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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동침
2
침을 꿀꺽 삼켰다.그래 덜덜 떨리던 아까의 아찔한 순간보다는 훨씬 괜찮지만 내 평범한 사고방식으론 지금의 상황들이
우습지도 않다.수갑 이라도 채워 놓으라며 마지막까지 살인자 앞에서 발악이란 발악은 다해 목숨 연장은 했다만 이 남자의
손에 이끌려 온 곳은 화려하고도 고급스러운 빌라였다.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말 한마디 못 하는 나를 향해 중간에 소름
끼치도록 무섭게 말을 내뱉은 이 살인자. 그건 자신을 따라오되 중간에 소리 라도 지르거나 도망가려 한다면 그자리에서
죽여버린다는 것 이 었다. 사실 정확히 묘사하자면 그 남자의 칼이 내 목에 왔을 뿐 죽인다고는 말하지 않았지만 여하튼
그건 죽인다는 뜻 이니까.
미끄러지듯 깔끔한 바닥에 발바닥을 내려놓기 무섭게 주위를 휙휙 둘러 보았으나 뭐라해야할까 살인자 주제에 이런 좋은
곳에 사는 것은 도덕적 양심과 법 조항으로 따져 보았을때 그러니까 안된다고 생각했다.저 사람에게는 이런 집 보다는 어둡고
쾌쾌한 냄새가 진동을 하는 그런 초갓집이 어울린다고 아니 마땅히 살인이라는 죄를 저지르고 있으니 좀 고통받을 수 있는
집을 가져야 한다고나 할까.날 죽이려는 살인자의 협박때문에 그래도 군말않코 집에 따라오다니 나도 가끔은 너무 엉뚱한
면이 있고 때론 답답해보이기 까지 하다. 우선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이 살인자를 따라왔지만 빌라에는 아무도 없었다.
저 살인자도 남자는 어면히 남자일터, 설마 죽이기 전에 날 희롱하거나 그러지는 않겠지.숨막히도록 조용한 집안에서
나의 숨소리마저 들릴까 노심초사 그 남자의 명령(?)을 기다리는데 순간 가슴이 철렁할만큼 자신이 가지고 있던 칼이
망가질대로 망가졌다고 생각했는지 허공을 향해 던지고는 이내 화장실로 보이는 방으로 휘적휘적 들어가버린다.
그 남자가 던져버린 칼은 벽에 걸려져있는 보드판에 정확히 꽃였고 꼭 오늘 내가 그렇게 빌지 않았더라면 날 저렇게 죽였을
거라는 뉘앙스를 이상하게 풍긴다. 태연하게 날 방안에 혼자 두고 화장실로 들어가버린 남자,샤워를 하는 건지 물소리가
들려오고 나는 삐죽삐죽 처음 들어왔던 그 자세 그대로 움직일줄을 몰랐다. 지금이라도 도망갈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기 때문에, 경찰이 이 남자로부터 날 지켜줄 수 있을까, 샤워를 하고 있으니 이 때를 틈타 도망가서 평생 은둔자처럼
산다면 목숨은 부지할지도,하지만 그렇게 목숨을 부지해서 내게 남는건 뭐지.
달칵
"........"
아무래도 내 머리로는 짧은 시간안에 최대한 명쾌한 답을 찾기란 어려운건가 보다. 머리에서 물기가 뚝뚝 떨어지고 피가
묻어있던 장갑도 없어져 있었고 검은색 바지만 입은채로 근육이 단단하게 잡힌 상체를 그대로 보여주면서 살인자가
화장실에서 나온다.수건으로 머리를 가리고 있었기에 그 남자의 얼굴이 제대로 보이진 않았지만 머리칼이 검은색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블랙에 환장을 했나, 머리도 옷도 장갑도 모두다 검은색. 행여 화장실에서 나와 지나가는 길에 내가
방해나 될까 하고 나 도망안가고 여기 그대로 있었다 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헛기침을 작게 하며 몸을 비켜섰다.물론
남자는 신경도 안 쓴채 내가 서 있는 쪽이 아닌 반대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겨 날 민망하게 만들었지만.
