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0. 5. 목. 날씨: 아침 저녁으로 쌀쌀해서 가을 겉옷을 입어야 한다. 낮 햇살이 따듯해 몸을 놀리니 땀이 나는데 바람이 불어 시원하다.
[일이 몰아칠 때, ...저절로 나도 웃음이 났다 ]
일이 몰아칠 때 딱 그렇다. 내일 자연속학교를 가니 가기 앞서 챙길 것, 미리 처리해서 보내야 할 서류, 당장 급하게 생긴 일처리가 한꺼번에 몰려온다. 그저께 어린이들과 숲속놀이터 나무 줄그네 수평을 맞추고, 함께 토란을 캤다. 어린이들은 토란잎을 원하고 나는 줄기와 토란을 원한다. 토란 손질이야 익숙한데 이번에는 깜박 껍질을 벗기지 않고 작게 잘라서 번거롭다. 해마다 토란 모종 서너 개를 심어 과학 공부로 하는데 이번에는 재미를 못봤다. 이번에는 자연속학교 채비로 틈이 없어 손질을 못하고 학교 급식 찬으로 도움될 양이라 밥선생님에게 맡기고 말았다. 토란대 나물과 토란국이 아른거린다. 아침 학교에 들어서자마자 어제 베어서 잘라놓은 토란대를 씻어서 말리려는데 최명희 선생이 껍질 벗겼냐 묻는다. 앗 정말 껍질 벗기지 않고 말릴 뻔 했다. 지난해에는 잘라서 바로 껍질을 벗겨 말렸는데 정신이 없는 게다. 토란도 잘 씻어서 정리해야지 하고 그냥 놔두고 컴퓨터 일처리부터 시작이다.
과천시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에 보낼 서류부터 확인하고 작성하고 전화하고, 이어서 이룸학교 추첨자 명단을 확인했다. 자연속학교 하동 잠집인 학동학생야영수련원에 전화해서 내일 닿는 시간 알려주고 시설 확인 한 번 더 물어본 뒤에, 전세버스업체에 내일 만날 차량과 운전사 전화번호를 요청해서 받았다. 시간이 휙 간다. 10시에는 과천동주민자치위원회에서 마을 꽃심기 봉사활동에 함께 참여해 구슬땀을 흘리고 돌아왔다. 마을 속 작은 학교 교장이 마을 활동가로 마을을 가꾸는 일상이다.
낮에는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자들이 대안교육의 현재와 발전을 위한 연구를 돕는 집중그룹토론에 참여해서 1시간 30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반복해서 대안교육의 성과와 지원방안을 줄곧 이야기하곤 하지만 정성을 다해 현실을 알리고 알맞은 교육정책이 나오는데 도움되는 연구보고서가 나오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참여했다.
그러며 틈틈이 컴퓨터 화면으로는 네팔아이덱을 위한 자료를 만들고 채비했다. 급한 일은 항공권을 새로 구하는 일이었다. 어제 밤에 9월에 예약한 항공사에서 운항 시간을 변경함에 따라 취소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마음이 심란했다. 1차로 에어인디아 항공사가 올 3월에 예약한 것을 운행일 변경으로 취소하게 해서 한참 고생해서 다시 다른 항공사 표를 예약했는데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난 거라 네팔아이덱 가기가 쉽지 않구나 싶고, 가지 말라는 뜻인가 싶고, 더 나은 여정을 위한 운명의 사건인가 싶고, 마음을 다스리고 집중해서 항공권을 알아봐야 했다. 한국참가단 항공권을 중개한 여행사와 연락이 되어 사정을 말하고 다른 표를 알아봤더니 너무 비싸다. 미리 예약해서 그나마 저렴한 가격에 산 항공권이 출발 한 달과 일주일 앞두고 모두 취소된 상황이라 더 비싼 항공권을 사야하는 일이 어이없게도 일어난다. 항공사 마음이라는 법적고지문이 얄밉다. 취소하는 과정도 쉽지 않다. 이번에는 외국계 여행대행사에서 산 항공권이라 고객서비스센터가 영어로 응대를 한다. 인도식 발음은 언제 들어도 익숙하지 않아 알아듣기가 쉽지는 않은데 항공사 스케줄 조정에 따른 취소와 환불 요청이라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다. 한 번 더 전화를 해서 신청이 잘 됐는지 확인하고, 다시 전자편지와 여행사 챗팅으로 한 번 더 확인하고 나니 취소 무료 환불 요청이 안심이 됐다. 어쨌든 항공권은 다시 샀는데, 기존 14일 출국 23일 새벽 귀국 일정이 13일 출국, 22일 저녁 귀국으로 바뀌었고, 아이덱 일부 일정은 참여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다시 네팔조직위에 일정 변경을 알리고 나서야 2차 항공권 소동이 마무리되었다. 한참 바쁜 날 닥친 일이나 컴퓨터 화면을 켜놓고 다른 일을 하면서 틈틈히 정보를 확인해 처리하는 일이었으니 아이들이 모두 집에 가고 교사마침회 끝난 뒤에야 마무리되었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고 스스로 기획하거나 만들어가는 일답다.
