,000m가 안 되지만 수면에서 곧바로 시작하는 것과 같으니 얕잡아 보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천황봉으로 오르는 길은 구름다리 코스와 바람골 코스가 있다. 바람골을 타고 천황봉으로 직행하는 길도 좋지만, 월출산의 상징인 구름다리를 놓칠 수 없다. 주차장을 출발해 소나무 우거진 야영장을 지나면 숲길로 들어선다. 능선에는 식수가 없으므로 빈 물통은 야영장에서 채워야 한다. 20분쯤 오르면 삼거리다. 여기에서 구름다리로 가는 길은 두 가지, 천황사 능선길과 바람골 계곡길이다. 능선길은 비탈의 연속이기에 바람골 코스가 쉽다. 바람골의 구름다리 갈림길에서 200m 떨어진 바람폭포를 보고 오는 것이 좋겠다. 20m 높이의 바람폭포가 시원하고 사자봉 일대의 만물상 같은 기암들을 감상할 수 있다. 주차장에서 구름다리까지는 약 2㎞, 1시간10쯤 걸린다.
구름다리는 해발고도 510m, 길이 52m, 폭 1m, 지상높이 120m다. 우리나라 구름다리 중에서 지상 높이가 가장 높다. 1978년에 처음 지어진 것을 2006년 5월에 새로 지어 개통했다. 구름다리를 지나면 가파른 철계단이 이어지면서 사자봉과 장군봉의 비경이 계속된다. 길은 매봉 꼭대기 안부에서 내려와 사자봉을 에둘러가며 오른다. 능선을 만나면서 길이 순해지고, 금릉경포대 갈림길과 바람골 갈림길을 차례로 지난다. 이어 통천문을 지나면 천황봉 정상이다. 구름다리에서 천황봉까지는 약 1.6㎞, 2시간쯤 걸린다.
천황봉에서 바람재까지는 1㎞의 긴 내리막이다. 바람재 직전에 높이 10m쯤 되는 남근바위를 만나고, 바람재에 올라서면 음굴인 베틀굴이 있어 음양의 조화를 이룬다. 베틀굴 위가 구정봉이다. 구정봉은 천황봉 못지않은 품격과 전망을 자랑하니 꼭 들러야 한다. 구정봉 아래 500m 떨어진 마애여래좌상은 선택사항. 불상을 보고 돌아오는데 약 50분 걸리니 산행 시간과 체력을 감안해서 다녀오자. 가는 길 중간에 이정표가 없지만, 길만 잘 따르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450m 능선을 타다가 50m쯤 왼쪽으로 꺾어지면서 내려간다. 석불 아래로 200m쯤 내려가면 용암사터와 석탑이 나온다.
구정봉에서 향로봉을 우회해 거친 돌길을 40분쯤 가면 억새가 우거진 미왕재다. 여기서 도갑사까지는 1시간이면 충분히 내려온다. 도갑사는 수년째 중창불사가 진행 중이라 어수선하다. 도갑사를 세운 도선국사 비석과 부도밭, 해탈문이 볼 만하다. 월출산국립공원 061-473-5210.
>> 교통
수도권에서 자가용으로 가는 길은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함평IC로 나와 공산~반남을 거쳐 영암에 이르는 것이 가장 빠르다. 호남고속도로를 타면 광산IC로 나와 나주를 거쳐 영암에 이른다. 수도권 기준으로 영암까지 4시간30분~5시간 걸린다.
서울에서 영암행 버스는 하루 3회뿐이지만 목포나 광주에서는 영암행 버스가 많다. 서울 센트럴시티터미널(02-6282-0600)에서 서울→영암행 08:50, 15:40, 16:50 하루 3회 운행. 일반 17,100원, 우등 25,300원, 5시간 소요. 서울→목포 05:30~24:00 대략 1시간 간격. 일반 17,600원, 우등 26,200원, 4시간 소요. 광주→영암행 버스는 04:30~22:05까지 수시로 있고, 목포→영암행은 07:00~21:20까지 20분 간격으로 있다.
영암에서 월출산 입구로 가는 버스는 뜸하다. 영암→천황사 07:10 09:00 10:10 15:20 16:30, 요금 850원, 15분 소요. 택시요금 5,000원. 영암→구림→도갑사 09:30 16:10, 요금 1,000원, 20분 소요. 택시요금 11,000원. 영암에서 금릉경포대(월남리)로 가는 버스는 강진 성전터미널에서 다닌다. 성전→경포대 07:00 08:45 10:15 15:15 16:20 17:45, 10분 소요. 영암에서 택시를 이용하면 18,000원. 천황사↔도갑사 택시요금은 15,000원. 영암개인택시조합 사무실 061-473-2573.
>> 숙식
천황사 입구에는 월출산 산장식당(061-473-4900)과 월출산 종합음식문화원(061-472-5559)이 깨끗한 숙소와 식당을 겸하고 있다. 그 밖에 월출산 산악인의집(061-473-3778), 신라모텔(061-473-7595), 고인돌민박(061-471-5599)도 깔끔한 숙소다. 2인 30,000원.
