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를 굽혀 공경하며 부처님의 얼굴을 우러러보며 말씀드렸다.
다시 나아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려고 노력하지 않았습니다.
중생을 성취시키는 것에는 기뻐하거나 즐거운 마음이 없었습니다.
한 생각도 좋아하거나 기뻐하는 마음을 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희들은 지금 부처님 앞에서 성문들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 주시는 것을 듣고
마음이 매우 기쁜데 이제까지 없었던 일입니다.
생각지도 못하였는데 지금 뜻밖에 희유(불가사의한, 드문, 진귀한, 비길 데 없는)한 법을 듣고
크고 좋은 이익을 얻으니 매우 기쁘고 다행스러우며
헤아릴 수 없는 보배를 구하지 않았는데 저절로 얻은 것과 같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지금 비유를 들어 이 뜻을 분명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비유하자면 어떤 사람이
나이가 어릴 때 아버지를 두고 도망을 쳐 다른 나라에 가서 10년, 20년, 50년이나 살았는데
나이가 들어서도 더욱 가난하고 곤란하여 사방으로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찾아 이리저리 다니다가
우연히 본국을 향하게 되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그 곳에 먼저 와서 아들을 찾다가 찾지 못하자 머물러 살았는데
그의 집은 큰 부자라 재물과 보배가 한량없어
금, 은, 유리, 산호, 호박, 수정, 진주 등이 창고마다 모두 가득하여 넘쳤으며,
남 . 여 종들과 신하와 보좌하는 사람과 아전과 백성들이 많았으며,
코끼리와 말, 수레와 소, 양들이 무수히 많았으며,
들이고 냄에 따라 생기는 이익이 다른 나라에게까지 미치어
장사하는 사람들과 손님들이 무척 많았습니다.
그 때 빈궁한 아들은 여러 마을과 나라를 다니다가
마침내 자기의 아버지가 살고 있는 성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아들과 헤어진 50여년 동안 항상 아들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한번도 이런 말을 하지 않고 혼자서만 깊이 생각하며 한탄하길
'늙고 쇠약한데 재물은 많아 금과 은과 진귀한 보배가 창고에 차서 넘치는구나.
자식이 없으니 어느 날 갑자기 죽게 되면 재물이 흩어져 버릴 것인데 맡길 곳이 없구나'하였습니다.
이리하여 항상 아들을 간절히 생각하며
'만약 아들을 만나 재물을 맡긴다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즐거워져 다시는 근심과 걱정이 없을 텐데'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때 궁한 아들이 품팔이를 하며 이리저리 다니가다
우연히 아버지의 집에 이르러 문가에 서서 자기 아버지를 보니
사자좌에 걸터앉아 보배로 된 궤에 발을 올렸는데
바라문과 찰제리와 거사들이 둘러서서 공경하고 있으며,
천만냥이나 가치가 있는 진주와 영락으로 몸을 꾸몄는데
아전과 하인들이 흰 불자를 들고 좌우에서 모시고 섰으며.
보배 휘장으로 덮고 여러 가지 꽃으로 된 깃발을 드리웠으며,
보물을 늘어놓고 내오고 들이며 주고받는
이와 같은 것들로 가지가지로 치장되어 있어서
위엄과 덕망이 뛰어나게 높아 보였습니다.
빈궁한 아들은 아버지가 큰 세력이 있음을 보고
바로 두려운 생각이 들어 이곳에 온 것을 후회하며
가만이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이 사람은 왕이거나 왕과 같은 사람이리니
내가 품을 팔아 물건을 얻을 곳이 아니겠구나.
가난한 마을에 가서 땅이 있으면
힘닿는 대로 일하고 옷과 밥을 쉽게 얻는 것이 낫겠다.
이 곳에 머뭇거리다가는 혹시 강제로 일을 시킬지도 모르겠구나' 하며 재빨리 달아났는데
장자는 사자좌에 앉아서 아들을 알아보고
매우 기뻐하며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창고에 둔 재물을 이제는 맡길 곳이 있구나.
내가 늘 생각하고 그리워하였는데 만나볼 길이 없더니,
스스로 왔으니 바라던 바대로 되었구나.
