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동문
유튜버 송경배(국악12-16)대금 연주자
(서울대총동창신문 제531호(2022.06.15)
근심걱정 날리는 대금소리 한 자락
대나무 악기소리 하나에 세상 풍파가 잦아들었다 한다. ‘만파식적’ 얘기다. 신라 삼죽(三竹) 소금·중금·대금 중 으레 대금을 만파식적으로 여긴다. 왜 그런지, 유튜브 ‘조선바드 판다 랑’ 채널에서 송경배(국악12-16) 동문의 대금 연주를 들으면 조금은 알 것도 같다. 대금 소리에 시름 잊은 구독자가 벌써 7만명이다.
‘대금 하나 믿고 시작한 방송’이다. 중학교 때 방과 후 학교에서 대금을 시작한 그는 서율대 국악과 졸업 후 고향 장성에 대금 가르치고 공부하는 ‘대금소리 연구소’를 차렸다. 지리적 한계는 인터넷 방송으로 극복했다. 좋아하는 곡을 대금으로 커버해서 올리다가, 온라인 방송 플랫폼 ‘트위치’에 라이브 방송을 열고 신청곡을 받아 즉흥연주를 하기 시작했다. ‘판다랑’은 대학시절 별명 ‘쿵푸판다’에서 따온 별칭. 하회탈을 쓰고 연주하는 모습에 구독자들이 ‘조선 바드(가면을 쓴 게임 캐릭터)’ 란 말을 덧붙여줬다.
대표곡은 드라마 추노 OST ‘비익 련리’. 결혼 소식을 알리며 연주한 이선희의 ‘인연’ 영상도 인기가 좋다. 안예흔 ‘홍연’, 조수미 ‘나 가거든’, 이소라 ‘바람이 분다’ 등 대중가요는 물론, 게임음악, 앤 마리 ‘2002’ 같은 팝도 갈대청을 떨며 나오는 대금의 소리를 입으면 새롭다.
“바위가 울어주는 느낌이에요”. “피곤한 음악들로 넘쳐나는 세상에 제대로 휴식을 주는 음악입니다”. ‘풍류단’으로 칭한 구독자도 덩달아 시인이 됐다. “서글프며 단아한 선율, 대금이란 악기에 빠져들었다”며 플라스틱 대금부터 장만해 연습을 시작한 이들이 보이고, 그의 연구소에도 유튜브를 본 수강생이 더러 찾아온다. 초보의 질문에도 송동문은 성심껏 답을 달아준다.
‘조선바드 판다랑’ 채널은 짤막한 커버 영상이나 트위치 라이브 방송의 하이라이트를 올리는 곳이다. 전체 영상은 ‘판다랑 다시보기’에 올린다. 소금과 리코더, 아일랜드 악기 틴 휘슬을 바꿔 잡기도 하는 그의 버킷리스트는 세계의 민속 관악기를 모두 불어보는 것. 서울대에서 석사과정을 밟는 중인데 최근 졸업연주도 라이브로 방송했다. 한 해 일찍 서울대에 입학한 동생 송찬양(국악11- 15) 동문은 해금을 전공했다.
기존 미디어에서 국악의 비중은 적다. 그렇지만 ‘취향의 바다’인 뉴미디어에선 얼마든지 국악을 알리고 좋아하는 이들과 함께할 수 있음을 송동문이 보여준다.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