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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같이 잔 사이.
(1)
“뭐해?”
“라면 끓이잖아.”
그 여자는 냄비 안에 라면 두 개를 넣고 분말스프와 건더기 스프를 찢어 털어 넣었다.
사실 그 안에 물은 넣었는지도 의심스럽다.
그리곤 천연덕스럽게 불을 붙였다.
원래는 물이 끓으면 면을 넣고 스프를 넣는 게, 한국 사람의 라면 끓이는 상식이 아니었던가?
상식 따윈 통하지 않는 여자로군.
그는 생각했다.
게다가 그 여자는, 위엔 헐렁한 반팔 티셔츠 아랜 속옷만 입고 부엌에 서 있었다.
역시, 상식 따윈 통하지 않는 여자다.
“원래 라면을 그렇게 끓여?”
“치즈도 넣어달라고?”
분명 둘은 전 날 진창 술을 마셔댔다. 그 것도 이 것 저 것 섞어서.
소주에 맥주에 탄산음료에 죽음의 폭탄이라는 스포츠 음료도 말이다.
그런 다음 날 아침 해장에 치즈 넣은 라면이라니. 생각만 해도 올라올 것 같았다.
“아, 아냐. 됐어. 사양할게.”
“그럼 그냥 주는 대로 먹어.”
“알았어. 근데 너 왜 자꾸 반말해?”
“너도 하잖아.”
대사만 들으면 맞는 논리지.
상대도 반말을 찍찍 해대니까, 나도 상대에게 반말을 찍찍 해대는 거.
“근데 혹시 그 거 알아?”
“뭘?”
역시나 그녀의 대답은 짧았다.
“그냥 봐도 내가 너보다 한 다섯 살은 많아 보인다는 거.”
“나보다 세 살 어린데도 다섯 살 많아 보이는 애들 널렸어. 나 동안이잖아.”
솔직히 좀 재수 없는 면이 있었다, 이 여자가.
어쨌든 그 재수 없는 여자는 여전히 백 오 쯤은 돼 보이는 박스티를 걸치고
간당간당하게 가려질듯 말듯 하는 허벅지로 부엌을 헤집어놨다.
“저........기. 말이야.”
“뭐, 왜. 자꾸.”
“안 놀래?”
“뭣 땜에.”
“잤잖아.”
“넌 안자?”
휴. 이 여자 정말.
그 남자는 생각했다. 그리고 말했다.
“너랑. 나랑. 둘이. 같이. 잤잖아.”
“지랄, 구라 치고 있네.”
“왜 안 믿어?”
“왜 믿어?”
“.......너. 벗고 있잖아.”
파르르, 끓어오르는 라면 국물을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대다가
갑자기 속옷만 달랑 걸쳐진 자기 다리를 힐끔 쳐다보더니 한 마디 던진다.
“아. 이 거? 나 원래 잘 때 팬티만 입고 자. 혹시 바지 입고 자? 안 답답해?”
(2)
“커피 한 잔 하자. 내가 살게.”
“버스 정거장 까지만 데려다 달라며?”
표정은 꼭 ‘왜 수작이야?’ 하는 표정이었다.
“아. 나 원래 블랙커피로 해장하는데. 라면 먼저 먹으니까 죽을 것 같아서 그래.
네가 이렇게 만들었으니까 너도 같이 가.”
“난 남한테 술 안 권해. 마셨어도 직접 따라 마셨겠지. 엄한 데 와서 시비야.”
“오, 저기 별다방. 별다방 있네.”
아마도 그 여자가 순순히 따라온 이유는
평소엔 뭐뭐 같이 비싼 커피 값에 발도 못 붙이던 별다방에 가자고 했기 때문이 틀림없다.
“나 커피 마시면 잠 못 자는데.”
“그 건 댁 사정이고.”
이층 창가에 둘이 블랙 한잔씩 물고 앉았다.
마주보지 않고, 둘 다 창밖을 보면서.
“근데 말이야. 처음 보는 이 건장한 청년이 그대 집에서 같이 잠을 잤다는데, 왜 그렇게 안 놀래?”
“꼭 그래야 하는 이유가 있어?”
