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무척 더워졌습니다
열대야, 폭염주의보, 국지성 폭우등 지금의 칠월과는 다른
선연히 떠오르는 옛 칠월의 모습들….
손에 잡힐듯한 옛 칠월의 기억들이 몹씨도 그립습니다
푸른 들판과 강가의 미루나무, 매미, 그리고 흰구름…
지금은 다가가기에는 낯설은 풍경들이지만
시인이 그려놓은 흑백 풍경사진으로라도
그리운 옛 7월을 느껴봄은 어떨런지요?
까마득히 달아나버린 아름다운 옛 기억들을 떠올려보는
행복한 금요일 되시기 바랍니다
흑백사진 -7월 / 정일근
내 유년의 7월에는
냇가 잘 자란 미루나무 한 그루 솟아오르고
또 그 위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 내려와
어린 눈동자 속 터져나갈 듯 가득 차고
찬물들은 반짝이는 햇살 수면에 담아
쉼 없이 흘러갔다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착한 노래들도 물고기들과 함께 큰 강으로 헤엄쳐 가버리면
과수원을 지나온 달콤한 바람은 미루나무 손들을 흔들어
차르르차르르 내 겨드랑에도 간지러운 새잎이 돋고
물 아래까지 헤엄쳐가 누워 바라보는 하늘 위로
삐뚤삐뚤 헤엄쳐 달아나던 미루나무 한 그루.
달아나지 마
달아나지 마 미루나무야,
귀에 들어간 물을 뽑으려
햇살에 더워진 둥근 돌을 골라 귀를 가져다 대면
허기보다 먼저 온몸으로 따뜻하게 퍼져오던 따뜻한 오수,
점점 무거워져 오는 눈꺼풀 위로
멀리 누나가 다니는 분교의 풍금소리 쌓이고
미루나무 그늘 아래에서
7월은
더위를 잊은 채 깜박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