내 비록 늙었으나 이런 까닭으로 욕심내고 아꼈던 것이니라'
그래서 곧 곁의 사람을 보내 급히 쫓아가 데려오게 하였습니다.
이때 명을 받은 사람이 달려가서 붙잡으니, 빈궁한 아들이 깜짝 놀라며
'나는 아무 잘못이 없는데 어찌 하여 붙잡느냐'고 부르짖으니
더욱 단단히 잡고 억지로 끌고 가려고 하므로 빈궁한 아들은
'아무 죄도 없이 붙잡혔으니 이제 죽게 되는구나'하며
한층 더 놀라고 무서워서 벌벌 떨다가
기절하여 땅에 쓰려졌습니다.
아버지가 멀리서 그것을 보고 '그 사람은 필요 없으니 억지로 데려오지 말고,
얼굴에 찬 물을 뿌려 잘 깨어나게 하고 다시는 더 말하지 말아라'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아버지는 그 아들의 뜻과 생각이 낮고 졸렬함을 알았으며,
자기가 호화롭고 위하여서 아들이 어려워하는 줄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분명히 아들인 줄 알았으니 방편으로 다른 사람에게는
'이 사람이 나의 아들입니다.'라고 말하지 않고 사람을 시켜
'너를 놓아줄 테니 네 마음대로 가거라' 하였더니
아들은 기뻐하며 뜻밖이라 여기고 자리에서 일어나
가난한 마을로 가서 옷과 음식을 구하였습니다.
그때 장자는 장차 그 아들을 달래어서 데려오게 하려고 방편을 쓰기를
비밀리에 형색이 초라하고 위험과 덕망이 보잘것 없는 두 사람을 보내며
'너희들이 그곳에 이르면 빈궁한 사람에게 여기에 일할 곳이 있는데
삯을 두 배나 주겠다고 넌지시 말하여
빈궁한 자가 만약 허락을 하면 데리고 와서 일을 시키되
어떤 일을 시키려 하느냐고 물으면
너를 데리고 가서 거름을 치우게 하고
우리 두 사람도 같이 일한다고 말하여라'하였습니다.
두 사람이 즉시 빈궁한 사람을 찾아가 만나고서 앞의 일들을 말하니
빈궁한 아들은 품삯을 받고 와서 그들과 함께 거름을 치웠는데
그 아버지가 아들을 보니 불쌍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어느날 창살 사이로 보니 파리하고 해쓱하며,
거름과 흙과 먼지가 가득하여 더러우므로
영락과 얇고 좋은 옷과 치장한 것들을 벗어버리고
떨어지고 더럽고 때가 낀 옷으로 갈아입고,
흙과 먼지를 몸에 바르고,
오른손에 거름 치우는 도구를 쥐고서 조심스런 모습으로 일꾼들에게
'너희들은 게으름을 피우거나 쉬지말고 부지런히 일하여라' 하였습니다.
방편을 쓴 까닭으로 아들과 가까이 할 수 있게 되자
'이 가엾은 사람아 다시는 다른 곳으로 가지 말고 언제나 이곳에서 일하여라.
품삯도 올려줄 것이고,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동이 그릇이나 쌀이나 밀가루나 소금이나 식초 따위를 조금도 어려워하지 말아라.
나이 많은 일꾼이 있다가 필요한 대로 줄 것이니 편안하게 생각하여라.
나는 너의 아버지와 같으니 다시는 근심이나 걱정을 하지 말아라.
왜냐하면 나는 나이가 많고 늙었는데 너는 젊고 굳세며
너는 언제나 일을 하면서 속이거나 게으르거나 성내거나 원망하는 말이 없었으며,
도무지 네게서는 다른 일꾼들처럼 나쁜 것들을 보지 못하였으니
이제부터는 내가 낳은 자식같이 대하리라' 하며
이름도 다시 지어 주며 아들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때 빈궁한 아들은 비록 이런 대우를 받게 된 것이 기쁘긴 하였지만
여전히 품팔이를 하는 천한 사람이라고 여겼기에
20년 동안 항상 거름 치우는 일만 하였습니다.
