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시대를 초월하여 가장 편리하고 효과적인 통치수단이었습니다. 전쟁에 동원된 병사들에게 현물 대신에 돈으로 녹봉을 지급하고, 돈으로 세금을 내도록 국가권력이 강제하면서부터 돈이 국민경제의 주된 교환수단으로 정착하였습니다.
계몽되고 민주화된 현대사회의 통치는 시민(People)중심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통치를 지향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통치의 수단인 돈이 통치의 주체인 사람(People)을 대체해버린, 뒤집힌 세상이 되고말았습니다.
돈을 취급하는 전문기관으로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등장하면서 이들은 통치권력과 '알게 모르게' 협잡하여 거대한 금융권력을 형성하여 드디어 '돈이 세상을 지배'하는 위치에 올랐습니다.
통치권력과 야합한 금융권력은 돈의 발행과 배급을 철저하게 고율의 이자부담을 시키면서 필요최소한으로 억제하여 왔고, 그 결과 눈덩이처럼 커진 빚을 제한된 수량의 돈이 숨가쁘게 돌아가면서 갚아나가야하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돈과 빚의 근본적인 차이는 돈은 그것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로 같은 돈을 쓰는 모든 사람을 상대로 그 가치를 주장할 수 있음에 비해, 빚은 채무증서에 서명한 채무자가 누구인가에 따라서 그 가치가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수십년 동안에 전개된 빚의 증권화(securitization 혹은 monetization)과정으로 인해 거의 모든 빚이 증시에서 거래가능한 금융상품으로 탈바꿈 하여 돈과 빚의 경계도 애매해졌습니다.
따라서, 돈과 돈 주고 구입하는 금융상품의 확실한 구분이 더욱 절실하고, 금융상품에 대한 적절한 규제감독 역시 중요한 과제입니다.
특히 탈냉전의 시대,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세계화(globalization) 열풍을 타고 돈과 빚은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 경제에 손쉽게 침투하여 정치/군사적인 국경에 의한 영토주권이 외화와 외채에 의한 통화주권에게 그 자리를 비켜주어야 하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통화주권과 통화시민권
미국이 세계유일의 패권 경찰국가를 자임하면서 시작된 '악의 축'에 대한 금융규제(역외 금융자산에 대한 동결 및 SWIFT 국제지급결제기구 이용금지)는 수많은 약소국 시민들로 하여금 미국달러에 자신의 경제적 미래를 의탁하게 만들었고, 심지어 이들 나라의 정부조차도 달러표시 외채로 장기자금 조달을 적극 추진함으로써 자국통화의 권위를 스스로 실추시키고 달러를 보유한 달러시민권자 되기를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할 것이 미국달러가 과연 기축통화로서 세계시민 모두를 시민권자로 포용해줄만큼 착하고 아름다운 주권통화(Sovereign Money)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달러화나 달러표시 외채에 대해서는 민주시민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우리나라에 투자(원화 보유 혹은 원화표시 채권에 투자)한 외국자본에 대해서는 우리 통화당국이 주권적 결정을 하지 못하고 그들의 요구에 끌려갈 수 밖에 없는 줄로 알고있지요. 이런 의미에서 지금은 미국달러도, 우리 원화도 제대로 된 통화주권을 확립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이 필자의 진단입니다.
우리가 먼저 원화의 통화주권을 확립하자.
우리나라 금융통화 당국의 권위는 우리 국민의 민주적 의사결정에 의해 좌우되어야지 외세의 압력이나 영향에 흔들려서는 안됩니다.
화페의 발행과 배분, 국채의 발행 및 유통에 관한 목적과 절차, 구체적인 세부 시행방침까지를 망라한 전반적 사항들은 국민적 권위로 결정되어야 하고, 이는 국가와 국민의 발전과 복리증진에 복무해야함은 당연한 요구입니다.
특히, 중앙은행의 금융통화정책은 정부의 재정정책과는 별도로 정부의 간섭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한다는 명제는 25년전 IMF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심어진 통화주권을 포기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국가의 발전, 국민의 복리증진이라는 명분 앞에 여/야, 진보/보수, 정부와 중앙은행이 각각 독립적으로 따로 놀아서는 아무 것도 성취할 수가 없습니다. 독립은 외세로부터의 독립이 중요하지 성별, 계급, 세대, 지역 사이에 대립과 갈등을 증폭시키는 갈라치기 전술에 휘말려서는 안됩니다. 국민적 대의 앞에 모두가 하나로 뭉치는 포용과 연대, 협력이 필요합니다.