그러고보면 문에 머리가 닿을만큼 키가 엄청 크구나,몸에 단단하게 잡혀있던 근육들은 저 남자가 굳이 칼을 쓰지 않아도
손과 발만 써도 날 충분히 죽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저 남자의 맨 상체를 보자 부끄러운 마음보다는 금방이라도 날
죽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오금이 저릿하다. 방안에 들어가버린 남자는 한참동안 또 조용히 별 다른 행동이 없었다.
나만 바보같이 발에 쥐가 나도록 우두커니 서 있었지.날 이집으로 데려온걸 보면 앞으로 이곳에서 살라는 말일까?
거짓말처럼 한달이란 시간을 주기로 했으니 어쩌면 그 한달이란 시간동안 나보고 이곳에서 살자는 말일지도 몰라
!!!!!
발에 쥐가나서 천천히 몸을 굽히는데 갑자기 방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다시 남자가 나왔고 나는 이를 악물고 다시 자세를
달리했다. 하지만 그 순간 그 남자의 눈치를 보기 위해 고개를 들었던 내 눈에 모자로 가려져있던 남자의 얼굴이 다 드러난
다.목소리가 낮아서 나이가 더 많으리라 생각했지만 내 눈에 보인 남자의 얼굴은 앳된 얼굴이었다. 나이가 나랑 비슷한
연령대로 보이는 남자. 여전히 상체의 옷을 입지 않은체로 젖은 머리를 한 남자의 목선에 보이는 또렷한 문신.그러나 무엇
보다 놀란 이유는 정확히 눈부신 빛에 드러난 남자의 얼굴은 좀 전 까지 내게 그렇게 살벌하게 대한 이유가 영화 대사
연습을 했다고 해도 충분할 만큼 잘생긴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날카로운 눈 사이로 보이는 오똑한 코를 내려와 붉은 선홍빛
입술은 여자의 피부를 방불케 했고 검은색 머리칼은 묘하게 그의 투명한 피부와 어울려 더욱 빛나게 만든다.
평소 신비로운 분위기와 예쁜외모를 가진 남자를 좋아했던 내 사고방식에는 금방 전 나를 죽이려던 살인자라는 생각은
온데간데 없이 멍하니 남자의 얼굴만 보게 하기 충분했다. 나 또한 인기 하면 빠지지 않는 인기녀였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남자는 본적이 없노라고.
"뭘봐"
"...아...아니.....저...저....여..여기서 살아요"
"한달만,그 이후에는 죽일거야"
남자의 얼굴을 보고 잠깐이나마 깜박 했던 살인자라는 단어가 다시 생각난다. 어떻게 저 아름다운 입에서 죽인다는 말이
쉽게 나온거지, 왜 이 아름다운 얼굴을 연예인이나 모델로 써먹지 않고 살인 청부업자는 극악무도한 직업을 택한것이지
남자에 대한 궁금증이 배로 늘어나기 시작했고 그와 함께 두려움도 배로 늘어난다. 우두커니 서 있는 내가 짜증이라도
난 것인지 걸리적거린 것인지 일 순간 남자가 내게 성큼성큼 빠르게 걸어온다. 아무리 잘 생기면 뭐하나 싶었다.
날 죽이려는게 목적인 남자에게, 그가 내게 걸어오는 것 만으로도 두눈에 두려움이 가득 차서 순간 손으로 머리를 감쌌지만
그는 곧 내가 끝까지 들고있던 가방을 홱 빼앗아 들고는 내 옆에 있던 방문을 열어제낀다
"더럽히면 죽을 줄 알아"
"....네?.."
