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쓴이 : 햇님방긋 이메일 : assari615-_-@hanmail.net 팬카페 : №햇님이가뜬다[햇님방긋]〃 ★리플이 날아간게 안타깝지만, 리턴당했어요. 그래서 묶어서 올려요... 죄송하지만 앞에 보신분은 58편부터 읽어주세요. 《고딩파파2 56》 “그렇게나 준비할 게 많다니까요?” 유아식 만드는 동호회에 갔다가 돌잔치에 필요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란 소리를 듣고 희리는 적잖이 놀랐다. 그리고 집으로 달려와 희리는 어머니에게 돌잔치에 필요한 것들을 얘기하며 놀라움을 고스란히 전했다. 유아식 만드는 동호회 클럽에서 대충 들어서 뭐가 필요한지는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인터넷에서 돌잔치에 필요한 것들을 찾아보면서 많은 것들이 필요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었다. 케이크 하나 가지고 축하할 일이 아니었다. 돌잔치 할 장소를 정하는 것부터 초대장, 결정할 것이 하나부터 족히 열은 되는 것 같았다. “태공이때만 해도 사진 찍고, 떡 케이크 하나로 끝냈는데 요즘은 화려하게 하더라.” 희리가 뽑은 돌잔치의 예로 올려진 사진들을 보며 엄마도 적잖이 놀란 듯 했다. 세월이 세월이니 만큼 돌잔치의 풍습도 많이 변화된 듯 보였다. 뷔페나 호텔을 빌려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호화스러울 만큼 준비를 많이 한 흔적들이 꽤 보이는 프린트한 사진을 보며 엄마와 희리는 돌잔치 준비에 관심을 두었다. “저 유아식 만드는 아주머니들 얘기 들어도 꽤 많이 준비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이렇게 많이 준비할 줄은 생각도 못했어요. 신경 쓸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희리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정말이지 준비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에이포를 가득 메운 돌잔치 준비사항과 목록을 보니 어느 것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뿐이다. 어머니도 손녀의 돌잔치에 관심을 보이는 듯 했지만 태공이때와는 많이 달라진 돌잔치 준비에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터라 난감함을 내비췄다. “지금부터 준비해도 빠듯하겠네.” “그러니까요.” 두 달 남짓 남았지만, 그 안에 모든 것을 해결하기에는 지금 준비해도 빠듯해보였다. “백일도 그냥 지나쳤는데, 돌은 신경 써야지.” 어머니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아기가 크면 제 백일 사진을 찾는다고 한다. 그걸 미리 알았더라면 희야 백일 때 사진이라도 찍어줄 것을 그랬다. 사진도 못 찍고, 떡도 못 돌린 채 흐지부지 지나간 희야의 백일 때가 새삼 떠올랐다. 그랬기에 돌만은 꼭 챙겨주어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하게 된다. “그래서 잘 챙겨주고 싶어요. 뭐부터 해야 되는지 알아보려고요.” “희리가 엄마 노릇 좀 하려나보네?” 어머니의 말씀에 희리가 멋쩍게 웃었다. 엄마로써 희야의 돌잔치를 책임지기 위한 희리의 특별한 준비가 시작 되었다. 초대장부터 답례품, 그리고 돌잔치 장소까지 세세하게 검색하면서 찾아보며 필요한 것들을 메모하기 시작했다. “장소는 희야 아빠랑 상의 해야겠고, 희야 사진도 찍어줘야겠네. 답례품은… 뭐로 하지?” 혼잣말을 중얼거리면서 볼펜 꼭뒤를 깨작깨작 깨물며 메모한다. 장소는 레스토랑, 뷔페, 식당 다양한 음식점 중 하나를 태공과 상의해서 골라야겠다고 중얼거리며 다음으로 넘어간다. 답례품은 수건이나 컵, 접시. 아니면 우산도 체크해 둔다. 이것저것 다 적어놓고 보니 메모지를 가득 메웠다. 그 정도로 돌잔치에 신경 써야 할 것이 한두 개가 아니란 소리였다. “뭐야?” “희야 돌잔치에 필요한 거 적어놓은 목록.” 희리가 정리 해둔 목록이 적힌 메모지를 알바를 끝내고 돌아온 태공이에게 내밀었다. 그것을 받아들고 미간이 점점 좁혀지는 태공이. “필요한 게 이렇게나 많아?” “응, 준비해야 할 게 한두 개가 아니야. 지금부터 해도 빠듯할 것 같아.” 태공이도 놀랐다. 돌잔치라고 해봐야 식당 하나 잡아서 축하하면 끝날 줄 알았는데, 희리가 적은 목록대로라면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게 생겼다. 알바를 한 탕 더 뛰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걱정부터 앞선다. “제일 먼저 필요한 게 뭐야.” “장소가 중요하지. 날짜에 맞춰야 되니까.” 꼼꼼하게 인터넷 검색을 하고 카페에 가입까지 해서 돌잔치에 필요한 것들과 준비할 것들을 알아본 결과였다. 희야가 아기 침대에서 잠들고 난 후, 희리는 태공과 머리를 맞댄 채 늦은 시간까지 돌잔치에 대한 상의를 끝냈다. “장소는 같이 돌아다니고 결정해.” “너 알바하잖아.” “그만 둘 거야.” “왜? 더 해도 되는데.” “다시는 마누라한테 오해 살만한 짓은 하고 싶지 않아.” “바람피웠다고 의심해서 그만 두는 거야?” “꼭 그런 것만은 아니지만, 그것도 이유에 포함돼.” 바람피운다는 의심과 오해 이후로 마음이 상했는지 태공은 그만두기로 마음먹었다. 태공이 몰래 알바 할 때는 바람피우는 것이라 의심하던 희리가 막상 관둔다는 태공의 결심을 듣고서 시무룩해졌다. “왜?” 희리의 표정을 살피고는 태공이가 물어왔다. “그냥, 너 그만두면 희야 돌잔치 비용은 누가 대나 싶어서.” 씁쓸하게 웃으며 낮아지는 목소리에 힘이 없다. 태공이가 피식 웃으며 그녀를 안심시킨다. “걱정마, 돌잔치 비용은 어떻게 해서든 마련할 테니까.” 그리고 희리와 함께 희야 돌잔치에 힘쓰기로 결정했다. 침대에 엎드려 목록을 가지고 둘이 이것저것 의논해서 따진다. 초대장은 희야의 사진이 박히는 디자인으로 결정짓고, 돌 사진과 블라인드는 따로 날 잡아서 찍기로 하고, 답례품은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컵이나 수건 쪽으로 알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장소는 함께 알아봐서 정하기로 결정하고는 뒤늦게 잠을 청한다. “왜?” 베개에 얼굴을 묻고 희리의 허리를 껴안으려던 태공이 멈칫하며 희리를 쳐다본다. 희리가 손을 붙잡은 채, 저리 쳐냈다. 허리에 손끝이 닿지도 못하게 막아냈다. 말도 없이 꿍하게 입을 앙 다물고 있는 희리가 태공은 의아하다. 그동안 알바 한다고 피곤해서 쓰러졌던 적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는데, 그것 때문에 삐진 것인가 살짝 걱정도 된다. “그동안 안 껴안아줘서 삐졌어?” 태공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물론 그 얘기는 이유를 몰랐을 때고, 지금은 태공이 알바를 했다는 것을 알기에 예전엔 그의 무관심이 피곤함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태공이가 끌어안아주지 않아서 섭섭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지금은 또 다른 이유가 생겼다. 