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전후 피는 노란색 키다리 꽃… 땅속 돼지감자는 당뇨에도 좋대요
뚱딴지
▲ 뚱딴지는 8~9월이 되면 1.5~3m 높이의 줄기에서 갈라진 가지마다 해바라기를 닮은 노란색 꽃이 피어요. /김민철 기자
국어사전에서 '뚱딴지'를 찾으면 '너무 엉뚱한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 '전선을 지탱하기 위해 전봇대에 다는 기구'라는 뜻과 함께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이라는 세 가지 뜻이 나옵니다. 오늘은 이 중 세 번째 뜻에 해당하는 식물 뚱딴지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가을꽃을 보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 산기슭과 언덕 곳곳엔 노란색 키다리 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요즘 한창인 뚱딴지 꽃입니다. 추석 즈음 고향에 가면 언제나 반겨주는 꽃입니다. 고향 마을 입구 언덕엔 파란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노란 꽃이 웃는 듯 피어 있습니다. 전국 어디서나 잘 자랍니다.
뚱딴지는 북아메리카 원산으로 1.5~3m로 자라는 키다리 꽃입니다. 8~9월 훤칠한 줄기에서 갈라진 가지마다 해바라기를 닮은 노란색 꽃이 핍니다. 꽃 가장자리에 10개 이상 노랗게 보이는 것은 혀꽃(꽃잎처럼 보이는 혀 모양의 꽃)이고, 수정을 하는 실제 꽃은 안쪽에 모여 있습니다. 민들레나 코스모스 등 국화과 식물의 특징으로, 이런 형태를 '머리모양꽃차례'라고 합니다.
뚱딴지는 땅속에 감자 모양 덩이줄기가 발달하는데, 이를 '돼지감자'라 부릅니다. 뚱딴지라는 이름도 땅속 덩이줄기가 꽃이나 잎과 영 딴판으로 생겼다고 해 붙은 이름이라 합니다. 이 덩이줄기는 섭씨 17도 이하가 돼야 커진다고 해요. 그래서 서리가 내리고 잎이 마르고 줄기가 앙상해질 때가 수확 적기라고 합니다.
처음엔 덩이줄기를 식용하거나 가축 사료로 쓰려고 재배했으나 지금은 인가(人家) 근처에서 야생으로 자라는 식물입니다. 복거일의 '캠프 세네카의 기지촌'은 미군 기지촌 주변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애환을 그린 소설인데, 뚱딴지에 얽힌 일화가 나옵니다. 아버지가 돼지를 키우려고 뚱딴지를 재배했는데 돼지들은 이 덩이줄기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듬해부터는 심지 않았는데 곳곳에서 불쑥불쑥 뚱딴지가 약 올리듯 얼굴을 내밀었다는 내용입니다.
뚱딴지는 언뜻 보면 삼잎국화와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그러나 잘 보면 다른 점이 한둘이 아닙니다. 뚱딴지는 잎이 긴 타원형이지만, 삼잎국화는 잎이 3~7갈래로 갈라져 있습니다. 또 뚱딴지는 꽃 중심부(관상화)가 평평한 편이고 진한 노란색 또는 갈색인데, 삼잎국화는 반구형으로 불룩하고 노란색을 띤 녹색입니다. 삼잎국화라는 이름은 숫자 셋과는 무관하게, 잎이 삼베를 짜는 삼잎과 비슷하다고 해 붙은 이름이랍니다.
좋은 가축 사료가 많이 나오면서 뚱딴지는 한동안 잊힌 재배식물이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뚱딴지가 칼로리가 낮고 식이섬유와 비타민C 등이 풍부해 다이어트에 좋은 식재료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또 뚱딴지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혈당을 낮추는 효과가 있어 당뇨병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요즘엔 뚱딴지를 전문적으로 재배하는 농장까지 생겼습니다. 한때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던 뚱딴지가 건강식품으로 제2 전성기를 맞고 있어요.
김민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