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 지킴이
드디어 1주 뒤로 밀린 2018학년도 대학입학수학능력시험일이었다. 여느 출근시각과 같은 6시 반경 집을 나섰다. 나는 본교 감독이라 내가 근무하는 학교로 가면 되었다. 평소와 다른 점은 걸어서 가질 않고 시내버스를 탔다. 걸어가지 않은 이유는 수능일 내가 맡은 일이 순찰 요원이라 하루 종일 바깥에 있어야 할 형편이라 아침 출근길부터 추운 날씨 떨어야할 까닭이 없어서였다.
충혼탑 사거리에 이르자 아침 이른 시각임에도 교통경찰이 다수 배치되어 교통 흐름을 살폈다. 교육단지는 일방통행으로 역방향 차량은 통행을 시키지 않았다. 교문 앞 가드 레일에는 며칠 전부터 정당의 유력 인사들 이름으로 내건 수험생을 격려하는 현수막이 걸렸다. 예전에 볼 수 없는 풍속도로 내년의 지방자치단체장과 의원 선거에 입후보할 의향이 있는 선량들로 여겨졌다.
내가 워낙 일찍 출근해 수험생들은 아직 등교하지 않았다. 교문 입구에는 지역봉사단체 관계자들이 따뜻한 음료를 제공하려고 보온물통과 차들을 펼치고 있었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수험생과 학부모들을 위하는 마음이 돋보였다. 나는 교무실까지 갈 일 없이 교문 들머리에서 수험생을 맞이했다. 일부 수험생은 부모님과 동행해 교문 앞에서 작별했다. 교문이 점차 혼잡해져갔다.
교통경찰이 경광봉을 들고 차량 소통을 도와주었다. 교문 안으로 진입 가능한 차량은 감독관 차량만이 허용되었다. 그런데 한 학부모는 수험생을 태워 교문으로 진입해 되돌아나가는데 애를 먹었다. 교육단지는 여러 초중고가 나란히 있다. 이 가운데 내가 근무하는 여학교와 재단이 같은 사립 남녀 고등학교가 수능 고사장이었다. 수험생은 대부분 다른 학교에 다녔던 학생들이었다.
전날 예비소집을 했음에도 다녀가지 않았거나 무심결에 교문을 들어서니 이웃한 사립 여고로 가야할 학생이 우리 학교로 들어오고 있어 되돌려 보냈다. 한 학부모는 이웃 학교로 가야할 딸이 우리 학교 교문으로 들어갔다면서 마음을 조이고 있었다. 교내 방송으로 따님을 찾아 바깥으로 불러내 주길 바랐다. 교내 방송 장치가 수능 관리 체제로 되어 있어 방송이 어려움을 양해 구했다.
수험생 아비지에게 딸이 시험실에 들어 책상에 부착된 자신의 이름이 없으면 되돌아 나와 이웃 학교로 갔을 수도 있다고 해도 교문 앞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청은 못해도 교실로 올라가 한번 확인해 주셨으면 하는 눈치였다. 나는 본관 4층으로 올라 각 시험실마다 문을 살짝 열고 들어가 그 학생이 있는지 살폈더니 없었다. 그 사실을 아버지께 전해주니 그제야 마음을 놓고 돌아갔다.
그 즈음 교문 앞에는 나이 지긋한 사람들이 여럿 나타나 수험생과 학부모를 격려했다. 시장을 비롯한 수행 공무원들이 수험장을 찾았던 것이다. 작년엔 교육감이 다녀가더니만 정치인들에게도 수험장은 표심을 얻는 계기가 되었다. 수험생 입실 완료 시각인 정각 8시에 교문을 닫았다. 아침마다 학생들의 등교를 도우는 지킴이선생님은 1년에 딱 한 차례 수능일에 교문이 닫힌다고 했다.
중간에 나는 교무실로 가 어제 못 쓴 산책 후기를 남겼다. 다시 교문으로 나오니 1교시만 시험을 보고 중도 포기자가 몇 명이 교문을 빠져나갔다. 그때 동료 순찰 요원이 전하길 한 수험생이 나와 흡연구역이 어디냐고 물어와 학교는 금연구역이라 담배를 피울 수 없다면서 되돌려 보냈다고 했다. 긴장도 되겠고 평소 담배를 피우는 학생이겠지만 무척 당돌한 행동으로 보이더라고 했다.
중간에 교무실에 들리니 주황색 제복을 입은 119구조대도 두 사람 교무실에 대기하고 있었다. 고사장 책임자인 교장과 교감은 학교 옥상과 뒤뜰 전선에서 ‘깍! 깍!’ 울어내는 까치가 무척 신경이 쓰이는 듯했다. 나와 같은 순찰 동료는 텃밭에서 새를 쫒으려고 준비해둔 새총을 꺼내 쫓아 보려고 고무줄 생태를 점검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또 한 학생의 중도 포기자가 있어 교문을 열었다. 17.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