“아니 뭐 꼭 그런 건 아니지만. 막말로 이 건장한 청년이 무슨 짓을 했을 줄 알고.”
기분 나쁜 듯, 살짝 물고 있던 빨대를 퉤 뱉어버리며
터프하게 한 방 먹이는 그녀.
“별로 안 건장해 보이나보지.”
“아, 아니. 내가 그래도 남잔데 여자 하나.......킁.”
“민망함이라는 걸, 혹시 몰라? 못 느껴?”
말 한마디 한마디가 톡톡 쏜다, 쏴.
해장 제대로 하고 있는 중.
“아니. 막말로 내가 그 쪽 술 왕창 먹이고 헤롱 헤롱 정신없을 때.......”
“진짜 모르는구나. 민망한 게 어떤 건지. 휴.”
하, 한숨까지 쉴 건 없잖아!
그 남자는 생각만 했다. 말로 하진 않고.
그래. 그 남자는 나름 소심한 면도 없지 않아 있는 듯하다.
“아니, 필름도 끊겼을 주제에 뭐가 그렇게 자신 있는 건데? 도대체 왜? 어떻게?”
아예 플라스틱 커피 잔 뚜껑을 열어 꿀꺽 꿀꺽 원샷 하시며
성의 없이 대답씩이나 해 주시는 그녀.
(아주 당당하게.)
“난 누가 옆에 있으면 절대 못 자고 정신이 나가있다가도 번쩍 들어와. 딱 한사람 빼고.
그러니까 되지도 않는 소리 그만 하고 빨리 집에나 가. 어디 사는지는 알 바 없으니까, 읊지 말고.”
“그, 그럼. 우리 어제 왜 같이 술 마셨는지, 그 쪽 집엔 왜 같이 들어갔는지. 그런 건 기억 나? 안 나지? 끊겼지?”
“네가 술집에서 맘대로 합석했잖아. 여자 혼자 술 마시면 파리가 꼬인다는 둥 어쩌고.
그냥 놔둔 나도 등신이지. 파리는 그 쪽이 파리였는데 말이야. 그치?
그리고 나 따라왔잖아. 난 똑바로 잘 걷고 지는 비틀거리는 주제에, 부축을 해 준다나 뭐라나.
그리곤 갈증 난다고 물 달라고 해서 물 떠주고 난 씻으러 들어가고.
나오니까 화장실 쓴다길래 쓰고 알아서 가라고 하고 난 옷 갈아입고 잤는데.
지가 집에 안 들어간 거 갖고 나한테 시비야 시비가.”
바삭,
빈 커피 잔을 느닷없이 구겨버린다.
그리고 해맑게 방긋, 그러나 살벌하게 웃으며 묻는다.
“필름은 내가 아니고 그 쪽이 끊긴 거 아니야? 나, 간다.”
커피 잘 마셨다며
그의 어깨를 툭툭 치곤 돌아서는 그녀.
그리고 그녀의 팔목을 잡는 그.
“이게 또 무슨 액션이야.”
“어제 너 나랑 잔 거 맞거든.”
“웃기지 말라고 했거든.”
그는 그녀의 ‘웃기지 마라’는 소리에
웃기지도 않는 문장을 뱉어낸다.
그리고 그 웃기지도 않는 문장은 제법 웃기지도 않게도 그녀를 얼게 만든다.
“내가 심장이 좀 게을러서 일분에 맥박수가 쉰일곱 개 쯤 밖에 안 되거든?
근데 확실히 넌 심장이 어려서 그런지 팔딱 팔딱 백 개도 넘게 뛰는 것 같더라?
너 안고 있으니까 혈액순환이 잘 되는 것 같고 좋더라고. 서희주. 너 어제 나랑 잤어.”
그녀는 여전히 한 쪽 손목은 잡히고
고개는 반 쯤 돌아간 얼굴에 두 눈은 빠질 것 처럼 확대된 채 그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3)
“벗어봐.”
“뭐?”
그는 어이가 없었다.
그녀는 답답했다.
그래서 직접 가느다란 손가락들을 이용해 셔츠의 단추들을 위에서부터 하나씩 풀어 내려갔다.
