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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걷다 – 주금산,내마산,철마산,천마산
1. 주금산 독바위에서 조망. 멀리 가운데는 북한산, 그 앞은 수락산, 그 앞 오른쪽은 수리봉과 용암산
(…) 심산유곡에 울창한 천연수림, 계곡마다 왕수가 흐르고 덩굴식물들이 얽혀 헤어날 수 없는 마치 원시림을 방불
케 하고 있으며, 그 밀림 속에 만발한 기화요초의 봄 경치와 만수홍엽의 단풍으로 수놓은 절경을 헤치고 험한 길을
타고 오르면 주봉에 오른다. 주금산은 운악산 내맥으로 주봉은 속칭 “독바위”리고 부르는데 높이 100여m의 거대한
암석으로 이루어졌다. 그 정상에 서면 남으로 금단산 연봉이 이어져 있고, 포천시 ㆍ 남양주시 일대는 물론 가평군
상면과 하면 일대와 멀리 도봉산 ㆍ 삼각산 ㆍ 서울시와 한강이 한눈에 바라보이는 망원경과도 같다.(…)
―― 능곡 청정마을 동구에 있는 ‘주금산 등산안내도’에서
▶ 산행일시 : 2024년 10월 6일(일), 흐림
▶ 산행코스 : 내촌,능곡청정마을,주금산(독바위),805m봉,632.7m봉(시루봉),내마산,철마산,과라리고개,680m봉
(유방봉,과라리산),배랭이고개,보구니바위,천마산,689m봉(뾰족봉),382.7m봉,천마산역
▶ 산행거리 : 도상 22.7km
▶ 산행시간 : 10시간 10분(07 : 30 ~ 17 : 40)
▶ 갈 때 : 동서울터미널에서 내촌 경유 사창리 가는 시외버스 타고 내촌으로 감
▶ 올 때 : 천마산역에서 전철 타고 옴
▶ 구간별 시간
06 : 50 – 동서울터미널
07 : 30 – 내촌, 산행시작
07 : 45 – 능곡 청정마을
09 : 15 – 주금산(鑄錦山, △813.6m) 독바위(甕岩)
09 : 25 – 805m봉, 전망바위
09 : 42 – 헬기장(775m봉)
10 : 20 – 632.7m봉(시루봉)
11 : 06 – 610.9m봉, ┫자 갈림길, 쉼터
12 : 07 – 내마산(774.5m), 점심( ~ 12 : 23)
13 : 14 – 철마산(鐵馬山, △709.6m)
14 : 13 – 과라리고개(425m), 휴식( ~ 14 : 23)
15 : 10 – 680m봉(유방봉, 과라리산), 쉼터
15 : 48 – 배랭이고개
15 : 57 – 보구니바위
16 : 25 – 천마산(天摩山, △810.3m), 휴식( ~ 16 : 35)
16 : 46 – 689.0m봉(뾰족봉)
17 : 15 – 382.7m봉
17 : 25 – 계곡, 천마산역 0.74km
17 : 40 – 천마산역, 산행종료
2. 산행 그래프
▶ 주금산(鑄錦山, △813.6m) 독바위(甕岩)
천마지맥의 한 구간인 주금산에서 천마산을 간다. 주금산 독바위에서의 조망이 그립고, 또 작년 이맘때 천마산 가는
주릉 길에서 노루궁뎅이버섯을 다수 보았기에 올해도 따러가야지 하는 욕심이 생겨서다.
버스운행안내에는 동서울터미널에서 주금산 들머리인 내촌까지 1시간 5분을 예상하는데 실제로는 40분밖에 걸리
지 않는다. 예전에는 동서울터미널에서 첫차가 06시 10분에 출발하여 무박 같은 산행을 할 수 있었다. 지금은 06시
50분이 첫차다.
