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탄력성(1)
‘돈 많이 벌게 해주세요.’ ‘건강하게 해주세요.’ ‘성적 오르게 해주세요.’
새해를 맞을 때 이런 소원 하나쯤은 빈다.
사람마다 바라는 건 가지각색이지만 궁극적으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을까?
수많은 전문가는 행복해질 수 있는 열쇠로 ‘회복탄력성(resilience)’에 주목하고 있다.
원래 제자리로 돌아오는 힘을 말하는 회복탄력성은
심리학에서는 시련이나 고난을 이겨내는 긍정적인 힘을 의미한다.
인생에서 크고 작은 역경은 피할 수 없다.
이때 크게 상처 입지 않고 회복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게 행복에 이르는 현실적인 비결이라는 이야기다.
‘회복탄력성’ 전문가인 김주환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를 만났다.
2011년 그는 회복탄력성이란 개념을 국내에 처음으로 널리 알렸다.
그의 책『회복탄력성: 시련을 행운으로 바꾸는 마음근력의 힘』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다.
그는 긍정성이 회복탄력성을 높이고, 회복탄력성이 높으면 행복해지는 선순환 구조라고 말한다.
김 교수는 “운동해서 근육을 단련하듯 긍정적 정서도 단련해서 습관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회복탄력성을 높이기 위해선 두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자기조절 능력’과 ‘대인관계 능력’이다.
자기조절 능력은 스스로 감정을 인식하고 조절하는 능력이다.
감정과 충동을 통제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원인을 정확히 진단해 내는 능력까지를 포함한다.
이런 자기조절 능력을 키우는 첫걸음으로 ‘자율성’을 제시했다.
아이의 자율성을 키워주면 결과적으로 자기조절력이 높아집니다.
많은 양육자가 하는 오해인데 자율과 방임을 착각해선 안 됩니다.
선택의 범위는 양육자가 교육 방침에 따라 정해줘야 해요.
그 안에서 여러 선택을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거고요.
어려서부터 자기가치감을 높여 주면 스스로 행동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됩니다.
평소에 “너는 참 귀한 사람이야”라고 대우해 주면 아이는 귀한 사람처럼 행동하기 마련이거든요.
자기 가치감이 높은 아이들은 ‘그렇지, 내가 어떤 사람인데 부끄러운 행동을 해’라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거짓말 같은 비도덕적인 행동도 멀리하게 되고요.
모두 자기조절력이 높아진 결과입니다.
회복탄력성에 필요한 또 하나의 요소는 대인관계 능력이다.
상대에게 공감하며 소통하는 능력을 넘어 나와 타인이 연결돼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쉽게 말해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김주환 교수는 “회복탄력성을 지닌 아이들의 가장 큰 공통점은 ‘어린 시절에 무조건적으로
자신을 사랑해 주고 기댈 언덕이 돼 주는 어른이 적어도 한 명은 있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린 시절 사랑받은 경험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길래 대인관계 능력, 나아가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걸까?
사랑받고 자란 아이들은 다른 사람과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능력도 지니게 됩니다.
이런 능력이 회복탄력성의 원동력이 되고요.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거나 외로운 상황에 놓이면 쉽게 나약해지죠.
특히 심한 경쟁이나 폭력·폭언 등 사람으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기가치감이 떨어집니다.
자기가치감이 저하되면 성적도 떨어지고, 결국 학교폭력, 청소년 자해나 자살 같은 심각한 문제의 원인도 되죠.
이럴 때 자신을 강하게 만드는 힘이 되어 주는 든든한 지원자가 필요한 겁니다.
무조건적인 사랑 외에도 양육자가 해야 할 일이 또 있지 않을까요?
“남에게 양보하고 베풀며 살라”고 아이에게 가르쳐야 합니다.
인생은 남을 위해 사는 것이라는 것이라고 분명하게 알려주는 거죠.
다른 사람의 것을 많이 빼앗아 오는 것이 성공이 아니라, 많이 주는 것이 성공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게 하세요.
퍼주는 사람(giver)이 다른 사람 것을 가져오려는 사람(taker)보다 훨씬 더 성공하게 된다는
것은 이미 사회과학적 연구로 입증된 사실입니다.
남에게 베푼다는 마음가짐을 가지면 친구 관계가 좋아지는 건 물론이고 자연스레 시험도 잘 보게 되어 성적이 오릅니다.
남에게 베풀면 성적도 좋아진다고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사람이 회복탄력성이 더 높습니다.
회복탄력성이 높으면 끈기 있게 노력하는 힘도 나오죠.
중요한 시험과 같은 결정적 순간에 능력을 발휘할 수도 있게 됩니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패에 관대하기 때문에 불안감이 낮아지거든요.
실패에 관대한 게 좋은 건가요?
제 딸은 중학교 때 시험 불안증이 심했죠.
단 한 번뿐인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요.
그런데 저는 늘 “남을 위해 살아라” 강조했죠.
꾸준히 운동(검도)도 하게 하고요.
결과는 자연스럽게 시험 불안증은 없어졌답니다.
아이가 공부를 잘하게 하려면 점수나 진도를 확인할 게 아니라 불안도나 대인관계부터 점검해 봐야 하는 거죠.
[김주환 연세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