이렇게 지낸 후에야 마음이 통하고 서로를 믿게 되어
어려움 없이 출입을 하였지만 머무는 곳은 여전히
본래 거처하던 곳이었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때 장자가 병이 나서 오래지 않아 죽게 될 것을 알고 빈궁한 아들에게
'내게는 지금 많은 금과 은과 진귀한 보배가 창고마다 넘치는데,
그 속에 많고 적음과 응당 주고 받아야 할 것을 네가 모두 알아두어라.
나의 마음이 이러하니 이 뜻을 따라라.
왜냐하면 이제는 너와 내가 다를 바가 없으니
부디 마음을 더 써서 새거나 잃어버리는 것이 없도록 하여라' 하였습니다.
아들은 분부를 받아들여
재물과 금, 은과 진귀한 보배와 창고에 들어있는 모든 것을 알고 관리하게 되었으니
밥 한끼에 해당하는 물건도 바라거나 가지려는 마음이 없었으며,
머무는 곳도 여전히 본래 거처하던 곳이었는데
용렬한 마음을 버리지 못한 까닭이었습니다.
다시 얼마가 지난 후에 아버지는 아들의 마음이 점점 트이고 커져서
스스로 예전의 마음이 낮고 천하였다고 깨닫는 것을 알고
죽을 때가 되자 아들을 시켜 친족과 국왕과 대신과 찰제리와 거사들을 모이게 하고
모두 다 모이자 '여러분들은 마땅히 아십시오. 이 사람은 나의 아들이며 나의 소생입니다.
어느 성에서 나를 두고 도망하여 50여년 동안 힘들게 다니며 갖은 고생을 하였습니다.
그의 본래 이름은 아무개이며 나의 이름은 아무개인데
옛날 본래 살던 성에 있을 적에 걱정을 하며 열심히 찾았는데
뜻밖에도 이 곳에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 사람은 나의 진짜 아들이여, 나는 그의 진짜 아버지입니다.
내가 가진 재산은 모두 이 아들의 것이며
주고 받던 것도 이 아들이 알아서 할 것입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때 빈궁한 아들은 아버지의 이런 말씀을 듣고
크게 기뻐하며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나는 본래부터 바라거나 구하는 마음이 없었는데
지금 이 보배창고가 저절로 다가왔구나'
세존이시여!
큰 부자인 장자는 바로 여래이시고 저희들은 모두 부처님의 아들과 같으므로
부처님께서 항상 저희들을 아들이라 하시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세가지 괴로움(고고 . 행고 . 괴고)으로 인하여
나고 죽는 가운데서 여러 가지 뜨거운 고통을 받으며
마음이 흐리고 아는 것이 없어서 소승법만을 좋아하였습니다.
오늘 세존께서 저희로 하여금 깊이 생각하여
모든 법의 희롱거리인 거름을 버리도록 하시었으며,
저희들은 그 가운데서 부지런히 정진하여
열반에 이르게 하는 하루 품삯을 얻었는데
이것을 얻고서 크게 기뻐 스스로 만족하며
불법 가운데서 부지런히 정진하여 얻은 것이 크고 많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세존께서는 저희들의 마음이 변변치 못한 욕망에 빠져
소승법을 좋아하는 것을 아시고 계셨음에도 그대로 내버려두시고
'너희들도 당연히 여래의 지견인 보배 창고의 몫이 있다'고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다.
세존께서는 방편의 힘으로 여래의 지혜를 설하시었으나
저희들은 열반의 하루 품삯을 받고 크게 얻었다고 생각하여
대승을 구하려는 뜻이 없었습니다.
저희들은 또 여래의 지혜를 보살들에게 말하여 주면서도
스스로는 이것에 대하여 원하는 마음이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부처님께서 저희들이 소승법을 좋아하는 것을 아시고
방편의 힘으로 저희에게 알맞게 설하셨는데
저희들은 부처님의 진정한 아들임을 알지 못하였지 때문입니다.
이제서야 세존께서 불 지혜에 대하여 인색하지 않으심을 알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저희들이 예전부터 진정한 부처님의 아들이었지만 소승법만을 좋아하였는데
만약 저희들에게 대승을 좋아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부처님께서 바로 저희를 위하여 대승법을 설하였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경 가운데서 오직 일승을 설하시고
옛적 보살들 앞에서 성문들이 소승법을 좋아한다고 꾸짖고 나무라셨습니다.