첫차 탄다. 이왕이면 햇볕이 익기 전에 (내 눈에는) 한수이북 최고의 조망처인 독바위에 어서 올라 골안개 낀 만학천
봉을 보려 한다. 예전에는 내촌이 아닌 서파에서 주금산을 올랐는데 이제는 세월의 무게가 버거워서 그보다 짧은 코
스를 잡는다. 내촌도 아침공기가 차다. 버스승강장 장의자에 히터가 들어와 금방 엉덩이가 따뜻해진다. 주금산 등산
로 표시가 없지만 개천 건너고 내촌면사무소를 돌아 고샅길 지나고 농로를 간다.
한적한 농로다. 농가 울밑에 핀 맨드라미이며 애기나팔꽃, 쑥부쟁이 등이 반긴다. 내촌면사무소에서 10분 정도 걸어
┫자 갈림길 옆에 있는 ‘안동김씨 열녀비’를 본다. 아래는 그 안내문의 내용이다.
“이 열녀정문(烈女旌門)은 본래 조선 전기 세조 때 목사 ㆍ 성균관사성 등을 역임한 홍의달(洪義達)의 아내 안동
김씨의 정절을 기리기 위하여 성종 7년(1476) 나라에서 명정(命旌)한 것이다.
김씨 부인은 세조 때 좌의정을 역임하고 좌리공신(佐理功臣)으로 피봉된 김질의 바로 매씨(妹氏)가 되며, 홍씨 문중
에 출가한 이후 현숙하고 헌신적인 부도로 가정을 이끌며, 특히 남편과의 금슬이 좋았다. 그런데 남편 홍의달이
자식도 끼침이 없이 일찍 돌아가자 크게 애통해 하며 내촌면 음현리에 장사지냈다.”
“김씨 부인은 한 여종을 데리고 항상 남편의 묘를 돌보면서 신혼(晨昏)으로 곡(哭)을 하였다. 그리고 언제나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으므로 결국 땅에 닿은 부위가 썩고 말았다. 그런데 부인은 이에 개의치 않고 곡을 하던 어느 하루는
큰 호랑이가 나타났다. 여종은 두려운 빛으로 이 사실을 알렸으나, 김씨는 「죽는 것이 소원인데, 이제 무엇이 두렵겠
느냐」 하고 오히려 태연하였다.
그 후 호랑이는 매일 찾아와서 다음날 새벽이 되어서야 돌아가곤 하였다. 묘곡(墓哭) 3년을 마치고 김씨 부인이 집
으로 돌아오던 날 호랑이도 집 근처까지 따라 왔다가 어디론가 사라졌다.(…)”
안내문 내용 중 “김씨 부인은 세조 때 좌의정을 역임하고 좌리공신(佐理功臣)으로 피봉된 김질의 바로 매씨(妹氏)
가 되며”라는 대목에서 그만 기분이 상한다. 이 부분은 굳이 넣지 않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김질(金礩, 1422~1478)
이 누구인가? 성삼문 등과 단종 복위의 거사를 꾀하다가 동지들을 배반하고 세조에게 고변케 하여 이른바 사육신사
건을 일으킨 장본인이 아닌가. 다음은 성종실록(성종 9년 무술(1478) 2월 24일)에 실린 ‘상락부원군(上洛府院君)
김질(金礩) 졸기’ 중 일부이다.
