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떠나면 무엇이 있는가?
우리 일상생활의 상태를 반성해 보면
어쩌면 임자 없는 빈집 살림살이가 되고 있지 않나 의심될 때가 많다.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고 손으로 만져지는 경계를 따라 마음을 내고,
쉴 새 없이 변해가는 경계를 받아들여 그것에 적응하고 그것으로 살아가기를 바랄 뿐,
살아가는 중심이 어디 있는지 주인이 누구인지 까맣게 잊고 살고 있음을 보는 것이다.
이런 삶을, 정신없이 허둥지둥 산다고 하는 것 같다.
중국 선종(禪宗) 제6조가 되는 혜능 대사가 은둔생활을 청산하고
법단(法壇)에 나오게 된 고사가 생각난다.
바람이 불어 깃발이 펄럭이는 것을 보고 있던 사람들이,
혹자는 바람이 움직인다고 하고 혹자는 깃발이 움직인다고 하면서 서로 양보하지 않는데 이르러,
혜능 대사가 바람이 동하는 것도 아니고 깃발이 동하는 것도 아니고,
그대들의 마음이 동한다. 고 갈파한 이야기는 매우 유명하다.
우리들은 치우쳐 바깥 경계(境界)에다 만 눈이 쏠린다.
그리고서 깃발이다, 바람이다. 하고 고집하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러한 바깥 경계를 그 마음에서 해석하고 간직하여 그것으로써 자기 마음을 삼는 것이다.
거듭 말하면, 밖에 있는 좋고 나쁘고 둥글고 모난 것을 자기 마음의 내용으로 삼아서 그것을 간직한다.
끊임없이 변하는 환경에 문을 열어 놓은 우리의 마음은
온갖 잡다한 생각들이 끊임없이 물결쳐 흘러 들어온다.
이렇게 되어 우리의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고 형용하기 어려울 만치 거칠게 바뀌어 간다.
이것이 문제이다. 원래 우리의 본성은 유무에 상관이 없는 청정한 실재(實在)이다.
영원한 태양처럼 밝게 빛나고 변함이 없다.
그러나 경계에 집착하고 다시 거기서 마음을 내는 업식(業識)으로 사는 범부(凡夫)들은
그 본래 청정하고 본래 구족(具足)한 본성은 아랑곳없이 끊임없이 경계의 물결 속에 빠져드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우리의 의식 저변에서는
끊임없이 분별하고 집착하고 취사하며 그릇된 자아를 만들어 간다.
범부적(凡夫的) 인간상이 형성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 마음이 활동함에 따라 온갖 경계를 짓고 환경을 만들어 간다.
그래서 우리를 둘러싼 모든 존재는 우리 자신의 마음이 투사한 내용이게 된다.
밖에 어떤 물건이 있어서 지어 준 게 아니다. 스스로 마음의 내용이 경계로 나타났다는 말이다.
그러기에 경에 이렇게 일렀다.
온 세계는 실로 일심(一心)일 뿐이고 마음밖에는 아무것도 없다.
마음은 공교한 화가와 같아서 능히 온갖 만물을 지어낸다.
이 세상 어떤 것도 마음이 짓지 아니한 것이란 없다.
그렇다. 경계가 주인이 아니라, 경계를 만든 마음이 주인이다.
마음이 어두우면 어두운 경계가 나타나고 마음이 밝으면 밝은 경계가 나타난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우리들의 환경은 바로 스스로 마음이 지은 것임을 알겠다.
마음이 바로 조물주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환경이 평화와 조화와 번영을 가져오려면
무엇보다 먼저 우리의 마음이 평화롭고 조화롭고 활기차야 한다는 공식이 나온다.
병을 없게 하자면 그 마음에 무병 건강이 뚜렷하여야 한다.
성공의 근원은 마음속 깊이에 깃든 성공의 확신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들은 이 마음을 스스로가 주인이 되어 다스리지를 못하고 있다.
임자 없는 빈집처럼 온갖 객(客) 풍이 부는 대로 맡겨져 있다.
그리고 온갖 잡초가 제멋대로 자라도록 버려두고 있지 않은가.
그뿐만 아니라 밖으로 경계를 따라 문을 열어 놓고
다시 나아가 경계에 집착하고 강력하게 그에 빠져들고 있다.
이것을 가리켜 전도(顚倒)라고 하는 것이다.
우리들은 모름지기 마음을 돌려 스스로 마음에 착안하여야 하겠다.
그리고 마음의 주인이 되어 마음을 근원으로 돌이키는 수행을 하여야 할 것이다.
마음의 근원은 무엇인가.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성품이며 본성이며 불성이며 법성 진여이다.
어두운 경계에 빠져드는 마음을 돌이켜 찬란한 본성 태양을 향하여야 하겠다.
자성(自性)은 본래로 불멸의 태양일뿐이지만 이 도리를 행하지 못한다면
억지로 마음을 돌려서라도 법성 본분으로 자기 마음을 충만 시켜야 하는 것이다.
마음에 본성 공덕이 넘쳐올 때 우리의 환경에는 일체 성취의 청정 장엄이 드러날 것이 아닌가.
끊임없이 염불하고 끊임없이 ‘마하반야바라밀’을 염하여 우리 마음에 본성 청정을 충만 시키도록 하자.
끊임없이 부처님의 법성 공덕을 염하면서 밝고 조화롭고 깊은, 진리에의 확신을 언제나 내어 쓴다면
우리의 환경에는 성취와 기쁨이 심어질 것이고, 평화와 창조가 이어질 것이다.
거칠고 어지럽다고, 세상을 탓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마음의 주인이 되자.
부처님 공덕 광명을 그 마음에 가득 실어 국토 청정을 이룩하자.
성공도 행복도 역사의 주인 된 권위도 여기서 이루어지는 것을 믿고
우리 마음을 반조하며 정진을 다짐하자.
광덕 스님 - [빛의 목소리]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