태공이에게는 말하고 싶지 않은, 부끄러운 이유. “왜 그러는 거야, 어디 아파?” “아냐, 그런 거.” “그럼?” “앞으로 내가 껴안으라고 할 때까지 껴안지마!” “왜.” “…….” 어두운 가운데에서도 태공의 눈이 또렷하게 잘 보인다. 실망한 것도 같고, 섭섭해 하는 기색이 역력한 얼굴이다. 굳이 이유를 듣고 싶어 하는 태공이 때문에 희리가 얼굴을 붉히며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뭐라고, 안 들려.” 모기 소리만치 윙윙거리게 대답하는 희리의 목소리를 알아듣지 못하고 태공이가 다시 한 번 물었다. 희리가 입을 삐죽였다. 부끄러워서 입 밖으로 도저히 말을 꺼내지 못하겠다. 희리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자 태공은 또다시 손을 뻗어 희리의 허리춤을 붙잡으려고 했다. 허리춤으로 다가오는 태공의 손을 꽉 붙들고는 얼굴을 붉히며 희리가 속내를 드러냈다. “살 뺄 거야. 살 뺄 때까지 만지지마, 절대 접근 금지야!” “뺄 살이 어디 있다고, 빼.” 태공이가 손을 치워내는 희리를 향해 말했다. “넌 몰라, 옆구리랑 뱃살이 아주 장난 아니야!” “안 빼도 돼. 괜찮아.” “내가 안 괜찮아. 그러니까 그냥 자.” “마누라 안 껴안으면 잠 안 와.” “알바 하는 동안은 안 껴안고 잘 잤잖아! 잘 수 있어, 자 봐.” 태공의 손길을 느끼지 못하는 건 가슴 아픈 일이나, 이미 다이어트를 결심한 이상 어쩔 수 없었다. 희리는 아쉬움을 걷어내고 이불을 머리끝까지 올리며 태공이에게서 등을 보였다. 희리의 등을 쳐다보며 태공은 별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손을 뻗었으나, 눈치 빠른 희리가 태공의 손등을 내치며 그를 거부했다. 출산 후에 찐 살은 좀처럼 빠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무턱대고 굶고 보는 무대뽀적인 다이어트가 문제가 있었지만, 희리는 일주일동안 굶고서도 변화 없는 몸무게가 야속할 뿐이었다. “헬스라도 끊어줄까? 밥 먹으면서 운동해야지, 무조건 굶다가 너 병날라.” 이를 지켜보다 못한 어머니가 헬스를 제안했다. 아침도 제대로 섭취하지 않은 채, 굶는 희리가 걱정 되서 건넨 말이었지만 희리는 고개를 저었다. 헬스 다닐 여유가 없다. 부쩍 커버린 희야가 요새는 혼자 놀기는커녕 엄마와 함께 놀려고 희리 옆에 꼭 붙어 있었기 때문에 헬스 다니는 것은 무리가 따랐다. “그래서 어쩌려고 그래, 너 그러다 쓰러질라.” “괜찮으니까 살이나 쭉쭉 빠졌으면 좋겠어요.” “어디가 쪘다고 그래, 처음 봤을 때랑 하나도 변함없고만.” “엄마가 몰라서 하는 소리에요! 제 몸은 제가 잘 알아요. 확실히 찌긴 쪘어요. 옷 사이즈는 크게 변화 없는데 군더더기 살들이 여기저기 붙었어요. 특히 옆구리랑 뱃살에요!” 옆구리와 뱃살을 저주하는 듯 소리치며 격분한다. 희리가 다시 한 번 몸무게를 재본다. 바늘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여전히 아까 쟀던 숫자에 머물러 있다. 그 바람에 희리는 더욱더 음식을 입에 대지 않았다. 그러다가 큰일 나겠다는 어른들의 말에 괜찮다며 자부했고, 태공의 걱정에도 오히려 신경 쓰지 말라고 나무랬다. 그러다 며칠 뒤, 일이 터졌다. 희야의 돌잔치 장소를 결정하고 온 다음 날, 수능 결과가 좋게 나와 접수 했던 학교에서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태공이 원하던 학교에 수월하게 합격한 소식을 듣고 희리가 기뻐하다가 쓰러져버렸다. *** “여기가… 어디야?” 급하게 구급차에 실려와 응급실로 옮겨진 희리에게 영양제가 놓여졌고, 희리는 영양제가 반쯤 비어졌을 때야 눈을 뜨며 정신을 차렸다. 태공과 희야를 안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이 흐릿하게 들어온다. “병원이야.” “병원은… 왜?” 침이 바싹 말라 텁텁하다. 희리가 인상을 쓰며 태공에게 물었다. “몰라서 물어?” 화를 내지 않으려 했던 태공이 목소리를 높이며 희리를 날카롭게 쳐다본다. 정말 속상해 죽겠다는 얼굴로 말없이 희리를 내려다보던 태공은 한숨만 길게 내쉬었다. 그 틈을 타 어머니가 병원으로 오기까지의 경위를 설명했다. “네가 태공이 합격 했다는 소식 듣자마자, 쓰러졌어. 의사선생님이 말씀하시기를 너무 안 먹어서 어지럼증이 일어난 거래. 그러기에 엄마가 뭐랬어, 병날 거라 그랬잖아.” 동태눈처럼 희멀건 한 빛을 잃은 시선으로 희리가 태공을 쳐다봤다. 화를 억누르고 태공이 무덤덤하게 희리 곁으로 다가와 손을 붙잡았다. “마누라, 희야 돌잔치도 준비하다 죽겠어.” “안 죽어. 밥 굶는다고 죽지 않아.” “죽을 뻔 했잖아.” 희리가 눈앞에서 쓰러졌을 때, 태공은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기뻐서 쓰러졌나 했더니 영양부족이란다. 빈혈 끼가 다분하고, 탈수 증세까지 일어날 정도로 영양이 부족했단다. 그도 그럴 것이 다이어트 한다고 무작정 굶었으니 별 수 있으랴. 지금 이 상태로도 괜찮다는 태공의 말을 무시하고 강행했던 굶기 다이어트가 불러온 결과였다. “영양실조나 다름없대. 거기다가 거식증으로 이어질 뻔도 했대.” “…….” “한 마디로. 마누라, 위험했어.” 이렇게 다시 볼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희리가 눈을 뜨고 깜빡이는 모습을 보자 그제야 안심이 된다. “난 마누라 죽는 줄 알았잖아.” “안 죽었어.”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태공이가 그때 상황을 떠올리며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였다. 늘 무덤덤했던 태공의 목소리가 약간 흔들리는 것으로 보아 정말 놀라긴 한 듯 보인다. 희리가 희미하게 웃으며 태공이에게 지금은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태공은 전혀 괜찮지 않았다. “다시는 다이어트 할 생각 마.” 태공이 따끔하게 일침을 놓았다. 그래도 옆구리 살과 뱃살이 신경 쓰이는 희리는 쉽사리 다이어트에 대한 미련을 놓지 못했다. “그래도… 살 찐 건 빼야지.” “빼지마. 더 쪄도 상관없어.” “…….” “난 마누라 껍데기보고 좋아하는 거 아니야. 살쪘다고 싫어지는 것도 아니야.” “응?” “마누라 있는 그대로 좋아하니까… 어떤 모습이든 상관없단 소리야.” 태공이가 속상한 마음에 투덜거리며 희리에 대한 마음을 또 한번 내비춘다. 그 말 즉신, 그녀에게… 희리에게만큼은 일편단심이란 말이었다. 살이 찌든, 빠지든. 영원히 희리만을 좋아한다는 의미기도 했다. 희리의 볼은 붉어지고, 옆에서 두 사람을 지켜보던 어머니는 낯 뜨거운 아들의 발언에 적응하기 힘든 듯 체한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태공이 날린 결정타에 어머니는 급하게 자리를 뜨고 말았고, 희리의 얼굴은 잘 익은 토마토처럼 빨개졌다. “마누라의 옆구리 살이랑 뱃살까지도 좋아하니까.” ★희야 태어난 날을 딱히 정하지 않아서 그냥 희야가 태어났을 때를 올린 편수 날짜로 했어요. 2월 21일더라구요 ㅋㅋ 《고딩파파2 57》 2월 21일. 강희가 세상에 태어난 지 일년이 되는 날이다. 오직 희야만을 위한 돌잔치를 치르기 위해 희리는 며칠 전부터 아니 몇 달 전부터 꽤나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돌잔치를 치룰 장소를 택하고, 참석할 수 있는 인원들에게 초대장을 전하기 위해 일일이 손수 제작하고, 희야의 얼굴이 새겨진 수건을 답례품으로 준비하고, 희야의 사진도 찍고 돌잔치를 준비하는 동안 나름대로 고된 날이었다. 