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 부마항쟁, 5/18, 6월항쟁을 일으킨 국민들이
바로 이 국민들이다
기원전 1,600년경 하(夏)나라의 마지막 임금 걸(桀)의 폭정이 극에 달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내가 나라를 갖고 있는 것은 하늘에 해가 있는 것과 같아 하늘의 해가 없어져야 나도 망한다”고 하는 등 오만방자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러자 백성들은 해를 가리키며 “저 해는 언제 없어지려나, 그래야 그도 나와 같이 망할 텐데(時日曷喪 予及汝皆亡-『서경書經』「탕서湯誓」)”라고 저주하였다. 결국 걸은 천자라는 고귀한 신분에서 신하도 백성도 없는 독부(獨夫)의 신세가 되어 탕(湯)에게 죽임을 당했다.
1644년 항복한 명(明)의 장수 오삼계(吳三桂)의 안내를 받은 청(淸)나라 군사들이 산해관(山海關)을 넘어 중원으로 들어갔다. 중원을 점령한 청은 한(漢)족에게 만주족의 풍습을 따를 것을 강요하였다. 명나라 왕실의 유족들과 많은 유신들이 이민족의 지배를 거부하고 반청복명(反淸復明)운동을 일으켰다. 그러나 대부분의 한족들은 백성들로부터 뜯어갈 것만 생각하지 베푸는 것을 잊어버린 명나라를 따르기보다는 차라리 머리를 자르고 변발을 하기를 선택했다.
2007년 12월 19일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선거가 실시되었다. 선거 운동 기간 동안 모든 정책 대결은 실종되었다. 오직 노무현 정권에 대한 반감만이 대한민국을 지배하였다. 노무현 정권의 무능과 독선, 오만이 이제 국민들로부터 분노와 저주의 화살이 되어 노무현의 후계자에게 되쏘아졌다. 국민들은 노무현과 그 주변만 아니라면, 그 누구라도 상관없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여느 때 같으면 상상도 못할, 도덕적, 윤리적으로뿐만 아니라, 형사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5년 전 진짜 아무것도 없었던 노무현을 대통령에 올려놓은 것은 김대중도 정몽준도, 노빠도 아니었다. 다름 아닌 대한민국 국민이었다. 그리고 그가 탄핵의 위기에 몰렸을 때 여대야소의 국회를 만들어준 것도 바로 이 대한민국 국민이었다. 그렇지만 그에게 각종 재보궐선거에서 백전백패의 굴욕을 안겨다 준 것도, 그리고 그 후계자에게 얼굴 들기 힘들 정도의 치욕적 참패를 안겨다 준 것도 다름 아닌 이 대한민국 국민이었다. 배를 띄우는 것도 물이지만, 그 배를 가라앉히는 것도 같은 물이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사람에 대해 누구를 비방하고 누구를 칭찬하겠는가? 만일 칭찬한 일이 있다면 그것은 시험을 해 본 바가 있기 때문이다. 이 백성들도 삼대(三代)의 곧은 도를 행하고 있다.(子曰, 吾之於人也, 誰毁誰譽. 如有所譽者, 其有所試矣. 斯民也, 三代之所以直道而行也.-『논어』「위령공」) 백성들이 어리숙해 보인다고 어찌 이들 앞에서 사람을 함부로 포폄(褒貶)하겠느냐, 이 백성들이 겉으로는 어리숙해 보여도 실제로는 삼대 성왕들의 곧은 가르침을 받고 행해 온 사람들인데.
아무리 선거 결과가 이렇게 나왔다고 국민을 노망이 들었느니, 변덕이 죽 끓는 듯하다느니 할 수는 없다. 이 국민이 어떤 국민인가? 4/19혁명, 부마항쟁, 5/18민주화운동, 6월항쟁을 일으킨 국민들이 바로 이 국민들인데, 누가 이 국민들 앞에서 함부로 무엇을 논하겠는가? 다만 그동안 노무현과 그 주변의 인물들이 국민의 뜻을 살필 줄 몰랐을 뿐이다. 돌아가는 듯해도 역사는 앞으로 가기 마련이며, 사필귀정이라고 진실은 밝혀지기 마련이다. 이 국민이 비록 그동안의 분노로 12월 19일의 선택을 하였지만, 진실과 거짓조차 구별 못할 줄 알았다간 큰 코 다칠 것이다.
[가톨릭인터넷언론 지금여기 http://cafe.daum.net/cchereandnow 이우재 2007-12-21]
첫댓글 수단 방법을 가리지않고 경제만 좋아지면 된다는 아주 위험한 논리가 이런 비극을 초래하지 않았나 합니다. 언젠가 국민의 시각이 본연의 냉철한 자세로 되돌아올 날이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