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게이들을 사냥하는 양아치들이 있었다. 게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시설을 돌며 함정을 팠던 조폭들. 이들은 아우팅을 하겠다고 협박하며 폭력을 행사하고 금품을 뜯어냈다. 상당히 많은 피해자들이 인권 단체에 고통을 호소했다.
그리고 이제는 이주노동자들을 사냥하는 양아치들이 등장했다. 미등록 노동자들을 닥치는 대로 검문하고, 두들겨 패고, 돈을 안 주면 신고하겠다고 협박하며 금품을 갈취한다.
일명, 자국민보호연대. 2018년에 신설돼 전국에 23개 지부가 있고 1,40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단다. 지난 총선에서는 자유통일당으로 극우 요리사가 출마해 대구 지역에서 대놓고 사냥을 벌였다. 그리고 엊그제는 충북 음성에서 백주대로에 이주노동자를 사냥했다. 말은 자국민보호지만, 금품 갈취가 목적인 양아치들의 백색 테러다.
예전의 경우과 다른 것은 이제 '대놓고' 사냥을 한다는 점이다. 이들이 이럴 수 있었던 데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법과 사회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예외적 존재로 배제하는 한국 사회의 인종주의가 배경에 자리하기 때문이다.
속헹씨처럼 이주노동자들을 비닐하우스에 재우고, 임금을 낮추기 위해 미등록을 양산하고, 돌봄 노동을 아주 싼값에 제공받기 위해 동남아 여성들을 수입하자고 정치권이 나서 입방아를 찧는 상황이다. 심지어 노동자들 일부조차 이주노동자의 배제를 요청할 지경이다. 테러를 저지르는 저 양아치들은 그저 '그렇게 해도 된다'는 정치사회적 시그널을 제대로 해석한 것뿐이다. 차이가 있다면 자경단을 구성해 사적인 폭력을 행사했다는 점이다. 인종주의가 구조화되면 당연히 사적 폭력도 증가한다.
저 백색 양아치들은 한국 사회의 구조적 인종주의를 그저 전면에서 재현한 것뿐이다. 유럽과 미국의 인종주의와 반이주 정서가 백색 테러를 저지르는 외로운 극우 늑대들을 양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차이가 있다. 유럽과 미국의 극우들이 정치적 신념에 매몰돼 저런 끔찍한 짓을 저지른다면, 한국 극우 양아치들은 그 와중에도 알뜰살뜰하게 금품을 뜯어낸다. 천박한 자본주의와 인종주의의 기괴한 앙상블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