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선생님 따님과 나
지난해 봄에 몇몇 글벗들이 석촌 호반에서 만났다.
남녀 모두 일곱이었는데
그중엔 나와 오래 전의 인연이 있는 K 여사도 왔다.
그래서 둘이 호반의 가드레일에 기대어
찰칵! 사진도 찍어봤다.
벌써 열여섯 해 전 겨울이었나 보다.
어느 산행동호회에서 아차산에 올랐다.
아마도 서른 여명이 참여했을 텐데
아차산 역 들입에서 시작해 팔각정을 지나 정상을 찍고
사가정 역으로 내려왔다.
처음 가입한 동호회라서 아는 사람도 없던 터라
궁금한 면면들을 힐끗힐끗 쳐다보며 산행을 했던 기억이다.
사가정 역 들입에서 산행을 마치고
인근 소머리국밥집에 들러 이른 저녁을 들게 되었다.
내 옆자리에 어느 여성이 앉아 어느새 시중을 들고 있었으니
숟가락 젓가락을 놓아주고 반찬을 댕겨주고 술을 따라주고...
그게 K 여사였다.
고향을 물으니 내 고향 홍성의 이웃 청양이라 했는데
그곳 어느 학교 교장선생님의 따님이라 했다.
나는 갓 스물에 홍성의 어느 시골 초등학교에 첫 부임하여
한동안 학교 기숙사에서 지내게 되었다.
다른 선생님들도 모두 이곳이 객지인 터라
가까운 여기저기에서 하숙을 하고 있었으니
밤이 되면 남자선생님들 모두 내가 있는 기숙사로 찾아들었다.
화제는 자연스레 이성문제로 시작되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숙맥인 나는
화젯거리가 없어 전전긍긍했던 기억이다.
기숙사 옆엔 교장선생님 사택이 있었고
그 앞으로 학교 건물이 있었으며
그 사이에 우물이 있었다.
토요일이면 으레 어디선가 교장선생님의 어린 따님이 나타나서
물을 긷는 모습이 목격되었다.
머리를 두 갈래로 따서
하얀 저고리 어깨에 늘어뜨린 청순한 모습이었다.
이 모습을 남자선생님들 모두 목격했을 테니
이게 모두의 객지의 밤, 화제가 되었던 것이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총각인 나에게 쏟아졌다.
그 따님과 어찌어찌해보라는 거였는데
선배 선생님들 앞에서 너스레를 떨 줄도 모르던 나는
참 난감하기만 했던 기억이다.
K 여사와는 열여섯 해 전에 산행에서 만나
茶談을 하거나 영화관 나들이도 해왔지만
한 번도 언짢은 일 없이 평온하게 지내오면서
함께 나이 들어가는데
우물가 그 교장선생님의 그 따님은
스무 살 안팎에서 박제가 되어
내 기억 속에 고스란히 들어앉아있는 것이다.
이건 K 여사를 통해 그 박제된 모습을 떠올려보자는 게 아니요
그렇다고 그 박제된 모습에서 K 여사를 찾아보려는 것도 아니다.
단지 나도 그렇게 박제되어 누군가의 가슴에 들어앉아있는 것이라면
그것도 이 세상에 태어난 하나의 보람이라고나 할지 모르겠다.
위 글은 지난 2022년 4월, 수필방에 올린 글인데
남성 휴게실 신사분들이시여!
이웃했던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으로 남길 바랍니다.
첫댓글 인생 달관하신 분 뵙니다
고맙습니다
아이구우 별말씀을 요.
글 제목만을 놓고 본다면
저를 포함한 대다수의 회원들은
좀 달착지근한 내용을 기대했을 지도 모릅니다.
우리 카페에 그 교장 선생님 따님이 꼭 계시기를 기대 합니다..
그렇기도 하겠습니다.
허나 저에겐 달착지근한 데가 별로 없어요.ㅎ
난
누구의 가슴 속에
박제가 되어 남아있는가를
되돌아 봅니다.
아마도 없을 듯..ㅠ
왜요.
많은 분들이 멋쟁이라고들 하던데요 뭘.ㅎ
교장 선생님 따님이라 하셨기에~
'꽁아'~인 줄?
착각의 날개 달은 꽁~♡
잘 지내남?
하긴 꽁아 여사도 서울시내 유명사립학교 교장선생님 딸이긴 하지만 내가 초등학교 교사로 있을땐 1962년도니까 두살때 아닌감?
큰 착각이지.ㅎ
@석촌
지금 보니까
여성 금지구역~이네용
쏘우 쏴리~^^:;
도쿄 아들한테
와 있답니당~.^♡
@꽁아 본글은 안되지만 댓글은 상관없을걸?
잘있다 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