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중받아 본 사람이 남을 존중할 줄 압니다 =
충남에 이어 서울시의회가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했다.
우리나라는 1991 유엔아동권리협약에 가입했다. 헌법 6조에 의하면 국제법규는 국내법적 효력을 갖지만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아동권리 측면에서 법규와 현실과의 괴리는 컸다.
이에 2010년부터 주민청원에 의한 조례제정이 시작되었고 이후 서울, 경기, 충남, 전북, 광주, 제주에서 조례가 제정되었다.
덕분에 체벌이 사라지고 복장단속 같은 구시대적 문화가 줄어들며 학생인권에 의미있는 진전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여전히 학생인권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이는 2023년 국가인권위 진정사건이 1,000여 건, 매년 3만 건 이상 국가인권위 상담신청이 이루어지는 사실로도 드러난다.
학생인권조례는 조례 형식이 갖는 한계로 지역 간 편차는 물론 노골적인 폐지 시도에 시달려왔다.
현행 조례가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허황된 주장은 말할 것도 없고, 권리일변도라는 왜곡된 주장으로 조례폐지를 시도하는 이들이 있지만 이들이 과연 학생인권조례를 제대로 읽어보기나 했는지 궁금하다.
지역별 조례라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모든 조례에는 타인 인권 존중 의무, 학교교육 협력 및 학교규범 존중 등의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게다가 2019년 헌재는 ’서울학생인권조례가 학교구성원의 존엄성을 보호하고, 학생이 민주시민으로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케 한다‘며 합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 보편적 권리를 폐지할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은 서로를 존중하는 것을 배우지 못한 이들이 우리 사회를 가득 채운 세상을 바라고 있는지 묻고 싶다. 그 피해는 소수 누군가가 아니라 그 자신을 포함한 우리 모두가 될 뿐이다.
서이초 사건 시 대통령이 교권과 학생인권을 대립시켜 제로섬 게임인 듯 왜곡시키며 문제의 본질을 흐렸고, 이는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주장하는 세력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 되었다. 그 결과가 충남과 서울의 조례폐지로 나타났다.
지난 3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수준을 넘은 최초의 독립적 제정법 형식으로 학생인권 보장을 위한 특별법이 발의되었다.
이제 법률 차원에서 보다 안정적인 인권보장 근거를 만들 필요가 있다. 이미 발의된 학생인권법을 시급히 통과시켜 제정해야 한다. 인권은 보편적 권리이며, 결코 폐지될 수 있는 인권이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