마지막 단추까지 열리자 그녀는 아예 그의 옷자락을 양손으로 들춰냈다.
커다란 칼자국이 있었다.
그녀는 그의 가슴을 꼭 끌어안았고, 그 칼자국 위에 머리를 기댔다.
쿵.
쿵.
쿵.
그의 느릿한 심장소리가 느껴졌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그 소리가 울렸다.
그의 느릿한 심장소리가 그녀의 맥박을 덮었다.
매 순간 빠르게, 그저 쉴 새 없이 빠르게만 뛰던 그녀의 심장이.
차츰 안도하는 게 느껴졌다.
“닮았.........구나.”
그는 주머니에서 오래 된 쪽지 모양의 종이를 꺼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글씨, 잘 쓰시더라.”
(4)
“야. 서지오. 넌 스물다섯 살에서 나이 한 개도 안 먹었고,
나는 계에에에속 나이만 쳐 먹어서 이제 스물다섯도 다 지나가 해 넘어가면 스물여섯 되는 판이니까.
나 그냥 반말 한다? 야자 튼다? 너도 불만 없는 거다? 불만 있음 너도 나이를 쳐 먹든가.”
보라색 코트 차림의 그녀는.
그렇게 유명하지 못한 동해 바다 어느 모래사장위에 주저앉아 한 손에는 소주 한 병, 다른 손에는 소주잔을 쥐고
열심히 하늘에 대고 중얼거리고 있다.
“이야. 내가 내년이면 스물여섯이다. 시간 참 빠르지 않냐?
나이 먹는 거. 이 거 기분 묘하더라. 너도 그랬냐? 넌 나이 안 먹어서 좋겠다.
너 맨날 너랑 나랑 같은 이십대라고 우겼었잖아, 나 스무 살 되자마자.
그 게 그렇게 하고 싶었냐? 같은 이십대? 낄낄. 너도 참 사소한 거에 행복하던 인생이다. 그치?”
혼자 얘기하고, 혼자 웃고, 혼자 넘치도록 잔을 채우고는
그대로 고개를 뒤로 젖히며 쌈박하게 원 샷 해주는 솜씨란, 과연 일품이었다.
“야. 너는 동생이 혼자 술 처마시는데 따라주지도 않고, 거 너무 한 거 아니냐?
나 이제 술 잘 마신다. 그 때 왜 너 엄청 걱정했었잖아. 나 막상 스무 살은 됐는데. 성인은 돼버렸는데.
네 눈에는 어려 보였는지 뭐 어쨌는지. 맨 잔소리만 했었잖아. 술 취하면 남자들이 업어간다는 둥.
내려놓으라고 업힌 위에 쉬 한 바가지 싸면, 옷 갈아입힌다고 호텔방 데려간다는 둥. 별 협박은 다 하더니.
내가 아마 이제 너 보다 술 더 잘 마실 걸? 너 암울해서 어떡하냐. 지 여동생이 술 더 세고.
아. 그러지 말고. 너도 한 잔 해라. 동생이가 오랜만에 따라줄게. 어. 처음인가?
처음인가보다. 너 왜 맨날 네 술잔 네가 채워 마셨냐? 동생 섭하게. 췟. 별일이다. 어쨌든 한 잔 받아.”
또 다시 넘치도록 가득 채운 잔을 그녀는 허공을 향해 높이 들어 올렸다.
그리곤 또 다시 자기 입 속에 털어 넣어버린다.
“내가 진짜 한 잔 흘려 주고싶은데. 바닷물에 소주 부으면 그 거 되겠냐. 환경오염이잖아. 그래서 그냥 내가 먹었어.
동생이가 마신 거니까 너무 아까와 하진 말라고. 너도 이제 나이 생각.......
참. 넌 나이 안 먹는구나. 좋겠다. 진짜 좋겠다. 부럽다, 야. 아하하하하하.
나중에 만나면. 나 혼자 늙어 있겠네.......”
잠시 소주병을 모래 위에 쑤셔 박아놓고,
그녀는 꼬깃꼬깃 종이 한 장을 코트 주머니에서 꺼내 종이비행기를 접었다.
