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장막급(鞭長莫及)
채찍이 길어도 미치지 못한다는 뜻으로, 돕고 싶지만 능력이 미치치 못함을 이르는 말이다.
鞭 : 채찍 편(革/9)
長 : 긴 장(長/0)
莫 : 없을 막(艹/7)
及 : 미칠 급(又/2)
어떤 일을 하기 전에 자신의 능력을 잘 알고 수행하면 잘 풀린다. 결과가 어떻게 되리라는 것을 생각하며 미리 살피고 일을 시작하면 실패가 없다. 우리의 ‘누울 자리 봐 가며 발을 뻗어라’란 속담이 이를 잘 말해 준다.
말의 채찍이 아무리 길어도(鞭長) 말의 배까지는 미치지 못한다(莫及)는 이 성어는 능력이 따르지 못하거나 세력이 강해도 영향이 닿지 못하는 곳이 있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짧은 두레박줄로는 깊은 우물물을 길을 수 없다는 경단급심(綆短汲深)과 뜻이 통한다.
공자(孔子)의 춘추(春秋)를 주석한 좌씨전(左氏傳)은 좌구명(左丘明)의 저작인데 역사적, 실증적 해석을 중심으로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선공(宣公) 15년 조에 나오는 이야기의 내용을 간추려보자.
기원전 770년~403년, 춘추시대(春秋時代) 여러 제후국 가운데 남방의 강국이었던 초(楚)나라 장왕(莊王)은 제(齊)나라에 사신을 보내면서 힘을 믿고 경유하게 되는 송(宋)나라에 협조도 구하지 않았다.
송나라의 대신 화원(華元)은 자국을 우습게 본 것이라며 사신을 잡아 처형했다. 장왕이 크게 노하여 대군을 이끌고 송나라를 공격했지만 군민이 일체가 되어 잘 막아내는 바람에 장기전이 되고 말았다.
기간을 끌수록 소국이 불리한 법이라 송나라는 북방의 진(晉)나라에 악영제(樂嬰齊)를 보내 도움을 요청했다.
진의 경공(景公)은 송나라를 구해 주려고 했으나 대부 백종(伯宗)이 나서 극력 반대했다. ‘옛사람의 말에 이르기를 채찍이 길다고 해도 말의 배에까지 이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하늘이 초나라를 돕고 있으니 그들과 싸워서는 안 됩니다(古人有言曰, 雖鞭之長, 不及馬腹, 天方授楚, 未可與爭).’
경공은 이 말을 받아들여 송나라에 해양(解揚)이란 대부를 보내 말로만 위로하고 끝냈다.
모든 일에 너무 꼼꼼히 재다 보면 적기를 놓칠 수가 있다. 그렇다고 자신의 능력을 넘어서는 일에 무턱대고 도전해서는 될 일도 망친다. 일에는 모두 때가 있으니 거기에 맞춰 실력을 닦으면서 잘 대비할 일이다.
▶️ 鞭(채찍 편)은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가죽 혁(革; 가죽)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便(편)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鞭(편)은 ①채찍, 회초리 ②채찍질하다, 매질하다 ③형벌(刑罰)의 이름 ④대의 뿌리,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볼기 칠 태(笞), 꾀 책/채찍 책(策)이다. 용례로는 채찍으로 때리는 것 또는 어떤 사람을 잘 할 수 있도록 따끔하게 나무라는 것을 편달(鞭撻), 채찍의 끝을 편말(鞭末), 짚으로 만든 허수아비를 채찍으로 치는 일을 편추(鞭芻), 매로 치는 형벌을 편형(鞭刑), 채찍 따위의 끝에 달리어 늘어진 끈을 편수(鞭穗), 가죽으로 만든 채찍을 혁편(革鞭), 마구 채찍질을 함을 방편(放鞭), 구슬을 달아서 꾸며 만든 채찍을 주편(珠鞭), 채찍질하여 걸음을 더 재촉함을 가편(加鞭), 극기하기 위하여 수도자가 제 몸을 때리는 채찍을 고편(苦鞭), 수업이나 강의할 때 교사가 필요한 교수 사항을 가리키기 위한 가느다란 막대기를 교편(敎鞭), 짤막한 매를 단편(短鞭), 말을 모는 데 쓰는 채찍을 마편(馬鞭), 채찍이 길어도 미치지 못한다는 뜻으로 돕고 싶지만 능력이 미치치 못함을 이르는 말을 편장막급(鞭長莫及), 달리는 말에 채찍질하기라는 속담의 한역으로 형편이나 힘이 한창 좋을 때에 더욱 힘을 더한다는 말을 주마가편(走馬加鞭), 채찍을 던져 강의 흐름을 가로막는다는 뜻으로 물을 건너는 군사가 극히 많음을 이르는 말을 투편단류(投鞭斷流), 말이 제 고삐를 씹는다는 뜻으로 자기 친척을 헐뜯으면 결국 자기에게 해가 됨을 이르는 말을 교편지마(嚙鞭之馬), 묘를 파헤쳐 시체에 매질을 한다는 뜻으로 통쾌한 복수나 지나친 행동을 일컫는 말을 굴묘편시(掘墓鞭屍), 음탕한 입과 지독한 채찍이라는 뜻으로 까닭 없이 남을 헐뜯고 못 살게 구는 짓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음훼독편(淫喙毒鞭), 초헌에 채찍질이라는 뜻으로 격에 맞지 않는 짓을 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초헌마편(軺軒馬鞭) 등에 쓰인다.
