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이상한 소리의 정체
그 날,
게임에 집중하고 있는 그녀 곁으로 다가가,
난 조용히 캔커피 하나를 내밀었다.
"저번에, 비록 꽁초가 빠져있긴 했지만여,
그래도 고마워서요… 이거 드세요."
그녀를 스페이스바를 치다말며, 씩 웃었다.
그녀는 쑥스러워하며(!!!--쑥스러워하다니!!) 고맙다고 인사했다.
이 틈을 빌어 무슨 게임을 하나 모니터를 쳐다봤더니,
무슨 인형 같은 캐릭터들이 막 움직이는 게임이었던 것이다.
그 환하고 동화적인 분위기가
무겁고 어두운 그녀 이미지에는 안 맞는 게임이라고 할까?
"이게 뭐예요?"
"네…. 아바타 겜인데요, 티티엘 아시죠? 티티엘 핑고예요……."
난 좀 더 친해질 셈으로
"어? 예쁜데, 이거 어떻게 하는 거예요??"
하고 한발짝 더 다가섰다.
그러자 그녀, 대답없이, 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가버리는 거였다.
아, 내가 좀 성급했었구나…
괜한 후회가 막 생겨 난 그냥 카운터로 돌아오고야 말았다.
그래도 여기서 멈출 수 없지.
난 인터넷에서 티티엘과 핑고를 찾았다.
다운받아 겜 공간을 좀 돌아다녀보니, 대충 겜의 성격을 알만했다.
자기 맘대로 아바타를 꾸밀 수있는데,
핑나무에서 핑이라는 마법물질을 통해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그런 겜이었다.
근데!!!!
근데!!!!
바로 거기!!!!!!
핑나무에서 핑을 딸 때,
아바타가 과일요정으로 변하는데!!!
그 때, 과일요정이 핑나무를 향해 달려갈 때
스페이스바를 전력으로 두들겨대야 했던 것이다.
아, 그래!!!
그녀가 나타나면 피씨방을 울리던 그 키보드 소리가…
가끔 스페이스바가 고장나곤 하던 그 키보드가…..
바로 이것 때문이었구나….
진지하고 염세적인 부뉘기의 그녀의 집중력은
바로 이것 때문이었구나………
그날 이후,
그녀의 모든 것을 다 알아버린 것 같은 기분에 빠진 나는
핑고를 돌며 그녀를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겜도 겜이지만, 그녀의 아바타라도 만나,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면…
하는 마음뿐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어쩌면, 그 다음의 사건이 없었다면,
그렇게 그녀를 만나게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으로나마
기쁘게 살 수 있었을런지도 모른다.
다시 시간을 앞으로 돌릴 수만 있다면,
그날… 그녀를 지킬 수가 있었을 텐데….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