“난 이 거 맨날 접어도 맨날 헷갈리더라. 종이 접기는 네가 기가 막히게 했는데. 그치.
거북이도 접어주고. 학도 접어주고. 학알도. 별도........”
종이비행기는 아무런 소리도 없이
예쁜 곡선을 그리며 바람을 타고 날아가 푸른 겨울 바다 속으로 젖어들었다.
“그 거 네 작품이었냐? 왜. 걱정되든? 나 놓고 너 혼자 멀리 가려니까.
밥도 할 줄 알고 세탁기도 돌릴 줄 알고, 다른 건 다 가르쳐놨는데.
연애질 하는 건 안 가르쳐서, 발길이 안 떨어졌냐? 그 게 무슨 만행이냐. 동생 쪽팔리게.......
야. 너도 그 나이 먹도록 여자 하나 안 사귀어 봤으면서. 네 피나 내 피나 그 피가 그 피고 다 같은 유전자인데.
나한테 그런 걸 바란다는 거 자체가 씨알도 안 먹힐 발상 아니냐? 당최 어떻게 생각하냐?
.......해 지네. 하루가 또 지나가네. 넌 좋겠다. 하루가 지나도. 이틀이 지나도. 일 년이 지나도 십년이 지나도.
나이 안 먹으니까 좋겠다. 너 벌써 나 스물다섯이나 된 건 아냐? 너도 스물다섯인데. 나도 스물다섯이다. 웃기지.
난 이제 해 지나가면 스물여섯이다. 아까. 얘기 했었나. 근데 내가 이 얘기도 했냐? 보고 싶다고. 오빠........”
오빠, 라는 글자가 뱉어지면서
눈물도 뱉어졌다.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나. 네가 사 준 보라색 코트 입고 왔어. 이 거 좀 끼고 불편한 감도 없지 않아 있지만.
네가 예쁘다니까 내가 입는 거야. 난 원래 네 체크무니 남색 잠바가 훨씬 탐나는데.
거기선 좋은 냄새 나거든....... 네 꺼.”
“오빠한테 맞먹으니까 좋냐?”
갑작스레 들려오는 자기 외의 다른 목소리에, 그녀는 위를 쳐다봤다.
느린 심장소리를 가진 그가 서있었다.
(5)
“닮았냐?”
“글쎄요.”
그녀는 그의 눈을 피했다.
겹쳐 보이는 게 싫었기 때문에.
“나이나 신체조건이. 최대한 비슷한 사람끼리 이식하는 거라서. 그런갑다........”
“비슷하긴. 해요. 서지오씨랑.”
“그냥 서지오씨라고 불렀었냐? 다섯 살이나 차이 나는데.”
“지금은 안 나요. 내년 되면 내가 더 많아 질 거고.”
“오빠란 말. 슬픈가보다, 너한텐.”
“나한테 이러는 이유나 좀 물읍시다.”
“난 갑자기 네가 나한테 존댓말 쓰는 이유가 더 궁금한데?”
그렇게 술 먹고 사고를 쳤으면서
둘은 또 술집에 마주 앉아있었다.
정신 나간 인생들이 아닐 수 없다.
“저보다 다섯 살 많은 사람한테 반말 찍찍할 만큼 막되진 않았습니다, 제가.”
“처음 봤을 땐 잘만 하두만, 왜.”
말없이 술잔만 채우고 비우고 채우고 비우고 하는 그녀를 구경만 하는게 지루했나보다.
“존댓말 쓰니까 애가 더 음침해 보여.”
“나한테 이러는 이유가 뭐냐구요.”
“.......나도 모르지. 너랑 그렇게 죽고 못 살던. 널 키운 네 오빠 심장을 받아와서 그런 건지.
아니면 그냥 호감인지. 호기심인지. 나도 잘 모르겠네. 난 심장이 일분에 한 오십칠 개 쯤 뛰고.
넌 한 일분에 백삼 개 쯤 뛰어서. 그래서 그런 게 아닐까? 평균내면 딱이잖아.”
“인생 앞으로 평탄하게 살고 싶으시면 관심이든 호기심이든 뭐든 싹 다 끊어요.