▶️ 長(길 장/어른 장)은 ❶상형문자로 仧(장),兏(장)은 동자(同字), 长(장)은 약자(略字)이다. 長(장)은 머리털이 긴 노인이 단장을 짚고 서 있는 모양으로, 나중에 노인이 전(轉)하여 나이가 위인 사람으로 관리(官吏)의 長(장), 또한 성장하다, 길게 자라다, 길다 따위의 뜻에 쓰였다. ❷상형문자로 長자는 '길다'나 '어른'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長자는 머리칼이 긴 노인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본래의 의미는 ‘길다’였다. 長자는 백발이 휘날리는 노인을 그린 것이기 때문에 후에 '어른', '우두머리'라는 뜻도 파생되었다. 長자는 부수로 지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상용한자에서는 관련된 글자가 없다. 張(베풀 장)자나 帳(휘장 장)자에 長자가 쓰이기는 했지만, 長자가 부수로 지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長(장)은 (1)어떤 조직체(組織體)나 또는 부서 단위의 우두머리(책임자) (2)긴 기다란의 뜻을 나타내는 말 (3)오랜의 뜻을 나타내는 말 (4)길이 (5)늘 (6)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길다 ②낫다 ③나아가다 ④자라다 ⑤맏 ⑥어른 ⑦길이 ⑧우두머리 ⑨처음 ⑩늘 ⑪항상(恒常),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오랠 구(久),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어릴 유(幼), 짧을 단(短), 늙을 노/로(老)이다. 용례로는 좋은 점을 장점(長點), 긴 것과 짧은 것을 장단(長短), 목숨이 긺을 장수(長壽), 맏 아들을 장남(長男), 한 관청의 으뜸 벼슬을 장관(長官), 오랜 기간을 장기(長期), 장편으로 된 노래를 장가(長歌), 길게 내는 소리를 장음(長音), 어른과 어린이를 장유(長幼), 나이가 많고 덕이 많은 사람의 존칭을 장로(長老), 통나무를 길쭉하게 잘라서 쪼갠 땔나무를 장작(長斫), 오랫동안 깊이 생각함을 장고(長考), 아주 능한 재주를 장기(長技), 생물이 자라서 점점 커짐을 성장(成長), 모임을 대표하는 사람을 회장(會長), 집안의 어른을 가장(家長), 도와서 자라나게 한다는 조장(助長), 시간이나 물건의 길이 따위를 처음에 정한 것보다 늘이어 길게 함을 연장(延長), 위에 서서 집단이나 단체를 지배 통솔하는 사람을 수장(首長), 특별히 뛰어난 장점을 특장(特長), 오륜의 하나로 어른과 어린이 사이에는 순서와 질서가 있음을 이르는 말을 장유유서(長幼有序), 길다란 목에 까마귀 부리 같이 뾰족한 입이라는 뜻으로 관상에서 목이 길고 입이 뾰족한 상을 이르는 말을 장경오훼(長頸烏喙), 오래 서서 분부를 기다린다는 뜻으로 권문세가에 빌붙어 이익을 얻고자하는 사람을 조롱해 이르는 말을 장립대명(長立待命), 긴 눈과 날아다니는 귀라는 뜻으로 옛일이나 먼 곳의 일을 앉은 채로 보고들을 수 있는 눈이나 귀 곧 서적을 이름 또는 사물을 날카롭게 관찰하고 널리 정보를 모아 잘 알고 있음을 이르는 말을 장목비이(長目飛耳), 길고 짧음은 상대적 관계에서 비교할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장단상교(長短相較), 멀리 불어 가는 대풍을 타고 끝없는 바다 저쪽으로 배를 달린다는 뜻으로 대업을 이룬다는 말을 장풍파랑(長風波浪), 소매가 길면 춤을 잘 출 수 있다는 뜻으로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도 조건이 좋은 사람이 유리함을 일컫는 말을 장수선무(長袖善舞), 날이 새도 창을 가리고 불을 켜놓은 채 며칠이고 계속하는 술자리를 일컫는 말을 장야지음(長夜之飮), 길고도 