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찾은 이곳은 마장동 먹자골목이 있던 자리입니다. 여러 매체에 맛집으로도, 옛 감성이 남아있는 노포로도 종종 소개되었던 이곳은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정부가 마장동 일대의 가게들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장소입니다. 하루아침에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를 위해 자리를 내어주어야 했던 당시 상인들이 이곳에 모여들었고, '무허가 건물' 상태로 40여 년간 자리를 지켜오다 2022년 화재로 상당 부분이 소실되었습니다.
저에게도 이곳은 많은 추억이 어린 곳입니다. 구청장으로 일하기 전엔 일과가 끝나면 이곳에서 종종 친한 동네 분들과 술잔을 기울였던 기억이 납니다. 가족들과 외식을 할 때에도, 먹자골목은 빼놓지 않고 고려하는 선택지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구청장으로서 일을 시작한 이후엔, 발길을 끊어야만 했습니다. '어떻게 이 법적 공백을 해소할 것인가'라는 오랜 숙제를 받아든 셈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2022년 화재 이후엔 매일같이 '이젠 정말 이 숙제를 풀어야만 한다'는 경고음을 듣고 있는 느낌이기도 했습니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먹자골목 상점들이 이전해 인근의 성동안심상가 마장청계점에 자리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대화와 설득의 힘을 믿으며, 강제철거와 같은 공권력 동원 없이 상인 분들은 물론 인근 주민분들 모두 만족하실 수 있는 답을 내놓았다는 데에서 조금은 마음을 놓아 봅니다.
지난해 10월 12개 점포가 이전해 1차로 개장했던 성동안심상가 마장청계점은 이제 10곳의 점포가 추가로 옮겨와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질 이 골목은 철거 이후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할 예정입니다. 오늘 현장을 둘러보며, 함께 성동구 역사의 한 장을 넘겨주신 많은 분들을 떠올렸습니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함께 숙제를 풀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맛집'의 역사를 써갈 마장동 먹자골목, 성동안심상가 마장청계점에 많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누구나 인생의 목표나 삶의 태도가 송두리째 바뀌는 어떤 계기를 경험하게 되는데요, 제게는 대학 2학년 때인 1987년 6월의 광장이 그랬습니다. 민주화와 통일 그리고 노동자·민중생존권 쟁취를 외치며 최루탄 연기 가득한 도심의 뜨거운 아스팔트 위를 지킬 수 있었던 힘은 곁에 선 동료와 등 뒤에서 들려오는 뜨거운 함성과 박수 그리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이었습니다. 그런 하나된 큰 희망이 당당히 승리했고 당시의 경험이 제 삶의 큰 지표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 희망으로 만들어진 '민주주의 대한민국'이 시대를 역행해 퇴보하는 모습을 보며 말할 수 없는 참담함과 정치적 절망을 느꼈습니다. 개인과 가정에서, 지역과 사회에서 민주주의가 자라나야 우리 대한민국이 퇴보하지 않고 더 튼튼해 질 거라 생각하게 되더군요. 그런 마음으로 2014년 성동구청장 출마했고, 지금 다시 같은 마음가짐으로 후보자의 자리에 서 있습니다. 31년 전 6월 항쟁에서 얻은 삶의 지표를 늘 기억하며, 소외되고, 힘없는,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늘 곁에서 힘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