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보다 긴 꼬리로 균형 잡아… 26가지의 울음소리로 무리와 소통해요
다람쥐원숭이
▲ 우리나라 동물원에서도 만날 수 있는 다람쥐원숭이. /서울시설공단
얼마 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외래종 원숭이의 서식 실태를 조사해 결과를 발표했어요. 그런데 한때 40마리 넘던 다람쥐원숭이(squirrel monkey)가 한 마리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어요. 겨울철 날씨에 적응하지 못해 죽은 것으로 추정된대요. 브라질 아마존 숲을 비롯해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 가이아나, 볼리비아 등에 사는 다람쥐원숭이는 이름처럼 다람쥐를 닮은 앙증맞은 생김새와 아담한 몸집을 한 원숭이랍니다.
다 자라면 몸길이가 30㎝에 달하는데, 꼬리는 그보다 더 긴 40㎝예요. 원숭이 무리인 영장류는 살아가는 지역 환경에 적합한 모습으로 진화했어요. 이 중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사는 종류를 구세계 원숭이, 남미에 사는 종류를 신세계 원숭이라고 해요. 유라시아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아메리카는 신대륙이기 때문에 이렇게 부르는 거죠. 신세계 원숭이는 일생 대부분을 빽빽한 나무 위에서 보내요. 나무와 나무 사이를 재빠르게 오갈 수 있도록 몸집이 아담해졌답니다.
그런데 다람쥐원숭이는 다른 신세계 원숭이와 다른 점이 있어요. 바로 꼬리의 기능이죠. 다른 원숭이는 나무와 나무 사이를 이동할 때 꼬리로 가지를 감아서 오르내리기도 해요. 하지만 다람쥐원숭이 꼬리는 그럴 정도의 힘이 없어요. 대신 높은 가지를 이곳저곳 뛰어다닐 때 떨어지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한답니다.
다람쥐원숭이는 또 뇌 질량이 전체 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모든 영장류를 통틀어 가장 높대요. 심지어 사람과 비교해도 두 배나 높아요. 이런 큼지막한 뇌를 가진 덕분에 영장류 중에서도 지능이 매우 높은 편이랍니다. 귀엽게 생겼고, 사람 말도 곧잘 알아들어서 동물원 어린이 관람객에게 언제나 인기 만점이죠.
다람쥐원숭이는 열대우림 생태계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요. 곤충을 주식으로 삼아 숲에 벌레가 지나치게 많아지는 것을 막아줘요. 또 독수리나 매, 뱀 등 정글 포식자들의 먹잇감이기도 해요. 곳곳에 천적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다람쥐원숭이는 최대 500마리까지 무리를 지어 살아요.
많은 동물처럼 다람쥐원숭이도 냄새를 묻혀 자기 영역을 표시해요. 오줌을 손바닥이나 꼬리에 묻혀 나뭇가지 등에 문지르는 식으로 제 영역을 알린대요. 무리 내 다른 원숭이들과 소통할 때 내는 울음소리는 무려 26가지에 달합니다. 번식철에 접어들면 수컷 다람쥐원숭이는 살이 쪄 몸무게가 평소보다 20% 늘어나요. 이렇게 수컷이 뚱뚱할수록 암컷에게 매력적으로 보인다고 과학자들은 얘기해요.
짝짓기 할 때는 암수 한 마리씩 커플을 이루는 게 아니라 암수 각자가 상대방을 여러 번 바꾼대요. 그렇게 해서 새끼가 태어나면 암컷들은 자기가 낳지 않은 새끼도 함께 돌본답니다. 공동 육아 비슷한 거죠. 다람쥐원숭이는 사랑스러운 외모 때문에 수난을 겪고 있기도 해요. 이색적인 애완동물로 키우려는 수요가 생겨 마구 포획됐거든요. 이뿐만 아니라 의학 실험용과 식용 목적으로 잡히는 경우도 있어 보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답니다.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