서지오씨가 괜히 그런 뻘짓을 한 게 아니거든요. 난 서지오씨 말고 다른 남자들은 무조건 굉장히 무서워했고.
그러므로 정상적인 여자처럼 사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
서지오씨 죽기 전에 나 여자로 만들어서 시집보내고 죽는 게 소원이었다는데.
결국 먼저 갔잖아요. 이제 난 괜찮아 질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그러니까. 시작도 하지 마요.
그리고 나 그 쪽한테 별로 좋은 감정 없어요. 서지오씨랑 하루라도 더 있을 시간. 빼앗아갔다고 생각하니까.”
그는 내 잔에 술을 채웠고, 자기 잔에 술을 채웠다.
그리고 빙긋 웃으며 잔을 들었고. 말했다.
“서지오씨 심장. 마법이랬어, 서희주한텐.”
(Postscript: 추신)
To. 저의 심장을 살려주실 분께.
안녕하세요. 저는 스물다섯 살의 건장하지 못한 청년 서지오 라고 합니다.
저는 루게릭이라는 퇴행성 질환을 앓고 있습니다.
현재로선 나을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지 죽어가고 있는지
솔직히 헛갈릴 때가 많이 있는, 그런 나약한 사람입니다.
제 병이 지금 당장 목숨이 왔다갔다 할 위중한 병은 아직 아니지만
언제 어떤일이 생길 지 모르기 때문에 미리 이 글을 씁니다.
저는 죽는 건 두렵지 않습니다. 사람은 언젠가 한 번은 죽게 돼 있는 거니까요.
그치만 큰 걱정거리가 있네요. 저보다 다섯 살이나 어린 여동생이 하나 있거든요, 제가.
이름이 희주예요. 서희주. 예쁘죠, 이름.
이젠 스무살이고 성인인데. 솔직히 아직도 아기처럼만 보여요. 하하. 웃기죠.
다른 건 다 가르쳐서. 이젠 혼자서 밥도 할 줄 알고. 피죤과 한스푼을 구분할 줄도 알고.
동네 슈퍼마켓, 세탁소 아주머니들이랑도 많이 친해졌거든요.
그런데 아직 남자친구가 없네요.
부모님도 안계시고. 제가 없으면 영락없이 혼자 될 녀석인데. 통 연애질엔 잼병이네요.
사실 그 녀석이, 새로운 사람들 만나는 걸 좀 무서워해요.
그리고 그 녀석. 심박수가 일분에 굉장히 많이 뛰거든요. 항상 백 개 넘구요.
많을 땐 백열 개 까지 뛰는 적도 있고 그래요.
근데 내가. 심박수가 또 굉장히 안 나와요. 일분에 육십 개도 안 나와요.
그래서 항상, 그 녀석 겁에 질려있거나 흥분해서 심장이 쿵쾅 거려 자기도 주최를 못 할 때.
내 등에 업어주거나 안아주거나. 아무튼 내 심장이 걔 심장을 덮어줘야 안정이 되거든요.
제가 평생 그렇게 데리고 살 순 없는 거잖아요.
언젠가는 녀석이 내가 아닌 자길 안심시켜줄 수 있는 남자를 만나겠지 하고 생각했었는데
희주가 더 어른이 되기도 전에, 내가 시간이 없게 되어버렸어요.
내가 어떻게 하든 전 죽는 다는 걸 알아요.
그래서 가능하다면 제 장기를 모두 기증하고 싶었어요. 내가 언제 어떤 식으로 죽을지는 모르지만. 가능하다면요.
저는 죽지만 저의 일부분을 살게 해주실 분들이 많은 것에 대해 감사하고 있어요.
특히나 죽어야 할 저의 심장을 살려주실 분이 계신다면, 정말 더없이 감사 할 거예요.
그런 분이 생긴다면, 염치없이 제 동생을 부탁드리고 싶어요.
인연이 안 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연이 닿는 데 까지 만이라도요.
어린 녀석을 혼자 두고 먼저 가야 하는 제 마음을 조금만 헤아려주세요.