앞뒤 말을 다 끊고 말 하는 것이 이 남자의 특징인가 보다, 얼핏들으면 못 알아 들을 수도 있지만 방문을 열며 내 가방을
홱 던지는 남자를 보면서 한달동안 이 방을 쓰라는 말이구나 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방이라고 해봤자 그냥
정말 방이었다. 서랍장도 침대도 이불하나 없는 맨 바닥 맨 벽, 원래 빌라라면 다 갖추어져 있는게 정상아닌가 그를 보면서
약간은 당황한듯한 눈빛을 보내자 그는 별 상관 없다는듯 쾅 , 하는 광음소리와 함께 문을 닫아버린다
이 아무것도 없는 방을 더럽히면 뭐 얼마나 더럽힌다고 죽을 줄 알아 라고 까지 말을 할까. 쾅 닫혀버린 문을 뒤로 하고
방안에 불을 킨 채로 천천히 주저앉았다. 그래도 얼마나 다행이야, 한달이란 시간을 준게 어딘데 그 안에 어떤 대책 방법을
강구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그 남자가 내 팽개쳐버린 가방을 조심히 끌어안았다. 날씨가 꽤나 쌀쌀해지는 요즘 방 안은
제법 추웠고 옷도 그닥 두껍게 입지 않아 손으로 내 팔을 비벼야만 했다
살인자라고는 믿기지 않는 잘생긴 얼굴을 가진 걸 보면 그는 분명히 학생때에도 인기가 많은 남자였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저 말투와 성격으로봐서는 또 카리스마 있다고 여자들이 줄줄 따랐을지도 모르는거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인이라는
직업을 택한 것은 정신병이 있는 남자라고 예상할 수 있다. 어떤 정신 병을 가진 남자일까.나 혼자만의 추리가 꼬리에
꼬리를 물던 그 시점 별안간 울어서 화장이 번졌을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가방에서 콤팩트를 꺼냈다. 작은 거울이긴 하지만
화장상태를 보기에는 별 무리가 없겠지
"........"
나라도 죽이고 싶었을지 모른다.이런 상태의 여자를 보았다면. 그 작은 콤패트 거울에 순간 보이는 내 눈동자, 눈이 나빠서
렌즈를 낀 탓에 초롱초롱한 눈은 여전했지만 그 위 아래로 번진 아이라인과 마스카라는 팬더는 귀엽게라도 보이지 정말
정신 병자를 방불케 한다. 어린아이가 유치원에서 엄마를 그려봐 했을때 검은색 크레파스로 색칠한 격이라고 해야할까.
아 이런 얼굴로 그 남자에게 살려 달라 그리 빌었단 말인가.손으로 슥슥 검은색 번진 부분을 닦았지만 조금도 지워지지
않았고 어떻게 이런 얼굴을 보면서 살려줄 생각을 했을까 새삼 그 살인자에게 감사한 마음이 백번 천번 든다.
조심스럽게 가방을 방바닥에 내려다놓고 얼른이 상황에 적응하고자, 살인자와의 뭔가 거리감을 없애야 한다는 생각에
빼꼼히 문을 열었다.지금 관계는 살인자와 그 대상이지만 내 미인계와 애교를 쓰면서 살짝 살인자의 마음을 바꿔놓는거야.
"저기.."
큰 쇼파에 아주 큰 TV를 보면서 앉아있는 남자.TV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을만큼 작았고 무의미하게 화면을 보고있는
살인자는 내 말소리를 들었는데도 불구하고 쳐다보지 않았다. 그 순간에도 내 눈초리는 쇼파 앞에 있는 유리테이블 위에
놓여진 맥주병으로 향했는데 술을 마시면 인간의 이성이 마비된다는 것을 알고 난 뒤로 더욱 공포로 오싹하다. 조심스럽게
더 몸을 들이 밀며 다시 한번 조각같다 라는 생각이 드는 그 남자를 향해 입을 열었다.
"세..수좀 해도 될까요"
"......"