우리 돈 원화를 보유하거나, 우리 나라 금융당국으로부터 허가받은 금융기관에 계좌를 개설한 자는 그 국적이 어느 나라이든 우리의 원화시민으로, 그에 합당한 권리와 준법책임을 인정해야합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우리 원화의 절대가치인 금리와 상대가치인 환율의 안정적인 관리목표를 제시하고 그 구체적인 관리수단을 연구개발하여 제시함으로써 확고한 관리의지를 국민과 세계시민 앞에 당당히 밝혀야 합니다.
필자는 수년 전부터 이 문제에 대한 소신과 구체적인 방안을 여러차례 발표하였습니다.
이 분야 전문가들과 당국자들도 함께 참여하여 국민적 합의가 지지할 수 있는 내용으로 하루속히 확립되기를 바랍니다.
화폐민주주의연대 뉴스레터 7호에 게재된 제 글 "한국은행을 중앙은행답게"의 결론 부분을 여기 오려 붙입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금리정책 대신에 통화량과 국채 및 통안채 발행물량의 조절로써 금리수준을 물가관리 목표수준에 맞추어 2%로 안정시키기를 촉구합니다.
1. 앞으로의 국채발행은 표면금리를 2%수준에 고정하고 입찰 최저가를 액면가로 하며, 응찰규모가 계획에 미달하면 잔량은 전액 한국은행이 액면가로 인수토록 할 것을 제안합니다.
2. 국채의 유통시장 수익율이 2%를 초과하여 국채가격이 하락할 시는 한국은행이 무제한 매입할 수 있게 함으로써 국채가격의 폭락을 방지하고, 국채가격이 급등할 때에는 한국은행이 보유국채를 임의 매각함으로써 국채시장을 장기안정시키는 책무를 부여하는 겁니다.
3. 앞으로 국채의 만기상환은 상환대상물과 동일만기, 표면금리 2%의 차환발행 국채와 현금상환 중 국채보유자가 선택하게하고 현금상환한 만큼은 한국은행이 인수토록하면 국고채규모가 일단 현재의 924조원 선에서 고정되고 신규로 새로 발행되는 국고채에 대해서는 국회의 동의을 얻어 발행조건에 다양한 설계가 가능할 것임(예: 위기극복 특별국채).
4. 발권은행인 한국은행이 통화안정증권으로 시중의 과잉유동성을 흡수한다면서 91일물을 2.9%, 1년물을 3.1%, 2년물을 3.15%, 3년물을 3.28%의 이자를 지급하는 것은 통안채 인수자격이 부여된 20여 기관들에게 안정적 이자수입을 보장해주는 일종의 아첨이라 여겨집니다(대의명분은 선제적 금리인상으로 인프레 억제를 위함이라 내세우나 그 실효성은 증명되지 않았습니다).
통안증권의 수익률 역시 2%수준에서 관리되어야 할 것입니다."
9월20일 이후 지금까지 정부와 한국은행은 국고채 매입 7조원(정부:4조원, 한은 3조원), 한은의 환매채, 통안계정예치금 및 통안증권 잔액축소로 15조원, 도합 22조원의 현금이 시중에 풀리는데 그 기간 중의 국고채 발행으로 흡수된 4조원을 빼도 18조원인데 이것이 시장에 끼칠 영향은 무엇일까 궁금합니다. 금리를 다소 안정시킬지 원화 투매로 환율인상을 더 가속화 할지 말입니다.
재차 강조하지만 금리는 시장수급상황이 결정토록 할 것이 아니라 통화량의 조절로 관리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고 민생보호에 더 적합하다는 것입니다.
국채금리가 안정적으로 관리되면 여타의 금융채,회사채, 자산유동화채권 등도 차레로 안정적인 시장질서를 형성하게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이렇게 우리가 우리 돈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지키기 시작하면 이를 시기질투하는 외세가 일시적으로 우리 외환시장을 교란시킬 우려가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와 통화당국을 위시하여 전국민적으로 우리의 통화주권을 지킨다는 의지가 확고함을 세계시민들에게 보여준다면 우리 돈 원은 분명 달러 못지않은 세계시민의 안전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돈과 국채는 국가 금융인프라의 두 기둥입니다.
현찰과 디지털 현금, 그리고 국채 이 셋이 항상 등가 맞교환이 보장되는 시스템으로 우리나라 금융체제를 구축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첫댓글 ㅎㅎㅎㅎㅎㅎ
디지탈금융이 기축통화를 없애버리는 길이라면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봅니다만
그 화폐를 사용하는 국가들의 위상이 높아야 파급력이 있다고 보여지죠.
연구중이라는 게 아직도 먼길인가봅니다.
디지탈화폐시스템은 그 시스템을 사용하는 국가는 공동통화시스템의
국제적공통관리로 인수인계를 못하게 해야하고 강한나라가 약소국을 경제적으로 점령하지 못하게
해야 갑질을 못한다고 보여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