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높은 감정을 열리게 한다.
사랑할 때, 우리의 심정이 열려져 잠복해 있던 정신적 감정이 발동하기 시작하며, 그 결과 생명 삶에만 얽매여 있던 심정의 무질서와 비논리가 걷어 내쳐진다. 사랑의 반대를 ‘증오’라 하는데, 증오하면 마음의 문을 닫는다. 마음의 문을 닫으므로 대상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생겨나지 않는다. 그래서 ‘증오하면 사리 분별하지 못한다’는 속담이 있지 않은가! 또 사랑할 때, 아름답고 순수한 마음이 활동하며, 이것은 어떤 대상이라도 망설임 없이 받아들이고 다가간다. 그래서 사랑하면 그 대상에 대한 관심이 많고 깊어지며 더불어 이해가 높아진다. 그러므로 사랑을 실천하면, 점차 심정 혹은 일상적 용어로 마음을 개방하여 감성적 감정, 생명 감정에만 붙잡혀 있지 않고 심적 감정과 정신적 감정도 발동시킨다. 즉, 먹고 자고 투쟁하는 혼탁한 생명 삶으로부터 해방하여 안락, 행복의 심적 가치와 진 ‧ 선 ‧ 미 등의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도록 하는 심적 감정과 정신적 감정을 활성화한다.
생물과 인간의 감정, 그리고 감정의 종류
인간에게 몇 층 개의 감정이 있다. 제일 아래층의 감정은 식물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인데 감성적 감정이고, 다음 층의 감정은 동물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인데 생명 감정이고, 더 높은 층의 감정은 심적 감정인데 동물보다 인간에게 더 잘 나타나고, 가장 높은 층의 감정은 정신적 감정인데 이것은 인간이 아마도 노력할 때 발동하는 감정이라 할 수 있다. 이 네 층의 감정이 심정에 공존해 있으면서 발동하는데 각기 발동의 정도가 다르다. 감성적 감정과 생명 감정은 외부 대상과 관계하여 감각 자료 수용과 생명 유지 활동을 위해 잘 발동하고 있으나, 심적 감정이나 정신적 감정은 생명 세계에서 그 역사도 오래되지 않고 생명의 1차 필요조건도 아니므로 잘 발동하지 못하고 있다.
감정과 가치, 그리고 그 연관관계
감정이 가치질로 나타나는 감성적 가치를 통해서 감성적 세계와 관계하고, 가치질로 나타나는 생명 가치를 통해서 생명 세계와 관계하고, 그리고 가치질로 나타나는 심적 가치를 통해서 심적 세계와 관계하며, 가치질로 나타난 정신적 가치 혹은 이상적 관조의 정신적 가치를 통해서 정신세계와 관계한다. 그리고 네 종류의 감정이 심정에 공존해 있지만, 각기 감정이 발동하는 정도에 따라 그 감정에 대응하는 가치질을 가치담지자에서 감지하여 그 가치를 만나고 의식한다. 그래서 대체로 자연스레 자발적으로 발동해 있는 감성적 감정과 생명 감정보다는 심적 감정이나 정신적 감정이 잘 발동하도록 해서 심적 가치나 정신적 가치를 만나 실천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우리 인간은 동 ‧ 식물의 삶에만 머물지 않고 정신적 삶과 같은 더 고급의 삶도 산다.
높은 가치를 보고 추구하는 가운데 인격이 저절로 길러지고 성숙한다.
인간은 자신 삶을 선택해 가야 하고 정신적 삶도 살아가야 한다. 생명 삶에만 몰입해서 살 수 없고 또 살아서도 안 된다. 각 개인은 정신적 삶을 통해서 정신적 가치를 실현해 가야 할 존재이다. 이런 점이 어떻게 보면 인간이 그의 고유성이나 정체성 있는 삶을 일궈가는 존재임을 밝혀준다. 동일한 대상에 대해서도 개인에 따라 다르게 대응하고 동일한 일도 다르게 처리하고 쉴 때도 쉬는 방식이 다르다. 즉 인간은 개인 측면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코 같지않은 삶을 살아간다.
동물과 달리 인간은 개인 단위로 정신적 가치를 실현하는 정신 생활하면서 각기 다르며 다른 삶을 산다는 것이 특별하다. 그래서 이를 두고 인간을 인격 존재라고 했던 것이다. 이와같이 다르게 사는 존재로서 인간을 여기서 살펴보았는데, 마무리하자면 각 개인이 그의 정신적 삶을 고유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고, 그렇게 살아간다는 관점으로 각 개인을 살펴보는 것이 개인의 인권과 존엄성을 존중해 주고자 하는 현대 사회 분위기에 적합할 것이다. 어쨌든 인간은 인격 존재로서 정신 활동하면서 그의 삶을 살아가고, 그 삶으로 인해서 인격 형성되기를 부단히 계속한다. 이렇게 되는 가운데 인간은 그의 본성을 잃어버리지는 않지만, 그의 삶을 부단히 발전시켜 간다.
그러므로 사랑이 인격을 성숙하게 한다.
6. ‘인격이 교양된다. 인격이 성장한다. 인격이 성숙된다’는 말 풀이
♣ 다음 차시 강의
24회(11.15) : 김상환(문학박사/시인) 사랑의 시학 (8) 詩經의 사랑 노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