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사업의 새로운 지평, 농촌사회복지
- 농촌 지역사회에 대한 사회사업가들의 적극적 관심 필요 -
사회복지사 이정일
Social Worker. 통권 제26호 (2004. 6) pp.16-18 / 한국사회복지사협회 / 20040610
도시중심, 중앙중심, 물질산업중심의 우리나라 경제문화구조는 농촌의 우위적인 기능과 역할에 눈멀게 하고 있으며, 경제발전을 위한 걸림돌로 낙인 되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농업농촌농민의 소극적 유지를 위한 정책과 사회적 이해로 나타나고 있다.
농업농촌은 "식량안보, 환경보전, 농촌사회의 유지 및 국토 균형발전, 전통문화의 계승보전, 도시민을 위한 휴식 및 여가공간의 제공, 삶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적 삶의 방식" 등 우리내 삶의 근간이 되는 다양한 가치와 기능을 담고 있다.
이제 농업농촌을 살리기 위해 사회사업가들이 비전을 가지고 나서야 할 때다.
60년대 이후 수출주도형 산업구조 속에서 저임금을 지탱하기 위한 국가의 저곡가 정책은 농업의 산업적 경쟁력을 약화시켜왔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90년대 본격화된 자유무역협정(WTO)체제의 농수산물 시장개방 압력에 국가는 무분별한 농자금 융자지원과 쌀값 올리기와 같은 미봉책으로 일관해온 결과 농가부채(2004년 기준 2천700만원/가구당, 10년 만에 4배 가까이 증가한 금액)만 늘어난 상황이다.
최근 FTA나 DDA(WTO의 새로운 명칭)와 같은 수입개방 압력에 따라 정부는 개방농정이라는 허울 속에 선택과 집중을 통한 경쟁 중심의 대농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는 소농의 자연도태를 의미하며 농업인구 감소(이농)와 농촌지역의 고령화를 더욱 촉진시켜 지역사회 유지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농촌 인구의 과소화는 정주공간으로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주거, 의료보건, 교육, 도로·교통, 여가·문화, 경제 등 거의 모든 생활환경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농촌 인구는 최근 10년 사이 34.7% 감소하였으며, 농가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26.2%인 94만명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전체 고령인구 비중 8%선과 비교한다면 큰 차이다. 60세 이상까지 감안한다면 농촌은 노인이 절반을 훌쩍 넘어선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농촌노인에게 절실한 보건·의료시설은 최악의 상황이다. 병·의원 및 보건진료소 등 보건의료기관의 90% 이상이 도시에 편중되어 있고 병상 수도 89%가 도시에 분포돼 있다. 가정봉사원 파견사업 시설과 같은 재가노인복시설도 90% 이상이 도시에 편중되어 있는 실정이다.
또한 도시·농촌 관계없이 가정의 큰 관심사인 교육여건의 경우 농촌은 황폐화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말까지 학생 수 감소로 폐교된 전국의 초·중·고등학교 2,886곳은 대부분 농촌 소재 학교다. 열악한 농촌 생활여건 때문에 도시로 나가는 가구가 늘어 학생수가 줄면 폐교가 되고, 학생들의 불편함 때문에 다시 도시로 떠나는 농가가 늘어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또한 농가자녀의 55.3%가 방과 후 혼자 공부하고, 학원이나 개인과외 이용 학생비율이 1%에 불과할 만큼 농촌의 교육 환경은 열악하다.
이외에도 농가부채와 어려워진 농업경제로 인해 늘어나고 있는 기초생활수급대상과 등록 장애인 비율이 도시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IMF 이후 도시 거주 자녀들에 의해 농촌노인에게 맡겨진 아동들의 양육이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농촌복지 정책의 현황과 새로운 모색
참여정부에 들어오면서 농정에 작은 변화가 있었다. 그것은 농촌지역주민을 위한 복지증진에 대한 정책적 배려라고 할 수 있다. 최근 FTA와 쌀수입 재협상에 의한 농민들의 피해를 최소화시킨다는 명목으로 "농림어업인삶의질향상및농산어촌지역개발촉진에관한특별법"과 "농어촌주민의보건복지증진을위한특별법"을 제정하였다.
