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수필문학회) 《수필문학》 小考
우승순
수필 문학의 저변 확대에 문예지의 역할이 컸다. 현대 수필의 태동기는 대략 1920년대로 본다. 그러나 이때까지는 수필이라는 장르 의식 없이 기존의 시인이나 소설가 또는 학자나 정치인 등이 이런 저런 형태로 쓴 글을 통칭한 것이었다. 그 명칭도 수상(隨想), 상화(想華), 만필(漫筆), 잡론, 잡필, 단상(斷想), 서정문, 잡문, 수의(隨意), 촌상(寸想), 서경(敍景)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다. 수필이 문학의 한 장르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1930년대부터다. 김기림의 「수필을 위하여」(1932), 김광섭의 「수필문학소고」(1934), 김진섭의 「수필의 문학적 영역」(1939) 등이 발표되면서 수필의 이론과 문학성이 개진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옥에 티도 있었다. 위 글들의 내용 중 수필을 가리켜 ‘붓 가는 대로 쓰는 글’이란 표현과 ‘무형식의 글’이란 말이 곡해되면서 오랫동안 수필 문학이 폄훼되는 빌미를 제공한 측면도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수필문학 전문지는 1938년 10월에 창간된 월간 《박문》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1941년 1월호로 종간 되었다. 이후 소설이나 시 위주의 기존 문예지인 《조광》, 《문장》, 《인문평론》 등에 수필 문학 고정란이 설정되면서 명맥을 유지해 왔고, 문예지 외에도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일간지에 수시로 훌륭한 수필 작품이 게재되었다. 이 시기에 소설가 이효석, 이태준, 이상이 수필 영역에 발군의 실력을 나타냈고, 시인 정지용, 문학평론가 임화, 김남천 등도 수필 문학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특히 가산 이효석은 168편의 수필을 남겼는데, 일간지나 월간 문예지 등에 발표한 수필도 91편이나 된다. 너무나 유명한 수필 「낙엽을 태우면서」는 1938년 12월에 《조선문학독본》에 발표하였다. 상허 이태준도 『무서록』에 57편의 수필을 실었고, 김유정 소설가도 주옥같은 수필을 남겼다.
어떻든, 수필 전문 문예지가 본격적으로 창간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부터다. 그 첫 번째가 바로 김승우가 1972년 3월에 창간한 월간 《수필문학》이었다. 이어 1974년 한국수필가협회에서 계간 《한국수필》을 창간하였고, 이 잡지는 격월간을 거쳐 월간으로 발행되었다. 이후 월간 《수필문학》은 1982년 3월호를 마지막으로 종간되었다. 1988년 9월 강석호가 《수필문학》의 제호를 이어받아 재 창간한 것이 현재의 월간 《수필문학》이다. 이는 국내에서 단일 수필 문예지로는 《한국수필》과 더불어 가장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월간 《수필문학》의 창간은 수필 단체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수필 발전의 새로운 계기가 되었다. 이후 1991년 《창작수필》, 1992년 《현대수필》과 《수필과 비평》 등이 연이어 창간되었다. 지금은 수필 전문 문예지만 수십 종류가 되고, 한국문인협회에 등록된 수필가 숫자만 15,000명이 훨씬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월간 《수필문학》은 신인 수필가를 2회 추천제를 통해 배출하고 있다. ‘수필문학상’, ‘김소운수필문학상’, ‘연암수필문학상’을 제정하였고 매년 문학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수필 문학 발전에 크게 기여해 왔다. 또한 ‘수필문학추천작가회’를 결성하여 1991년부터 매년 12월에 「연간사화집」을 단행본으로 발간해오고 있으며, 2024년 제31집을 발간했다. 월간 《수필문학》은 도서출판 ‘교음사’를 함께 경영하고 있으며 매년 ‘금년도 우수 작품선집’을 단행본으로 발행하고 있다. 또한 『한국현대수필작가대표선집』을 발간해 왔고, 최근에는 『한국현대수필 100년ㆍ100인 선집(수필로 그리는 자화상)』이라는 제하로 발간하고 있다. 2023년에는 현 《수필문학》의 회장인 박종숙 수필가의 선집 「아름다운 것에는 눈물이 있다」가 발간되었다.
수필 문학의 취약점 중 하나가 문학 평론이었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수필 문학에도 평론의 시대가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수필 평론의 선두 주자는 월간 《수필문학》을 창간했던 강석호다. 1990년 《월간문학》 12월호에 평론 〈김소운의 친일성과 그 수필의 위상〉을 발표하면서 신인 작품상으로 당선 되어 최초로 수필 문학 평론가로 데뷔하였다. 이로써 수필도 본격적인 문학 평론의 시대가 열리게 된 것이다. 이후 하길남, 한상렬, 박양근, 김종완 등 몇몇 평론가에 의해 명맥이 유지되어 오다가, 최근에는 수필 문예지 마다 수필 평론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평론가를 배출하고 있으며 월간 《수필문학》에서도 수필 평론을 공모하여 평론가를 배출하고 있다.
《수필문학》은 2025년 7월 현재 통권 395호에 이른다. 전문 문예지는 대부분 계간지로 출발해서 격월간을 거쳐 월간지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은데, 《수필문학》은 1988년 9월 월간지로 출발하여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강원도에서 수필 밭을 일군, 박종숙 작가는 창간 이듬해인 1989년 《수필문학》 11월호에 「편지」로 초회 추천을 받았고, 이듬해인 1990년 7월호에 「등불을 밝히며」로 추천 완료되면서 수필가로 등단했다. 지금까지 35년 이상 함께해온 산증인이며, 2024년부터는 월간 《수필문학》의 회장직을 맡고 있다. 매월 《수필문학》에 게재된 회원님들의 작품을 카페에 소개하면서 혹시, 궁금해 하실 독자들께 작은 정보를 제공하고자 횡설수설 정리해 봤다.
(2025.7.13. 우승순)
출처 https://cafe.daum.net/greenpine1999/6ybI/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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