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부러지는 것이 감나무다. 어릴 때 감나무에 올라갔다가 떨어져서 팔이 부러진 적이 있다.
산에 가면 고염나무라고 아주 작은 감이 열린 것도 따 먹어 본 적이 있다.
감꽃은 맛이 좋아 친구들과 꽤 많이 먹은것도 같다.
특히, 파란 감을 항아리에 물을 넣고 일주일 정도 지나면 침감이 되어 맛있게 먹었다.
올해도 감꽃이 피었다.
감꽃은 새로 나온 감 이파리가 햇살하고 내통한 뒤 뱉어놓은 비밀스런 이야기 같다. 햇살에도 빛깔이 있을까?
누가 묻는다면 나는 감꽃을 주워들고 보여줄지 모른다. 왜 감꽃은 하나같이 꽃잎 끝부분이 살짝 접혀 있을까 생각해 본다.
마치 갓 태어난 병아리 연한 발가락이거나 부리 같아서, 어린 부리와 부리가 화창한 날 뽀뽀하는 소리가 들릴 것만 같아서.
어린 날, 감나무 아래 서서 입을 벌리고 감꽃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던 때가 있었다.
떫고 시큼하고 약간은 달큼한 그 맛 때문이 아니다. 먹을 것이 없어서도 아니다. 감꽃으로 목걸이나 팔찌를 만드는 일도 여러 차례 해봐서 지겨워질 때쯤이었을 것이다.
왠지 그렇게 감꽃이 떨어지기를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라도 추락하는 것들에게 예의를 갖추고 싶었지만 나는 한 번도 감꽃을 입으로 받지 못했다.
그때 내 입속으로 쏟아져 들어오던 햇살, 초록, 연노랑, 하늘, 새소리… 그래, 그것들이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든 건 아닐까? 모든 일이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까닭 없이 이루어져 세상의 소금이 되는 일도 얼마든지 있다.
감꽃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시 한 편. 단 넉 줄로 된 김준태 시인의 ‘감꽃’이다.
“어릴 적엔 떨어지는 감꽃을 셌지/
전쟁통엔 죽은 병사들의 머리를 세고/
지금은 엄지에 침 발라 돈을 세지/
그런데 먼 훗날엔 무엇을 셀까 몰라.”
시는 역시 반성하기 좋은 양식이다. 먼 훗날에 과연 당신은 무엇을 셀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