뭐랄까,옆에서 보는 남자의 눈빛은 한없이 고요했고 공허했다. 꼭 누군가 죽어 너무 울어서 눈물이 나오지 않는 사람처럼
두번이나 인기척을 했는데도 대꾸 없는 남자를 보며 천천히 까치발을 들어서 온전히 방안에서 나왔다.소음을 싫어하나
라는 생각이 빠르게 머릿속을 스쳤기 때문이었다.조심스럽게 발을 옮기며 남자가 들어갔던 화장실로 향했다. 중간중간
혹여 화장실 쓰는 걸 싫어 할 까봐 뒤를 돌아보았지만 여전히 공허한 눈빛은 TV에게로 가 있는 남자가 보일 뿐이었다.
달칵
"하아!!"
크게 한숨을 팍 하고 내뱉는 나, 화장실에 들어오자마자 기지개부터 폈다. 화장실을 써도 된다는 말 한마디 해주는게
뭐 그리 어렵다고 온갖 마음을 다 졸이며 화장실에 겨우 오자 분노가 솟구친다. 하지만 곧 그마저도 화장실 세면대
앞에 크게 걸려져있는 거울을 보고 내 손으로 내 입을 단단히 막고 말았다. 작은 콤팩트 거울에서 보인 것보다 더 심각한
상황인 내 얼굴, 아까 살인자가 내 얼굴 안본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했다. 아 이 부시시한 머리에 오늘따라 짙게 바른
아이셰도우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있었다. 번진 마스카라와 아이라인으로,
남자집에 화장 지우는게 있을까 싶어 아쉬운데로 비누로 세수를 하려는데 하얀색 선반위에 뜻밖에도 여자 클렌징크림이
가지런히 정돈 되어 있는게 보인다. 허락없이 쓰는게 약간은 찔렸지만 우선 이 몰골부터 좀 없애야 할 것 같단 생각에
클렌징 크림을 조심히 꺼내 손으로 조금만 쓴 채로 다시 넣어놓았다. 남자가 행여 뭐라고 하면 비누로 지웠다고 싹 시치미를
떼면 그뿐이다. 두꺼운 화장속에서 고생했을 피부를 적은 클렌징 크림으로 삭삭 지우니 얼굴이 작아서 인지 충분하다
이쯤되면 내 친구가 등짝을 사정없이 후려쳤겠지만 살짝 자뻑 증세가 있는 나였다. 살인자의 마음을 돌려놓겠다는 생각도
모두 공주병에서 시작되었으니까.
세수만 하는게 찝찝해서 왁스로 정리했던 웨이브 머리를 샴푸로 감고 겁도 없이 살인자처럼 똑같이 수건을 꺼내 머리를
탈탈 말렸다. 수건으로 머리를 동여매는 것 보다 젖은 머릿결 상태를 보여주는 것 이 마음 돌리기에 더 쉽겠지.
수건으로 얌전스럽게 머리를 정리하며 조심스럽게 화장실 문을 열었다.
벌떡
움찔
"물 떨어뜨리지마."
".....죄..죄송해요"
쾅
미인계가 항상 통하는 건 아니고 공주병인 내 생각대로 인생이 풀릴리는 없다. 머리를 털며 최대한 순수함을 강조하면서
화장실 문을 열고 나오는데 별안간 앉아있던 남자가 벌떡 일어나 내 손에 들려있던 수건을 거칠게 빼앗는다.그리곤 이내
남자의 손이 거칠게도 그 수건을 내 머리 위로 톡 내려 놓는 것이다. 물 떨어뜨리지마 라는 말과 함께.자신은 살인자고
난 피해자인데 불안할 내 마음을 조금이라도 신경써주면 안되는 것 일까.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 마음졸이고 행여
금방이라도 날 죽일까봐 심장이 오그라질대로 오그라지는 나. 큰 빌라안에서 남자는 좀 전에 나왔던 방으로 들어가버렸고
난 내 머리위에 놓여진 수건으로 머리를 꽉 동여매며 눈물을 삼키며 방으로 들어왔다.
