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908 (월) 앙숙 된 추·나다르크 전쟁… 계기는 5년 전 그날
추미애(6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나경원(5선) 국민의힘 의원이 간사로 오면서 시작된 ‘추·나 대전’의 갈등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두 사람을 필두로 여야가 매 회의 때마다 강하게 충돌하고 있어서다. 추·나 대전의 시작은 나경원 의원이 간사로 내정되고 첫 전체회의가 열렸던 지난 9월 2일이었다. 추미애 위원장이 나경원 의원의 야당 간사 선임을 미루자 법사위가 여야의 고성과 삿대질로 뒤덮인 것이다.
두 번째 전체회의가 열린 9월 4일엔 비판의 수위가 더 높아졌다. 나경원 의원은 추미애 위원장을 향해 “의회 운영이 공산당보다 더한 조폭 회의”라고 몰아붙였고, 추미애 위원장은 분노를 참지 못하는 듯 손을 떨며 “매우 유감”이라고 했다. 추·나 대전은 여야의 징계 대결로도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9월 5일 “추미애 위원장이 국회법을 위반하고 상임위를 독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징계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전날 민주당을 포함한 범여권 정당이 나경원 의원 징계안을 제출한 것의 맞불 성격이다. 범여권은 나경원 의원이 지난 9월 2일 간사 선임 공방 당시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을 향해 “초선은 가만히 있으라” 발언한 걸 문제 삼고 있다. 여야가 이렇게 으르렁거리자 국회 안팎에선 “법사위가 9월 정기국회의 최대 전장(戰場)이 됐다”는 말이 나온다. 추·나 대전의 당사자인 두 사람은 정치적으로 비슷한 길을 걸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둘 다 사법시험 24회에 합격한 판사 출신으로, 각 당의 최다선 여성 중진이다. 각각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 당내 최고 지도자를 역임했고, 선명한 메시지를 내는 탓에 호감도와 비호감도 모두 높다는 공통점도 있다. 필요하다면 강경 투쟁도 서슴지 않아 ‘추다르크(추미애+잔다르크)’, ‘나다르크(나경원+잔다르크)’로 불리는 별명까지 비슷하다.
정치 인생은 닮은 꼴이지만 두 의원의 악연은 과거부터 이어졌다. 당장 지난해 총선 때도 출마 지역구를 두고 날을 세웠다. 추미애 위원장이 나경원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동작을의 민주당 후보로 거론되자 “누가 오든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나경원)”며 물밑 신경전을 벌였다. 결국 추미애 위원장이 경기 하남갑에 공천을 받으며 총선에서의 정면 대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를 두고 나경원 의원은 “저를 피해 당선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도망가신 것 같다”고 비꼬았고, 추미애 위원장은 “(동작을에서) 오히려 내가 압도적으로 앞섰다”며 맞받았다.
22대 총선 당선 뒤에도 두 의원의 맞대결은 종종 이어졌다. 지난해 윤석열 정부가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를 계기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추미애 위원장은 “이러다 평화가 파탄난다”며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이로부터 정확히 한 시간 반 뒤 나경원 의원은 “적의 도발에 대한 침묵과 굴종을 평화라고 믿느냐”며 추미애 위원장을 비판했다. 지난 4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 결정 이후엔 한덕수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지명권을 놓고 격돌했다.
정치권에선 두 의원이 앙숙이 된 결정적 계기를 추미애 위원장이 법무부 장관이던 2020년으로 본다. 당시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으로 나경원 의원이 검찰에 고발되자 법무부 장관이었던 추미애 위원장은 “신속 수사”를 강조했다. 게다가 같은해 10월 법무부 국정감사 도중엔 나경원 의원 수사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날짜와 수사 계획을 공개적으로 거론해 피의사실 공표 논란까지 벌어졌다.
나경원 의원은 검찰이 자신과 자녀를 향한 13건 고발 사건을 모두 불기소 처분하자 “추미애 검찰의 패배”라고 공개 비판했다. 추·나 대전이 불을 뿜고 있는 법사위는 앞으로도 험난할 전망이다. 양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핵심 법안이 맞붙어야 해 두 의원 모두 쉽게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인 까닭이다. 여당이 추진하는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검찰 개혁안 등은 야당이 격렬히 반대하고 있다.
케이블타이-쇠사슬로 손발 결박… “전쟁터였다”
“단속 요원들이 전쟁터(war zone) 들이닥치듯 진입했다.” 미국 정부가 9월 4일(현지 시간) 조지아주 서배너에 있는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건설 현장에서 대규모 불법 체류자 단속 작전을 벌였다. 현장에 있었던 한 근로자는 미국 CNN에 당시 상황이 전쟁터 같았다고 9월 5일 전했다. 이번 이민 단속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2기에서 단일 현장에서 이뤄진 사상 최대 규모로 꼽힌다.
미국 이민당국은 이날 이민세관단속국(ICE) 홈페이지에서 단속 현장 사진과 영상을 공개했다. CNN에 따르면 단속은 마치 군사 작전처럼 이뤄졌다. 경찰이 공장으로 통하는 도로를 막은 뒤 약 500명의 단속요원이 현장을 급습했다. 이번 단속에는 알코올·담배·총기·폭발물단속국(ATF)뿐만 아니라 미국 국토안보부(DHS)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 연방수사국(FBI), 마약단속국(DEA), 국세청(IRS) 등 다수의 미국 정부 기관이 동원됐다.