오후에는 과천시꿈드림센터에서 학교밖청소년 쉽터를 위한 설문조사를 들고 찾아와 부탁을 하는 일도 있었고, 법인의 세금계산서 발행 건도 동시에 처리되어야 해서 행정교사 도움을 받아 진행했다. 대안교육연대에서는 교육부의 요청으로 민관협의회 일정을 잡아야 한다는 연락이 왔고, 과천시대안교육협의회에서도 과천시교육청소년과장과 예산관련 협의 일정을 잡아야 한다고 알려왔다. 이룸학교 추첨 때문에 상담전화가 줄곧 왔고, 저녁이 되어서야 이룸학교 개교 채비를 시작할 수 있었다. 7시 넘어 급한 일들은 얼추 마무리 되엇다 싶어 퇴근했다가 깜박한 일이 생각나 가방만 놔두고 다시 학교로 돌아와 두 세 가지 서류를 처리하고 나니 배가 고프다. 행정 일과 바깥연대 일이 몰릴 때 일상이다.
내일 아침 일찍 하동 가기 전에 또 확인할 게 있다. 교장이 이런저런 일들로 바쁘다지만 우리 선생님들은 하동에 내려갈 자연속학교 짐을 꼼꼼히 챙기느라 부지런히 몸을 놀리고, 아이들과 하동에 내려갈 마음 채비를 하고 계셨다. 누리샘은 자람여행 갈 비용을 벌기 위해 닭개장을 만드느라 어제부터 줄곧 요리사가 되고 오늘 아침부터 일을 많이 하고 있었다.
아이들과 자연 속에 푹 빠져 살 채비가 되었는가. 어제 영아가 환하게 웃으며 나를 찾아왔더랬다. 드디어 이번 주 동생들이 자연속학교를 가고, 6학년끼리 다음 주 졸업여행 자연속학교를 간다고 얼마나 좋아하던지. 다 함께 아침열기 채비를 하고 있는 내 곁으로 와서 "선생님 이번주 자연속학교 가죠. 맞죠?" 물으며 그냥 웃어서 저절로 나도 웃음이 났다. 아이가 웃으면 선생도 웃음이 자꾸 난다. 웃음 바이러스는 행복한 기분이 들게 한다. 그래서 참 고마웠다.
첫댓글 마음고생 많으셨겠어요. 항상 응원합니다.
글을 읽다가 제가 다 어질어질해지네요..
이상하게도 유난히 일이 몰아치는 날이 있죠 ㅠㅠ
제가 학교 고민을 할 때 맑은샘학교의 철학과 당시 대표교사였던 전정일 선생님이 참 훌륭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었어요.
이 작은 학교가 꾸려지는데에는
교사와 부모 전체 노력 그리고 도움을 주는 많은손길들이 있었을 거 같아요.
선생님의 희생과 수고를 생각하면 그저 존경스럽습니다.
맑은샘학교에 큰 버팀목이 되어주셔서, 든든히 계셔주셔서 감사합니다.
입술이 부르트신 모습을 자주 뵈었던 것 같아요.
선생님 몸과 마음이 건강하시기를 기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