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북구 농소에서 강동을 잇는 도로개설 사업이 기획재정부의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를 통과했다. 사업계획이 적정한지 따져 봤는데 일단 커트라인은 통과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란 용어만 들어도 앞일이 간단치만은 않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울산시가 사업 타당성을 주장하며 하자를 보완해 계획안을 다시 제출하자 기재부가 일단 받아들였다는 뉘앙스가 짙게 풍긴다.
기재부가 사업성 재검토에 나선 것은 결국 늘어난 사업비 때문이다. 지난 2019년 울산외곽순환도로 건설이 예타면제 사업으로 선정됐을 때 만해도 전체 사업비는 9천865억원이었다. 이 중 한국도로공사가 건설할 울주군 미호-북구 가대 구간 건설비는 국비로 충당하고 절반 가량인 4천631억원으로 나머지 북구 농소-강동 구간을 국토부와 울산시가 각각 절반씩 나눠 부담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자재비ㆍ인건비 등 사업비가 폭증해 토지보상비 포함 4천956억원이 6천309억원으로 늘어났다. 불과 4년 사이 1천353억원이 증가한 것이다. 그러니 기재부가 이렇게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과연 울산 외곽순환도로를 건설해야 하는지 다시 검토해보자고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울산 북구 도심을 통과하는 국도 9호선 만성 정체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이런 교통 혼잡을 해소하기 위해 울산시가 오토밸리로를 건설하고 이에 더해 이예로를 연결했으나 여전히 역부족이다. 경부고속도로 쪽에서 북구로 들어오는 도로를 새로 뚫어 전체 차량 통행량을 분산시키지 않는 한 북구에서 중ㆍ남구를 거쳐 현대차, 현대중공업, 석유화학단지로 각각 이어지는 차량 동선은 정체를 거듭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울산권 도로가 남북으로 연결돼 있어 울주군과 북구 강동지역은 별개의 자치단체나 마찬가지다. 경부고속도를 따라 울산에 진입한 외지인이 북구 강동해변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남구를 거치거나 중구를 통과해야 한다. 같은 광역자치권에 속해 있지만 양쪽 지역은 별개의 섬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도시 외곽에 도로를 건설해 각 지역이 도심을 거치지 않고 직접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다.
한국도로공사가 건설하는 미호-가대 구간은 국비로 진행될 터이니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울산시가 사업비를 일부 부담해야 하는 농소-강동 혼잡도로 건설은 예산이 적기에 확보되지 않으면 의외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무엇보다 물가상승으로 자재비가 급등하면 언제든지 기재부가 다시 사업성 재검토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다는 점이다. 적기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해 사업이 지연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