도갑사 입구에서는 이곳 터줏대감격인 월출산장가든(061-472-0405)과 정갈한 한옥 민박집인 동원농장(061-472-2020)에서 훌륭하게 숙식을 해결할 수 있다. 도갑사와 가까운 군서면에 화이트모텔(061-471-4998)이 있고, 영암읍에는 터미널 뒤에 리젠시모텔(061-473-5454)이 최근에 문을 열어 시설이 좋다. 또한 시내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월출산온천관광호텔(061-473-6311)이 있다. 4인 기준 96,800원. 비수기와 평일에는 30% 할인. 온천 입욕료 5,000원.
>> 별미
바다와 접한 영암은 남도 고을답게 먹거리가 풍성하다. 영암군청 옆에 있는 40년 전통의 중원회관(061-473-6700)이 유명한 맛집이다. 수차례 남도음식축제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문희례 할머니가 직접 밑반찬을 챙긴다. 외지인들은 갈낙탕(15,000원)과 장뚱어탕(12,000원)을 선호한다. 갈낙탕은 호남 한우와 갯벌에서 잡은 낙지를 함께 넣어 끓인 탕으로 영암 별미 중 최고로 꼽힌다.
한정식은 4인 기준80,000~120,000원. 정원약국 사거리 근처의 청진동해장국(061-473-3374)의 콩나물해장국과 김치해장국도 별미다. 이른 아침부터 술꾼들로 북적인다. 각 4,000원. 영암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독천리는 세발낙지로 유명한 마을이다. 20여 곳이 영업하는데, 50년 전통의 영명식당(061-472-4027)과 독천식당(061-472-4222)이 유명하다. 연포탕과 갈낙탕 14,000원. 낙지초무침 30,000원.
>>명소
왕인박사유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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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지봉 아래 세워진 왕인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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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 출신의 왕인박사는 일본 응신 천황(405년)의 초빙으로 논어, 천자문 등을 가지고 일본으로 건너가 기술공예 등 백제문화를 전수하고 일본을 계몽해 일본 아스카 문화의 원조가 되었다. 유적으로 사당, 탄생지, 전시관, 왕인석상 등이 있다. 영암군은 매년 4월 벚꽃 개화기에 맞춰 왕인문화축제를 개최하는데, 올해는 4월 4~5일 열릴 예정이다.
왕인박사유적지에서 가장 볼 만한 것이 주지봉 아래에 있는 왕인석상이다. 유적지에서 호젓한 길을 30분쯤 걸으면 왕인박사가 공부했던 옛 서당인 문산재와 양사재를 만난다. 이곳 뒤편 바위에 왕인석상이 세워져 있다. 높이 257㎝ 석상은 고려시대에 조각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도포 차림으로 멀리 영암만을 바라보고 있다. 석상 바로 뒤에는 왕인박사가 조용히 공부했다는 책굴이 있고, 5분쯤 오르면 월출산이 기막히게 보이는 전망대가 나온다. 유적지관리소 061-470-2559.
무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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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출산 남쪽의 소박한 무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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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갑사와 함께 월출산을 대표하는 절집이다. 월출산 북쪽의 도갑사가 중창불사를 거듭해 호젓한 맛을 잃었지만, 산 남쪽의 무위사는 아직도 소박하다. 신라 진평왕 39년(617년)에 원효대사가 관음사라는 이름으로 처음 지었고, 여러 차례 중창하면서 지금의 무위사가 되었다. 이곳의 보물은 세종 12년(1430년)에 지은 극락전이다.
앞면 3칸, 옆면 3칸 크기의 맞배지붕 건물이 간결하면서 아름답다. 그 안에는 29점의 벽화가 남아 있는데, 후불탱화 1점만 빼고 28점은 보존각에 보관하고 있다. 파랑새가 그렸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무위사의 벽화들은 우리 불교 미술의 걸작으로 꼽힌다. 무위사 홈페이지(www.muwisa.com)에서 벽화를 볼 수 있다. 무위사 061-432-4974.
월남사지삼층석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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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젓한 분위기가 일품인 월남사지삼층석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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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릉경포대 탐방안내소 근처 월남리에 있는 백제시대 양식을 따르는 삼층석탑이다. 단층의 기단 위에 3층의 탑신을 올렸다.
탑신부의 1층 몸돌이 매우 높으며, 2층 몸돌부터는 그 높이가 급격히 줄어들어 전체적으로 날렵한 느낌을 준다. 이 탑과 그 뒤에 솟은 월출산이 서로 어울려 장관을 이룬다. 영암 쪽과는 달리 이곳에서 보는 월출산은 바위들이 섬세해 절터의 분위기를 따뜻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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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우담화님! 고맙습니다..... 정산때 참조 할께요?
산에 대한 박식한 지식 감사하며. 앞으로도 좋은 산이야기 많이 올려 주시죠!
이번 산행 하시는 회원님들 많은 도움되실겁니다,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