요원들은 현장에 있던 건설 근로자 등을 한 명 씩 붙잡아 ‘합법적으로 미국에 머무는지’ 확인했다. 이후 일부는 출국을 허용하고 나머지는 포크스턴에 위치한 구금 시설로 이송했다. 이 작업은 오후 8시에야 끝이 났다고 한다. 근로자들은 당시 상황을 “전쟁터”로 묘사했다. 실제 단속에는 헬기와 군용 차량 등이 동원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근로자는 “요원들이 벽을 따라 줄을 서라고 했고 1시간가량 서 있다가 다른 구역으로 옮겨졌다”며 “(이후) 다른 건물로 들어가 처리받았다”고 했다.
또다른 근로자는 “요원들이 들이닥쳤다는 소리에 환기구 안에 들어가 몸을 숨겼다”며 “정말 더웠다”고 털어놨다. 요원들은 근로자의 신원 정보를 건네받은 뒤 이상이 없는 이들에게만 ‘약식 허가증’을 줬다. ‘출발 허가’라고 쓰인 이 종이를 현장 입구에 있는 다른 요원에게 보여줘야만 공장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고 한다. ICE는 단속 하루 만인 이날 홈페이지에 당시 현장에서 촬영한 사진과 영상을 올렸다. 영상은 2분 34초분량으로 헬기와 군용 차량이 공장으로 향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이어 근로자들을 밖으로 내보낸 뒤 줄을 서게 했다. 한 근로자는 케이블 타이에 손이 결박된 채 버스에 올라탔고 일부 근로자는 다리와 양손에 체인이 묶이기도 했다. 또 경찰 버스에 양손을 댄 채로 요원들의 수색에 협조하는 근로자들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외국인 근로자 중 2명은 연못에 뛰어들었다가 경찰에 발각돼 물 밖으로 나오기도 했다. ICE 측은 “체포된 이들은 불법적으로 일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번 단속으로 한국인 등 근로자 475명이 불법 체류 혐의로 체포됐다. 이 중 약 300명이 한국인으로 확인됐다. 불법 체류 혐의로 체포된 한국인 근로자들은 비즈니스 회의, 계약 목적으로 받는 ‘B1’ 비자와 단기 체류 목적 무비자인 ‘ESTA’(전자여행허가제)를 통해 미국에 체류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두 가지 모두 급여를 받는 ‘육체노동’이 엄격히 금지돼 있다.
스티븐 슈랭크 국토안보수사국(HSI) 특별수사관은 “475명 전원이 불법적으로 미국에 있었다”며 “일부는 비자 면제를 받아 취업이 금지됐고 일부는 비자를 초과해 체류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장에 주미 대사관의 총영사를 급파했고, 주한미국 대사 대리를 통해 미국 정부에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우리 국민의 권익이 부당하게 침해돼서는 안 된다”며 “대사관과 총영사관 중심으로 총력 대응하라”고 지시한 상태다. 외교부는 9월 6일 조현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재외국민보호 대책본부를 설치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같은 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외교부 고위급 관계자가 파견되는 방안이나 필요하면 제가 워싱턴에 직접 가서 미 행정부와 협의하는 방안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밝은 보름달, 붉게 물들다…개기월식의 순간
이글거리던 태양이 사라진 새벽 공기는 이제 제법 시원한 맛을 준다. 맹렬했던 무더위도 가을 새벽이 차고 오는 자리에는 물러날 수밖에 없다.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9월 8일 새벽 우리나라 밤하늘에 특별한 우주쇼가 펼쳐졌다. 달이 지구 그림자에 살포시 안겼다. 개기월식이 일어났다. 개기월식은 ‘태양-지구-달’이 일직선에 놓이면서 태양 빛으로 만들어진 지구 그림자에 달이 완전히 숨어드는 것을 말한다.
우주쇼가 펼쳐지더라도 날씨가 허락치 않으면 볼 수 없다. 이날도 짙은 안개와 구름이 방해꾼으로 등장했다. 지역에 따라 잘 보이는 곳도, 그렇지 않은 곳도 있었다. 이날 경기도 여주의 새벽하늘은 안개가 갑자기 짙어지면서 달빛이 흐릿해졌다. 하늘 높이 솟았던 휘영청 밝은 보름달도 안개에 가려 빛을 조금씩 잃어갔다. 흰빛을 내며 안개에 희미하게 가려진 보름달은 8일 새벽 1시 26분쯤, 지구 그림자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달의 일부분이 지구 그림자에 가려지는 부분식이 진행된 것이다. 부분식까지는 관찰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개기월식으로 다가갈수록 짙은 안개로 새벽하늘에서 달은 거의 사라져 버렸다. 국립과천과학관 유튜브 채널에 접속했다. 구름이 조금씩 지나갔는데 생중계에는 지장이 없었다. 다만 2시 30분 개기월식이 시작되는 순간은 구름에 가려 볼 수 없었다.
구름이 걷힌 순간, 고흥 덕흥천문대에서 생중계로 보여지는 달은 붉게 물들었다. 태양 빛이 지구를 통과하면서 파장이 긴 붉은 색은 지구 대기권을 넘어 달에까지 닿는다. 개기월식 때 보이는 달을 붉은 빛의 ‘블러드문(Blood Moon)’이라 부르는 이유이다. 이날 개기월식의 ‘최대식’은 새벽 3시 11분이었다. 새벽 2시 30분부터 3시 53분까지 약 83분 동안 ‘붉은 달’이 새벽하늘에 떠 있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다음 개기월식은 2026년 3월 3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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