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쏟아지는 1988년 1월 9일 늦은 오후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쩔절 맵니다.
이때 풍곡에 사는 한 할아버지가 나를 보시더니
자기동네로 이사오는 사람이 이래서는 안된다고 하며
"우리집 마루에 짐을 부려 놓으시오"
라고 하시는게 아닌가?
나는 너무 고마워 할아버지 앞에 허리를 숙이고
"아이고 영감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라고 머리를 조아렸습니다.
동네사람들과 우리는 할아버지의 마루에 짐을 모두 옮겼는데
나는 내가 우선 사용할 이불 한채를 꺼내고
냄비 하나, 밥그릇 하나, 수저 하나,를 꺼내어 짐을 싸서 등에지고
한 손에는 쌀을 덜어 들고 ,된장 고추장 병을 하나씩 들고
다른 손에는 석유곤로를 들고
눈 오는 6km의 덕풍계곡으로 들어갑니다.
나는 미끌어지고 물에 빠지고 넘어지기를 반복하며 간신히 집에 이르렀습니다.
집에는 아무도 없고 정노인은 마을로 올라가 삽니다.
좀 기다렸다가 도시에 나가 있는 아들넴이 한테 간다고 미리 말슴하셨습니다.
나는 우선 너무 추워 부엌 마루에 짐을 내려 놓고
#우리집은 굴피집입니다.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지을 수 있는 집입니다.
굴피집을 지으려면 나무 기둥을 박고
지붕에는 서까래를 얹고
참나무 껍질을 펴서 덮습니다.
그리고 벽에는 흙을 발라 뱀과 쥐를 막습니다.
부엌에는 아궁이가 3개인데 하나는쇠죽을 쑤고
하나는 건너방에 불을 때고
하나는 안방에 불을 땝니다
그리고 부엌 뒤쪽에는 소를 키우는 외양간이 있습니다.
나는 너무 추워 아궁이에 불 먼저 때는데
정노인은 나를 위해서 인지 부엌 한 쪽에 장작을 많이 쌓아두었습니다.
가마 솥의 물이 설설 끓습니다.
나는 너무 배가 고파서 석유곤로에 불을 붙이고 쌀을 씻어 냄비에 올려 놓고 밥을 합니다.
아궁이에서는 장작불이 활활 타들어가고 곤로에서는 냄비의 밥이 됩니다.
밥이 다 되자
나는 너무 배가 고파 쓰러지기 일보 직전입니다.
나는 냄비를 부뚜막 위에 내려 놓고
고추장에 비벼서 입에 마구 쑤셔 넣았습니다.
"꺼억 아구 잘 먹었다"
이제 살것 같습니다 밥은 2인용이었지만 너무 배가 고파 다 먹었습니다.
나는 밖에 나와보니 눈이 펄펄 날리고 7개의 800m가 넘는 산봉우리들이 눈속에 그림자 처럼 보입니다.
나는 다시 방에 들어가서 전등을 켜자
정노인은 전기를 아끼기위해서인지 가장 낮은 30촉 짜리 전구를 끼워 두었는데 방안이 흐립니다.
나는 방 청소를 하고 아름목에 이불을 깔아두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부엌으로 나와 아궁이를 막고 정리정돈을 하고 다시 방에 들어와 눕습니다.
등허리가 점점 따뜻해 집니다.
내 50년 평생에 내 집을 가져보긴 처음입니다.
그동안 남의 집을 전전하며 얼마나 서러움을 받았던가?
이제는 처음으로 내 소유의 집과 땅이생겼으니
이제는 누가 나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사람이 없습니다.
나는 마치 부자가 된 느낌입니다.
나는 부엌을 정리하고 방에 들어가 눕습니다.
나는 다 쓰러져가는 굴피집일망정 내 소유의 집이기에 고대광실 하나도 부럽지 않습니다.
나는너무 피곤하여 저 깊은 잠 속으로 곤두박질 합니다.
(계속)
첫댓글 드뎌
내 집이 생겼네요
자연속 오지에서
행복 해 지실 일만
남으셨네요
어서오세요 라아라님 감사합니다.