이러한 특별법에 근거하여 건강보험(22.6% → 30%) 및 국민연금 국가지원의 확대, 농어촌 소년소녀 가장 지원(7만 → 10만5천원), 구강보건사업에서 국가지원율을 80% 이상으로 올리는 한편 농어촌 보건소의 시설.인력.장비 우선 보강, 노인보건센터.정신보건센터 및 재가복지시설의 우선 설치, 저소득 모.부자가정 선정기준 대폭 완화 및 농촌형자활후견기관 추가선정, 지역거점병원으로 취약지 공공병원 육성 등 다양한 지원책이 나오고는 있지만 전달체계를 갖추지 못한 농촌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형식적인 정책이다. 그뿐만 아니라 정확한 일정이나 수준에 대한 언급도 없는 상황이다.
OECD 선진국의 경우 90년대 초반부터 또는 그 이전부터 농촌지역복지에 대한 정책을 우선시 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일본의 경우 1992년 개정된 농협법에는 노인복지사업을 별도로 규정, 농협이 자체 노인복지사업과 정부의 수탁 사업을 시행할 수 있도록 했으며, 영국은 1990년 지역사회보호법 제정을 통해 지역사회 차원에서 농촌주민의 생활여건을 조성하는 것을 농촌복지정책의 기본방향으로 정하고 투자확대, 대중교통 제공, 농어촌 관광육성, 농어촌환경보호 등을 종합적으로 추진함으로써 ‘농환경사회’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또한 "농촌서비스표준" 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지역마다 교육·의료·교통·환경 등 생활여건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을 정해놓고 실제 서비스 수준이 표준에 미치지 못하면 추가로 지원해주는 시스템을 실행하고 있다.
선진국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진정한 지역사회(공동체)를 이루기 위해서는 정주공간으로서의 생활환경이 유지되어야 한다. 농촌지역민의 복지문제(교육, 보건의료, 문화여가, 빈곤)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건강보험료나 국민연금 지원과 같은 직접비용지불 정책과 함께 농촌현실(접근성, 물적·인적 자원의 한계)에 맞는 권역별 전달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공공전달체계 이외에 다양한 민간 전달체계의 지원육성이 절실하다. 농촌지역의 소규모 사회복지 시설이나 종교·사회단체, 민간형 농촌복지사무소와 같은 통합적 복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민간형 전달체계를 육성·지원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정책이 실제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재정 확보가 필수적이다. 국가의 복지관련 사업에 농촌지자체가 소극적인 이유는 제정자립도가 낮은 상황에서 자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사업신청(지자체) 단계에서 좌절되거나 지원 사업에 대해서도 선 듯 나서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농촌지자체의 복지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부담을 줄여 복지사업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국비지원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우선되어야 한다. 농업농촌이 가지고 있는 우리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우위적 가치를 이해하고 이를 보전하기 위한 사회적 지불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시급한 농촌복지와 사회사업가의 역할
최근 농업 위기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농촌복지에 대한 보다 많은 관심과 정책적 배려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실제적이거나 구체적이지 못한 상황이다. 그것은 농촌지역에 대한 사회사업가들의 관심과 이해가 단편적(농촌 노인에만 주로 관심)이거나 그만큼 부족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제부터라도 농촌지역사회의 전반적인 복지문제에 보다 적극적이고 철저한 관심과 준비가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그러기 위해서는 농촌복지가 사회사업의 새로운 지평(영역)으로 인정되어야 하며, 농촌다운 사회사업 이론과 실천방법이 정립되어지고 교육되어야 함을 뜻한다. 또한 농촌지역에서 복지를 실천하고 있는 사회사업가들의 연대와 재교육이 절실히 요구된다.
그러한 차원에서 최근 농촌복지 실천가들이 중심이 되어 활동중인 농촌복지포럼과 제9차사회복지대학생정예화캠프의 농촌사회사업포럼의 새로운 시작은 의미 있는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한국복지교육원에서 진행중인 농촌복지아카데미와 광주대·목포대가 협력하기로 한 통합적 (농촌)지역복지 전문인력 양성 계획도 농촌지역 사회사업 실천가를 양성하기 위한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끝으로 농촌이 가지는 사회사업적 가치에 대해 나누고 싶다. 생명(자연과 모든 인간의 관계를 어우르는 사고)을 지키고 실현하는 것이 바로 우리가 꿈꾸는 복지공동체가 아닌가 싶다. 복지라 명명되지 않아도 모든 삶에 복지가 녹여진 그런 신명난 삶을 누릴 수 있는 공동체 말이다. 그런 공동체를 유지해오던 농촌은 지금 하루가 다르게 황폐화되고 있다. 농촌이 가진 우위적 가치를 깨닫고 지키기 위해 젊은 사회사업가들이 이제 농촌으로 가야한다. 도시와 농촌,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의 관계, 온누리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 말이다.
socialworker_magazine_20040610.hwp
첫댓글 고마워요 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