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세유 전시 이틀째.
어제, 전시 첫날은 다행히 Jean Luc이 전시장에서까지 이모저모 많이 도와주었다.
JL은 코로나 시기에 프랑스 대리점 발굴차 내가 보낸 이메일에 그가 답장을 하여 알게 된 인연으로, 수년동안 메일과 줌미팅으로만 만나다가 이번에 처음 대면하였다. 그는 대학을 마르세유서 나와 미국에서 오래 일하고 다시 프랑스로 돌아와 지내고 있는데, 내가 마르세유 전시에 온다고하니 자기 분야가 아닌데도 프랑스 북동쪽 끝이나 다름없는 스트라스부르에서 남쪽 끝이나 다름없는 여기까지 흔쾌히 먼걸음을 해주었다.
삼일 전, 마르세유에 도착해서 혼자 전시 준비를 오전에 마치고 오후에 Vieux Port 지하철역 출구서 처음 JL을 대면하여 인사하고, 잠시 해변가를 걷다 커피를 마시고, 마르세유 현지인들이 자주가는 전통시장을 구경하고, 맛집서 부야베스를 먹고 마르세유 와인을 마셨다. 어둑해지도록 마르세유 항구 근처를 더불어 걷고 떠들고 또 웃었다. 오랜 펜팔을 만난 듯 기묘한 느낌이 들었다.
JL은 나이를 가늠키 힘든 사람으로, 만나서도 굳이 나이를 묻지 않았다. 확실한 것은, 그가 미식가이고, 음악애호가이고,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분야의 연구자이며, 나를 늘 돕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혼자 나오게 된 전시이기에 돕는 이들을 이렇게 만난다. 잿빛 외로움의 이면은 작은 만남과 온기로 노오랗고 잔잔하다. 해질녁 마르세유의 물빛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