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곰’ 잭 니클러스의 교본을 읽어 가며 골프의 세계에 빠져 들었던 완도 섬소년이 마침내 자신의 우상이 개최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메모리얼토너먼트(총상금 600만달러)를 제패하는 쾌거를 이뤘다.
‘탱크’ 최경주(37·나이키골프)가 드디어 세계 정상의 자리에 우뚝 섰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와 필 미켈슨(이상 미국). 비제이 싱(피지). 어니 엘스(남아공). 애덤 스콧(호주). 짐 퓨릭(미국). 루크 도널드(잉글랜드) 등 쟁쟁한 세계 톱랭커들이 모두 출전한 메이저급 대회에서의 우승이라 그 의미는 더욱 컸다.
4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의 뮤어필드빌리지GC(파72·7366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라운드.
선두 로드 팸플링(미국)을 5타차로 추격하며 경기를 시작한 최경주는 눈부신 버디퍼레이드를 펼치며 8번홀에서 단독선두로 뛰어 올랐다. 1.3번홀의 징검다리 버디에 이은 6~9번홀의 4연속 버디. 드라이버샷은 페어웨이 중앙을 갈랐고 아이언샷은 핀을 향해 날았다. 퍼팅 역시 약속이나 한 듯 홀 중앙을 파고 들었다. 최경주가 ‘버디쇼’를 펼치는 사이 1~2타차로 최경주를 추격하던 로드 팸플링과 애덤 스콧. 숀 오헤어. 스튜어트 싱크는 누군가 훼방을 놓는 것처럼 버디퍼트가 홀을 살짝살짝 외면하는 등 이상하리만치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
전반에 6타를 줄여 선두까지 치고 올라간 최경주는 후반 들어서도 안정적인 경기운영을 계속했다. 11번홀(파5)에서 페어웨이우드로 날린 두번째 샷이 핀을 지나 그린에지에 멈췄고 2퍼트로 가볍게 버디를 추가했다. 이후 13번홀에서 3온후 3m 거리의 파퍼트를 놓쳐 다시 1타차로 추격당한 최경주는 그러나 승부홀인 15번홀(파5)에서 251야드를 남겨두고 3번 우드로 가볍게 2온에 성공했고 2퍼트로 우승에 쐐기를 박는 천금의 버디를 성공시켰다. 13번홀부터 5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거센 추격전을 펼친 라이언 무어(미국)를 1타차로 제친 결정적인 버디였다.
나머지 세 홀도 신들린 플레이가 없었다면 1타차 리드를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16번홀(파3)에서 티샷을 벙커에 빠뜨렸으나 2m짜리 파퍼트를 성공시켰고 17번홀(파4)에선 세컨드샷이 관중석 앞까지 날아갔으나 3온후 4.5m 거리의 파퍼트를 집어넣었다. 또 마지막 18번홀(파4)에선 두번째 샷을 벙커에 빠트렸지만 벙커샷을 핀 1.5m에 붙이며 파를 잡아 감격적인 역전우승을 마무리했다.
결국 최종라운드에서 7언더파 65타의 슈퍼샷을 날린 최경주는 합계 17언더파 271타로 정상에 우뚝 서며 우승상금 108만달러를 차지해 상금랭킹을 32위에서 8위(216만 3629달러)로 끌어 올렸다. 자신의 우상 잭 니클러스로부터 우승축하 악수를 받은 최경주는 “미국PGA투어 데뷔전이었던 메모리얼토너먼트에서 우승해 감개무량하다”는 우승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