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지게 1 / 박일만
허름한
광 바닥에 누워있는 지게를 보면
아버지 몸이 생각난다
꼿꼿하던 허리는 구부러지고
팔다리 가늘게 늘어진 지게
왕성하던 힘줄과 근육은 말라 비틀어져
죽 한 그릇 못 먹어 피골상접한 모습이다
팽팽하던 가슴도 주저앉고
구렁이처럼 성을 잘 내던 팔다리도
오뉴월 엿가락처럼 늘어졌다
우리 젊은것들은 사지가 멀쩡해도
애당초 허약해 메지도 못하는 저것을
평생 등에 붙이고 사셨으니
이제는 지게도 아버지도 살집이 말라
저렇게 뼈대만 앙상하게 누워있다
- 편치 않은 여생이셨지
손바닥으로 쓸어주면 벌떡 일어설 태세인 지게
아버지는 오늘도
앙상한 지게 모양으로 누워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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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지게 2 / 박일만
어깨에 무게 추를 달았다
열 서너 살부터 감당해온 지게질
하루를 쉬면 하루를 굶어야 했던 시절
오로지
식솔들 끼니를 챙기려고 온종일
천근만근 무게도 져 날라야만 했던 지게
땀과 눈물 뒤섞인 냄새를 풍기고 있다
평생을
소처럼 일만 하시던 아버지
가난의 대물림을 헤치며 살아오셨는데
이제 기울어진 어깨에는 상처투성이
등허리에 굳은살이 돋아
모로 누워 자야만 하는 통증도 마다 않고
구순 지나서도 관습처럼 벗지 못하시는 지게,
낡고 비틀어진 나무지게
문득, 돌아보니
내 몸도 아버지의 지게를 닮아가고 있다
<두레문학, 2023. 하반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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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산맥시회 회원시
아버지의 지게 1, 2 / 박일만 - <두레문학, 2023. 하반기호>
박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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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21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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