이와 같이 부처님께서는 사실 대승으로서 교화하시었습니다.
이러한 까닭으로 저희들이 본래에는 바라는 마음이 없었는데
지금 법왕의 큰 보배가 저절로 이르렀으니
부처님의 아들로서는 당연히 얻어야 할 것을 모두 얻은 것입니다."
마하가섭이 이 뜻을 거듭 게송으로 말씀드렸다.
저희들은 오늘에서야
부처님께서 가르치는 말씀을 듣고 뛸 듯이 기쁘며
미증유(대단히 진귀한 것)를 얻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성문들도 당연히 성불한다 말씀하시니
위없는 보배 더미를 구하지 않았는데
저절로 얻은 것이 되었습니다.
비유하자면 사내아이가 어리고 철이 없어
아버지를 두고 도망하여 멀리 다른 나라로 가서
여러 나라를 떠돌아다닌 지 50여 년,
그 아버지가 걱정하며 사방으로 찾아 나섰다가
찾기에 지쳐서 그만두고 어떤 성에 머물러서 집을 짓고
오욕을 마음껏 즐기었습니다.
그 집은 큰 부자라 여러 가지 금, 은, 자거, 마노, 진주, 유리와
코끼리, 말, 소, 양과 가마와 수레가 많았으며,
밭일을 하는 하인들과 백성의 무리가 많았으며
들어오고 나감에 따라 생기는 이익이
다른 나라에까지 두루 미치어
상인들이 없는 곳이 없었으며,
천만억의 사람들이 그를 둘러싸고 공경하였으며
항상 임금의 사랑을 받으며
신하와 호족들이 모두 다 같이 받들어 존중하는 이런 인연으로
왕래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호화스럽고 부유함이 이와 같으며
큰 세력이 있었으나 늙고 쇠약해지니
자식을 걱정하는 마음이 더욱 더하여밤낮으로 생각하기를
'죽을 때가 다 되었는데 어리석은 아들이 나를 떠난 지 50여년.
창고마다 가득한 재물들을 마땅히 어찌할 것인가'하였습니다.
그때 빈궁한 아들은 입을 옷과 먹을 것을 찾아서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다니다가
때론 얻는 것이 있기도 하고,
때로는 얻는 것이 없기도 하여 굶주리고 야위었으며,
몸에는 부스럼과 버짐이 생겼는데
차츰차츰 돌아다니다
아버지가 살고 있는 성에 다다라서도 품팔이로 전전하다가
마침내 아버지의 집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때 장자는 그 집의 문안에서
큰 보배 휘장을 치고 사자좌에 앉아 있었는데
권속들이 둘러 서 있었고
여러 사람이 모시고 호위하였으며,
어떤 이는 금과 은과 보물을 계산하고
재산의 출납을 문서에 자세히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빈궁한 아들이 아버지를 보니
호화스럽고 귀해 보이며 높고 엄숙해 보여
이 사람은 국왕이거나 왕족일 것이라 생각하고
놀랍고 두려워 혼자서 괴이하게 여기며
어찌하여 이곳에 이르렀는가 하며 혼자 생각으로
내가 만약 오래 머물다가는 혹시 보고 못살게 굴며
강제로 일을 시킬 것이라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재빨리 달아나며 가난한 마을을 물어
품팔이를 하려고 하였습니다.
장자는 그때 사자좌에 앉아 있으면서
그 아들을 말없이 알아보고
바로 사람을 시켜 쫓아가서 붙들어오게 하니
빈궁한 아들이 놀라서 부르짖으며
마음이 흐리고 근심하다가 땅에 쓰러지며
'이 사람이 나를 붙잡으니 이제는 죽게 되었구나.
어찌하여 옷과 밥이 나를 이곳으로 오게 하였는가'하였습니다.
장자는 아들이 어리석고 생각이 좁고 못나서
나의 말을 믿지 아니하고
아버지라는 것도 믿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방편으로 애꾸눈이며 난쟁이이고
추하여 위엄과 덕망이 없는 사람을 보내며
너희가 가서 말하길
'같이 품팔이를 하는데 거름과 더러운 것을 치우면
품삯을 배로 주겠다.'고 말하라 하였습니다.
