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학기가 되어 학부모 총회가 열렸습니다. 강당에 모여 있는 학부모들에게 진행을 맡으신 선생님이 “예식에 따라 국기에 대한 경례가 있겠습니다. 자리에서 모두 일어나 주십시오.” 바로 옆에 앉아 있던 어머니가 “웬 국기에 대한 경례? 할 건 다하네!” 하며 마지못해 일어났습니다. 저는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동안 잠시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선열들, 또 지금까지 지켜주신 주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어릴 적 우리가 학교를 다닐 때는 길을 가다가도 애국가가 울려 퍼지면 가던 길을 멈추고 오른손을 가슴에 얹고 한 방향을 향해 서서 함께 마음속으로 애국가를 불렀고 축구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TV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지기만 해도 가슴 뭉클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정말 자유로운 나라가 되어 인터넷 댓글을 보면 대통령을 욕하거나 우리나라를 비하하는 말들도 서슴없이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오전에 카톡을 받았습니다. 열어보니 영상을 보시기 전에 잠시 설명을 읽어주세요! 지금 보실 이 영상은 2013년 3월 1일 삼일절에 외국인들에게 우리문화를 나름 보여줄 수 있는 거리, 인사동에서 펼쳐진 아리랑 플래시몹입니다. 이 플래시몹은 자랑스런 우리들의 청년단체 9개가 그야말로 자발적으로 순수하게 모여 만든 작품입니다. 이 일의 시작은 단순하게 몇 몇 청년들이 모여 그냥 햄버거를 먹다가 서로 잠깐 흘리듯 꺼내놓은 이야기 중에서 “어느 외국인이 한국을 방문해서 가장 한국적인 노래인 아리랑을 듣고 싶어 인사동을 갔는데, 어디서도 들을 수 없었더라” 는 그 이야기에서 “그럼 인사동 한복판에서 아리랑을 연주해보자” 라는 순간적인 반짝 제시에 의견이 한데로 모아지고 그리고 곧이어 행동으로 돌입했다는 군요. 40여명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직접 한 명 한 명 만나 동참을 설득하고, 기획을 하며, 장비를 렌트했다 합니다. 분명 이 일을 하고 나면 돈이 생기는 일이 아닐테고 그렇다고 목에 힘 줄 그런 일이 생길 것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돈이나 이익을 위해 모이는 많은 어른들의 숱한 프로젝트를 한방에 날려버리듯 ‘뜻과 재미’로 모여지는 젊음의 프로젝트는 이렇게 감동을 주는 결과물을 만들어 주게 됩니다. 그리고 이 동영상을 널리 널리 알려주세요. 2013년 3월 12일 고요샘이 한숨에 썼습니다. 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영상을 눌렀습니다. 3.1절이라 손에 조그만 태극기를 든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엄마 품에 안긴 아이들의 손에도 조그만 태극기가 휘날립니다. 한 여성 연주자가 먼저 아리랑을 연주하자 또 다른 연주자들이 악보 보면대와 악기를 들고 차례로 나타나 함께 바이올린을 연주합니다. 앞에서는 한 여성이 지휘를 하고 있습니다. 또 한 줄의 연주자들이 나타나 두 겹줄의 오케스트라가 됩니다. 잔잔하게 아름답게 흘러나오는 멜로디에 지나가던 시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상가 몰 2층, 3층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아리랑소리에 점점 많은 시민들이 모여듭니다. 클라리넷, 오보에, 첼로 연주자들이 보이고 색소폰 연주자도 보입니다. 세 겹줄, 네 겹줄의 오케스트라가 완성되었습니다. 머리 희끗한 할아버지, 여학생들, 아기를 안은 젊은 엄마, 젊은이들이 군중 속에서 진지하게 듣고 있습니다. 클라이막스에 심벌즈로 쾅쾅 울려 퍼지는 아리랑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단원들 주위에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자 시민들은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난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따라 부릅니다. 아빠 등에 목마를 탄 아이도 태극기를 흔들며 신나합니다. 시민들이 다 함께 부르는 아리랑은 추운 날씨를 녹이고 있습니다. 마치 야외 예술의 전당 같은 분위기의 쌈지길 상가 2,3,4층에 모여 함께 아리랑을 부르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외국인들이 많이 눈에 띕니다. 오늘 드디어 한국다운 한국의 풍경을 보고 한국의 소리를 듣는 순간입니다. 아리랑에 바로 이어서 애국가가 연주됩니다. 모두 따라서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이날이 3.1절이라 시민들의 마음도 뭉클하고 남다릅니다. 크라이막스의 애국가가 끝나자 환호소리와 박수로 화답합니다. “와아!” 박수소리가 멈추질 않습니다. This is Arirang. 인사동 쌈지길 3.1 이라고 쓰여 있으며 동영상은 끝이 납니다.