뭔가 특별한 의미를 두고 싶어서 나름 거창하게 준비했다. 오직 하나뿐인 딸, 희야를 위해서. “언니!” 주리가 돌잔치에 손님 맞으랴 바빠질 희리와 태공의 도우미로 나섰다. 성찬이, 영원이 그리고 친분 있는 옛 학교 녀석 몇 명을 데리고 레스토랑의 이벤트 홀로 들어선 주리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희리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웨딩드레스 입은 희리는 아직 보지 못했지만, 웨딩드레스 입은 것 뺨치게 예쁘게 차려 입었다. 곁에서 머쓱하게 서 있는 태공도 기럭지에 맞게 깔끔한 정장을 차려 입어 연예인 뺨칠 외모를 뽐내고 있었다. “재영이는?” “조금 있다가 온대.” 태공이 돌잔치 준비에 박착을 가하려 자리를 비운 사이 희리는 주리가 데리고 온 사람들을 훑었다. “쟨 누구야?” “누구? 아, 성찬이.” 그 중 훤칠하게 키가 크고 잘 생긴 외모의 성찬을 가리키고 있었다. “성찬이?” “응, 남자친구야. 말 그대로 친구.” “쟨 누구고?” 희리가 그 다음 옆을 가리켰다. “영원이. 성찬이가 가장 아끼는 후배야.” 성찬이 뒤를 졸졸 따라 다니고 있는 영원이였다. 성찬과 영원의 분위기가 사뭇 다른 남자들과는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묘하게 잘 어울리는 듯한 이상함. 희리의 시선이 느껴졌는지 성찬과 영원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반가워요.” “안녕하세요, 주리 친구 구성찬이라고 합니다.” “저는 권영원이라고 해요. 뭔가 준비할 건 없어서 마트에 있는 거 가져왔어요.” 누가 마트 집 아들 아니랄까봐 영원의 손에는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과자세트가 들려 있었다. 수줍게 그것을 건네는 영원을 보며 희리는 고맙다는 말과 함께 오늘 와줘서 고맙다는 인사까지도 건넸다. “맛있는 거 많이 먹고 가요.” 희리가 두 사람과 반가운 첫인사를 끝내고 성찬과 영원은 두리번거리며 아기를 찾았다. “누나, 아기는 어디 있어요?” “희야?” “어, 주인공.” 영원이가 희야를 찾았다. 오늘의 주인공이 보고 싶었는지 성찬도 희야를 찾는다. 주리가 두리번거리며 앙증맞은 아기 꼬마를 가리켰다. 바로 희야였다. 곰이 그려진 티셔츠에 청치마를 입고 있던 희야가 할머니의 손을 붙잡고 한 발, 한 발 엉성하게 걷고 있었다. 귀엽다는 말이 튀어나오지 않는다면 그건 아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일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아기를 좋아하지 않는 성찬도 칭찬할 만큼 희야는 사람의 시선을 단번에 끌었다. 희야는 한국의 수리 크루즈 같았다. “우아!” 희야가 할머니의 손을 붙잡고 아장아장 걸어와 도착한 곳은 성찬의 앞이었다. 작은 얼굴을 들고서 성찬을 올려다보는 희야는 손가락으로 천장을 가리키며 그에게 안아달라고 했다. 성찬은 희야의 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우물쭈물 거리자 희야가 이번에는 영원이의 바지자락을 붙잡았다. “우아! 우아.” “뭐라는 거야.” 뭐라고 하는 희야를 성찬이 머리를 긁적이며 내려다보았다. 할머니인 태공의 엄마가 웃으면서 답했다. “안아 달라는 건데, 안아 볼래요?” 아. 그제야 성찬이 주저앉아 희야와 눈높이를 같게 했다. 낮아진 그의 상체를 쳐다보며 희야가 안기려 들었다. 사람들 보는 시선에 성찬이 조심스럽게 희야를 보듬어 안았다. 엉성하기 짝이 없는 포즈로 희야를 안아든 성찬은 어색함에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희야, 옷 갈아입게 이리와.” 할머니의 말도 안 듣고, 고집부린 채 성찬의 품에 안겨 있는 희야를 주리가 맡았다. 주리가 오라는 말에 고개를 좌우로 세차게 흔든다. 성찬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 그의 옷깃을 꽉 붙들고 있는 희야를 떼어내느라 아주 진땀 뺐다. “얘는 잘 생긴 애만 좋아한다니까!” 이번에는 영원이에게 가려고 닿지도 않은 팔을 뻗는 희야가 주리 품에서 아등바등 거린다. 예쁜 아기들은 잘생긴 남자 좋아한다고 어른들이 우스개 소리로 말했던 것처럼 희야는 잘생긴 남자들에게 유독 관심을 보였다. 주리가 탈의실로 배정된 룸으로 들어가 희야의 옷을 갈아입혔다. 하얀 벨벳 드레스를 입혀놓으니 앙증맞게 귀엽다. “오늘 희야 생일이니까 예쁘게 해야지. 왜 머리띠를 안 해?” “아해!” 옷은 입고서 드레스와 세트인 머리띠를 하지 않겠다고 자꾸만 머리에 씌운 머리띠를 걷어내 버린다. 안하겠다는 말인 듯 고개까지 세차게 흔들며 하지 않으려 했다. 그리하여 양 갈래로 머리를 묶고 하얀 핀을 찔러주어야 했다. 한 명의 아기 천사가 탄생했다. “아, 예쁘다.” 예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예정일보다 일찍이 태어난 희야는 벌써 걸음마를 하려고 나름 열심히 연습 중에 있는 12개월 어여쁜 꼬마 아기로 자라나고 있었다. 희리 뱃속에 있을 때만 해도 자궁이 쉽게 열리지 않아 애태웠던 녀석이다. 자연분만을 고집했던 희리가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열리지 않은 자궁 때문에 마취를 하고 수술을 해야만 해서 얼마나 장한 녀석이 나오려나 하고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우려했던 결과 희야는 오후에 세상의 빛 속으로 등장했다. 40주나 뱃속에 품고 있었던 아기를 보는 순간 작고 귀여워서 감회가 새로웠다. 그런 희야가 이제 첫 돌을 맞았다. 너무 작고 귀여워서 안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던 희야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하려고 위태위태하게 서서 한 발, 또 한 발 신중하게 발을 내딛는다. “움마.” 엄마의 한복자락을 붙잡으려고 한 발씩 내딛으며 가까이 다가가던 희야가 세 걸음도 채 가지 못하고 넘어져버렸다. 쿵 소리에 놀란 터라 울음을 터트릴 줄 알았는데, 울지 않고 또랑또랑한 눈으로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태공이 다가와 넘어진 희야를 안아드는 순간, 희야가 울먹이며 울음을 터트렸다. 태공은 늘 희야가 울면 당황해서 그대로 굳는다. 희야의 하얀 볼을 타고 뚝뚝 흐르는 닭똥 같은 눈물만 말없이 닦아줄 뿐이다. “희야, 왜 울어?” 희야의 울음소리를 듣고 희리가 다가왔다. 희야가 움마 소리를 내뱉으며 희리에게 고사리 손을 뻗는다. 태공의 품을 떠나 희리 품에 안긴 희야가 시뻘건 눈가를 비비며 울음을 그쳤다. 하얀색 벨벳 드레스를 곱게 차려입은 희야의 앙증맞은 모습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았다. 어느 정도 길은 머리를 끌어 모아 양 갈래로 묶은 모습은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귀엽다. 희리와 태공이 홀에서 마련되는 음식들과 여러 가지 사정을 보러간 사이 주리는 희야를 돌보고 있었다. 