빈궁한 아들이 이 말을 듣고 기뻐하며 따라와서
거름과 더러운 것을 치우며 모든 방과 집을 깨끗이 하였는데.
장자가 창문으로 아들을 보니
아들의 생각이 어리석고 못나서 천한 일 하기를 좋아하는지라
이에 장자는 떨어지고 때가 묻은 옷으로 입고
거름 치우는 도구를 잡고 아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방편으로 가까이 하여 부지런히 일하라는 말을 하며
품삯을 더주겠으며,
아울러 발에 바르는 기름과 음식도 흡족하게 주겠으며,
까는 자리도 두텁고 따뜻하게 해 주겠노라 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간절하게 말하며부지런히 일을 하라 하며
또 부드러운 말로서 나의 아들과 같다 하였습니다.
장자는 지혜가 있어서 차츰차츰 출입을 하게 하며
20여년이 지나도록 집안일을 맡아서 보게 하고,
금과 은과 진주와 수정 등
모든 재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보여주며,
모두 알게 하였습니다마는
여전히 문 밖에 있는 풀로 엮은 집에서 잠을 자며
스스로 가난하였던 일을 생각하며
나에게는 이런 물건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의 마음이 차츰 넓어지고 커졌음을 알고
재물을 주고 싶어서
바로 친족과 국왕과 대신과 찰제리와 거사들을 모아놓고 이 대중들에게
'이 사람이 바로 나의 아들이고
나를 버리고 다른 곳으로 다니다 오십 년이 지났고
자기는 아들이 찾아와 만난 지가 20년이 되었으며,
옛날 어떤 성에서 이 아들을 잃어버리고
두루 찾아다니다가 결국에는 여기에 이르렀으며
내가 가지고 있는 집과 사람들을 모두 다 맡기고
쓰는 것을 마음대로 하게 할 것입니다.'고 하였습니다.
아들은 옛적부터 가난하다고 생각하고
뜻과 생각이 낮고 못났었는데
아버지가 계신 곳에서 뜻밖에 진귀한 보배와
사는 집과 재물들을 크게 얻고 매우 기뻐하였습니다.
부처님도 역시 이와 같으셔서
저희들이 작은 것을 좋아하는 것을 아시고서
너희들도 성불하리라는 말씀을 하시지 않으시고
저희들에게 번뇌가 하나도 없음을 얻었으며
소승을 성취한 성문제자라 말씀하시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저희들에게
가장 높은 가르침을 설하라 분부하시고
이것을 닦고 익히면 당연히 성불한다 하셨습니다.
저희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어 대 보살을 위하여
모든 인연과 갖가지 비유와 약간의 이야기로 위없는 도를 설하였으며
모든 불자들이 저희들로부터 법을 듣고
밤낮으로 깊이 생각하며 정성을 다하여 부지런히 닦고 익히니
그때 부처님들께서 바로 그들에게 수기를 주시며
'너희는 오는 세상에 반드시 성불하리라.' 하셨습니다.
일체의 모든 부처님들이 비밀스레 간직한 법을
보살들만을 위하여 참된 이치를 설하시며,
저희를 위하여서는 그 진실하고 꼭 필요한 것을
설하시지 않으셨습니다.
마치 저 빈궁한 아들이
그 아버지를 가까이 하게 되어 모든 재물을 알게 되었으나,
바라거나 가지려는 마음이 없는 것과 같이
저희들도 부처님 법의 보배 창고를 설하였지만
원하는 뜻이 없었음이 이와 같습니다.
저희들이 안으로 모든 번뇌를 끊고 스스로 만족하게 여기며
오직 이 일만 깨달아서 다시 다른 일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저희들은 부처님 국토를 깨끗하게 하는 것과
중생을 가르쳐 교화하는 것을 들었어도
도무지 기뻐하거나 즐거워한 적이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일체 모든 법은 다 비어있고 고요하며
나는 것도 없고 멸하는 것도 없으며,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으며
번뇌의 근원도 없고 변천이 없다 하며
이와 같이 생각하고 기쁨과 즐거움을 내지 않았습니다.
