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기생충 명장면이 여기였네”
경기 고양시 ‘아쿠아 특수촬영 스튜디오’
취수원 바뀌며 방치된 폐정수장… 수조형 특수촬영장으로 리모델링
매년 영화-드라마 30여 편 촬영… 도시 재생 대표적 성공 사례
경기 고양시 아쿠아 특수촬영 스튜디오에 설치된 대형 수조. 고양시 제공
“야, 기우야! 창문 닫아, 창문.”
영화 ‘기생충’에서 폭우를 뚫고 자신의 반지하 집 안으로 돌아온 주인공(송강호)은 창문으로 빗물이 유입되자 아들(최우식)에게 다급하게 외친다. 방금까지 저택에 있던 주인공 가족들이 자신들의 현실을 깨닫는 명장면으로 꼽힌다.
이 장면을 촬영한 곳은 국내 유일의 수조형 특수촬영장인 경기 고양시 ‘아쿠아 특수촬영 스튜디오’ 세트장이다. 대형 수조에 반지하 집과 골목 등 40가구를 세트로 제작하고 인근 공릉천에서 물 50t을 끌어와 연출했다고 한다.
● 명량, 기생충, 오징어게임 등 촬영
영화 ‘명량’ 촬영 당시 대형 수조에 마련된 세트. 고양시 제공
스튜디오 전체 부지는 축구장(7130㎡) 3.6개 면적에 해당하는 2만6000㎡(약 7900평)에 달한다. 매년 영화 드라마 광고 등 30여 편 정도가 이곳에서 촬영된다고 한다.
실내 전시실 1층에선 시설 안내영상을 볼 수 있고, 2층 전시실에는 영화와 드라마 의상 및 소품이 전시돼 있다. 사극에서 사용했던 활과 화살, 1970년대 중고교생이 들고 다니던 가방, 경찰 방패까지 다양한 전시품을 볼 수 있다. 영화 ‘기생충’에서 기택과 기우가 입었던 옷도 기증받아 전시 중이다.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해운대’, ‘명량’, ‘오징어게임’ 등 이곳에서 촬영된 영화 포스터가 걸려 있다.
영화 ‘기생충’ 촬영 당시 대형 수조에 마련된 골목길 세트. 고양시 제공
실내 전시실을 나와 걸어 올라가면 실제 영화와 드라마를 촬영했던 수조가 나온다. 깊이 4m의 대형 수조(58×24m)와 깊이 3m의 소형 수조(24×11m)가 나란히 설치돼 있다. 이승환 고양산업진흥원 선임연구원은 “거대한 야외 수영장 같은 공간에 세트와 무대를 만들고 그 안에 물을 채워 다양한 수중 촬영을 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대형 수조에선 물 위에서 펼치는 대규모 전쟁이나 항해 장면을 찍는다. 소형 수조에선 소규모 격투나 차량 침수 등을 주로 촬영한다. 특수효과(VFX) 촬영 등을 많이 하는 복합 실내 스튜디오도 갖추고 있다.
● 낡은 폐정수장이 특수촬영 스튜디오로
원래 이곳에는 하루 3만 t의 물을 정수해 수돗물을 공급하던 정수장이 있었다. 1984년 지어졌는데, 2000년 취수원이 팔당으로 바뀌면서 가동이 중단됐다. 폐정수장을 철거하려니 들어가는 예산이 만만치 않았고, 철거한 후 부지를 활용할 방안도 마땅치 않았다. 그렇게 8년 동안 방치되면서 정수장은 지역의 흉물이 됐다. 인적이 드문 곳에 있다 보니 주민들은 “우범지대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고양시에 여러 차례 시설 철거를 요청했다고 한다.
고민 끝에 고양시가 생각해낸 아이디어가 바로 수중 스튜디오였다. 시는 개발제한구역 해제 등 행정 절차를 거친 후 2008년 대대적 리모델링 공사에 착수했다. 정수장은 약 3년의 공사를 마친 후 2011년 수중 특수촬영 스튜디오로 새롭게 태어났다. 이제는 고양시의 대표적 도시 재생 사례로 평가받는다.
고양시 관계자는 “효율적 공간 활용을 통해 다양한 촬영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시설과 콘텐츠를 확충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수문 자동화 시스템을 들여왔고 가상 스튜디오 교육실도 만들었다”고 말했다.
고양=조영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