자꾸만 엄마를 찾아대는 희야의 시선을 돌리는 데는 노래가 제격이었다. “개울가에 올챙이 한 마리, 꼬불꼬불 헤엄치다. 뒷다리가 쏙! 앞다리가 쏙! 팔짝팔짝 개구리 됐네.” 주리가 팔 동작까지 크게 하며 율동을 선보였다. 율동과 함께 이어지는 올챙이 송에 희야가 똘망똘망한 눈으로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까르르 웃는다. 더 불러달라고 초롱초롱한 슈렉 고양이 눈빛을 보내서 더욱더 열심히 소리 내며 희야를 위해 열심히 노래 부른다. “뭐해?” “어, 왔어?” 재영이가 도착했다. 그 옆에는 희야처럼 어여쁘게 차려입은 아리가 보였다. 주리가 오랜만에 보는 아리를 향해 뭐라고 다그치기는커녕 웃으며 반긴다. 즐거운 날에 웃으면서 보고 싶은 얼굴이었기에 손을 내밀며 반갑게 맞이한다. “언니, 잘 지냈어요?” “응, 넌 어째 갈수록 예뻐진 것 같다. 남자친구 생겼냐?” “아뇨.” 아리가 수줍게 도리질한다. 재영을 좋아했던 것처럼 그만큼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이 쉽게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예전만큼이나 그를 좋아했던 마음은 많이 사그라졌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처럼 재영을 잊어내려 많이 노력했다. 그래서 지금은 이렇게나 덤덤하게 그의 앞에 설 수 있고, 주리에게 부러움을 느낄 수도 있었다. “이게 언니 조카에요?” “응, 귀엽지?” “네. 안녕?” 아리가 수줍게 손을 흔들었다. 한껏 주리의 올챙이 송에 기분이 들떠 있던 희야는 노래가 끝나자 모든 것에 흥미를 잃었다. 아리의 인사도 무시한 채,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다른 재미난 요소를 찾으려 한다. 희야가 아리의 인사를 받아주지 않자 무안해진 아리가 어쩔 줄을 모른다. 주리가 손을 내저으며 별다르게 신경 쓰지 말라는 표시를 건넸다. “신경 쓰지마, 원래 여자 인사는 안 받아. 남자들을 워낙 좋아해서.” 희야는 끝내 아리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희리와 태공은 시간에 맞추어 손님들을 맞이하느라 정신없었고, 부모님들도 그에 동참하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레스토랑의 이벤트 홀은 돌잔치준비가 완료되었다. 돌상 한 가운데는 갖가지 꽃이 알차게 어울린 꽃바구니가 화려하게 놓여져 있었다. 흰 백설기와 오색떡, 인절미, 수수경단과 과일도 풍성하게 쌓아 올려두었다. 그리고 그 주위에는 다양한 색의 과일들이 준비 되었다. 그리고 남은 것은 돌잡이 상을 꾸미는 일. 무엇을 놓을 것인지 정하기는 했는데 막상 놓으려니 놓고 싶은 게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돌잡이 때문에 희리가 다급하게 주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리하여 희야 맡기 담당이 되어 있던 주리가 자리를 옮기면서 희야는 자연스럽게 아리에게 부탁 되었다. “네 사진을 왜 놓아!” 그런데 도움은커녕 불필요한 것들만 올려놓고 있다. 의사되라고 장난감 청진기를 올려놓지를 않나, 거기다가 심지어 자신의 사진까지 올려놓는 주리를 보고 희리가 한 소리 던진다. “내 사진 잡으면 연예인 될 거야.” 얼굴이야 주리도 빠지지 않지만은, 연예인이 될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지. 희리가 당장 사진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됐어, 집어 치워!” “그럼 재영이 사진 놓을래.” “재영이 사진을 또 왜 놓아!” “우리 재영이 같은 멋진 놈 만나서 결혼하겠지.” “됐어, 필요 없어!” 주리와 실랑이 끝에 한 쪽에는 쌀, 청진기, 마이크, 책, 연필, 무명 실타래와 컴퓨터 마우스, 칫솔, 만원 지폐까지 갖가지 물건들이 돌잡이를 위해 준비되어 있었다. 드디어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초대를 받은 손님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희리네 가깝고도 먼 친척들로부터 해서 아빠 회사 동료들, 엄마와 친분 있는 계모임 아줌마들로부터 해서 태공네도 가까운 친척들과 먼 친척들, 사촌, 그리고 아버지의 회사 사람들이 하나씩 자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본격적인 희야의 돌잔치가 시작되었다. 먼저 희야의 성장 과정이 담긴 영상이 선보였고, 이어 곱고 귀여운 한복을 입은 희야가 등장해서 박수를 받았다. *** “자, 지금부터 돌잔치의 하이라이트. 강희의 돌잡이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사회자의 외침에 돌잔치에 모여든 사람들이 수군거리며 몰려들었다. 뭣도 모른 채 앙증맞은 꼬까옷 한복을 입고서 희야가 돌상에 자리했다. 무언가 관심이 가는 듯 아빠 품에서 바동거리며 잡으려고 닿지도 않은 팔을 뻗고 몸을 숙이며 돌상에 놓인 물건을 잡으려 애쓴다. “희야가 뭔가 탐이 나는 게 있나본데요. 자, 그럼 어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사회자의 말이 떨어지고 태공이 희야를 돌상 가까이 데려갔다. 그제야 자신의 세상마냥 돌상에 놓인 물건들에 눈을 떼지 못하는 희야다. 어른들을 비롯하여 주리와 재영이, 성찬, 영원이 그리고 아리까지 숨죽이며 희야를 지켜보고 있었다. 물론 제일 긴장하고 있는 건 희야의 엄마, 아빠인 희리와 태공이었다. 사람들 마음 애태우듯 희야가 이것저것만 건드려보고 정작 잡지를 않는다. “돈인가요? 아, 아니에요. 청진기인 것 같더니… 그것도 아니네요.” 사회자도 애간장이 탄다. 그의 말대로 만 원짜리 지폐를 만지는 것 같더니 청진기도 만지는 것 같더니 그것도 아니다. 이것저것 맛보듯 만져보던 희야가 갈등이 되는지 헤헤 웃으며 엄마, 아빠를 번갈아 쳐다본다. “빨리 잡아, 희야.” 보다 못한 희리가 보챈다. 꺄르르 웃음을 터트리며 희야는 이 상황을 즐기는 듯 했다. 이것저것 맛보듯 만지던 희야가 무언가를 붙잡으려 손에 힘을 쥔다. 청진기를 드는가 싶더니 그 옆의 장난감 마이크를 붙잡는다. 한 손으로 잡기는 손이 너무 작아 두 손으로 마이크 대를 바치고서 뭐라고 중얼거린다. “빠빠, 빠파!” 마이크에 아빠를 부르며 눈웃음치는 희야 때문에 웃음보가 터졌다. 결국 희야가 잡은 것은 마이크였다. 예쁘장한 외모에 눈웃음까지 치며 마이크를 붙들고 있는 희야가 커서 가수가 되려나보다. 돌잡이가 끝났음에도 마이크를 손에 놓지 않고 엄마, 아빠소리를 내뱉으며 귀여움을 뽐낸다. 하이라이트 돌잡이가 끝나고 식사가 이어졌다. 레스토랑에서 제공 되는 스테이크를 먹는 손님들을 일일이 찾아뵈며 희야와 함께 인사를 나누는 희리와 태공은 그렇게 돌잔치를 성공적으로 마쳐가고 있었다. “우리 희야, 오늘 수고했어요.” 돌잔치 내내 떨어져 있던 희리와 태공은 돌잔치를 끝내고 나서야 희야와 함께 할 수 있었다. 희리가 졸려서 눈을 깜빡이는 희야의 볼에 뽀뽀를 하며 수고했다 칭찬했다. “마누라도 수고했어.” 그리고 태공이 함께 고생한 희리에게도 수고했다는 인사를 건넸다. 많이 지친 기색의 희야는 고개를 가누지 못하며 잠이 빠져들기도 했다. 태어난 지 일년, 특별하고도 소중한 생일을 보낸 희야가 기특하면서 여기까지 건강하고 예쁘게 자라준 것이 고맙기만 하다. 