저희들이 긴긴 밤에 부처님의 지혜를 탐하거나 집착하지 않고
또 원하는 뜻도 없었으며
스스로 법에 대하여서
이것이 마침내 도달한 경지라 생각하였으며
긴 세월동안 공의 가르침을 닦고 익혀서
삼계의 고통과 근심의 재앙에서 벗어나
최후의 몸인 유여열반에 머물러 있으며
부처님의 교화를 받아 헛되지 않은 도를 얻었으니
곧 부처님의 은혜를 갚은 것이라 하였습니다.
저희들이 비록 모든 불자들을 위하여서
보살의 법을 설하여 불도를 구하도록 하였으나
이 법에 대하여는 오래도록 즐기려는 마음이 없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보시고도 버려 두시고 저희들 마음을 살피시어
처음에는 참된 이익이 있다고 설하시며
나아가게 권하지 않으시고
마치 부자인 장자가 아들의 뜻이 못났음을 알고
방편의 힘으로 그 마음을 부드럽게 만든 후에야
일체의 재물을 부탁하는 것과 같이
부처님도 역시 이와 같으셔서 희유한 일을 나타내시었고
소승법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방편력으로 그 마음을 조복
(몸과 마음을 고르게 하여 온갖 악행을 제어함)시키고서야
큰 지혜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저희들은 오늘 천만뜻밖에
본래 바라지 않았던 것을 지금 저절로 얻었사오니
마치 저 빈궁한 아들이
한량없는 보배를 얻은 것과 같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는 이제 도를 얻고 과(果)를 얻어
무루법(번뇌가 없이 온전하게 진리를 깨닫는 지혜)에서
청정한 눈을 얻었습니다.
저희들이 오랜 세월 부처님의 깨끗한 계를 지니고서
오늘에야 비로소 그 과보를 얻었으며
법왕의 법 가운데서 오랫동안 깨끗하게 수행하여
이제 번뇌가 없고 위가 없는 큰 과를 얻었으니
저희들은 이제서야 참되고 바른 성문입니다.
불도의 소리를 일체가 듣도록 하겠습니다.
저희들이 이제서야 참다운 아라한이니
모든 세간의 하늘과 사람과 야차와 마와 범천이
널리 그 가운데에서 하는 공양을 마땅히 받겠습니다.
세존의 큰 은혜는 참으로 드문 일로서
저희를 불쌍히 여기시어 교화하시고 이익되게 하시니
무량억겁에 어찌 갚을 수 있겠습니까?
손과 발을 다 바치고 머리숙여 예배하고 공경하며
온갖 것을 공양하여도 모두 갚을 수 없으며
만약 머리에 이고 양어깨에 업고서
항하의 모래 수 같은 세월동안 마음을 다하여 공양하여
좋은 음식과 한량없는 보배 옷과
또 여러 가지 와구(눕거나 쉴 때 쓰는 물건)와
갖가지 탕약을 공양하며 우두전단(향나무 이름)과
여러 가지 진귀한 보배로 탑묘를 세우고
보배옷을 땅에다 펴는 이와 같은 일들로 공양하기를
항하의 모래 수 같은 세월동안 하여도
역시 갚을 수가 없나이다.
부처님들은 희유하시며
한량없고 가없으며 불가사의한 큰 신통의 힘이며
번뇌가 없고 변천이 없는 모든 법의 왕으로서
생각이 낮고 못난이들을 위하여 이런 일을 참으시고
상을 가지려는 범부들에게
마땅함을 따라 설하셔습니다.
모든 부처님은 법에 대하여 가장 자재함을 얻으시어
중생들의 가지가지 욕심과 즐거움과
그 뜻과 힘을 아시고 감당하는 정도에 따라서
한량없는 비유로써 설법을 하시며,
중생들이 전생에 지은 선근에 따라
성숙되거나 성숙되지 못한 자들을 아시며
가지가지로 헤아려 분별하여 아시고서
일승도에 대하여 마땅함을 따라
삼승으로 설하신 것이었습니다.
제 사 신해품 끝
묘법연화경 제 이권 끝.
나무묘법연화경 나무묘법연화경 나무묘법연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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