퍽퍽한 도심 속에서 비타민같이 행해지고 있는 작은 민악연주회가 있다. 단지 민악을 널리 알리려는 음악인들의 작은 움직임이 탄생시킨 민족기악그룹 ‘여울’, 달마다 어김없이 우리 곁을 찾아오고 있다.
2015년 12월 18일, 에듀까페에서 진행한 공연을 시작으로 ‘여울’은 지금까지 매달 다른 테마로 17차 진행됐다. 그중 가장 최근의 공연은 지난달 8일 아동절에 즈음하여 ‘키싱’합창단 10명 꼬마들과 어울려 펼친 ‘동요 릴레이’이다. 민악과 동요의 만남은 이날 공연현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익숙하면서도 신선한 경험을 선사했다.
초창기 맴버인 김순화(해금, 37세), 장위령(가야금, 35세), 함금화(가야금, 33세)는 연변예술학교 소학부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이다. 비슷한 시기에 음악을 시작했고 비슷한 시기에 한국에서 각자 석사과정을 마쳤다.
리더 김순화는 현재 연변가무단 해금연주원이다. 류학시절 한국 국악인들이 민족의 것을 널리 알리기 위해 팀을 무어 자발적인 공연을 하는것을 많이 봐왔고 또 공연에도 많이 참가했던 그는 당시 한국에 음악동아리가 많은 데 놀랐고 활동이 많은 데 놀랐으며 음악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에 놀랐다고 털어놨다.
사실 민악은 일반인에게 생소하다. 연변지역은 대중음악보다는 우리 민족의 것이 가장 많이 살아있는 현장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생소하다. 연길시중국조선족무형문화재보호중심(원 시예술단) 가야금 연주원인 장위령은 “민족기악연주를 보여줄 무대가 적어 아직은 관객들에게 민악이 생소한 풍토이긴 하지만 끊임없이 관객들의 마음을 노크하면 어느 순간 변화가 찾아오지 않을가…”하고 생각했다며 “맴버들 모두 우리의 것을 보여주기 위한 데 목말라있었다.”고 고백했다.
많은 준비 기간이 필요없었다. 민악을 사랑하는 음악인 3명이 한자리에 모이니 자연스레 생각이 한곬으로 흘렀을 뿐이다. 거기에 선배인 ‘창혜잠재력교육연구쎈터& 에듀까페’ 김란영 사장의 기획력과 추진력이 더해지자 ‘여울’이 결성됐다.
이들은 재능기부의 형태로, ‘민악+’의 형태로 번마다 색다른 시도를 하며 아낌없이 관객들에게 우리 가락을, 우리의 흥을 선물했다.
“숨소리마저 또렷이 들리는 공간에서, 관객과의 사이가 1메터도 안되는 작은 까페에서 마이크도 없이 첫 공연을 했습니다. 부드럽고 친근하게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싶었던 거죠.”
자발적으로 무어진 팀이고 비영리성 악대지만 룰 하나만은 엄격하다. 맴버 각자 직장이 있기 때문에 스케줄 조률이 어렵지만 이들은 최선을 다해 능률적으로 호흡을 맞춘다. 연변가무단 가야금 연주원인 함금화는 다리에 깁스를 하고도 공연에 참가하는 투혼을 보이기도 했다.
공연의 완성은 관객이다. 관객들의 호응은 이들이 견지해나가는 힘이 됐다. 처음에 ‘에듀까페’에서 시작됐던 공연은 매번 타겟을 바꾸며 령역을 넓혀나갔다. 맴버 또한 소해금 연주자 채레나, 가야금 연주자 박미령, 저대 연주자 안예화가 차례로 합류하며 6명으로 늘었다.
이들의 열정과 노력을 누구나 알아줬던 것은 아니다. 그들의 공연의향에 “업무가 바빠서…”라는 운치없는 대답이 돌아왔던 적도 있었다. 그래도 민속악을 널리 알리기 위한 그들의 열정을 꺾지는 못했다.
최고의 앙상블을 연주하기 위해서는 맴버들이 다루는 악기외에도 공연테마에 따라 필요한 음색이 있기 때문에 게스트를 초청하게 된다. 그때마다 이들은 사비를 털어서 활동비를 충당하군 했다.
차기 공연으로 이들은 민악동화극 <호랑이와 곶감>을 기획했다. 기존에 한국의 동화극을 그대로 베껴서 공연했다면 이번에는 김순화가 악보를 따서 재편성하고 모든 음악을 ‘여울’이 현장에서 라이브로 연주한다. 무엇이 ‘여울’의 열정을 이토록 끓게 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일찍 함께 음악의 꿈을 키웠던 친구들은 각자 삶을 찾아 모두 흩어지고 지금도 음악인으로 남아있는 동창생은 몇 안된다. 그래서일가 꼬마 관객들이 공연 후 다가와서 악기의 이름을 물어보며 “나중에 이 악기를 배우고 싶다.”고 할 때 이들은 큰 위안을 얻는다.
‘여울’의 작은 움직임은 음악인들 그리고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며 가는 동네마다 작은 여운을 남겼다. 그리고 이제 민족기악그룹 ‘여울’을 시작으로 다양한 쟝르의 음악그룹이 하나, 둘씩 생겨나며 이 민족색이 짙은 작은 도시의 공연문화에 색조를 더하고 있다.
리련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