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재봉선이 밟고 가는 저녁
심우기
촘촘촘 재봉틀을 타고 청바지 윗도리 줄줄이 나온다
밤새도록 재봉틀 밟던 발이 새벽잠을 잔다
브라더 미싱은 우리 자매를 먹여 살렸지
배고프다고 징징대는 동생 입을 박아버렸고
월세 안 주면 방 빼겠다는 주인아줌마 입을 박아버렸다
촘촘이 빈틈없이
누더기 바지를 덧대어 반바지 칠보 바지 나풀거리네
조각보 이불은 공주님 담요
해진 천과 천 사이를 들들들 이어버리는 브라더 브라더
음악은 낯선 집에 일정한 박자로 리듬감을 키워주었지
나는 발로 치고 손으로 더듬는 위대한 피아니스트
가난의 구할이 위대한 피아니스트로 키울 거야
훌륭한 오른발 푸른 심줄은 아직도 살아있어
저녁과 새벽의 경계를 다시 촘촘촘 박아버리는 바늘
잠시 졸다 피 뚝뚝 흘리는 새벽
파랗게 질린 손가락 물고
재봉틀은 열린 문을 박고 나무들을 한데 박고 풀들을 박고
하얀 구름을 끌어와 박는다
하늘에 별들이 촘촘촘 박힌다
하얀 재봉선이 저녁을 밟고 간다
*시 감상: 모름지기 시인이라면 시야의 스케일이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거처의 오지랖을 넘어
저녁과 새벽의 경계를 넘어서 나무를 구름 하늘에 별들이
재봉틀 바늘에 음악성으로 촘촘히 박혀지는 ,
브라더 미싱 범용의 확장성
이쯤되면 시인의 시선은
어떤 경계도 타고 넘어 버린 우주적 관장자로서의 초월인 것이다
- 두레문학
심우기 시인 약력>>출생. *경원대학교 영문과 박사과정 수료. *2011년 《시문학》으로 등단. *가천대학교에 출강. *시집『검은 꽃을 보는 열세 가지 방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