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의 어떤 시] [93] 그리움
오늘은 바람이 불고
나의 마음은 울고 있다.
일찌기 너와 거닐고 바라보던
그 하늘 아래 거리언마는
아무리 찾으려도 없는 얼굴이여.
바람 센 오늘은 더욱 너 그리워
진종일 헛되이 나의 마음은
공중의 깃발처럼 울고만 있나니
오오, 너는 어디메 꽃같이 숨었느뇨.
-유치환 (1908~1967) (원시와 다르게 행을 배열함)
그리움 / 일러스트=김하경
‘그리움’은 유치환 선생의 첫 시집 ‘청마시초(靑馬詩抄)’(1939년)에 수록된 시.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라고 노래했던 바위의 시인이, 남성적이고 의지적인 시로 유명한 청마 선생이 쓴 서정시다. 너를 잃고 “공중의 깃발처럼 울고만” 있다는 표현이 절절하다. 푸른 말처럼 뛰놀던 젊음. 꽃 같은, 꽃처럼 아름다웠던 아이들이 죽었다.
이태원 참사 뉴스를 일요일 아침에 외신에서 먼저 보았다. 이게 무슨 일인가. 믿어지지 않았다. 이십 대의 아들딸을 둔 지인들이 생각나 혹시? 하는 마음에 안부를 묻는 문자를 보냈다. “딸 이태원 안 갔지?” “자고 있는 애가 그리 고마울 수가 없더라.” (이태원에) 안 갔다는 회신을 받고 나서도 나는 무서웠다. 페이스북에 이번 사고에 대해 뭐라고 글을 올리려다 그만두었다. 어떤 말로 그 슬픔을 위로하리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