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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으.."
맞았던 곳에 통증을 느끼며
나는 눈을 떴고 이 곳은 내 방이 아닌...
병원인가?
병원은 아닌 듯 싶다.
하늘색톤으로 도배된 방.
[벌컥---]
"어?지완아!!이 여자 일어났다!"
키가 크고 귀엽게 생긴 남자애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더니,
나를 보더니 눈이 똥그래지면서
누군가를 불른다.
지완이?
누구지?
저벅저벅 소리가 나며
지완인가 뭔가 하는 애가 들어왔다.
키가 크고 남자답게 생긴..잘생긴 놈이다.
나를 보더니 인상을 팍 쓰며 눈썹이 꿈틀거린다.
기분나쁜 녀석.
"일어난걸 보니 이제 살만 한가 보네."
"여기 어디에요?"
"우리 집."
"내가 왜 니네집에 있어요?"
"와~지완아.지완아.
얘 말투 귀엽다.히히히.
나도 이제 얘 말투로 바꿔볼까?"
귀엽게 생긴애가 지완이라는 남자애한테
내 말투를 따라한다고 소리치자
또 지완이라는 남자애는 녀석은 눈썹을 꿈툴거린다.
"씨.박지완 너는 맨날 나만 미워해!
미워!미워!힝!!"
귀여운 남자애는 혼자서 바락바락 소리치고는 나가버렸다.
귀엽게 생긴 남자애가 안쓰러워 보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야."
"왜요?"
"나오라고."
"아직 아픈데."
"악!이거 진짜 저..아니다.너 말 놔라."
혼자서 말을 꼬여서 하더니
다시 눈썹을 꿈틀거리며 말한다.
얘도 안쓰럽다.
"응."
"우와.이거 진짜 말 놔라고 했다고 진짜로 놓으냐?"
"니가 말 놓으라며."
"그래.그건 그랬다 치고 침대에서 나오라고."
"그랬다 치는게 아니고 너가 말 놓으라고 했어."
"악!!그래그래.니말이 옳아."
"응."
"침대에서 나오라니깐?"
"나 아직도 아퍼."
"말 대꾸 하는거 보니깐 괜찮아 보이구만."
"진짜야.뒤에서 어떤 새끼가 뭐로 내 머리 쳤어."
"근데 넌 왜 멀쩡하냐?"
"그 새끼때문에 지금 아프다니깐."
내가 꼬박꼬박 말 대꾸 하자
녀석은 뭐라고 씨부렁대며 방을 나갔다.
웃기는 놈이네.
아 맞다.
싸움 어떻게 된거지?
나 누워있어도 되는건가.
나는 이런저런 생각에 빠졌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내 핸드폰 소리.
"여보세요"
[-야야야야!-]
"누구야."
[-야 이 골때리는 년아!-]
"김한열이?"
[-어.-]
"니 죽을래?누나한테 골떄리는 년?"
[-악!!아무튼 니 어딨냐?-]
"방에."
[-지랄하네.내가 지금 니 방에 있는데-]
"너 누가 내 방에 들어가래."
[-엄마가 니 깨우라고 해서 니방에 오니깐 니 없더라-]
"아..엄마 화났냐?"
[-응.빡돌았어.또 야구빠따 손질하고 있어.-]
"이제 난 죽었네."
[-응.그리고 열현이도 니 죽을각오 하래.-]
"그 새끼는 왜?"
[-그 새끼가 니 좋아하잖아.그래서 걱정시켰다고 죽는데-]
"내가 동생놈 친구한테 죽을만큼 그렇게 약하게 보여?"
[-절대 아니지.-]
"야 걔한테 내 얘기 하지마.짜증나."
[-난 안하는데 걔가 막 여자소개 시켜준다고 그러잖아-]
"닌 누나 팔아먹을 만큼 여자가 좋냐?"
[-응-]
"싸가지없는 새끼.지조도 없는 놈."
[-야.아무튼 니 빨리 집에 와.-]
"야라고?"
[-아니 누나.빨리 집에 와-]
"나 지금 못가"
[-왜?-]
"어떤새끼한테 뒤통수 맞아서 지금 정신이 없거든"
[-우와..그 새끼 존나 깡쎈새끼네.-]
"그러게."
