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너덜겅에 뿌리내린 그대 등을 토닥인다 </p><p>꽃 아닌 꽃 피워 물다 언 몸으로 앓는 나무 </p><p>계절의 경계를 건너 사로자며 서 있다</p><p> </p><p>5리 밖 숨소리가 내게로 건너오고 </p><p>풀 죽은 마른 등걸 꽃단풍이 이울 때면 </p><p>나이테 깊은 숨결 속 푸른 저항 옹골차다 </p><p> </p><p>단풍이 든다는 건 내 색을 버리는 일 </p><p>바뀌어야 다시 사는 세상이라 말하지만 </p><p>쉽사리 뜻을 바꾸는 카멜레온 되긴 싫어</p><p> </p><p>가지마다 거친 수피 그 삶을 짐작한다 </p><p>녹록하지 않은 무게 흔쾌히 짊어지고 </p><p>오롯이 제 소신대로 길을 가는 그 사람 </p><p> </p><p> </p><p>-《정형시학》 2024년 여름호</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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