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정보라 자전 SF
오늘 이야기할 책은
정보라 님의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라는 책인데,
이 책 표지가 독특해서 그런지 아빠 눈에 많이 띠었던 책이란다.
무슨 내용일까 궁금하긴 한데, 아빠 취향이 아닐 것 같아서
계속 읽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이제서야 읽어보게 되었단다.
정보라 님은 부커상 후보까지 오른 <저주 토끼>라는 작품으로 유명하신 작가인데,
아빠는 이번에 읽은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가 처음이란다.
책 제목에서 추측할 수 있듯이 이 책은 SF 소설이란다.
그런데 좀 독특한 SF 소설이란다.
노동 문제 등 사회 문제를 접목한 독특한 소재의 SF 소설이란다.
그리고 소설의 대부분의 내용이 실화란다.
좀더 자세히 이야기하면 지은이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단다.
그래서 책소개를 보면 자전적 SF 소설이라고도 소개를 했단다.
이 책은 연작소설로
각 작품의 제목이 문어, 대게, 상어, 개복치, 해파리, 고래 등 해양 동물들로 되어 있단다.
이 작품들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지은이가 서울을 떠나 포항에 정착해서 생활했기 때문이래.
제목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라는 내용에서 추측할 수 있듯이
외계 생물체가 지구에 와서 벌어지는 일들을 이야기하는가 보구나.
1. 외계생명체는 물러가라
첫 번째 작품은 <문어>
소설 속 화자 ‘나’는 대학 강사 처우 개선을 위한 천막 농성을 하고 있었어.
천막은 보통 노조위원장이 천막에서 밤새워 지켰어.
술을 먹고 취해서 자는 게 대부분이었지만…
어느날 술을 먹고 취해서 잠을 청하는데
문어 두 마리가 다가오길래 잡아서 먹은 일이 있었어.
대학 강단에 문어들이 나타났다는 것이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노조위원장은 술에 취한 상태라서 그저 안주로 보였을 거야.
그 일이 있고 나서 검정색 양복을 입은 이들이 와서 노조위원장을 데리고 가서 취조했어.
왜 먹었냐? 문어라서 먹었다. 이 질문과 답변이 반복되는 취조였어.
문어 몸 속에 단단한 것이 있었냐고 물어보자, 있었다고 했고,
어디에 두었냐고 하자, 천막 안 냄비 안에 두었다고 했어.
요원들 일부가 그 이야기를 듣고 곧바로 출동했어.
‘나’도 참조인으로 참석을 했지만 아는 것이 별로 없어서 다시 농성장으로 돌아왔단다.
노조위원장도 주인 없는 문어를 잡아 먹은 것으로 계속 잡아둘 수 없어서
풀려나 다시 농성장으로 돌아왔단다.
그런데 며칠 뒤 ‘나’의 앞에 문어가 또 나타났어.
이번에는 말도 했어.
문어가 말하기를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라는 말을 반복했어.
너희들도 예상했겠지만 그 문어는 외계생명체였던 거야.
그런데 노조위원장이 문어 뒤에서 공격해서 잡았어.
다시 문어를 삶아 먹으려고 해체를 했는데
문어 먹물 속에서 빛나는 물체를 발견했단다.
그것 때문에 또 검은색 요원들이 와서 노조위원장은 또 연행되어 취조를 받았어.
이후 노조위원장은 한참 동안 여러 정부 기관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단다.
그런데 핵심은 이거였어.
노조위원장이 문어 몇 마리를 잡은 것이
외계생명체 불법 거래를 막는데 도움을 준 것이라고 했어.
그로 인해 지구를 지켜낼 수 있다고 했지..
그저 문어를 잡아 먹은 것뿐인데…
1년이 지나고 ‘나’는 노조위원장과 우연히 다시 만나고
그 이후 둘이 사귀게 되었다는구나.
첫 번째 작품을 읽고 나서 머릿속에 떠오른 두 단어는 ‘블랙 코미디’란다.
지은이 정보라식 블랙 코미디가 소설 내내 깔려 있으면서
대학 강사 처우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하면서,
문어 같이 생긴 외계생명체의 등장까지…
스케일이 어마어마하구나.
…
두 번째 작품은 <대게>
문득 대게 라면이 생각나면서 출출해지는구나.
이제는 ‘나’와 노조위원장은 결혼해서 포항에 살고 있었어.
남편은 여전히 사회 운동을 하고 있어.
‘나’는 대게를 사러 시장에 갔다가
대게가 러시아 말로 살려달라고 말하는 거야.
‘나’는 러시아어를 전공해서 다행히 그 말을 알아들었어.
그 말을 듣고 그냥 둘 수 없어 그 대게를 사서 집으로 데리고 왔단다.
그리고 대게에게 먹을 것도 주고 이야기도 들어주었어.
그 대게는 예브게니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외계생명체였어.
그는 동해가스관 공사에 투입되어 노동력 착취를 당했다고 했어.
공사가 끝나고 나서 동료들이 하나둘 사라지는 것이 이상해서
동료들을 찾아 나섰다가 그만 잡히고 말았다는 거야.
남편과 예브게니는 술을 대작하면서 취할 때까지 이야기를 나누었어.
남편은 예브게니에게 노동 운동에 대한 진지한 조언해 해주었단다.
물론 술 취한 상태이긴 했지만…
알고 보니 예브게니의 다리에 위치 추적용 칩이 박혀 있었어.
그로 인해 예브게니는 위치 추적을 당했는데,
노조위원장은 그에게 한쪽 다리를 잃는 대신 자유롭게 살라고 설득했어.
예브게니는 그렇게 하기로 하고 칩이 달린 한쪽 다리를 떼어내고,
자유를 되찾고 바다로 떠났단다.