“(…) 병조 좌랑(兵曹佐郞)으로 옮겼다가 여러 번 옮겨서 성균관 사예(成均館司藝)에 이르렀다 병자년에 이개(李
塏) 등이 난을 꾀하고 날을 약속하여 일을 거행하기로 하였으나 수행하지 못하였는데, 수일 뒤에 김질이 장인[妻父]
정창손(鄭昌孫)에게 말하여 변고(變告)를 상주하니, 이개 등이 주살(誅殺)되었다. 여러 신하가, 김질이 함께 모반하
였는데 성패를 관망하다가 일이 이루어지지 못하게 되어서야 고한 것이라 하여 주살하기를 청하였으나, 세조가 듣
지 않고, 판군기감사(判軍器監事)로 올리어 제수(除授)하고 곧 추충좌익공신(推忠左翼功臣)이라는 호(號)를 내려
주었다. 얼마 안 되어서 동부승지(同副承旨)에 오르고 옮기어 좌승지(左承旨)에 이르렀다.(…)”
독바위가 어서 오시라 손짓하는 것 같다. 잰걸음 한다. 능곡마을 동구에 ‘능곡청정마을’이라는 석비와 그 옆에 커다
란 주금산 등산안내도가 있다. 주금산 등산코스로 4개 코스를 안내하고 있지만 능곡마을에서 오르는 코스는 하나다.
완만한 오르막인 농로의 연속이다. 능곡(陵谷) 마을의 유래는 한때 세조의 능을 쓸 자리로 물색하였는데 토질이나
토색이 광릉의 그것만 못하여 이곳에 능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3. 석잠풀(石蠶풀)
4. 독바위 가는 길
5. 천마산, 그 뒤 왼쪽 멀리는 무갑산, 오른쪽 뒤는 예봉산, 검단산
6. 멀리 가운데는 서울 청계산, 그 앞 왼쪽은 대모산과 구룡산
7. 멀리 가운데는 보현봉과 백운대 연릉, 오른쪽은 도봉산
8. 멀리 왼쪽은 도봉산, 가운데는 사패산, 중간 맨 왼쪽은 용암산
9. 멀리 맨 오른쪽은 감악산(?)
10. 멀리 가운데는 양평 청계산, 그 오른쪽 뒤는 양자산
11. 멀리 맨 오른쪽은 금주산
산비탈 가까이 가서 대추밭 지나 도랑 건너고 언덕을 넘는다. 우거진 풀숲 헤치며 발로 더듬어 길 찾는다. 임도와
만난다. 임도 따라 간다. 임도는 산모롱이 돌고 언덕배기를 오른다. 임도는 언덕 위 무덤까지만 났다. 누구의 무덤인
가 비석을 들여다보니 ‘參判 李士慶’의 묘다. 누구인가 찾아보았다. 조선 중기의 문신인 쌍곡 이사경(雙谷 李士慶,
1569~1621)이다. 그는 병조좌랑과 삼화현령, 예조좌랑을 지냈다.
광해군 때 인목대비(仁穆大妃)가 존호를 삭제당하고 서궁(西宮 : 경운궁)에 유폐되어 있었는데, 경상도관찰사 윤훤
(尹暄)과 충청도관찰사 이춘원(李春元)이 진선장(進膳狀)에서 폐모에 대한 존칭을 그대로 쓴 것을 묵인하여 준 것
이 말썽이 되자 대사간의 직을 사직하고 물러났다. 그러나 이사경의 역량이 널리 인정되어 다시 승지, 병조 · 예조의
참의 등을 역임하였다. 권력에 아부하지 않고 청렴하여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
임도 따르다 등로를 놓쳤다. 불감청고소원(不敢請固所願)이다. 무덤을 오른쪽으로 약간 비켜 인적 없는 생사면을
치고 오른다. 이래야 버섯을 볼 수 있지 않을까. 능이나 꽃송이, 큰갓버섯, 노루궁뎅이 등의 버섯 말이다. 그러나
웬걸, 거미줄 걷어내랴, 잡목 숲 헤치랴, 칡덩굴 뚫으랴, 느닷없이 된 곤욕을 치른다. 후줄근해져서 잘난 등로와
만난다. 가파른 오르막이다. 347m봉을 오른쪽 사면으로 돌아 넘는다. 등로가 그렇게 났다.