지금까지 녀석의 시야엔 제가 다였어요.
차츰 차츰 세상은 넓고, 좋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는 걸 가르쳐주고 보여주고 싶었는데.
제가 그렇게 하지 못하고 가게 될 것 같아요.
인연이, 그리고 마음이 허락하시는 한
다시 정말 정말 건강해 지셨을 때. 저처럼 이렇게 일찍 그 아이를 두고 가야 할 염려가 없을 때.
한 번 쯤 그 아이를 보러 가 주세요.
아래 희주의 프로필 조금 적어놓고 갑니다.
무례한 부탁일지 모르지만, 좋은 마음으로 생각해주시길.......
(Epilog)
“이승현씨.”
“좀 오빠라고 좀 부르지?”
“뭐 어디가 오빠 같아야 오빠라고 부르지. 승현아, 안 한 것만 해도 감사하라고.”
“도대체 너와 나 사이의 그 다섯 살은 어디로 갔단 말이냐.”
“이승현씨가 먹어 치웠지, 뭐. 아무튼. 이승현씨.”
“왜에.”
“살아있어서. 고맙다고.”
“서희주씨.”
“뭐.”
“나도. 고맙다고. 옆에 있어줘서.”
그와 그녀의 입술이 포개졌다.
아름다운 kiss 였다.
그들의 심장은 이제 일분에 팔십 개 쯤. 뛴다.
요즘 뭘 잘못 먹었는지 ㅡㅡ;
평소 캐릭터들 (무한 엽기 무한 코믹 그저 무개념 막장테크 요런 말로 설명될수있는...ㅋ) 버리고
요런 느끼+유치+말도안됨+현실성없음
뭐 이런... 상상을 해댄다고나 할까요........
연말증후군인가봐요 ^^;
오늘밤에도 눈 엄청 오는데
모두들 감기 조심하시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_<
첫댓글 잘읽엇습니다
감사합니다 >_<
재밌네요.하하 ! 제목을 보고는 어떤내용일까 생각햇는데, 내용이 아주 탄탄하네요. 히히 ! 건필하세요
내용이 탄탄하다는 칭찬, 글쓰는 사람한텐 정말 더없이 좋은 말인데...감사합니다. ^^
잘읽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_<
잘읽고가요~
넹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에잇 창피하당..ㅋㅋㅋㅋㅋ >_< 땡큐~ 난 건필 잘 못하는거 알자나..ㅋㅋ 내킬때만 우르르 쓰고.ㅠㅠㅠㅠㅠㅠㅠㅠ
..제목보고 끌려서 들어온..< 으흐흐흐흐 재밌게 잘읽었어용>_<!!!!!건필하세여파팅!!
제목..ㅋㅋㅋ 이 좀 거시기 하죠 아하하하 ㅡ0ㅡ;;;;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_<
윗분처럼 저두 제목보구 끌려서 봤는뎁 잼있어요!!히히
감사합니다 ^^;; 제목이 좀 그렇죠;;; 허허허
생각도 못했던 소재가 마구 튀어나오네요,,, 하하. 아마도 하루님의 뇌는 상상+환상 아이디어 제조기인가봐요? 멋져요. 음... 단편은 뭔가 기억에 잘 안남지만 ..... 잘 읽구 갑니다 ^^ ㅋ
제가 좀 똘끼가 가득한건 사실이에요 음훼훼휏 ㅡ0ㅡ;;;;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0<
잘읽고 가요~~ 시험기간인데 여서 데체 뭘하고 있는건지.ㅡ_ㅡ...
허허허 시험 잘보구오세요 ^0^
제목이 확 눈에 들어와성..바로클릭..ㅋㅋ 정말 재미있게 잘 읽었어욤~^^
앗 감사합니다 ^^
잘 읽었습니다. 이제 남자가 여자를 평생 돌봐줘야겠네요, (웃음)
얘기가.. 그렇게 되는거였군요 >_< (개념 없는 작가도 생각치 못했던 부분..ㅋㅋㅋㅋ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재밌는 글 잘 읽고 가요~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_<
독특한 소재와 좋은 글솜씨가 참 맘에 들어요.
지각생 또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