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미술관이나 덕수궁 국립미술관에 가는 날엔
자연스레 정동길을 걸으며 점심도 먹고 카페도 들어가고 하는데 그동안 이 고종의 길을 발견하지 못하고 다녔다
덕수궁 돌담길을 한 바퀴 빙 돌기도 하는데 이 장소를 모르고 지나쳤었다
오늘은 이 길로 들어서 걸어보기로 한다
이 길에 들어서자마자 길이 너무 한적하고 예뻐
이 예쁜 길을 고종 혼자서만 걸었단 말야? 하는 무식한 망언을 했었다
알고 보니 이 길은 역사적 아픔을 갖고 있었다
계단식 담장선이 아름답게 이어진다
무식하게도 홀로 사색하기 좋은 길이라고 생각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어머, 이 길 너무 한적하고 멋지다 하면서
웃으며 걸었다
담장 너머 하늘까지 또 왜이리 신비하고 예쁜 거야 하면서 말이다
에구 챙피해라~~
기울어가는 국운을 감내하며 무기력하게 경복궁을 나와 러시아 공사관(아관)에 안위를 맡기기 위해 떠났던
일명 아관파천 길이라고 한다
이 길을 통해 러시아공사관으로 들어갔던 고종의 마음에 감정이입해 보며 갑자기 숙연한 마음이 들었다
이길은 아관파천 후
덕수궁과 러공사관을 오가며 정사도 돌보고(신하들이 많이 사용했을 듯)
위험시 러공사관으로 피해가는 지름길이라고 보는게 정확할 듯하다
을씨년스럽다는 말의 유래를 오늘에서야 알았다
을사늑약이 있던 을사년을 빗대어 '을사년스럽다'라고 했던 말이 조금씩 변화하면서
'을씨년스럽다'라는 말로 굳어졌다고 한다
오늘 많이 배웠다
이 문을 나서면 정동길로 이어진다
예쁜 카페들이 줄지어 있는 길에서 다리도 쉴 겸 차 한잔 마시고 천천히 걸어 내려왔다
오늘 정동길은 플리마켓이 한창이다
은행나무잎 노란빛처럼 파라솔도 노란빛으로 맞추었다
천천히 구경하고 걸어 다니다 자신의 히스토리를 담아 만든 캐릭터에 눈길을 한참 주었지만
내가 사고 싶을 만큼은 아니었다
정동길 참 분위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