잔잔한 오르막이 이어진다. 등로 주변은 특히 단풍나무가 많다. 그들로 하늘 가린 숲속길이다. 가을이 더욱 깊어지
면 만수홍엽의 단풍으로 수놓을 등로다. 참나무 나오면 위아래 훑어보아 노루궁뎅이버섯을 찾고, 풀숲 사면이 나오
면 꽃송이나 큰갓버섯을, 성긴 잡목 숲 나오면 능이가 있는지 두 눈에 부쩍 힘준다. 그러나 가도 가도 빈 눈이다.
미리 말하자면 이 노릇도 그리 오래 가지는 못했다. 몇몇 봉우리을 넘고 나니 걷는 것도 힘이 드는데, 고개 들어
나무 살피랴, 고개 돌려 나무 살피랴, 사면 굽어 풀숲 살피랴, 다 그만 두고 말았다.
주금산 정상을 1km 남겨두고 암릉 길과 맞닥뜨린다. 직등이나 왼쪽 사면은 등산로 없으니 위험하다고 한다. 남들이
갔으면 나도 갈 텐데 그런 흔적이 없다. 오른쪽 등로 따른다. 암릉 그 밑자락을 길게 도는 길이다. 그러다 독바위
바로 아래에 임박해서 굵은 밧줄 달린 곧추선 오르막이다. 200m쯤 될까, 두 피치로 기어오른다. 주릉 부근에 올라
서고 왼쪽 바위 돌면 철사다리 놓인 슬랩이다. 배낭 벗어놓고 오른다.
주간 일기예보는 주초부터 내내 전형적인 가을 날씨로 무척 맑다가 오늘은 구름이 끼고 흐리다고 했다. 안개구름이
조망을 가리면 어쩌나 하고 어제부터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독바위는 일기예보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대체 이보다
더 좋은 조망을 볼 수가 있을까 의문이다. 가히 환상적이다. 동으로는 운해 위로 양평 청계산, 양자산 등이, 남으로
는 천마산, 그 뒤로 운길산, 무갑산, 예봉산, 검단산, 백봉 등이, 약간 눈을 돌리면 서울 청계산과 남산이, 서로는
북한산과 도봉산 연릉이, 그 앞으로 불암산과 수락산이, 그 앞으로 수리봉과 용암산 등이, 북으로는 칠봉산, 감악산,
한강봉, 금주산 등이 또렷하다.
서산대사가 금강산이 아니라 이곳에 올랐어도 아마 그렇게 읊었을 것이다. 서산대사의 「향로봉에 올라(登香爐峯)」
이다.
萬國都城如蟻蛭 만국의 도성은 개미집과 같고
其家豪傑等醢鷄 그 집에 사는 호걸들은 하루살이 벌레
一窓明月淸虛枕 창에 비친 밝은 달 손의 베개에
無限松風韻不齊 한없는 솔바람 풍류가 아니랴
춘원 이광수도 금강산에 올라 서산대사와 같은 똑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의 「금강산유기(金剛山遊記)」의 한 대목이
다. ‘비로봉’을 ‘주금산’으로 바꾸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비로봉에 올라서니
세상만사 우스워라
산해만리(山海萬里)를
일모(一眸)에 넣었으니
그 따위 만국도성(萬國都城)이
의질에나 비하리오
눈이 시리도록 보고 또 본다. 아쉬운 발길 돌린다. 주릉에 올라서고 주금산 정상은 가지 않기로 한다. 거기까지
0.5km나 된다. 그럼에도 아무런 조망이 없는 숲속 길이다. 주금산 정상도 사방에 키 큰 나무숲에 가려 무망이다.