태공이도 희리와 같은 마음인지 조용히 희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우움.” 희야가 웅얼거리며 희리 품에 파고들었다. 졸려서 잠을 청한다. 꼭 잠잘 때만큼은 희리를 찾았던 희야기에 잠잘 때만큼은 사랑스러워죽겠다는 얼굴로 희야를 쳐다보는 희리다. 그래서 사랑한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희야, 사랑해.” “웅우.” 엄마 소리 안 한다고 삐지고 그럴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누구보다도 희야를 아끼고 사랑하는 희리를 보며 태공은 흐뭇해진다. 분홍빛 입술을 오물오물 거리며 잠이 드는 희야의 이마에 쪽 소리를 남기며 사랑스럽게 속삭인다. “엄마가 많이 사랑해요, 우리 딸.” 엄마의 뽀뽀와 아빠의 쓰다듬을 받고 희야는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 사랑스러움과 동시에 귀여움을 간직한 희야가 앞으로도 이렇게만 자라줬으면 좋겠다. 희리가 희야의 얼굴에 자꾸만 비비적거리며 잠든 희야의 볼에, 이마에 뽀뽀를 남긴다. “앞으로 예쁘게 자라줘, 희야.” 《고딩파파2 번외》 희야의 돌잔치는 레스토랑의 이벤트 홀에서 열리는 중이었다. 성찬과 영원은 자리에 앉아 돌잔치가 시작되기만을 기다렸다. 주리가 돌잡이를 도와주러 가고 재영이 태공을 도우러 간 사이 성찬과 영원의 자리로 모르는 아리가 다가와 앉았다. 사람들 틈에 앉은 아리가 조심스럽게 성찬과 영원에게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네.” 성찬은 말없이 아리를 힐끗 쳐다보기만 했고, 대답은 영원이가 대신 했다. 영원의 시선이 자꾸만 아리에게로 향한다. 예쁘다란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아리는 마음씨도 착했고, 얼굴 또한 예뻤다. 눈물 많은 아리의 눈은 커다랗고 반짝 빛나는 호수 같이 맑았다. 자신을 향한 아리의 눈을 보고 영원이 흠칫 놀라 고개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저기, 이거.” 영원이가 자신의 외투를 아리에게 건넸다. 아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아해하자 영원이 그녀의 무릎을 가리켰다. 주리가 돌잡이를 도와주러 간 사이 희야를 잠시 맡고 있던 아리의 옷이 희야의 발길질로 얼룩져 있었다. 그걸 가리기라도 하듯이 영원이 선뜻 자신의 외투를 건넨 것이다. “자, 지금부터 돌잔치의 하이라이트. 강희의 돌잡이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사회자의 말이 들려왔다. 돌잔치의 하이라이트, 돌잡이가 시작된다는 말에 아리가 영원의 외투를 받아들고 얼룩진 부분을 가렸다. 고맙다는 말 대신 미소로 대신 했다. 그 미소에 영원은 흠칫 굳으며 설렘을 느꼈다. 희야의 돌잡이를 지켜보면서까지 자꾸만 시선이 아리에게로 향한다. “빠빠, 빠파!” 희야가 마이크를 붙잡고 아빠 소리를 내뱉으며 돌잡이는 끝이 났다. 식사를 하러 다시 자리로 돌아가던 중에 아리가 영원을 가리키며 그를 불렀다. “저기.” “네?” “이거 떨어졌는데요.” 아리가 땅에 떨어진 영원의 물건을 집어 들었다. 그것은 성찬이 영원에게 선물했던 애인 생기는 부적이었다. 영원이 잔뜩 굳어서는 애인부적을 내려다봤다. “고마워요.” 영원이가 고맙다는 말과 함께 애인부적을 건네받으며 손길이 스치자 그대로 굳었다. 아리가 말없이 미소 지었다. 그 미소에 예상치 못한 설렘이 전해져 온다. 성찬을 좋아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눈길을 줄 수도 있었다. 그 상대는 바로 눈앞에 있는 아리였다. 영원이가 돌아서는 아리를 불러 세웠다. “저기.” 아리가 뒤돌아서며 영원과 마주했다. 영원이가 머뭇거리다가 말을 꺼냈다. “이름이 뭐예요?” “정아리인데요. 왜요?” “아, 난 권영원이에요. 권, 영원.” 아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영원을 쳐다본다. 영원이가 애인생기는 부적을 손에 쥐고 아리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아리가 뒤돌아서서 가는 모습을 끝까지 바라보며 영원은 입가에 번지는 미소를 멈추지 모른다. 성찬이가 영원을 찾으러 돌아다녔던 모양인지 그를 보고 어깨를 친다. “야, 너 왜 여기 있어.” “형.” “어.” “형이 준 애인생기는 부적이요. 효과가 있을 지도 모르겠어요.” “무슨 소리야, 그게?” “1년 안에 형 잊겠단 약속… 지키게 된 것도 같아요.” 알 수 없는 말만 늘어놓는 영원이. 성찬이의 미간이 좁혀졌을 때, 영원이가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시작하는 아리를 가리키며 수줍게 웃었다. 성찬이의 시선도 아리를 향했다. “정아리래요. 예쁘죠?” “너, 설마….” 성찬이가 뒷말을 잇기도 전에 영원이가 입을 열었다. 그의 말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신시켜주며 고개를 끄덕이며 여전히 손가락으로는 아리를 가리키고 있었다. “형 다음으로 첫눈에 반한 것 같아요, 쟤한테….” 《고딩파파2 58》 태공이 수능을 치렀고, 원하는 대학에 합격한 소식도 전해졌고, 거기다가 희야의 돌잔치도 끝냈다. 집안의 커다란 행사는 다 이루고 치러진 듯싶은데 정작 태공은 여전히 바쁜 모습을 보였다. 알바 한 돈을 몽땅 털어 희야의 돌잔치에 쏟아 붓고는 다른 알바를 알아보며 그 다음 계획을 준비하고 있었다. 카페나 다른 알바는 희리에게 오해할 요지도 있고, 급하게 필요한 돈의 액수가 많았기에 시급제가 있는 알바는 피했다. 그리하여 작년쯤 희리에게 커플링을 선물하기 위해 몸담았던 막노동을 택했다. “희야 돌잔치도 끝났는데, 왜 이렇게 바빠.” 분명 희야 돌잔치를 위해 알바 한다고 했었다. 희야의 돌잔치가 끝나고도 얼굴 볼 시간 적게 알바를 감행하고 있는 태공에게 희리가 섭섭함을 담고 투정부렸다. 희야 돌만 치루면 세 식구가 오순도순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던 예상은 바로 빗나갔다. “알바하고 있잖아.” “그러니까 그 알바를 왜 하냔 말이야. 희야 돌잔치 때문에 하는 거 아니었어?” “돌잔치 말고도 다른 게 있다고 했잖아.” “그게 뭔데?” “…….” 그게 뭐냐고 물으면 입을 다물어 버리는 태공이다. 대체 돌잔치 끝나고 다른 게 뭐가 있단 말인가. 희리는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태공을 뚫어져라 응시한다. “바람피우는 건 아니지?” 아직도 의심을 거둬내지 못하고 얄궂게 묻는 희리의 말에 태공이 발끈했다. “그건 아니라고 했잖아, 왜 자꾸 그래.” “말을 안 해줘서 답답해서 그런다!” 희리가 퉁명스럽게 소리쳤다. 알바를 한다고는 하지만, 어디서 무얼 하는 지 알려주질 않는다. 게다가 더 궁금하게끔 핸드폰 친구 찾기 서비스도 해제 시켜버려서 태공이 나가서 어디에서 무얼 하는 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궁금해서 안달 난 희리를 태공은 차분하게 타일렀다. “걱정마, 곧 말해줄게.” “언제!” “때가 되면.” “그 때가 언제인데!” 태공은 머뭇머뭇 거리더니 결국 말을 하지 않는다. 답답하고, 궁금하다. 태공이가 저토록 알바를 하려는 이유. 등록금에 보태려고 그러나. 이제 성인이라 용돈 벌이를 하려고 그런 것인가. 온 갖가지 이유를 생각해봐도 확신이 드는 게 없다. 