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루카 17,7-10
그때에 주님께서 말씀하셨다. 7 “너희 가운데 누가 밭을 갈거나 양을 치는 종이 있으면, 들에서 돌아오는 그 종에게 ‘어서 와 식탁에 앉아라.’ 하겠느냐?
8 오히려 ‘내가 먹을 것을 준비하여라. 그리고 내가 먹고 마시는 동안 허리에 띠를 매고 시중을 들어라. 그런 다음에 먹고 마셔라.’ 하지 않겠느냐?
9 종이 분부를 받은 대로 하였다고 해서 주인이 그에게 고마워하겠느냐?
10 이와 같이 너희도 분부를 받은 대로 다 하고 나서,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하고 말하여라.”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속담이 잘 적응되는 곳이 소셜 미디어 공간입니다. ‘친구’라고 불리는 유사 사촌이 이 안에 있습니다. 여기에는 멋진 모습만 있지요.
명품 가방을 옆에 두고 커피 마시는 사진, 근사한 호텔이나 풀빌라에서 수영하는 사진, 값비싼 외제 차 앞에 선 사진 등 멋진 모습이 가득합니다. 이 사진을 보고 그렇게 살지 못하는 사람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면서 배가 아플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속담은 정답이었습니다. 그래서 2017년 페이스북 측은 ‘페이스북을 수동적으로 사용하면 정신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으면서 자기만의 삶을 살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남들의 삶을 볼 필요가 없습니다. 그보다 자기만의 삶을 살면 됩니다. 행복이란 남들처럼 사는 것이 아니라 나의 삶을 사는 것이었습니다. 텔레비전도 잘 보지 않고, 소셜 미디어 공간에는 묵상 글 올릴 때만 사용하니 남들이 어떻게 사는지 볼 수 없습니다. 저의 글에 댓글을 많이 쓰시는 것 같은데, 이 역시 전혀 보지 않습니다. 이렇게 스스로 찾아보지 않으니, 관심도 사라집니다.
하지만 많은 이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것을 보면 그 중독성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소셜 미디어를 해야 세상을 잘 알 수 있을까요? 오히려 사용하지 않아야 고립감이나 배제감을 느끼지 않게 될 것입니다. 문명을 이용하면 편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편한 것이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때로는 문명에서 멀어져야 더 편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주님께서 주시는 이 세상 안에서의 기쁨과 행복에 집중해 보면 어떨까요? 세상 것이 아닌 주님께 집중하는 삶이 필요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종은 마땅히 주인에게 시중들어야 함을 이야기합니다. 제대로 시중들기 위해서는 주님께 집중해야 하고, 주님의 뜻을 철저하게 따라야 합니다.
그리고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라고 말해야 한다는 것은 주님을 섬기는데 어떤 보상이나 대가를 자기 기준으로 바라서도 안 된다는 것입니다. 주님과 주종의 관계로 살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실제로 주님께서는 우리를 벗이라고 말씀하셨고, 당신의 생명까지도 우리를 위해서 내어주시는 분이 아닙니까? 따라서 오늘의 말씀은 주님께 집중하는 삶을 살아야 함을 이야기하시는 것입니다. 이런 삶을 통해서만 진짜 행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그 행복을 하느님 나라에서 누리는 영원한 생명이라고 하셨습니다.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진짜 행복입니다.
목표는 우리가 의식하고 지향하는 곳으로 우리를 이끌어 간다(에드워드 비컨).
성 요사팟 주교 순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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