다만 그쪽으로 조금 가면 805m봉 절벽 위 전망바위가 나온다. 들른다. 여기서는 독바위에서 보지 못한 가경이 펼쳐
진다. 개주산, 운악산, 명지산, 연인산, 매봉, 청우산, 서리산, 축령산과 멀리 용문산 연릉 연봉이 마치 내가 오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12. 천마산, 그 왼쪽은 송라산
13. 멀리 가운데는 용문산
14. 멀리 오른쪽은 청우산
15.1. 맨 왼쪽 뒤는 운악산, 그 뒤 오른쪽은 명지산, 앞은 개주산
15.2. 맨 오른쪽은 청우산, 능선 가운데 바로 뒤는 불기산
16. 독바위
17.1. 양평 청계산
17.2. 멀리 왼쪽이 양평 청계산
18. 까실쑥부쟁이
▶ 내마산(774.5m), 철마산(鐵馬山, △709.6m)
단정히 앉아 탁주 독작한다. 연거푸 잔을 비운다. 이 경치를 대하면 누구라도 이럴 것. 산행을 시작하고 나서 첫 휴
식이다. 산해만리를 일모(一眸)에 넣고 805m봉을 내린다. 숲속 가파른 돌길을 살금살금 내리고 정자를 지나 헬기장
에 오른다. 봄날이면 헬기장 주변에 철쭉이 만발하여 건너편 독바위 또한 꽃봉오리로 보인다. 헬기장에서 젊은이
4명이 야영을 했다. 이제 하산한다고 한다. 주금산에서 천마산까지 능선거리만 도상 15.6km이다. 그 거리에 국토지
리정보원의 지형도에 표시된 표고점과 삼각점 봉우리는 20좌이다.
그 봉우리 20좌 중 쉽게 오를 수 있는 봉우리는 한 좌도 없다. 땀깨나 쏟아야 한다. 다만 좌우의 수렴 걷고 첩첩 산을
다시 보고, 주변 살펴 버섯 찾느라 힘이 드는 것을 희석한다. 더구나 대기는 삽상하여 걷기에 아주 알맞은 날씨다.
654.9m봉 돌아내리고 ┫자 갈림길이다. 왼쪽은 비금리(2.68km)로 간다. 예전에는 이곳에서 길을 자주 헤매기로
악명이 높았다. 지금은 길이 잘 났고 이정표가 천마산을 안내한다.
약간 내렸다가 길게 올라 632.7m봉이다. 벤치 놓인 쉼터다. 김다남 이란 분이 ‘시루봉 천마지맥(651m)’라고 쓴
종이 표지를 달아 놓았다. 그는 2021.9.21.부터 지금까지 철마산을 500회 등정했다고 부기했다. 그는 3년 동안 거의
이틀에 한 번꼴로 철마산을 올랐다니 기인임에 틀림없다. 다시 봉봉을 오르고 내린다. 어찌 생각하면 시지프스의
형벌과도 같다. 산 위로 바위를 밀어 올리면 다시 아래로 굴러 떨어지고 처음부터 다시 올려야 하는 영원의 노동
형벌을 받은 시지프스이다.
┫자 내방리(1.9km) 갈림길인 610.9m봉은 숲속 그늘진 쉼터다. 한 차례 뚝 떨어졌다가 긴 오르막이 이어진다.
657.4m봉에서 잠시 주춤했다가 가파른 오르막을 숨차게 오른다. 도중의 절벽 위는 불곡산이 양주의 맹주로 보이는
일대 경점이다. ‘철마산 2.4km’라는 이정표가 나오고 곧 내마산 정상이다. 좁은 헬기장인 쉼터다. 사방 나무숲 가려
조망은 막혔다. 점심밥 먹는다. 틈틈이 빵과 과일로 입을 놀리지 않았지만 점심은 별개다.
천마산으로 가는 내마산의 연봉 연릉은 암릉이라 오르내리기가 퍽 조심스럽다. 직등은 어렵고 협곡을 내렸다가
오른쪽 사면 도는 길은 가팔라 추락방지용 밧줄을 길게 둘렀다. 등로 바로 옆 오르기가 약간 까다로운 바위에 올라
서리산과 축령산을 바라본다. 이 두 산을 자세히 바라볼 수 있는 데는 여기 말고는 없다. 예전의 가파른 슬랩 내리막
은 데크계단으로 덮었다. 비로소 부드러운 숲길이다. 철마산보다 더 높은 712.2m봉을 왼쪽 사면으로 돌아 넘고
철마산 정상이다.