긴 봄날을 일컫는 말을 장장춘일(長長春日), 사업의 오랜 계속을 도모하는 계획을 일컫는 말을 장구지계(長久之計), 길게 뻗친 숲의 깊은 곳을 일컫는 말을 장림심처(長林深處), 오랫동안 살아 죽지 아니함을 일컫는 말을 장생불사(長生不死), 늘 길거리에 모여 있으면서 뜬 벌이를 하는 막벌이꾼을 일컫는 말을 장석친구(長席親舊), 누운 채 일어나지 못함을 일컥는 말을 장와불기(長臥不起), 먼 장래의 계책이라는 말을 장원지계(長遠之計), 긴 줄로 해를 붙들어 맨다는 뜻으로 시간의 흐름을 매어 멈추게 하려는 것 즉 불가능한 일을 이르는 말을 장승계일(長繩繫日), 장자의 일만 개의 등이라는 뜻으로 불교에서 부자가 신불에게 일만 개의 등을 올리는 반면에 가난한 여인은 단 하나의 등을 바치지만 그 참뜻만 있으면 가난한 여인의 한 등이 장자의 만등에 못지 않다는 말을 장자만등(長者萬燈), 부자는 3대까지 가기 어렵다는 말 곧 아버지가 고생해서 재산을 만들고 그것을 보고 자란 아들인 2대는 그것을 잘 지키지만 3대인 손자는 생활이 사치하여 마침내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이룩한 가산을 탕진하는 예가 많음을 이르는 말을 장자삼대(長者三代), 긴 베개와 큰 이불이라는 뜻으로 긴 베개와 큰 이불은 함께 누워자기에 편하므로 형제 간에 우애가 두터움을 이르는 말을 장침대금(長枕大衾) 등에 쓰인다.
▶️ 莫(없을 막, 저물 모, 덮을 멱)은 ❶회의문자로 暮(모)와 동자(同字)이다. 삼림(森林) 혹은 초원(草原)에 해가 지는 모양을 나타내고 해질녘의 뜻이다. 나중에 음(音) 빌어 없다, 말다의 뜻(無, 毋)으로 전용(專用)되고 해질녘의 뜻으로는 暮(모)자를 만들었다. ❷회의문자로 莫자는 ‘없다’나 ‘저물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莫자는 茻(잡풀 우거질 망)자와 日(해 일)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갑골문에 나온 莫자를 보면 풀숲 사이로 해가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날이 저물었다’라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해서에서는 아래에 있던 艹(풀 초)자가 大(큰 대)자로 바뀌게 되어 지금의 莫자가 되었다. 그러니 莫자에 쓰인 大자는 艹자가 잘못 바뀐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莫자는 이렇게 날이 저물은 것을 표현한 글자지만 지금은 주로 ‘없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해가 사라졌다는 뜻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은 여기에 다시 日자를 더한 暮(저물 모)자가 ‘저물다’라는 뜻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莫(막, 모, 멱)은 ①없다 ②말다, ~하지 말라 ③불가하다 ④꾀하다(=謨) ⑤편안하다, 안정되다 ⑥조용하다 ⑦드넓다 ⑧아득하다 ⑨막(=膜) ⑩장막(帳幕)(=幕) 그리고 ⓐ저물다(모) ⓑ날이 어둡다(모) ⓒ나물(사람이 먹을 수 있는 풀이나 나뭇잎 따위. 이것을 양념하여 무친 음식)(모) 그리고 ⓓ덮다(멱) ⓔ봉하다(열지 못하게 꼭 붙이거나 싸서 막다)(멱)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몹시 크거나 많음을 막대(莫大), 힘이 더 할 수 없이 셈을 막강(莫强), 매우 중요함을 막중(莫重), ~만 같은 것이 없음을 막여(莫如), 또는 막약(莫若), 벗으로서 뜻이 맞아 허물없이 친함을 막역(莫逆), 매우 심함이나 더할 나위 없음을 막심(莫甚), 매우 심함을 막급(莫及), 가장 좋음을 막상(莫上), 아닌게 아니라를 막비(莫非), 깊은 밤이나 