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말 기준 울산시 소재 공공시설물 내진성능 확보율이 약 97%라고 한다. 전국 평균보다 무려 30%나 웃돌고 전국 최고 수준이다. 특히 댐, 어항시설, 매립시설, 열 수송관 등은 확보율이 100%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걱정스러운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지난해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울산지역 공공 내진설계 대상 건축물 2천547동 중 592동, 민간은 11만473동 중 2만2천852동만 내진설계가 적용돼 있다. 결국 나머지 8만9천576동, 약 80%에 달하는 건축물은 현행 기준으로 봤을 때 내진성능을 갖추지 못한 셈이다. 울산시가 발표한 공공시설물 내진성능 확보율은 2017년 관련법이 개정된 이후 지어진 건물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현행 내진설계 기준은 2층 이상 또는 200㎡ 이상 모든 주택에 내진성능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지어진 건축물은 이에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특히 법 개정 이전 지어진 민간 건축물은 소유자가 내진 미설비 신고를 하지 않으면 울산시가 내진설계 보강지원을 하지 않는다. 그러니 전국 최고 수준이라는 울산 내진설계 확보율도 2017년 이전에 지어진 공공 시설물은 제외한 수치인 셈이다.
울산의 경우, 민간 건축물보다 더 주요한 게 원전 쪽 내진성능 확보다. 지난 1일 일본 도마야현 도마야시 북쪽 바다 밑에서 발생한 규모 7.4의 강진으로 도시 전체가 폐허로 변했다. 도시 민간 주택 대부분이 오래된 목조 건물인 게 주요 요인이다. 2017년 이전에 지어진 울산 민간 건축물 상당수가 내진성능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도마야현 내 시가 원전에 이상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진다. 운영사인 호쿠리쿠 전력은 "현재 가동되지 않고 있는 1ㆍ2호기에서 각각 95리터와 326리터의 방사능 물질이 흘러넘쳤지만 외부애 방사능 영향은 없다"고 발표했다. 미가동 중이긴 하지만 지진으로 일단 원전 내부에 이상이 생긴 건 분명한 셈이다.
지난 2016년부터 울산 인근에서 이미 여러 차례 지진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16년 경주지진, 2017년 포항 지진에 이어 지난해 11월30일 경주에서 다시 규모 4.0의 지진이 발생했다. 울산지역이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반증하는 것이다. 2017년 이후 지어진 공공시설물 내진성능이 전국 최고 수준임을 자랑만 할 일이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지진으로 인한 원전 피해 가능성에 세 번, 네 번 눈을 돌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