…
세 번째 작품은 <상어>
집에 안 좋은 일이 계속 일어났어.
‘나’의 시어머니가 다리를 다쳐서 수술을 하신다고 입원을 하셨는데,
남편이 젊었을 때 완치되었던 암이 재발하여 수술한다고 입원을 했어.
‘나’는 시어머니의 병원과 남편의 병원을 오가며 간병해야 했어.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의 입원실에 어떤 사람이 와서 명함을 주면서
신약이 필요하면 오라고 했단다.
불치병에 걸린 환자와 환자 가족은 지푸라기라고 잡고 싶은 게 인지상정인데
그런 걸 노리고 이런 신약을 팔려는 사람들이 있단다.
남편은 수술을 마치고 집에 왔어.
‘나’는 입원실에서 받은 그 명함이 생각나서 자세히 보니,
주소가 시장 안에 2층짜리 건물이었어.
주소부터가 사기꾼 냄새가 풀풀 나는구나.
‘나’는 그곳에 가보니
많은 수조 안에 온갖 해양동물들이 갇혀 있었어.
상어, 문어, 대게 등등…
문어는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라고 중얼거리고
대게는 러시아 말로 “살려주시오”라고 중얼거렸어.
살펴보니 그 대게는 예브게니는 아니었어.
그 곳의 주인은 상어에서 추출한 신약에 대해 설명을 하는데,
이번에도 검은색 양복을 입은 요원들이 들이닥쳤고 사기꾼들은 도망갔어.
그런데 ‘나’가 그곳에 간 것을 알게 된 시어머니께서 친구들과 함께
스쿠터를 타고 그곳에 나타나셨어.
그곳은 이미 그 전부터 사기꾼들이 약을 파는 곳으로 알려진 곳이었어.
시어머니는 그 사실을 알고 친구들과 스쿠터를 타고 오신 거야.
시어머니와 친구분들의 도움으로 검은색 요원들이 사기꾼을 잡을 수 있었단다.
소설마다 예상을 깨는 코믹한 장면으로 다음 소설을 기대하게 만드는구나.
…
네 번째 작품은 <개복치>
개복치가 어떤 동물인지 잘 몰라서 찾아봤는데
마주치고 싶지 않은 모양의 큰 물고기로구나.
선우는 11살로 아빠와 잠수함으로 해저 탐험을 하기로 했어.
검정색 요원들이 나타나 선우는 실제로 바닷속에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구린 내 나는 개복치도 만났어.
그 개복치는 외계 생명체로 낯선 지구라는 환경에서 힘들게 살아가고 있었어.
그리고 말 많은 대게도 만났는데,
그 대게가 러시아말만 말해서 선우는 알아듣지 못했어.
알고 보니 그 예브게니였고
그가 한 말은 작은 엄마에게 안부 전해달라고 내용이었단다.
선우는 ‘나’의 조카였다 보구나.
선우는 개복치와 대게를 통해 동질감과 위로를 받은 것으로 이해했단다.
…
다섯 번째 작품은 <해파리>
‘나’와 남편은 구리에 노동자 시위에 참석했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는데 ‘나’는 왼쪽 발목이 부어 있는 것이
마치 해파리에 물린 상처 같았어.
그런데 바다에 가지고 않았는데 어떻게 해파리에 물릴 수 있단 말인가.
발목이 계속 부어서 응급실에 갔는데
그곳에 검정색 요원들이 있었어.
그리고 여기서 치료를 못한다면서 따라오라고 해서
또 검정색 요원을 따라 정부 기관을 따라 갔어.
그들이 조사하니 언제 IC443이라는 해파리와 접촉했냐고 물어보았어.
하지만 그런 적 없다고 솔직히 이야기했단다.
그들이 말하길 그 발목의 상처는 우주해파리에게 쏘인 것이라고 했어.
이건 또 무슨 소리….
그들과 헤어져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와 남편은 밤하늘에서 해파리 성운을 보았단다.
…
마지막 여섯 번째 작품은 <고래>
‘나’와 남편은
포항 영일만 근처의 리조트에서 열리는 간담회에 참석했어.
그 간담회는 일본 방사능 폐수를 바다에 버린 것을 비판하기 위한 간담회였어.
그런데 그곳에 검정 덩어리들이 나타났어.
그들은 자신들의 정체를 밝혔어.
90%가 바다인 외계 행성에서 지구에 잠입하려
자신의 행성과 비슷한 환경인 바닷속에서 활동을 주로 했다고 했어.
그런데 바다가 오염되어 더 이상 있을 수 없다고 했어.
그러면서 지구에서 임무를 마치고 자신의 별로 돌아간다며
바다로 들어가 고래로 변하고는 다시 우주로 날아가 버렸단다.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단다.
….
소설집의 제목으로 뽑은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와
해양 동물들의 각 작품의 제목들로 인해
소설이 가벼울 것이라고 생각하고 책을 펼쳤다가
한 방 맞은 기분이었단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모순점과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의 문제점에 대해서
이런 식으로 이야기할 수 있구나.
지은이 정보라 님의 다른 작품들도 궁금해서,
검색을 해봤더니 앞서 이야기했던 <저주토끼> 이외에도
낯익은 제목들이 많이 보이더구나.
그 중에 최근에 출간된 <붉은 칼>이라는 한 권을 주문했는데,
이 책도 조만간 읽고 이야기해줄게.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그걸 대체 왜 먹었습니까?”
책의 끝 문장: 남편과 나는 손을 잡고 천천히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책제목 :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지은이 : 정보라
펴낸곳 : 래빗홀
페이지 : 268 page
책무게 : 348 g
펴낸날 : 2024년 01월 29일
책정가 : 16,800원
읽은날 : 2026.04.04~2026.04.05
글쓴날 : 2026.04.27,28