철마산 정상은 너른 공터의 쉼터다. 정상 가장자리 바위에 바짝 다가가면 북한산과 불곡산, 감악산 쪽으로 조망이
훤히 트인다. 철마산 삼각점은 정상을 약간 지나 아무도 찾지 않는 옆의 봉우리 풀숲에 있다. 성동 427, 1994 재설.
급전직하 내리막이다. 등로 살짝 벗어난 전망바위에 들른다. 천마산과 그 뒤로 무수한 첩첩 산이 병풍처럼 펼쳐진
다. 봄날 이 바위틈에 핀 진달래와 멀리 북한산 연봉은 한 폭 그림이었다.
19. 천마지맥 주릉에서 팔야리 가는 길
20.1. 멀리 가운데는 불곡산
20.2. 멀리는 북한산, 그 오른쪽은 도봉산
21. 서리산과 축령산(오른쪽)
22. 멀리는 북한산 보현봉과 백운대 연릉, 그 앞 왼쪽은 불암산
23. 멀리 맨 오른쪽은 감악산(?)
24. 중간 맨 왼쪽은 불곡산
25. 가운데는 운길산, 그 뒤 오른쪽은 무갑산
26. 멀리 오른쪽은 서울 청계산
▶ 천마산(天摩山, △810.3m)
철마산에서 정남진하여 길게 내리다 주춤한 573.5m봉은 왼쪽 사면으로 넘어 정동진한다. 잔잔한 오르내리막의 연
속이다. 방화산을 내려는지 등로 주변의 나무들을 베어냈다. 전후좌우로 아무 볼 게 없어 올 때마다 지루한 산길이
다. 노루궁뎅이버섯은 고개 몸살을 염려하여 진작 포기했다. 시간이 산을 간다. 드디어 ╋자 갈림길 안부인 과라리
고개다. 배낭 벗어놓고 벤치에 앉아 오래 휴식한다. 돌탑에 놓인 과라리 아리랑을 훑어본다. “산다는 게 살아 간다는
게 모두/굽이굽이 돌아 산마루턱에 다다르는/산길과도 같아서 (…)”
흐린 날씨는 기어코 비 뿌린다. 맨 하늘 트인 데서는 하잘 것 없지만 숲속에 들면 제법 소란스런 비다.
과라리고개(425m)는 주금산에서 천마산에 이르는 구간 중 가장 낮은 안부다. 그런 만큼 새로이 산을 간다는 각오한
다. 이정표에 천마산 3.9km이다. 가파르고 긴 오르막이다. 깔딱 숨으로 554.1m봉을 오르고, 잠시 숨 고르고
679.5m봉을 오른다. 혹자는 과라리산 또는 유방봉이라고 한다.
이어지는 40분 가까운 부드러운 등로는 사실 폭풍전야다. 배랭이고개를 기점으로 된 오르막이다. 지치기도 했다.
가는 밧줄 잡고 슬랩 오르고 보구니바위(630.3m봉)은 오른쪽으로 돌아 넘는다. 그리고 숫제 긴다. 어쩌다 트이는
조망은 빗줄기에 흐릿하다. 몇 걸음 남지 않은 멸도봉(790m)을 오르지 않는다. 그럴 힘이 없다. 곧바로 협곡을 내리
고 사면을 돈다. 주릉에 오르고 순한 둥로를 놓치고 만다. 등로가 이랬던가 하고 암릉을 오른다.