이불도 없고 뭐 하나도 없는 방안에서 지내라는 꼴 하며 뭐 하나 제대로 된 게 없다. 죽이겠다는 것을 빌고 빌어 한달이란
시간을 벌었으면 됐지,인간이란 끝없는 욕심으로 뒤덮힌 동물인가 보다.새삼스레 다시금 눈물이 흘러나와 손으로 훔쳤다.
얼마나 많은 눈물을 이 집에서 떨구게 될까. 남자는 날 칼로 죽일까. 다시 금 솟구치는 공포와 두려움으로 조심히
방문을 잠구고 열쇠가 있을거라는 생각에 문쪽을 등대고 앉았다. 베란다가 있는 방이었다. 창문을 열면 금방이라도
시원한 바람이 쏟아질 것 같은, 하지만 단단히 닫혀있는 베란다를 열 용기가 없어 우두커니 앉아있기만 하였다.
도대체 내가 뭘 얼마나 잘못한 것일까. 누가 날 죽이라고 시킨 것 이지, 만약 날 죽이고 싶을만큼 상처를 받았다면
그 사람 앞에 가서 정말 용서해달라고 빌고 또 빌 수 있을 것 같았다. 아까는 날 죽이라고 시킨 사람을 무작정 복수해주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는데 고요함 속에서 생각하자 얼마나 많은 상처를 내게 받았으면 날 죽이고까지 싶었을까 싶다.
"하아"
오그라들었던 내 심장을 쓸어내리고 긴장했던 내 근육들을 풀어주고 이 말 같지도 않은 살인자와의 같은 한 지붕아래의
생활을 한 숨으로 내보냈다. 말이 안되면 어쩔 것인가, 남은 한달 기간 동안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또 모색해야만
한다. 그도저도 아니면 정말 한달 동안 내 인생을 정리해야만 할 것 이고.
긴긴 한숨과 함께 밤은 더욱더 칠흙같이 변해간다. 이불하나 없는 방바닥에 조심스럽게 몸을 뉘고 웅크릴대로 웅크려
눈물을 꾹 참았다.
-
툭
깨우지마, 대학생 되서 제일 누리고 싶었던게 아침 잠 이었어, 그래서 수업 시간도 오후로 바꿨단말이야
툭
벌떡
"아...저.."
평소의 생활로만 착각을 하다 이내 뭔가 이상하다 싶어서 벌떡 일어났다.자취를 하고 있는 까닭에 누군가가 날 깨울수는
없었기 때문에. 벌떡 몸을 일으키자 아니나 다를까 내 환상을 산산조각 부서뜨리며 거대한 산처럼 내 앞에 보인 살인자,
베란다 사이로 쏟아지고 있는 아침 햇살이 지금 한참 기상시간이 지났다 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고 남자의 아무표정없는
얼굴이 아침부터 긴장 상태로 돌입한다.
툭툭 치는 것이 뭔가 싶었더니 그건 남자의 발이었다.발로 내 팔 부분을 툭툭 치고 있었다.어젯밤 분명히 문을 등대로
누워있는데 어느새 내가 누워있는 곳은 정 가운데, 이불도 없이 밤새 데굴데굴 굴러 다녔는지 젖은 머릿결이 부산하게
엉켜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나와 달리 깔끔한 외모에 잘생긴 얼굴이 다시 금 충격으로 다가오는 살인자.
"..지금이..몇시예요"
왜 날 굳이 깨운걸까 싶어서 조심스레 물어 보았지만 금방이라도 죽일 것 같은 매서운 눈으로 한없이 날 보고 있는 남자다.
조용히 손으로 머리를 재빠르게 매만지며 혹시나 침이라도 흘리고 잔 건 아닐까 손으로 은근 슬쩍 입 주위를 닦아 내었지만
다행히 말끔히 잔 것 같다. 천천히 남자와의 거리감을 두고 일어서면서 주위를 살피고 뭔가 잘못 된게 있나 싶었지만
덩그러니 방안에 홀로 나와 가방만 있을뿐이다. 숨막히는 침묵이 답답해 조용히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핸드폰을
꺼내는 나를 어쩌나 보자 라는 식으로 보고 있을 살인자 때문에 시간 확인만 하고 금새 가방에 도로 넣어버렸지만
그런데 부재중 전화가 찍힌 것 같았는데, 시간은 아침 9시.그리 늦은 것도 아니었고 평소 내가 일어나는 시간이었다.