예 무인고도의 외딴 집이랍니다 하하하
산속 굴피집에 내집 마련을 하시고 이삿짐은 남의 집 마루에 맡기고
장작불로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물이 펄펼 끓고 방바닥은 따끈하고 글읽어가는 독자도 등따습네요.ㅎ
하하하 독자 별꽃님 어서오세요 감사합니다.
어제는 또 컴이 고장이 나서 수술을 하였고 지금 간신히 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현대화된 문명을 버리고.....자연으로 가셨군요....
왜 사서 고생을 하시는지.....
난 이해가 안됩니다.....산세가 좋아도 그렇지....
어서오세요 장안님 여러가지문제가 있어요.
우선 제 피아노 학원이 전라도 사람들 때문에 할 수가 없었고
나이가 50이 가가워지는데도 총각이고 우리가족 다 죽고 나 혼자이기에
산으로도망 친 겁니다. 하하하
잼나는글 잘 보았습니다.
굴피집.티비에서나 보던건데..
어서오세요 양철북님 감사합니다.
가장 초라한 집이지요 참나무 껍질로 지붕을 이은 집이랍니다.
글 잘 보고 갑니다
차마두님 어서오세요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고요 ^)*
세상에 태어나서 자기 집이라도 짖고 가라던데요...
잘하셨어요.
어서오세요 난석님 검사합니다.
굴피집일망정 제가지은것도 아니지요 하하하
원시인 생활이나 같아요 하하하
선배님 역사의 한페이지가 고스란히
제 눈앞에 힘든 고생 하시면서
드디어 굴피집 완성
따뜻한 온돌이 그동안 피곤했던
온몸을 녹여주니 너무 고맙습니다.
다음 호를 기다리며
청담골님 오셨어요? 늘 감사합니다
제 집을 처음가져본 행복한 날이랍니다 비록 굴피집일망정 하하하
형광등등님~
지나간 일들을 그려주셨습니다.
집을 가지셨으니 축하드립니다.
깊고 깊은 오지마을 외딴집이랍니다. 하하하
아마 다른사람은 무서워살지못할 꺼예요
저는 행복하답니다 님의 축복에 더 행복하고요 감사
눈속의 굴피집
연기가 나오는 굴뚝
따뜻한 내집에서 등 따시고 배 부르니 이것이 편안한 행복 이겠지요
예 맞아요 안단테님 처음으로 가져보는 행복이랍니다.
좋은 나날 되세요 감사
글을 읽는 내내 그 모습들이 클로즈 되네요
저도 그랬어요 처음 내 이름으로 된 집 장만 했을 때의
그 기쁨 ㅎㅎㅎ 그 시절을 생각하면서 웃어봅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박희정님 어서 오세요 감사합니다.
님도 처음집을 가지셨을때 굉장히 기쁘셨지요? 하하하
정말 말도 다 못합니다 하하하
그러게 옛말에 움막이라도 내집이 좋다지 않습니까.
들어오라 나가라 할사람없고
눈치볼 사람 없으니 고대광실
부럽지 않겠습니다.
이제부터는 두다리 쭉 뻗고 맘편히 살날만 남았네요.
축하드립니다~~~ㅎ
어서오세요 예은이님 감사합니다.
님이 기뻐해 주시니 참 좋습니다.
예 맞아요 이제는 다 다리 쭉 뻗고 깊은 잠에 떨어질 것잊니다 하하하
살던곳에서 다른곳으로
이사한다는게 그것을 결정하기까지 쉬운일이
아니었을것거란 생각이듭니다
더군다나
서울에서 덕풍계곡으로 ᆢ
대단한 결정이며
삶의 주관이 뚜렷해보여 멋있습니다
이삿날 하필 눈이와서
정말 상상도 못할만큼 고생하셨네요
글을 읽으면서 장면 장면 연상케합니다
나중에 꼭 책으로 출판해 주세요
이렇게 재미 있고 스릴 넘치는
자서전 정말 대단하십니다
김지아님 어서오세요 감사합니다.
아유 지아님 저는 너무 많이 부족한 사람이랍니다. 과찬이세요.
단지 하나 자랑스러운 것은, 제가 죄를 짓지 않고 살아왔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제가 글을 쓰면 하느님이 먼저 보신다는 생각으로 정직한 글을 쓰지 않을 수가 없어요 하하하 또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