소나무 아래 너른 암반이 경점이다. 멀리 무갑산, 태화산, 그 앞으로 운길산, 예봉산, 갑산, 검단산 등이 반갑다. 아울
러 오늘 지나온 능선이 한 눈에 보인다. 이 암봉 내리막 절벽에는 굵은 밧줄이 달려 있다. 안부로 내리고 오르막 데
크계단은 계단마다 경점이다. 천마산. 오늘은 나 혼자다. 정상을 약간 지난 소나무 아래에서 한 두 방울 내리는 비를
피하며 휴식한다. 남은 탁주 마저 비운다. 하산은 천마산역이 가장 가깝다. 3.02km.
사면 길게 돌고는 가파른 돌길 내리막이다. 어지럽도록 갈지(之)자 연속해서 그리며 내린다. 뾰족봉(689.0m)은
오른쪽 사면의 데크로드로 돌아내린다. 데크로드는 전망이 훤히 트이는 경점이기도 하다. 장려할 일출을 보지 못해
아쉽다. 해거름의 운길산과 예봉산, 검단산, 북한산을 다시 본다. 능선에 오르고 내리막 도중에 이정표는 천마산역
가는 길을 안내한다. 주저 없이 따른다. 뚝뚝 떨어지는 내리막이다. 금방 엎어질 듯한 발걸음을 제동하자니 진땀난다.
잣나무 숲길이 나오고 382.7m봉을 돌아 계곡에 다다른다. 천마산역 0.74km. 널찍한 등로는 데크계단이거나 야자
매트를 깔았다. 어둑한 숲길이다. 잴잴거리는 계류와 동무하며 내린다.
천마산역에서 서울 가는 전철에서다. 빈 좌석이 없이 꽉 찼다. 등산객들도 많다. 그중 한 등산객(?)의 큼직한 배낭에
싱싱한 노루궁뎅이버섯과 꽃송이버섯이 가득하다. 버섯이 눌릴까봐 배낭을 닫지 못했다. 어느 산에서 이런 수확을
하였는지 묻자 청평의 그다지 높지 않은 이름 없는 산이라고만 한다.
그렇지만 나는 첩첩 산을 눈과 카메라에 가득 담아왔으니 부러울 게 조금도 없다. 애써 마음을 다독인다.
27. 멀리 가운데는 북한산 백운대
28. 가운데 뒤는 불곡산, 앞 왼쪽은 용암산
29. 멀리 왼쪽은 운길산, 오른쪽은 예봉산과 검단산, 그 앞 왼쪽은 관음봉
30. 천마산 가는 길
31. 멀리 가운데는 발이봉, 정광산, 태화산 연봉, 그 왼쪽은 무갑산, 그 앞은 운길산
32. 멀리 왼쪽은 발이봉, 정광산, 태화산 연봉, 오른쪽은 예봉산, 검단산
33. 천마산에서 바라본 지나온 능선, 멀리 가운데 오른쪽이 주금산
34. 멀리 가운데는 운악산, 그 앞은 개주산, 그 왼쪽은 주금산, 맨 오른쪽은 서리산
35. 천마산 내린 뾰족봉에서 해거름에 바라본 북한산과 도봉산
첫댓글 햐^^ 정말로 긴 길을 걸으셨네요. 건각이십니다!
선선한 날씨가 받쳐주었습니다.^^
주금.천마 예고가 올랐을 때 저걸 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 했습니다.저는 자신이 없기에.
불굴의 투지로 완등하셨습니다.
작년에 내마.철마지나고 배랭이고개에서
천마 오를 일이 까마득한 절망의 벽으로 보여 후퇴했습니다.
그 코스 이제는 도전 못합니다.
용암산 라인 최고봉은 왼쪽의 수리산536m 이고
오른쪽 용암산475m은 낮으니
수리산 능선이라 불러야 맞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서파를 들머리 삼았는데 이제는 그렇게 할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번개산행에 주금 천마를 가자고 올린 것이 잘못이었다는 것을 산행 중에 깨달았습니다.
아~~정말 대단한 조망입니다...환상입니다.
내 눈에는 독바위가 한수이북 최고의 경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