홱
빠각
뭐 사실 살인자에게 내가 가지고 있는 핸드폰이 좋게 보일리 있을까. 순식간에 살인자의 손이 내 가방을 낚아채었고
우르르 안에 내용물을 바닥으로 떨어뜨린다. 살인자의 감사하게도 그런 행동에 콤팩트의 화장품이 깨지는 소리가 귓가에
들린다. 큰맘먹고 산 모 회사의 브랜드 상품인데, 하지만 이를 부득부득 갈기도 전에 남자는 내 핸드폰을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과자 스낵 부러뜨리듯 두 손으로 망가뜨려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동공이 확장되어 남자의 그런 힘에 그리고 그런 거친행동에 몸을 움츠렸고 남자는 볼 일은 끝났다는 듯 방문을 열고 나간다.
그 순간 아까 잠깐 보였던 부재중 전화가 머리에 스쳤다.혹여 전화가 울리면서 들렸던 벨소리가 남자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것일까. 누구에게 전화가 왔는지 확인이라도 해볼걸, 천천히 부서져버린 핸드폰을 들었다. 최신형 핸드폰인데 순간 울컥해서
눈물이 나려다가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사람이 내게 소중한 핸드폰이 뭐 얼마나 대단해 보이겠는가
난 그저 저 아름다운 외모 뒤에 숨기고 있는 악랄한 인간의 마음을 바꿔놓던지 아니면 정말 한달 폼나게 할거 다 해보고
죽던지 선택만 하면 된다. 부서져버린 핸드폰과 그리고 화장품들을 천천히 주워서 가방안에 조심스레 넣었다.
내겐 소중한 것이 누군가에겐 먼지보다 값어치 없어 보일수도 있으니까.
"....."
한달이란 기간을 주고 그 기간을 정말 내 맘대로 쓸 수 있다면 시간낭비 할 겨를이 없었다. 별아간 아까는 9시가 평소
일어나는 시간이었지만 그마저도 왜 이렇게 늦게 일어났을까 라는 후회가 물 밀듯이 밀려와 조심스레 남자가 나간 방문을
향해 나도 따라 나섰다,막상 방문을 열고 나오자 내가 그토록 두려워하던 살인자는 없었다. 방에 들어갔거니 했지만 그
남자의 검은색 운동화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하지만 어딘가 불편한 마음에 세수를 급하게 하고
남자가 나간 현관문을 멍하니 응시했다.아무리 살인자 라지만 그래도 수갑 하나 없이 이렇게 날 혼자 두고 어딜 가다니,
대담한걸까 아니면 나하나 잡는거 어렵지 않아서 일까. 도망갈까 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나가다가 만나기라도
하면 그 자리에서 날 죽일지도 모른다. 도망가서 잡히면 최소 사망이니까. 한참을 멍하게 서 있자 다리도 아프고 배가고파서
부엌을 기웃기웃 거렸다. 살인자라도 밥은 일반사람과 똑같이 먹겠지.
"밥..먹어도 되나"
겨우 남자가 없다는 생각에 맘 놓고 작게 중얼거려본 입술,밥은 있나 싶어서 밥통을 살폈지만 코드는 뽑아져있었고 언제
밥을 해먹었는지 쌀쌀한 냉기마져 느껴진다.밥은 먹고 사는 것 일까? 가스레인지 위에는 그 흔한 냄비 하나 없이
막 빌라를 처음 지은 상태를 그대로 유지한 것 같다. 뭔가 먹을 것 을 찾으려고 하면 할 수록 먹을게 없는 것 같아 배가 더
고프 나.