[-그럼 누나 그 새끼 반 죽여버리고 집으로 들어와.-]
"엄마의 야구빠따는 그동안 니가 대신 잘 모셔놔.나 들어갈때 안 맞게."
[-응.알았어..악!이게 아닌데!-]
단순한 놈.
"동생아.엄마한테는 나 납치당했다고 전해줘."
[-그걸 믿겠냐?-]
"누나야가 김한열 너만 믿는거 알지?머리아파서 끊는다."
[뚝---]
"니 꼴에 김한열 누나였냐?"
문틈에 비스듬히 서서 팔짱을 끼고 나를 보고 있는
지완이라는 녀석을 나는 발견했다.
"니가 우리 동생 한열이를 어떻게 알아."
"우와.그 새끼도 누나 있었네."
"니가 우리 한열이 어떻게 알아."
"나 그자식 선배거든."
"그 새끼 학교 안 다녀."
"내 후배한테 새끼새끼 거리지마."
"누나인 내가 동생한테 새끼라고 하는데 니가 왜 난리야."
"난 우리 후배 모욕하는 것들은 가만히 안 놔두거든."
"악!!!아 머리아프다.나가"
"니 방도 아니면서 니 방처럼 말하네."
"그럼 맘대로 해라.난 더 누워있을거다."
"니 말하는거 보니깐 안아픈거 같은데?"
저 새끼.
침대에 너무 집착한다.
침대에 뭐 숨켜놨나?
"너 침대에 야한책같은거 숨겨놨냐?왜 자꾸 침대에 집착해."
내 말 한마디에 아무말 못하고
당황해 하는 녀석.
"진짜냐?나도 같이 보자."
다시 한번 당황해 한다.
진짜로 야한책같은거 있나보다.
남자들이란 정말.
"에이~괜찮아.한참 성장할 때는 다 그런거에 호기심있고 그런거야."
"우와..지완아.쟤떄문에 너 지금 당황한거지?
나 진짜 쟤 말투 배워야 겠다.
너 맨날 나만 미워하니깐 !
쟤한테 말투 배워서 너한테 써먹어야지~"
분위기 파악 못하고 어디선가 나타나서
다시 쫑알거리는 귀여운 녀석때문에
당황스러워 하던 놈은 다시 눈썹을 꿈틀거렸다.
"너무 어이없어서 가만히 있던 것 뿐이야."
이 말 한마디만 남기고
눈썹을 꿈틀거리던 놈은 어디론가 가버렸다.
그리고 그 귀여운 녀석이 방으로 들어와
침대 옆에 앉았다.
"난 신유훈이야~부일고의 귀염둥이라 할수 있지.케케"
"어.너 진짜 귀엽게 생겼다."
"넌 이쁘게 생겼어.
이제 니 소개 해줘~"
"중한고 김한음."
"김한음?"
"응."
"중한고?"
"응."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아무튼 너 이름도 이쁘고,
이쁘게 생겼어.내가 지금 본 여자애 중에 너가 대빵이야!"
"고마워."
"근데 너 어쩌다가 다친거야?"
"어떤새끼가 뒤통수 후렸어."
"배신당했어?"
"아니.진짜로 뒤통수 맞았어."
"우와..너 싸움하지마."
"안돼는데."
"왜?"
"신..아니야.그냥 싸워야되."
신일파 부짱이라고 할려다 말았다.
지금 애들은 내가 신일파 부대장이란 걸 모르고 있다.
심지어 내 단짝까지도.
그냥 신일파 부대장이 내 이름이랑 똑같다는 것만 알고 있다.
"너 싸우면 이쁜얼굴에 상처나서 아프겠다."
"얼굴에는 상처 안나게 싸워."
"우와!너 멋지다.멋져!"
"너도 멋져."
"고마워.히히.
근데 니 이름 어디서 많이 들어본거 같아."
"내 이름이 흔한가?"
"아니.별로 안 흔해.
근데 너 디게 유명한 애 같어."
"나 안 유명해."
"너 그럼 박지완이란 이름 들어봤어?"
"아니."
"우와..너 진짜 신기하다."
"왜?"
"여기서는 박지완 모르면 간첩인데.너 같첩이지!"
"아니야."