이러나저러나 바람피우는 것이 아니라면 안심이었지만, 희야가 유독 아빠를 찾아서 문제였다. “알바 그만 두면 안돼?” “왜?” “그냥. 희야가 아빠 찾으니까.” “…….” “너 이제 대학 들어가면 또 바쁘잖아. 희야 얼굴 마주할 시간도 지금밖에 없는 건데, 너무 내 손만 타는 것도 안 좋고. 그냥 가까운 놀이터라도 같이 가서 놀아주고 그러면 안 돼?” 희야를 생각하는 희리의 마음이었다. 엄마 안 찾고 아빠만 찾는 것에 질투를 느끼지 않고 오히려 걱정하고 있었다. 아빠의 손길도 타주고 놀면서 아빠의 사랑을 느껴가야 할 나이인데 태공의 알바로 희야는 아빠 얼굴 볼 시간도 없었다. 저녁 늦게야 태공의 얼굴을 보지만 금방 잠들어 버리곤 했으니까 말이다. 무엇보다 세 식구가 단란하게 오붓하게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었다. “그럴 거야.” “그럼 알바 그만 두는 거야?” “좀만 더 하고.” 태공은 알바를 그만 두겠단 말을 쉽사리 꺼내지 않았다. 희야가 걱정되기도 한 모양이었지만, 우선적으로는 일이 먼저인 듯 보였다. 태공이 알바를 필요로 하는 이유, 고집하는 이유. 그리고 그 돈을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희리의 추리가 하루하루 늘어갈 동안 태공은 꿋꿋이 일을 했다. 그리고 기다렸던 태공의 알바 이유가 몇 주가 흘러서야 발표되었다. *** “지금 놀러가자고 했어?” “어.” 뜻밖의 나들이 제안에 희리의 두 눈동자가 확연히 커졌다. “수능 볼 때 약속했잖아, 희야랑 같이 놀러 가자고.” 잊고 있는 줄 알았다. 수능 볼 때 말을 하고서 후로는 말도 안 꺼내길래 그냥 그렇게 넘어가는 거라고 생각 했었다. 그런데 태공의 입에서 예상치도 못한 나들이 제안에 희리의 얼굴이 금세 환해진다. “그것 때문에 알바 한 거였어?” “응.” 처음 가는 가족 나들이에 부모님 손을 벌리고 싶지 않았단다. 그래서 닥치는 대로 일거리가 있을 때 태공은 새벽부터 나가 일을 하고 땀방울 젖은 돈을 얻어냈다. 그리고 그 돈으로 남몰래 나들이의 계획을 홀로 세웠던 모양이다. 그것도 모르고 태공을 의심하고, 오해한 자신이 부끄럽다. 희리가 얼굴을 붉히며 태공을 쳐다봤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그를 향하던 시선이 아래로 떨어진다. 태공이 힐끗 쳐다보며 장난스럽게 말을 꺼낸다. “왜, 또 바람피우는 줄 알았어?” “아니야! 이번에는 너 믿었어.” “그럼.” “그냥 부끄럽잖아. 너는 돈 모아서 나들이 가려고 그런 건데, 것도 모르고 난 네가 희야랑 놀아주지 않으니까 투정부렸잖아.” 투정부렸던 자신이 한없이 작아지며 부끄럽다. 희야를 생각한 일이었으나 태공이의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해 남편에 대한 믿음을 조금 깎은 것 같아서 미안함도 든다. 태공은 말없이 얼굴을 붉히는 희리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낯 뜨거울 정도로 빤히 쳐다보는 태공이 때문에 희리의 볼이 더 붉게 상기 되었다. “왜 그렇게 봐?” 태공이 시선을 거둘 생각을 안 해서 희리가 먼저 고개를 들고 물었다. 사람 부끄럽고 민망하게 빤히도 본다. 태공이가 붉어진 희리의 양 볼을 손으로 감싼다. 응? 희리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우리 마누라, 언제 철들까.” “이씨!” 희리가 태공의 손을 단번에 쳐냈다. 희리의 나이 이제 스물넷을 앞두고 있고, 태공의 나이 스무 살을 앞두고 있지만 둘의 나이는 바뀐 것 같은 느낌이다. 어려서부터 말 수가 없는 태공이가 일찍 철이 든 반면에 희리는 아직까지도 철부지인 스무 살 때와 변함이 없다. 붉어진 얼굴로 성질을 부리는 희리를 보며 태공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깔린다. “평생 철 안 들어도 돼.” 방금 전까지만 해도 언제 철들까 걱정하던 목소리였으면서. 희리가 입을 삐죽이며 태공을 노려봤다. 태공이가 입가에 미소 지은 채, 희리의 머리에 큰 손을 올려 쓰다듬었다. “마누라는 그게 매력이야.” 철들지 않은 희리의 모습에 나이 값 못 한다고 불만을 가질 수도 있었지만 태공은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철없는 게 희리의 매력이라 여기고 있었다. 분명 태공이 네 살이나 어린데도 불구하고 전혀 나이차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건 희리가 철이 덜 든 탓도 있겠지만, 태공은 어린 남동생보다 희리를 지켜줄 수 있는 든든한 남자가 먼저 된 탓일 것이다. *** “희야까지 데리고 셋이 가겠다고?” 태공이 세운 계획을 부모님에게 말씀드렸다. 흔쾌히 허락해줄 줄 알았던 두 분이 잠시 표정을 굳히시더니 단호하게 딱 잘라 말을 꺼냈다. “그건 안 돼.” “왜요?” 단호한 어머니의 말에 희리가 두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아기랑 어딜 가. 아기는 내가 맡아줄 테니까 너희 둘이 갔다 와.” 아무래도 두 분은 아직 어린 희야가 걱정 된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보호자라고 치나 희리는 철이 없고, 태공은 나이가 어렸다. 세 가족의 나들이에 대해 어머니와 아버지는 그닥 좋게 받아드리고 있지 않았다. 2월 말, 날이 온전히 풀린 상태도 아니었고 행여 나갔다가 희야의 몸 상태가 좋지 않을까 하는 염려였다. 손녀는 끔찍이도 여기신다. “희야 데리고 갔다 오고 싶어요.” 태공이가 인상을 굳히며 희야를 고집했다. 이번에는 아버지가 고개를 흔들었다. “둘이 갔다 와, 희야는 아직 안돼.” “그럼 날 풀리면 가. 지금 날도 추워서 갈 때도 마땅치 않고, 봄 되면 날도 풀리고 꽃도 피고 사진 찍기도 좋을 테니까… 그때쯤 가도록 해. 그때 맞춰 너희 가족끼리 놀러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그래, 그건 너희 엄마 말대로 하는 게 좋겠구나.” 어머니의 말에 아버지가 적극 동의했다. 날씨가 문제였다. 아직은 2월 말이라 추웠기에 희야의 건강이 문제가 되는 듯 보였다. 묵묵히 엄마와 아빠의 말을 듣던 태공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딱 잘라 말했다. “그건 싫어요.” “뭐?” “시간이 지금밖에 없어요.” “왜 시간이 없어?” “저 곧 대학교 들어가면 적응하느라 바쁠 거예요, 되도록 시간적인 여유 있을 때 갔다 오고 싶어요.” 태공이 자신의 뜻을 확고히 내비췄다. 희리가 끼어들어 태공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희야랑 같이 놀러가는 거에, 아버님 손 벌리는 거 싫다고 공이가 같이 놀러가겠다고 돈까지 손수 벌었는데… 놀러갔다 오면 안 돼요? 제가 희야 감기 안 걸리게 조심히 할게요!” 애교 섞인 목소리로 아버님을 향해 집중 공략한다. 며느리의 애교 섞인 부탁에 아버지의 생각은 쉽게 바뀌었다. 어머니를 향해 허락해주라는 무언의 눈빛을 보내는 것으로 보아 희리의 애교가 먹힌 것이다. 아버지의 허락에 어머니가 별말씀 안 하시며 동의 해주었다. 설렌다. 희야가 태어난 이래 태공과 함께 가는 나들이. “그렇게 좋아?” 희리는 나들이를 처음 나서는 희야보다도 더 신나 있었다. 웃음은 얼굴을 떠나지 않았고, 걸음마저 가벼워 보였다. 태공이 묻는 말에 희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당연하지. 