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도야 울지 마라』(작사 이서구, 작곡 김준영, 노래 김영춘)는
1936년 신파극(新派劇)의 대명사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의
주제가로, "오빠 학비 벌기 위해 기생(妓生)이 된 「홍도」의 한 많은
사연"을 담은 노래입니다.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는 일명 『홍도야 울지 마라』라는 제목으로
우리 에게 널리 알려진 작품입니다. 「홍도」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오직 오빠 하나를 의지하고 삽니다.
오빠는 전문 학교 학생인데, 학비(學費)가 없어서 더는 공부를 할 수
없게 되자, 「홍도」는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여로 모로 애를 썼으나
돈을 마련할 길이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권번(券番)'에 들어가
오빠의 학비를 마련해 줍니다.
'권번(券番)'이란 기생(妓生)들을 고용하는 일종의 조합(組合)인데,
「홍도」는 오빠의 학비(學費)를 마련하기 위해서 유흥가에서 노래를
팔지만, 마음은 푸른 하늘 흰 구름같이 순백(純白) 하였습니다.
그런데, 오빠 친구인 '심영철'이라는 전문 학교 학생이 「홍도」의
아름다운 미모(美貌)에 이끌려 그녀를 사랑하게 됩니다.
졸업 후 「홍도」와 '심영철' 은 사랑이 무르익어 결혼을 하게됩니다.
결혼 후, '심영철'은 부잣집 아들이었 으므로 일본에 유학을 가지만,
오빠는 돈 없고 권세 없어 구직(求職)의 길을 헤매지 않으면 안되었죠.
한편, 어느 날 「홍도」의 시어머니는 그녀가 부모 없이 자랐으며,
'기생(妓生) 노릇'을 하였다는 트집을 잡아 아들과 파혼 시키고 부잣집
딸인 '김혜영'을 며느리로 삼을 것을 결심했습니다. 날이 갈수록
눈에 든 가시처럼 「홍도」를 미워하던 시어머니는 집에서 집사 노릇을
하고 있는 '서가(徐家)'와 짜고 「홍도」를 아들과 파혼 시키기 위해
음모를 꾸밉니다. 이리하여 결국 「홍도」는 시집에서 쫓겨나 오빠에게
찾아옵니다.
그렇지만, 「홍도」는 남편인 '심영철'이 돌아오면 자기를 이해해 줄 것
이고, 시어머니와 의 관계도 풀릴 것이라는 희망을 가집니다.
그러나, 「홍도」가 그토록 마음 속으로 믿고 있던 '심영철'은 일본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서도 어머니의 말만 듣고, 부잣집 딸 '김혜영'이와
결혼을 하게 됩니다. 이 뜻밖의 소식을 알게 된 「홍도」는 자신의 억울한
사연을 하소연 할 데가 없어 차라리 죽어 버리는 것이 나으리 라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차라리 죽을 바엔 자기의 사랑을 파탄시킨 부잣집 딸 '혜영'이를
죽이고 자신도 죽어버리자고 결심을 하게 되죠. 이렇게 모진 마음을
먹고 결혼식 장 으로 달려가서 과도(果刀)로 예식을 치르고 있는
'혜영'을 찌릅니다.
그러나, 그 찰나 사람들이 밀치는 바람에 그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경찰에 체포 됩니다. 하지만, 결혼식장에 모인 사람들은 「홍도」가
죄가 없다는 것, 오빠의 학비를 대주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기생
(妓生)노릇을 했지만, 마음은 순결하고 깨끗하다는 것을 압니다.
「홍도」는 무죄(無罪) 로 석방되고, 오빠는 마음에 없는 직업을
버립니다. 그리고, 이들 남매는 몹쓸 세상을 원망하며 도시를 떠나
시골로 살 길을 찾아 떠나려 합니다.
이때, '심영철'이 찾아와 「홍도」 오누이에게 미안하다 고 사죄를
합니다. 이 때 오빠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자네의 속마음을 모르고 친구로 사귀었던 것이 잘못이고, 사랑하는
누이 동생과의 결혼을 허락한 것이 애당초 잘못이었네.
기름과 물이 혼합될 수 없듯이, 자네 같은 유산자(有産者)와 나와 같은
무산자(無産者)는 친구가 될 수 없음을 너무나 늦게야 깨닫게 되었네,
잘 있게".이 말을 남기고 「홍도」와 오빠는 시골로 떠납니다.'
『홍도야 울지 마라』는 "여성 수난극(受難劇)"의 전형(典型)이자,
한국형 ‘최루(催淚)극’의 원조입니다.
1936년 7월 23일부터 여드레 동안 '동양극장' 에서 초연(初演)된
연극은 대 성황이었습니다. 이 노래는 영화 속의 다른 주제가들과
달리 연극 주제가란 점이 독특합니다.
노래를 낳은 연극 작품은 임선규의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1936년 7월 우리나라 최초의 연극 전용 극장이었던 '동양 극장'에서
전속 극단 ‘청춘좌(靑春座)’ 에 의해 첫 공연됐습니다. 공연 첫날부터
사람들이 구름 떼 처럼 몰려 일제 강점기 한국 연극사에서 가장 많은
관객 동원 기록을 남겼죠. 제목이 한 때 주제가 곡목인 『홍도야 울지
마라』 로 알려졌던 이 연극은 '작가 임선규' 가 동양 극장에 입사하면서
시험용으로 쓴 대본에서 비롯됐습니다.
큰 기대를 걸지 않고 그냥 한번 써본 대본이 졸지에 ‘성공한 작품’으로
연극사에 올라있습니다. 연극의 인기는 주제가 『홍도야 울지 마라』로
이어졌습니다.
극 중 노래가 나오면, 갑자기 서러움에 북받친 관객들이 따라 불러
눈물 바다를 만들었죠.
"날만 새면 남자는 징병, 여자는 위안부로 끌려가는 시대"라, 나라잃은
약소국(弱小國)의 서러움이 노래를 통해 드러난 것이지요.
노래는 단번에 인기 1순위로 떠 올랐죠. 요릿집, 술집은 물론 서민들도
한잔 들었다 하면 젓가락 장단으로 불러 댔습니다.
거나하게 취한 하루 살이 인생들 입에서 입으로 매일 서울의 밤을
적셨습니다. 가게 문에 가사를 크게 붙여 놨으나, 글을 몰라 답답해
하는 사람들을 위해 친절하게 읽어주는 사람까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마음을 울린 이 노래는 어려운 시절 누구도 위로할 수 없는 국민들을
위한, 말 그대로 국민 가요 노릇을 톡톡히 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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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절)
사랑을 팔고 사는 꽃 바람 속에
너 혼자 지키려는 순정의 등불
홍도야 울지 마라 오빠가 있다
아내의 나갈 길을 너는 지켜라
(2절)
구름에 쌓인 달을 너는 보았지
세상은 구름이요 홍도는 달빛
하늘이 믿으시는 네 사랑에는
구름을 거둬주는 바람이 분다
(3절)
홍도야 울지 마라 굳세게 살자
진흙에 핀 꽃에도 향기는 높다네
마음 네 행실만 높게 가지면
즐겁게 웃을 날이 찾아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