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기자,다큐피디,시사프로 진행자가 본 한국 기자회견의 구조적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결론부터 말하면 출입처제도를 혁파하지 않으면 어떤 정부가 와도 저런 인터뷰가 계속된다. 그걸 그 옛날 스스로 혁파하려 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각설하고 1.탐사기자일때는 구체적으로 딱 하나만 질문하러 간다. 나는 팩트를 알고 있고, 상대는 내가 얼마나 알고 있는지 모른다. 아무리 단면이라도 내가 어떤 사실을 하나라도 알고 있고, 그게 잘 안 알려진 사실이라면 권력자는 멈칫한다. 말을 못하거나 말이 많아진다. 그럼 구체적으로 더 들어갈 수 있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짧으면 몇십초. 길면 몇분. 무엇보다 탐사기자는 권력자와 한번 인터뷰하고 나면 다시 볼 사이가 아니다. 철저히 거리두기가 가능하다. 드라이한 공적관계만 유지하면 그만.
2.출입처가 없는 다큐피디도 마찬가지다. 깊이 있게 파면서 관료,전문가,내부고발자, 권력자 등의 도움을 받을때도 있지만 취재의 보편적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이다. 사전에 기획하고 취재할 시간이 많고, 보편적 가치를 위해 사회의 각종 자원을 동원하고 나면. 정치적 야심이 없는 다음에야 그걸로 끝. 서로 좋은 인상, 느슨한 연대정도로만 남는다. 적당한 거리두기가 가능하다. 깊이 있고 철학적이지만 구체적인 질문도 가능하다. 투입되는 돈도 돈이지만 다큐피디에게 주어지는 긴 호흡의 시간이 큰 도움이 된다. 역시 드라이한 공적관계만 유지하면 그만이다.
3.시사프로진행자는 반정도 출입처기자의 처지와 비슷하다. 고정 패널로 정치인이 나오는 경우가 잦고, 원내대표나 대변인 주요 정치인들은 단골 손님이다. 관계가 중요하다. 사적인 관계, 미묘한 사이때문에 나오기도 하고, 나오지 않기도 한다. 기왕이면 서로 얼굴 붉히지 않는게 좋다. 그렇다면 기어야 하는 사람은 시사프로 진행자다. 특히 역사적으로 권위주의적 성향이 매우 강했던 국민의힘같은 곳은 언론인들을 길들이려 한다. 가장 부드럽고 원만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조금이라도 친해지는 것.드라이한 공적관계보다는 끈적끈적한 사적 관계로 가는 게 지속적 여론형성에 좋다. 일제 제국주의시대부터 있던 문화통치다.
4.출입처기자는 문화통치의 한복판에 있다. 철저한 거리두기를 하면 정보로부터 소외된다. 적당한 거리두기를 해도 정보로부터 소외된다. 끈적끈적한 관계자들을 만들어놔야 저 사람도 편하고 나도 편하다. 그래야 언론사에서도 능력을 인정받는다. 그런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 접촉을 하면서 기자회견을 "준비"한다. 그 기관의 장, 대통령은 접할 기회가 극히 드문 출입처 기자들이 무슨 질문부터 시작할 수 있을까? 당연히 추상적인 질문, 격식을 갖춘 질문부터 할 수 밖에 없다.
5.그래서 처음부터 이런 기자회견에선 기대할 게 별로 없다. 대통령실이 맘대로 요리하고 선전할 수 있는 장일뿐. 특히 이렇게 대통령 본인을 비롯한 대통령 일가 전반에 대한 의혹이 가득한 상황에서 끈적끈적한 관계여야 능력을 인정받는 출입처 기자들과의 1시간은 그저 몸풀기 쇼에 지나지 않는다.
6.기자들도 답답할 것이다. 미국처럼 4년동안 100번 가까이 기자회견을 하든지. 그렇지 않으면 서로 한번만 보고 말 사이인 대표적인 탐사보도기자들이나 시사교양피디들을 중심으로 질문단을 만들든지. 그래서 구체적 질문, 예를 들어 "후보시절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의혹 관련해서는 대통령이 거짓말을 한 게 아닌가", "박정훈 대령은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하는데 이를 부인하는 건가? 그렇다면 박정훈 대령이 거짓말을 하는 것인가"와 같은 질문만 하고 다시는 안 볼 사람들, 자신의 일터로 돌아가 자신의 일에 전념할 언론인들로 질문단을 꾸리는 게 현실적이지 않나 싶다.
7.가장 쉽게 말하자면 그냥 미국처럼 해라. 출입처를 폐지하고 전면 브리핑시스템으로 바꿔라. 노무현이 옳았다. 나도 미국 좋아하고 너희들도 미국 좋아하잖아. 왜 있는 자들의 돈의 자유만 좋아하나? 목소리 없는 자들의 말할 자유를 존중하라. 권력자 당신만 말하지 말고. 그게 미국 자유민주주의의 정수다. 걸핏하면 언론인들 압수수색이나 하는 나라에서 내가 뭔...길다. 지금으로선 의미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