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어릴 때 서울 인근 농가에서 체험 농장으로 밭을 5평씩 해서
도시민들에게 빌려주는 것이 유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자연 학습도 시킬겸, 그리고 내손으로 가꾼 무공해 채소도
먹어볼겸 욕심을 내어서 두 구좌를 빌렸죠.
분양하는 밭들은 이미 모든 잡초가 다 제거되고 흙을 북돋워 놓아
무엇을 심어도 잘 자랄 것 같은 밤갈색의 탐스러운 자태를 뽐내었죠.
농가에서 준비해 준 배추씨랑 무우씨 그리고 몇가지 씨앗을
가르쳐 주는대로 심고 정성 들여 물을 주었습니다.
일이 바빠서 잊고 살다가 몇달 후에 아이들을 데리고
밭을 보여주러 갔습니다.
싱싱하게 자란 채소를 수확할 바구니와 도구도 하나 들고...
그런데 밭에는 내가 심어 놓은 채소는 눈을 씻고 보아도 보이지 않고
심지 않은 잡초만 무릎에 닿을 정도로 무성하게 자라있었습니다.
분명히 채소를 심었고 정성스럽게 흙을 덮고 물을 주었는데....
그리고 그 때 잡초는 한 포기도 보이지 않았는데....
기대에 차서 아빠를 보는 아이들에게 차마 사실을 말하지 못하고
그 옆에 잘 가꾸어진 밭이 우리 밭이라고 둘러대고 서둘러 돌아왔다는...ㅠ
먹을 수 있는 채소는 정성을 들여 가꾸지 않으면 저절로 사라지고
잡초는 심지 않아도 저절로 날아와서 자라는게 참 신기하더군요.
그때 좋은 교훈을 얻었죠. 우리 삶도 마찬가지라는 것...
아무것도 않고 가만히 있으면 그 상태 그대로 있어야 하는데
좋은 것은 사라져 가고 나쁜 것은 때를 만난 듯이 자라난다는...
손을 보긴 해야 하는데 귀찮은 생각이 드는 일이 있습니다.
이때마다 저는 그 때 배운 교훈을 기억합니다.
손을 대면 될수록 어떤 형태로든 더 좋아질 것이다.
첫댓글 맞습니다. 저는 요즘 이 카페에서 거의 하루에 1/4 정도를 보냅니다. 날마다 조금씩 회원이 불어나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올라오는 모습에 기쁨을 느낍니다
성공적인 카페가 되리라 믿습니다.
아니, 이미 되었습니다.
시냇물처럼 자연스레 흘러가는,
모습이 더 아름다운 카페가 되기를 바랍니다.
바로 옆의 카페를 봐도 알 수 있지요. 아무도 손을 대어 관리 하지 않으니 쓸모 없는 잡초 같은 글 들 만 무성하고 영양가 있는 글들은 다 사라졌더군요.
@david 역이민카페에서 글을 올리고 댓글도 다는 활동을 한지 한 달여 되는 새 순입니다만,
불의의 사태에 착잡한 마음 어찌할 바를 몰라 그간 지켜 보고만 있었습니다.
이 글을 읽고 예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애쓰시는 david님의 노고가 그대로 느껴져
예정에 없던 글 하나 올렸습니다
david님과 여러 카페님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Soft landing 하는 모습이 아름 답고 기쁩니다.
중요한 말씀입니다. 마당과 밭의 잡초를 보며 한숨반 위로반 입니다.
우선 잡초는 1주일만 놔둬도 다리 정강이 이상 자라고 스스로 보호하는 법을 알아 한꺼번에 싹을 틔우지 않습니다. 제초제 써도 금방 또 나오고 베어내도 금세 그자리 메꿉니다. 인생도 이렇게 질겨야 합니다 ^^ 베이건 약을 투하당하건 누가 오물 버리고 가던 전혀 상처받지 않아요. 저도 저랬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죠.
현실은 사람 써서 예초기 돌리고 제초제 뿌리고 주기적으로 손봅니다^^
원주에서 잡초와 싸우고 계신 분 앞에서 잡초 타령을 하다니, 제가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았네요.ㅎㅎ
그런데 이젠 잡초를 뽑으면서도 가끔 미안한 마음이 들더군요. 저도 늙어서 마음이 약해지나 봅니다. ㅋ
바깥이든 안이든 잡초와의 전쟁은 어차피 지는 싸움입니다 😂
그래도 먹을 수 있는 식물을 얻으려면, 예쁜 꽃을 보려면 싸워야죠.^^
참 좋은 비유의 글이네요 뭐든지 노력의댓가를 받는거 같아요
칭찬은 이기자의 손가락을 춤추게 합니다. ㅎㅎ
잡초때문에 열받는다가 아닌, 그걸 삶의 교훈 (Lessens Learned in Life) 으로 받아들이시는 이기자님의 성품이 멋집니다.
그 땐 정말이지 좀 충격을 받았어요. 들판에서 무성하게 자란 잡초를 봤을 땐 그러려니...했는데, 그 땅은 정말 잡초 하나 없이 께끗 했었고, 내 손으로 직접 야채들의 씨앗을 정성스럽게 심었었는데 심지 않은 잡초만 무성히 자라난 걸 봤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