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목단상)
사흘 길의 여정
우리의 신앙 여정에는 때로 아득하고 아득한 ‘사흘 길’이 놓이곤 합니다. 성경 속 ‘사흘 길’은 단순한 물리적 거리나 시간의 흐름이 아닙니다. 그것은 내 생각과 계산이 부서지고, 세상과의 영적 분리가 이루어지며, 마침내 부활의 구원으로 연결되는 거룩한 영적 시공간입니다.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에게 모리아 산으로 향하는 사흘 길은 세상에서 가장 길고 고통스러운 침묵의 길이었습니다. 100세에 얻은 약속의 아들 이삭을 바치라는 이해할 수 없는 하나님의 명령 앞에서, 그 사흘은 인간적인 섭섭한 감정, 육체적 애착, 그리고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자기 합리화와 싸워야 했던 ‘자기 해체’의 시간이었습니다. 하루의 충동이나 감정적 혈기가 아닌, 사흘이라는 충분한 시간 동안 아브라함은 자신의 뜻을 완전히 죽였습니다. 그리고 그 온전한 순종의 끝에서, 비로소 하나님께서 친히 준비하신 대속의 은혜, ‘여호와 이레’를 만났습니다.
한편, 출애굽을 앞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사흘 길은 결단과 자유의 선포였습니다. 모세는 애굽 왕 바로 앞에서 “우리가 사흘 길쯤 광야로 들어가 우리 하나님 여호와께 제사를 드리려 하나이다”라고 담대히 요구합니다. 이 사흘 길은 애굽이라는 세상의 가치관과 노예의 삶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되는 거룩한 경계선이었습니다. 세상의 통치와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나아가, 오직 여호와만을 예배하는 거룩한 백성으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영적 단절의 거리였던 것입니다.
이 구약의 사흘 길은 신약에 이르러 예수 그리스도의 ‘사흘 만의 부활’을 통해 구원의 완성으로 꽃을 피웁니다. 예수님께서 무덤에 계셨던 사흘은 인간의 눈에는 완벽한 죽음과 절망의 시간이었지만, 하나님 편에서는 사망 권세를 깨뜨리시는 승리의 시간이었습니다. 이삭을 대신해 준비된 양처럼, 주님의 사흘은 온 인류를 향한 대속과 구원을 완성하는 거룩한 징검다리가 되었습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걸어가야 할 ‘사흘 길’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뜻 앞에서 내 계산을 내려놓고 침묵으로 순종해야 하는 시간, 세상의 안주와 미련을 뒤로하고 예배자의 자리로 나아가야 하는 결단의 시간이 바로 우리가 통과해야 할 사흘 길입니다.
그 사흘 길을 걸어서 오늘 주일 예배의 자리에 나왔습니다. 그래서 이 예배시간 만큼은 나의 일, 나의 생각, 나의 조급함, 내 안에 있는 미움을 저세상 밖 사흘 길로 던저 버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와 여러분이 사흘 길로 부활의 생명을 완성하신 주님을 깊이 만나는 시간이 되길 간절히 축복하며, 기도합니다.
진주나들목 섬김이 박희석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