이슥한 밤을 막야(莫夜), 몹시 엄함을 막엄(莫嚴), 말을 그만둠이나 하던 일을 그만둠을 막설(莫說), 더할 수 없이 매우 강함을 막강(莫強), 황폐하여 쓸쓸함을 삭막(索莫), 고요하고 쓸쓸함을 적막(適莫), 어느 것이 위고 아래인지 분간할 수 없다는 말을 막상막하(莫上莫下), 도무지 어찌할 수 없다는 말을 막무가내(莫無可奈), 마음이 맞아 서로 거스르는 일이 없는 생사를 같이할 수 있는 친밀한 벗이라는 말을 막역지우(莫逆之友), 아주 허물없는 사귐이라는 말을 막역지교(莫逆之交), 더할 수 없이 매우 강한 나라라는 말을 막강지국(莫強之國),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을 막불감동(莫不感動), 더할 나위 없이 아주 중요한 곳이라는 말을 막중지지(莫重之地), 동서를 분간하지 못한다는 뜻으로 사리를 모르는 어리석음을 이르는 말을 막지동서(莫知東西), 자식을 가르치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는 말을 막여교자(莫如敎子), 매우 무지하고 우악스럽다는 말을 무지막지(無知莫知), 가는 사람은 붙잡지 말라는 말을 거자막추(去者莫追), 피할 곳 없는 도적을 쫓지 말라는 뜻으로 궁지에 몰린 적을 모질게 다루면 해를 입기 쉬우니 지나치게 다그치지 말라는 말을 궁구막추(窮寇莫追) 등에 쓰인다.
▶️ 及(미칠 급)은 ❶회의문자로 사람의 뒤에 손이 닿음을 나타내며, 앞지른 사람을 따라 붙는 뜻으로 사물이 미침을 나타낸다. 전(轉)하여 도달하다의 뜻을 나타낸다. ❷회의문자로 及자는 ‘미치다’나 ‘이르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여기서 말하는 ‘미치다’라는 것은 어떠한 지점에 ‘도달하다’라는 뜻이다. 及자의 갑골문을 보면 人(사람 인)자에 又(또 우)자가 그려져 있었다. 마치 누군가를 붙잡으려는 듯한 모습이다. 이것은 누군가에게 다다르고 있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及자는 ‘미치다’나 ‘이르다’, ‘도달하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及(급)은 ①미치다(영향이나 작용 따위가 대상에 가하여지다), 닿다 ②미치게 하다, 끼치게 하다 ③이르다, 도달하다 ④함께 하다, 더불어 하다 ⑤함께, 더불어 ⑥및, 와 ⑦급제(及第)의 준말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떨어질 락/낙(落)이다. 용례로는 과거에 합격함을 급제(及第), 임기가 다 되었음을 급과(及瓜), 뒤쫓아서 잡음을 급포(及捕), 마침내나 드디어라는 급기(及其), 배우려고 문하생이 됨을 급문(及門), 어떤 일과 관련하여 말함을 언급(言及), 지나간 일에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미치게 하는 것을 소급(遡及), 널리 펴서 골고루 미치게 함을 보급(普及), 마침내나 마지막이라는 급기야(及其也), 어떤한 일의 여파나 영향이 미치는 범위가 차차 넓어짐을 파급(波及), 모든 사물이 정도를 지나치면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 네 마리 말이 끄는 빠른 수레도 사람의 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사불급설(駟不及舌), 맨발로 뛰어도 따라가지 못한다는 족탈불급(足脫不及), 학문은 미치지 못함과 같으니 쉬지 말고 노력해야 함을 학여불급(學如不及), 자기 마음을 미루어 보아 남에게도 그렇게 대하거나 행동한다는 추기급인(推己及人), 아무리 후회하여도 다시 어찌할 수가 없다는 후회막급(後悔莫及), 형세가 급박하여 아침에 저녁일이 어떻게 될지 알지 못한다는 조불급석(朝不及夕)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