벌컥
"에...이게뭐야"
아무것도 없는 마당에 마지막 희망을 냉장고에 걸고 문을 열었을까. 차마 보기도 민망할 냉장고 속 안의 풍경에 실망어린
목소리가 절로 나온다. 냉장고에 있는 건 음료수,맥주,양주,유통기한 걱정없는 참치, 아 그러고보니 제일 밑에 김치랑 고추
장은 보인다. 하지만 그마져도 해먹질 않는건지 사온 그대로 놓여있다.
"이사람은 뭘 먹고 사는거지"
손을 뻗어서 김치와 고추장 그리고 참치를 꺼냈다. 이 세가지만 꺼내도 냉장고는 어느새 텅텅 비고 만다. 냉장고의 전기값이
아까울만큼 제값을 못하고 있는 냉장고.냉장고에서 이것저것 재료를 꺼내놓고 이번에는 서랍장에서 냄비 그리고 숟가락
을 찾아내었다. 항상 밤에는 소소하게나마 간식을 즐겨먹는데 못먹은 탓인지 아니면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허기가 오늘따라
매우 진다. 재료는 별로 없지만 요리가 취미인 까닭에 두팔 두손을 걷어붙였다.
"절대 내가 먹고 싶어서 끓이는게 아니야,웃기지만 살인자에게 잘보여야 나도 사니까"
살인자의 집에서의 요리라 뭔가 속마음이 부끄러웠다. 이 와중에 배는 고파서 겁 없이 요리를 하는가 싶어서, 부끄러움을
만회하고자 애써 그럴싸한 핑계거리를 찾고는 칼로 김치를 썰고 고추장과 버무렸다. 그 위에 평소에는 기름기가 많다고
버릴 참치 기름까지 통째로 넣어놓고선, 제일 중요한 쌀을 찾으려고 무릎을 굽혔다. 대개 쌀은 아래서랍에 있기 마련이니까
부산하게 김치가 참치기름과 함께 어우러질 무렵 정말 하루 식사양이 될 수 있을까 싶게 하얀 지퍼백에 조금 들어있는
쌀이 보인다. 이 양이면 내 하루 세끼 식사도 안될 양 이지만 아쉬운대로 밥을 하고 찌개를 끓였다.
보글보글 끓는 찌개의 수증기와 밥통에서 식식 소리를 내며 익어가는 모든 풍경들은 여나할바 없이 집안의 모습과
다를 바 없었으나 같이 이곳에 있을 사람은 살인자.조금이라도 다른 것에 몰두 하지 않으면 금새 살인자라는 무서운 세
단어가 머릿속에 쾅쾅 망치로 못을 밖듯 그려진다.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요리를 할 때는 그런 무서운
단어 생각하지 말자고 날카로운 칼 따위도 절대 생각하지 말자고 다짐을 하며 숟가락으로 찌개의 국물을 떠먹었다
"맛있다"
이런 무서운 상황속에서도 내 요리실력은 여나 없이 발휘되는구나, 숟가락으로 떠 먹은 찌개의 맛은 기가막혔다.재료라고는
선반위에 놓여진 뜯어지지 않은 미원,고추장,참치,김치가 전부였지만 그 맛은 끝내준다. 괜히 으쓱하는 마음에 다시 한번
보글보글 끓는 찌개의 국물을 한 움큼 떠 입가로 가져갔다.배가고파서 인지 다른 소음은 듣지도 못한채 오직 보글보글 끓는
찌개 소리만 귓가에 맛있게 맴돈다.하지만 별안간 그런 내 귓가로 찌를듯 한 차가운 목소리가
"뭐하는거야"
들린다.
첫댓글 짱진짜재미있어요!
작가님 글 정말 잘쓰시네용 넘 맘에 드는 글이예욤 ㅎㅎ 작가님 글 기다릴터이니 건필하셔욤
완전 잼써요 !! ㅋㅎㅎ
재밋어용~~~~담편도빨리올려주세용><ㅎㅎㅎ
진쨩잼잇다~ㅋ
와 무섭당 !!!!!ㅠㅠㅠㅠㅠ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