‘이것이 아리랑입니다.’ 아리랑은 듣는 순간 사람을 매료하는 힘이 있습니다. 얼마 전 우리나라의 아리랑이 왜 그토록 세계 사람에게 어필하는가를 알아보려고 음향 전문가들이 미국의 음향 전문가를 찾아가 실험한 내용이 방송에 나왔습니다. 세계적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가장 울리고 들으면 바로 '이 멜로디 너무 좋다‘고 평가한 곡이 바로 ’어메이징 그레이스‘입니다. 바로 찬송가 305장의 곡이며 노예선장을 하던 죤 뉴튼(John Newton, 1779)이 회심한 후 작사한 것을 E.O.Excell 1900)이 작곡한 곡으로 우리가 즐겨 부르며 눈물 흘리는 찬송입니다. 작곡 전에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이미 미국 전통 멜로디로 내려오던 곡입니다. 그런데 이 ‘어메이징 그레이스’ 의 곡을 들려주다가 ‘아리랑’을 들려주는데 어딘지 모를 익숙하게 닮은 듯한 멜로디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때 음향전문가가 한국의 ‘아리랑’은 가사가 계속 반복되어 따라 부르기 쉽고 멜로디가 가장 감미로운 음으로 구성이 되어 있어 세계인이 다 좋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독일에서 어학코스를 다닐 때 학기가 끝나고 마지막 날 파티가 열렸습니다. 아시아, 유럽, 미국, 중남미등 세계 곳곳의 나라 사람들이 독일 대학에서 정규 수업에 들어가기 전 이 어학코스를 필히 다닙니다. 마지막 종강 파티가 열리자 각각 자기 나라 음식을 만들어 뷔페 식탁에 차려놓습니다. 그러면 서로 접시를 들고 각 나라 음식들을 조금씩 덜어 맛을 보게 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김밥과 잡채, 불고기, 김치, 탕수육 등을 준비해 놓았습니다. 잡채와 불고기는 단연 인기입니다. 각 나라 음식을 맛 본 후 2부 순서가 있는데 각 나라별로 자기 나라를 대표하는 것을 선보이는 시간입니다. 음식 준비하느라 그런 건 생각도 못하고 왔기에 서로 번갈아 얼굴을 보며 뭐라도 보여주어야 하는 급박한 순간에 한 사람이 재치 있게 “우리 아리랑 부릅시다. 반주 할 수 있는 사람 있어요?” 다행히 김영민씨라는 남자분이 “제가 할게요.” 이렇게 순식간에 팀이 이뤄져 손에 손을 붙잡고 아리랑을 부릅니다. 마음속으론 ‘저들은 저렇게 멋있게 자랑을 하는데 우린 준비도 안됐고 보여줄 것도 없으니 이 얼마나 빈약 한가’ 하면서 부르기 시작했는데 1절을 부르니 금방 끝이 나서 다시 또 반복해서 부릅니다. 그런데 그때 그 홀에 앉아 있던 외국인 학생들이 전부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하면서 따라 부는 겁니다. 그 때의 그 감격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아니 저들이 처음 듣는 우리 아리랑을 어떻게 따라 부르는 거지. 저들이 언제 들어 본적이 있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감격하며 불렀습니다. 홀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혼연 일체가 되어 부르던 ‘아리랑’ 지금도 그 때 일을 생각하면 몸에 전율이 옵니다.
| |
첫댓글 감사합니다
귀한 방문 감사드립니다.
감사 합니다
귀한 방문, 귀한 댓글 감사드립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