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이 왔다 해도 체감온도로 느껴지는 계절은 아직 진정한 겨울은 아니었다
늦가을로 향하는 길목 어디쯤의 날씨.
아무리 기상캐스터가 내일 춥다 하면서 이쁜 엄포를 놔도
난 뭐~~ 이제 찬바람 좀 불려나 하는 정도로만 생각했다
부여의 백제 CC로 1박 2일 라운드 가는 남편은
오늘 천안상록CC에 새벽라운드를 나가는 나에게 옷을 따뜻하게 입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어제저녁 도톰한 겨울옷을 가방에 넣기에
풋! 벌써 저렇게 두꺼운 바람막이 스웨터를 입는다고? 하며 약간 오버하는 거 아닌가 했다
스커트와 티셔츠를 챙겨 넣었던 나는
새벽에 일어나 창문을 열어보고 얼른 의상을 교체한다
남편이 챙기는걸 보고 살짝 비웃었던 기모바지와 바람막이 스웨터로 재빨리 선수교체
따뜻하게 지내다가 갑자기 새벽 찬바람을 맞으니 아직 적응을 못해 온몸이 움츠러든다
이른 시간이라 아직 그린 위의 낙엽들을 다 못 치웠는지
아님 새로 날아들어왔는지 그린에 공을 올리면 퍼트라인의 낙엽을 치우며 해야한다
이제 막 떠오르는 해로 그림자가 길다
내 그림자도, 나무 그림자도 길쭉길쭉 페어웨이에 선명한 그림을 그려놓았다
어휴~~ 바람막이 스웨터 입고 오길 잘했어
바람이 공도 방해해 제 거리를 보내주지 않는다
햇살이 이렇게 반가웠을 때가 있었던가
해가 점점 올라오니 등이 따뜻해지면서 몸에 긴장이 풀린다
물에 풀어놓은 윤슬이 반짝반짝 튕겨 올라올 듯하다
기운을 쏙 뺀 이 잔디빛깔 너무 좋아해
노릇노릇 익어가는 잔디빛깔이 잔잔한 휴식을 준비하는 듯하다
금방 지나온 장소도 멀리 떨어져 바라보면 또 다른 느낌이다
홀을 이동해 바라보니 방금 보았던 억새무덤이 작은 섬처럼 보인다
친절하고 상냥한 캐디와 함께 한 오늘
해가 다 뜨기도 전의 참바람 속에서 시작한 라운드가 겨울을 잘 날 수 있는 힘을 준 것 같기도 하다
마지막 홀 퍼트를 마치고는 마치 전우애라도 생긴 듯
모두 안아주며 오늘 수고했어요 토닥토닥
저녁 무렵 남편의 전화
해 떨어지니 엄청 춥다면서
오늘 내 말 듣고 두꺼운 옷 가져가길 잘했지?
아~~ 녜녜~~~~~
이제 겨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