희야랑은 처음이잖아.” 그동안은 태공이 고등학생의 신분이라서 바빴다. 수능도 있었고, 알바도 있었고. 이제야 한숨 쉴 수 있게 되자 가족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희리는 나들이를 셋이서 함께 한다는 것이 좋은지 얼굴에 웃음 끼가 가득이다. 어머니의 든든한 후원까지 이어진 지금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다. 어머니가 싸준 정성스런 도시락을 챙기고, 희야 옷을 단단히 입히고 신발을 신기고 각종 필요 물품을 챙기고 희리와 태공은 갈 준비를 끝냈다. 조심히 갔다 오라는 어머니의 배웅과 함께 나들이를 나선다. 다행이도 날씨가 많이 풀렸다. “근데, 우리 어디 가?” “놀이동산.” “놀이동산?” 희리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냥 아파트 주변 산책만으로도 기쁘기 그지없는데, 놀이동산이라니. 태공은 고심 끝에 선택했다. 연애 한 번 해보지 못하고 태공과 함께 지내게 된 희리가 가고 싶었지만 희야가 뱃속에 있었던 때라 갈 수가 없었다. 이제는 희야도 태어났으니 희리가 가고 싶어 하던 놀이동산을 가게 된 것이다. “전에 가고 싶어 했잖아, 희야 뱃속에 있을 때.” 희야 뱃속에 있을 때, 먹고 싶은 게 있다면 기억해내고 사다주었던 태공이다. 기억력 하나는 끝내주는 그가 일년도 지난 그 때의 얘기를 기억하고 있던 것이다. 희야의 유모차를 이끌고, 손에는 도시락 가방을 들고 거니는 태공의 모습이 듬직한 가장을 떠올리게 한다. 어리게만 보였던 그가 어느새 발맞추어와 성장했다. 자신보다 훌쩍 커 보이는 태공을 보며 희리의 입가에는 잔잔한 미소가 깔렸다. “우부우우!” “응?” 어린이 대공원에 도착하자 유모차에 타고 있던 희야가 갑자기 뭐라고 소리치며 유모차 띠를 사정없이 잡아당겼다. 외투도 두껍게 차려입고 띠를 매자 갑갑했던 모양인지 자꾸만 앓은 소리를 내며 유모차에서 내려가겠다고 고집 피운다. 태공이 안아줬음에도 자기가 걷겠다고 웬일로 아빠의 손을 마다했다. 아장아장, 뒤뚱뒤뚱 새끼오리처럼 어그 부츠 신은 발을 하나씩 땅에 내딛는 희야는 이제 막 걸음에 재미 붙였다. “희야, 조심해 넘어져.” 앙상한 나뭇가지, 볼을 스치는 차가운 바람. 계절과 날씨 탓인지 어린이 대공원에는 사람들이 없었다. 놀이 기구도 거의 멈춰 있었고, 동물원의 동물들도 보기 힘들었지만 태공과 희리의 입가에는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앙증맞게 먼저 앞서 걸으며 엄마, 아빠 빨리 오라고 손짓하는 희야의 재롱 때문이다. 희야도 엄마, 아빠와 나온 첫 나들이가 굉장히 신이 난 듯 까르르 웃는다. 그때였다. 곰 세 마리가 한 집에 있어. 엄마 곰, 아빠 곰, 애기 곰! 공원 내에서 흘러나온 동요 노래에 희야가 어깨를 으쓱이며 자신만의 율동을 만들어냈다. 금세 리듬을 타서는 옹알옹알 노래를 따라 하려든다. “아바 굼, 움마 굼… 나기 굼.” “우리 희야, 정말 가수 될 건 가봐. 벌써부터 끼가 남달라.” “그러게.” 희야의 행동을 보며 돌잡이 때 마이크를 잡은 걸 떠올린다. 날씨가 아직 덜 풀린 탓에 놀이기구도 못 타고, 동물들도 몇 마리보지 못했지만 공원 내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춤추고 노래를 따라 부르려는 희야 때문에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사진도 찍고, 도시락도 먹고 추억을 새기고 돌아가는 길에 희야가 점점 멀어지는 노래 소리에 아쉬워했다. “희야 동요 테이프 좀 사줘야겠어.” “집에 가는 길에 사가자.” 동요라면 환장하는 희야를 위해 태공과 희리는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가까운 레코드점을 찾았다. 희야가 요즘 들어 동요의 매력에 푹 빠졌다. 리듬 있는 노래만 흘러나와도 같이 따라 부르려 입을 빵긋거리거나 박수치며 좋아하는 것을 보고 태공과 희리는 희야에 맞는 동요를 고르기 바빴다. 첫 나들이에 피곤했던 희야가 유모차에서 곤히 잠든 사이 희야를 위한 동요를 찾고 있는데, 갑자기 태공이가 어디론가 사라졌다. “어디 갔다 왔어?” 어린이 노래 코너에서 사라졌던 태공이 한참 후에야 나타났다. 손에는 한 장의 CD를 들고 나타난 그가 대뜸 희리를 끌고 CD플레이어 앞에 섰다. 희리가 아리송해 하며 태공을 쳐다봤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야.” 태공이가 손에 들린 CD를 흔들었다. 어느 가수의 어떤 CD인지는 잘 보이지 않아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정말?” “응, 마누한테 들려주고 싶은 노래기도 해.” 말과 함께 헤드폰을 머리에 씌어 주는 태공이 이어 재생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음악이 반주와 함께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헤드폰으로 들려오는 음악이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 느낌이었다. 자연스럽게 흥얼거리게 되는 노래 가사와 콧노래. 어떤 말부터 꺼내야 할지, 어떤 말이 멋질지. 왠지 평소완 다른 내가 이상해 보이진 않을지. 어디가 좋을지 고민했어, 어떤 곳이 멋질지. 우리 첨 만났던 이 카페 이젠 또 다른 두 번째 고백인걸. 어… 이 노래? “마누라.” “어?” 태공이 희리의 손을 붙잡고 바닥이 보이도록 손을 펼치더니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손에 올려진 네모난 액세서리 케이스. 희리가 물끄러미 케이스를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가끔은 이기적인 내가 많이 힘들었단 걸 알아, 하지만 조금씩 달라질 내 고백을 받아줄래. 너 없인 옷도 난 잘 고르질 못하잖아, 방도 항상 지저분할 것 같아. 희리의 귓가에 울려퍼지는 노래와 함께 태공이 케이스 뚜껑을 열어젖혔다. 희리가 태공이에게 선물했던 꽃반지와 똑같은 색과 모양의 것이 들어 있다. 희리가 의아해서 웃음을 터트리는 와중에 태공이가 그녀의 머리를 뒤덮고 있던 헤드폰을 벗겼다. 그리고 케이스에 든 꽃반지를 빼내고 커플링이 끼워진 왼손 약지에 끼어 넣었다. 네가 없으면 술에 취한 날들만 늘어갈 것만 같은데, 너 없인 늦잠 자는 날 깨울 수가 없어. 식사도 제대로 하지 않겠지. 무엇보다 네가 없인 단 하루도 살 수가 없어. 나와 결혼해 주겠니. 헤드폰에서 들려오는 강타의 프러포즈와 함께 태공이 희리에게 프러포즈했다. “우리 결혼하자.” “응?” 희리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이미 혼인신고까지 맞혔다. 그럼 결혼을 한 사이나 마찬가지였는데. 희리가 태공의 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런 말 나도 많이 어색해. 너의 맘은 어떤지, 왜 자꾸 웃기만 하는 거니. 이런 내 모습이 혹시 낯선 거니. 태공이가 커플링 위에 겹쳐 끼어진 꽃반지를 가리키며 웃었다. 때론 힘든 날도 있겠지, 때론 다투기도 하겠지. 하지만 세상 그 무엇도 우릴 갈라놓을 순 없어. 헤드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와 함께 그리고 그 뜻을 다시 풀어 희리에게 고백했다. “우리 결혼식 올리자.”