"히히.너 웃기다~내가 말할때마다 정색해."
나를 갖고 노는 놈은 이놈이 처음일꺼다.
근데 왜 일까.
이놈이랑 말하면 웃기다.
재밌다.
"그럼 내가 박지완이라는 애가 누군지 말해줄게.
박지완이라는 애는 내 친구.그니깐..흠..이 집 주인이야!"
"이 집 주인이 그렇게 유명해?"
"응.쟤가 안양에서 이름 날리거든.
얼굴은 당연히 되지..외모도 되지..인기도 많지.
아무튼 멋진 놈이야."
"그렇구나.근데 쟤 싸가지가 없는거 같아서 안 멋져."
"아니야.쟤가 낯가림이 심해서 막 부끄럼 타는거야."
"그렇구나."
"아!나도 멋진놈이야!"
"넌 귀여운 놈."
"히히.그래.난 멋진것보다 귀여운게 더 좋아."
이 놈 왠지 모르게 이상한 애라는 느낌이 팍팍 든다.
말투도 그렇고.
또 다른 남자들은 귀엽다는말 보다 멋지다는걸 좋아하는데.
얘는 귀여운게 더 좋텐다.
"아.우리둘이 얘기한건 비밀!쉿!
내가 자기얘기 한거 알면 지완이가 또 나한테
막 난리쳐.씨..내가 귀여워서 질투하나?"
"큭..질투하면 쟤 약점잡아서 놀려먹어."
"쟨 약점없어.하도 멋진놈이여서"
"내가 쟤 약점 알려줄까?"
"너 알아?어떻게?난 쟤랑 친구된지 7년이나 됬는데
하나도 몰라.말해주라~지완이 약점!"
"쟤 있잖아~"
"응응!"
큰 눈을 깜빡거리며 좋아하는 녀석을 보니
왠지 모르게 놀리고 싶은 충동이 든다.
"너 귀여워서 말 안해줄래."
"타고난걸 어떻게해.힝.."
막 징징거린다.
알려줄까?
그럼 또 그 놈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침대에서 나오라고 하겠지.
나도 이 침대 푹신푹신한게 좋은데..
"한음아 한음아~말해주라.응?"
"신유훈.니 나와"
또 다시 문틈에 기대고 서서 눈썹을 꿈틀거리며
유훈이를 불른다.
[어느새 유훈이로 등급 업됬음.]
"싫어.한음이랑 나랑 둘이 재밌게 노는데 왜 그래!
너 또 질투하는거야?내가 너무 귀여워서?"
내가 저런애를 갖고 놀았다니.
저런 애랑 같이 말하면서 즐거워 했다니.
나도 수준이 많이 낮아졌나 보다.
"신유훈 너 안 나오면 저 곰탱이 버린다."
녀석이 손가락으로 곰탱이라며 무엇을 가르켰고,
그 곳엔 널부러져 있는 토토로 인형이 보였다.
토토로..토토로가 곰탱이였구나.
"안돼안돼!!우리 토로 버리지마.힝..
한음아 나 좀있다가 올게.지완이 너 미워!토로야~"
징징거리다가 째려보다가 웃으면서 토토로를 불르며
달려가는 유훈이를 보니 참..
많이 안타까워 보인다.
"너 신유훈 저 자식하고 말하지 마라."
"싫은데?"
"저 자식하고 놀며 너도 바보되."
"쟤 귀여워."
"저 새끼가 귀엽냐?니도 눈 어지간히 낮은가 보다."
"나 눈 높은데."
"근데 쟤가 왜 귀엽냐?
나는 싸가지 없어서 안 멋지다며."
저 자식 나랑 유훈이가 한말을 다 들었나 보다.
내가 아까 말했던걸로 꼬투리를 잡으며 유치하게 나온다.
"나 머리 아퍼.안농~!"
나는 이 말만 남긴채 이불을 머리꼭대기까지 덮었고,
녀석이 갑자기 잠잠해 진다 싶더니,
이불을 확 잡아 당겨버렸다.
"야 말해봐.내가 싸가지없어서 싫냐?"
"몰라.나 머리아프다니깐?"
"싫냐고!"
"나 뒤통수 후려맞아서 아퍼.머리 아프다고"
"내가 귀여워 지면 좋아할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