아 ㅜ 태공이같은 남자 있으면 제가 진짜 현모양쳐가 되겠다구요 ㅜㅜㅜ
ㅠㅠ결혼식
오우와 태공이 완젼 귀엽구마이 ~ 희리 복받았부려!
태공이 같은 남자만 있었으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3편이나 있어서 저번에 본건데 했는데...으악 리턴당하셨군요..근데...엄머..태공이 어쩜 좋아요 으악!!
아.... 희리 부럽다~!!
멋잇다 태공이 ........... 저런 센스 10000점의 .......멘트를 날리다니
태공이 너무 멋져요 ㅋㅋㅋ 부럽다 나에게도 저런 남자가 나타났으면...........................ㅋㅋ
태공이 완전 좋아 ~ 희리야 너무 좋겠다
대박쩜
진짜 멋지다ㅋㅋ
태공이같은 남자나 있었으면..ㅋㅋㅋㅋ
꺄 진짜 멋잇다 ㅠㅠㅠ우어어어
리턴당하셨군요....잉잉..ㅠㅠㅠ저번편에서두엄청나게사랑가득한리플을달았었는데...뭐,괜찮아요ㅋㅋㅋ전이번편에도사랑을가득가득담을게요!!!으음,전편댓글읽으셨을지,안읽으셨을지몰라서그것까지같이달아요....희야돌잔치장면을보면서전뭐랄까,계속해서웃음짓고있었던것같아요...희리랑태공이어머니,태공이가머리를맞대고준비하는것부터친척들이모이고,돌잡이를하고....희야가갓난아기였을때부터쭉봐오다가돌잔치까지보러온친척이된것같은느낌이었다고해야할까요??너무자세하면서정감어리게써주셔서,그자리에있는것같은느낌이들었어요^^그래서희야돌잔치를최고로멋진장면으로꼽고싶어요
주리,재영이,성찬이,아리,영원이,태공이,희리의따뜻한마음을들여다볼수있었고,고딩파파2를읽으면서엿봤던온갖사건들이파노라마처럼죽-스쳐지나가면서행복해졌어요.이젠진짜완결이구나...해피엔딩이라서다행이다...이런느낌??그리고희야가사랑받고있다는게제일잘드러난편이아니었을까생각해요ㅋㅋㅋ처음에주리아기가그렇게...되고.슬퍼했었는데,불쌍한그아기와는다르게희야는쑥쑥예쁘게잘크고있는것같아서기뻤어요ㅋㅋㅋㅋ진짜,저게누구든바라는행복한가정의모습이아닐까요ㅋㅋㅋㅋ음,그리고58편은요!!!!와,말이필요없이,편이거듭될수록태공이는왜이렇게멋있어질까요ㅋㅋㅋㅋ희리가감동안할수없게만드는태공이!!!
거기다가희야의재롱까지ㅋㅋㅋ돌잡이가백발백중이라니까요??분명히희야는성공한가수가될거예요ㅋㅋㅋㅋ우어어,그리고희리는십년,이십년,삼십년이지나도저렇게귀여울것같아요ㅋㅋㅋ멋져요,희리의철없음도매력이라고말해주는태공이ㅠㅠㅠㅠ이벤트가이~희리네가족들은정말정말행복하겠어요....
태공이 정말 멋잇다! 레코트점에서 강타의 프로포즈를틀어주면서 고백을하다니... 나도 한번쯤 생각해봤던 이벤트...!! 생각하면할수록 태공이 너는 정말 멋잇는 남자같애...!!! 진짜 이세상에 태공이만한 남자가 잇다면 나도 한번쯤은 결혼을 생각할수도잇겟다ㅋㅋ 이러구~ 진짜 희리랑희야가 부러워지는군ㅜㅜ
진짜 저런남자 어디 없을까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태공이 완전 굿
어뜩해.......내가 막 설래고 그래요...............태공이 정말 넘 므싯어요........프로포즈도 남 다르고.........태공이 완전 쪼아요~~~~~~~
우와아~~~~~!!!!!태공이 멋있어!!!!나랑 결혼하자 태공씌~~~>.<
태공이 너 이놈의자식 일루와!!!!!뽀뽀하게!!으아아아앙 왜이리 멋있냐 너!!!!!
ㅠ.ㅠ 태공아 넌 내남자야!!
태공아제발다음생엔나에게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도저런남자하나있었으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태공이같은 남편 만나고 싶다 ㅠ.ㅠ
꺆!!!!어떻게태공이너무멋져어ㅠㅠㅠㅠ요즘엄마가소설을못보게해서한동안못들어왓엇어용ㅠㅠ오늘몰래고딩파파못본거다보고댓글열심히달앗답니다><ㅋㅋㅋ아완결다가올거생각하니ㅜㅜ너무슬퍼영흑흑담편에서봐영~~
아~~~~~~~~~~~~~~~~~진짜 좋아요~완전완전완전완전 멋있어요~~~~!!!
태공이짱!!!!!!!!!!!!
태공이짱!!!!!!!!!!!!
알렉스보다 태공이가 더 이벤트잘해♡
어디 태공이같은 남자없나요? ㅋㅋㅋㅋㅋ진짜 태공이너무멋진거같애..ㅠㅠㅠ
태공이 너무 멋져요.. 태공이 짱!!
와우... 제가 저렇게 프로포즈 받고싶엇는데.. 작가님은 센스쟁이.ㅋㅋ
엄허 너무 멋져
이야........... 말이 필요 없는 1등 신랑감 !!!!!!!1
말이 필요없어요 ㅜㅜ 짱!
태공이~~~ 멋져브러~~~~멋져브러~~~멋져브러~~
그래 결혼하자 ㅋㅋㅋ ㅋ
아 너무멋잇어요>_< 태공이만한남자만딱잇었음 ㅠ_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끼야 멋지디ㅠㅠㅠㅠㅠㅠ
꺄아..짱이얏ㅋㅋㅋㅋ
아이고...........좋다 태공이 ㅠ.ㅠ
한국의수리크루즈 ㅋㅋㅋㅋ이게 언니조카에요가 아니고 얘가 아니에요?
우아아.....................ㅠㅠㅠ 짱이다!
꺄핳ㅀ랗랄><
머싯다..................ㅠㅠㅠㅠ흐엉아주그냥멋져부러~~~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